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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못생겼어요?

음식 솜씨 없는 엄마밥 먹고 잘 자라준 아들

by 고현


"네 쉼터가 가끔은 엄마였으면 좋겠다"



nest.jpg 따뜻한 밥하고 국, 준비해 놓을게!


9시간 30분 산통을 이겨내고 내 몸에서 생명이 태어난 날.
"왜 이렇게 못생겼어요"라고 세상을 처음 맞은 아들에게 말해 버렸다.
신생아들은 대부분 비슷한 모습인데 내 아기는 다를 줄 알았나 봅니다.

처음 임신이라는 말을 듣고는
병원에서 내려와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는 횡단보도 앞에서 꼬물이의 심장박동을 다시 떠올려보며 기쁨과 환희로 가득 찼습니다.

노란 햇살이 밀려와 무슨 뿌듯함인지 생명을 품은 젊은 나에게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첫 경험은 늘 허둥대고 두려움이 먼저 오더라고요.
만삭이 된 어느 날, 양수가 터졌고, 25년 전이라 가족과 떨어져 병실에서 홀로 산통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무슨 약인지, 그걸 먹고 나서는 책에 쓰여있던 시간 간격에 따라 나타나는 산통이 아니었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통스러운 해산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떠올리면 몸서리쳐질 정도로 힘겨웠습니다.
몸부림치다 벗겨진 옷을 여밀 새도 없이,
분만의 고통에 시달리던 나는 오가는 의료진 앞에 속절없이 뉘어져 있어야 했고.
분주한 의료진은 스테인리스 가득 찬 차가운 소리의 산모를 분만실로 옮겼습니다.
살아있는 건지 죽은 건지도 모른 채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 못생긴 아들, 첫아들.
"왜 이렇게 못생겼어요?"가 내가 아들을 처음 만나며 간호사에게 건넨 말이었습니다.
서툰 첫 육아는 그 못생긴 놈이 점점 예뻐지는 과정을 보는 재미로 버텨졌습니다.


하지만 늘 허둥대며 실수하고, 그 실수의 결과들이 두려웠지만,
나의 서투름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자라더라고요. 그가 스물일곱 살입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우리는 싸우기도 하고, 사랑하며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어요.
운동으로 단단하게 다져진 아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새벽에 나가 새벽에 귀가하는 성인이 된 아들, 내 서툰 손으로 키워낸 나무 같은 아들이 고맙습니다.

어제는 카톡으로 아들에게서 문장 하나가 왔습니다. '주소 변경 안 했지?'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했습니다.
우리 집이 이사한 것도 아닌데.
필요한 물건을 쿠팡에서 구입 후 아들 원룸에 보내주고 내 주소로 바꿔놓지 않아 다음번 구매 물건이 아들 앞으로 보내졌던 것입니다. 아직도 실수를 아들에게 들킵니다.
다른 말 없이 '주소 변경 안 했지?' 달랑 한 문장이 얼마나 소중하고 좋은지요.

내가 주문한 자일리톨껌이 아들에게로 배달...


그래도 나는 큰 아들과 함께 성장했습니다.

독립을 준비하는 아들에게 나는 짧은 편지를 써봅니다.
"현대 물질과 소비의 세상에서 네 영역을 만들어 가더라도 네 존재가 무엇이며, 네에게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살아가길...
너의 시선이 풍요로운 지혜의 방향을 향하고 있길 바란다.
너무 닭살 돋는 말이네요.


그래서 다시 마음 다해 진심으로 고쳐 말해 봅니다.
미래에 세상살이에 지쳐 쉼이 필요할 때, 서툰 솜씨지만 따뜻한 밥과 국을 준비하고 맞을 테니 네 쉼터가 가끔은 엄마였으면 좋겠다.
"네 일 잘 돼가니?"라고 묻지 않고, 그저 "잘 왔구나"반겨줄 테니 너의 편한 곳이 엄마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너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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