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저받은'칠할'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씨의 책인 '모든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은 개인적인 에세이이지만 자녀교육서같기도 하고 인생의 지침서 같기도 하다.
그 중 인상깊은 단락이 많지만 인상깊은 구절이 있다.
'운기칠삼, 재주나 노력은 삼 할 정도이고 운의 몫이 칠 할이다.. 그게 삶이다. 나 자신에게도 흥민에게도 귀가 닮도록 하는 말이다. 운기칠삼'
여운이 남는 글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세상 속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사뭇 다르다.
내가 자유롭게 내 생각을 글로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고 운이다.
내가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영역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고 운이다.
내가 자유롭게 만나고 싶은 이를 만나는 것은 감사고 운이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한집에서 살수 있는 것은 감사고 운이다.
내가 좋은 공동체를 만나 웃으며 일하고 교제할 수 있는 것은 감사고 운이다.
내가 바람도 불고 비도 오고 해도 있는 곳에서 살 수 있는 것은 감사고 운이다.
내가 거저 받은 '칠할'이다.
지금껏 내가 살아온 삶의 걸음에 열심히 노력할 수 있었던 것도 운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생각할 때 나로서는 가질 수 없는 사랑하는 가족, 도전하는 일들, 감사한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삶 속엔 달갑지 않은 일들도 많았다. 그 모든것들을 싹다 긁어 아무리 양팔을 달아보아도 거저 받은 '칠할'이 너무 크다.
그 '칠할'을 그냥 꿀꺽하지 않고 '칠할'을 두배 세배 백배로 뿌리며 살고 싶다는 소망이 생긴다.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님은 축구를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그야말로 축구를 할수 있게 해 주고 싶어 축구아카데미를 세웠다고 한다. 그의 인생은 축구로 시작이고, 그의 자녀양육도 축구로 이어지고, 그의 노후도 축구로 마감하는 듯하다. 자신의 열심히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살다 타인을 위한 삶으로 흘러가는 모습이 너무 닮고 싶다.
현재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운기칠삼'을 되뇌이며 '삼할'의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칠할'에 감사하며 '십할'의 삶을 겸손하게 살아가다보면 도망가지도 못하게 하는 삶의 한편이 남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러면 나의 발을 붙잡아두는 그 길을 더 사랑해 가면서 잡은 손을 펴는 삶 속에서 또 다른 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겸손하게 거창하지 않게 그러나 시시하지 않게 나의 길을 사랑한 것처럼 타인의 길도 존중해 가는 영역을 펼쳐보고 싶은 욕심이 자꾸 커진다. 그래서 자꾸 내 노년이 기대된다.
성경의 어느 인물처럼...
아합이 왕궁 맡은 자 오바댜를 불렀으니 오바댜는 여호와를 지극히 경외하는 자라 이세벨이 여호와의 선지자들을 멸할 때에 오바댜가 선지자 백 명을 가지고 오십 명씩 굴에 숨기고 떡과 물을 먹였더라 (왕상 1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