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은 엄마일까?
동생 효서가 말합니다.
”엄마는 엄마 기준에서
희생을 하셨어.
그 기준이 우리랑 다른 거야.”
브런치 글이나 최근 방영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애순이 어머니나, 대부분의 어머니는 자식들을 위해 마음을 헤아리고 자녀의 힘든 삶을 걱정하며 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려 애씁니다. 하지만 모든 어머니가 그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결혼 전까지는 엄마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내 엄마였으니까요. 하지만 시어머니의 자식들을 향한 차분한 사랑과 세심한 배려를 지켜보면서 많이 부러웠습니다. 엄마와 비교할 대상이 생긴 것이죠. 보살핌의 울타리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시댁 식구들의 것이었고, 저를 위한 것은 아니었기에 10년간의 시집살이는 또 다른 외로움과 힘든 생활의 연장선이었습니다. 저는 주도적인 성격이 아니었기에 그저 시간이 흘러 아들이 자라고 경제적으로 나아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엄마가 내게 준 선물은 바로 세 명의 여동생들입니다. 같은 과거를 공유한 우리는 서로에게 더없이 고마운 존재들이지요.
창의적인 울 엄마
울 엄마는 다른 엄마들과 다른 점이 참 많아요. 아버지가 딸들에게 용돈을 주시면 못마땅한 듯 눈을 흘기셨고, 당신이 딸들에게 선물을 주시면 마치 주문을 외우듯 그 선물에 대해 끊임없이 말씀하셨습니다. 오랜 외국 생활 중에 엄마를 보러 온 딸이 있어도 당신의 일정을 모두 소화하신 후 저녁에 집에 돌아오셨고, 그 딸은 홀로 집을 지켜야 했습니다. 사위들의 생일을 엉뚱하게 챙기시거나 음식점의 음식은 모두 맛이 없어 온갖 타박을 그 공간에 채워 놓습니다. 또, 집에도 채우는 것들이 있지요. 새로운 고가의 건강의료기구들이요. 시댁과 함께 살 때 엄마가 지나가듯 던진 직설적인 말들은 시어머니의 언행을 거칠게 만들었고, 그럴 때마다 저의 시집살이는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엄마의 방문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던 이유입니다.
좋은 울 엄마
엄마는 좋은 점도 많으십니다. 운동을 좋아하시고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시며 씩씩하고 건강하십니다. 천성적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지신 분이지요. 특히, 칭찬을 아끼지 않고 친절하게 사랑의 말을 많이 해 주는데, "우리 사위 최고야!", "장하네!"와 같은 따뜻한 말들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드십니다. 음식을 하면서 흥얼거리는 모습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마치 행복한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아서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지요.
어머니의 모습이 어떻든 세상 모든 어머니는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겠지요.
희생했다 하시는 울 엄마
엄마는 우리들이 잘 자란 것을 당신의 희생 덕분이라고 항상 말씀하십니다. 충분히 이해하지요. 어려운 시절을 보냈고, 네 딸을 키우는 것은 생각만 해도 버겁습니다. 희생 없이는 안 될 일이지요. 우리는 엄마의 젊음을 먹고 컸어요. 그래도 그런 말들을 듣고 있는 딸들은 엄마의 짐덩어리들 같은 생각이 듭니다.
나는 엄마의 천진한 솔직함이나 무례함이 참으로 불편합니다.
그 불편함에 대해 남편과 동생 효서는 마음 편해지라고 내게 말해줍니다.
남편은
"너는 분명히 개별적인 존재야. 자신을 타인과 동일시하는 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너는 오롯이 너야! 어머니가 어떤 말씀을 하시든, 어떤 행동을 하시든, 그건 너와는 다른 사람이 하는 거야. 너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의 행동인 거지. 부모님의 모습이 너의 모습 전부를 대변하지 않아. 분리해서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해. 분리가 안되면 네가 힘든거야!”
라고 말해 줍니다.
동생 효서도 말합니다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가 되려고 했던 건 아니야. 그냥 어쩌다 보니 딸 넷의 엄마가 된 거지.
시간이 지나 상황이 엄마가 되게 한 거야. 그래서 엄마 노릇이 어떤 건지, 우리 생각과 다른 거야. 그러니까 그냥 그대로 둬.
우리도 단지 나이가 들었다고 희생적인 부모가 되거나 이상적인 부모가 되는 게 아니잖아. 시간이 엄마로 만들어 버린 부분도 있지.
변화를 요구하지 마. 변하지 않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아, 엄마는 그런 사람이구나.' 하고 딱 거기까지만 생각해.”
엄마의 사랑을 온전히 이해하고 존중하기는 아직도 어렵지만, 엄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독립된 개채 되는 연습부터 시작해야겠어요. 그리고 나는 단순히, 엄마가 되어서 엄마가 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가 돼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