내 인생의 마지막도 낙조만 같아라
서해바다가 보인다
전망대가 있는 이 카페에선
커피 한잔으로 석양을 만끽할 수 있다
중년들의 세월 묻은 소리가
공간을 친근하게 만든다
신 맛에 적응 못하는 나에게
구수한 커피는 제격이다
젊어 보이는 커플이 일어나고
공간은 오롯이 중년들의 것이 된다
점점
석양이 낙조 되어
바다를 만난다
붉던 태양과 검푸른 바다가
웅장한 빛을 조색해 낸다
바닷물에 적셔진 고혹한 빛이
물아래로 넘어간다
잠시 후 커튼콜을 받은 낙조는
노을로 변신해 하늘을 착색한다
져가는 인생도 저리 아름다울 수 있을까?
낙조카페 중년들의 모습이
노을빛에 어우러진다
요즘 핫한 카페에 가면, 젊은이들이 대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끔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조금만 교외로 가면, 조용한 카페 분위기를 찾는 중 노년의 손님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 곳에서는 나도 당당히 주객이 된다.
여기 서해바다의 낙조카페도 그런 곳이다. 차로 움직여야만 올 수 있고, 반나절은 시간을 비워야 여유 있게 오갈 수 있어선지, 청년들보다 중년의 여성과 노년의 남성들이 주 고객이다.
서해바다는 세월의 쓸쓸함과 고즈넉함이 있다. 동해바다의 힘찬 에너지와 남해바다의 수려함은 없지만, 나름의 차분함이 있다. 그래서, 그 고즈넉함이 중노년의 감성을 사로잡곤 한다.
저물어가는 중노년의 인생에 태우다 만 열정 조각이 남아 있듯이, 고요하게 빛을 잃어가는 낙조에도 태우다 만 태양의 열기가 있다. 그래선지 중년들이 차지한 낙조카페의 분위기와 석양의 분위기가 찰떡이다.
일몰 시간이 다가온다. 관중이 된 카페 손님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염원이 모인다. 낙조의 마지막 연기가 시작된다.
떨어지는 태양은 검푸른 바다를 만나, 순간 찬란해진다. 태양의 남은 열기는 물을 만나 눈부신 빛기둥을 만든다. 화려한 스폿 라이트를 뒤로하고, 잠시 후 퇴장을 시작한다. 서서히 뒷모습을 감춘다. 사라진 듯하다. 끝이 아니다. 잠시 후, 커튼콜을 받은 낙조가 노을의 오묘한 색을 입고, 없어질 듯 없어질 듯, 점점 더 아름답게 퍼져간다.
카페의 손님들은 그 장면을 바라본다. 하염없이. 나의 시선도, 마음도 고혹적인 노을빛에 빼앗겨 버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 질 것이라. 나의 모습도 노을처럼 아름다우리라.
낙조카페의 하루가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