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선생님의 분노
담임은 양호실 안에 들어가 잠시 진방이를 살피더니 김재덕 선생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말 그대로 그를 질질 끌고 밖으로 나갔다.
정현의 어머니는 그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덕포 시내에 작은 꽃가게를 여셨다. 아버지의 월급 상당 부분은 빚보증 때문에 차압당하는 상황이었고,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외가에서 어머니에게 가게를 차려 준 것이었다. 가게 이름은 ‘초록의 공간’. 어머니의 감수성이 그대로 담긴 이름이었다.
어머니는 수요일이면 아직 여명이 밝아오기도 전에 일어나 트럭을 몰고 수십 킬로 떨어진 꽃시장으로 가셨다. 그리고 도매시장에서 당일 출하한 싱싱한 꽃들을 사 와서는, 그중 가장 아름답게 피어난 것들을 골라 정현에게 싸 주곤 하셨다. 담임 선생님 교무실 책상에 올려놓으라고.
정현은 그게 참 싫었다.
후우… 상상해 보라. 남자 중학교 2학년이 꽃을 들고 학생들이 가득한 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모습을. 정현은 꽃이 안 보이게 큰 가방 안에 숨겨 넣고, 학교에 누구보다 일찍 등교하곤 했다. 아들을 잘 봐 달라고 촌지를 찔러 넣기에는 부모님 두 분 다 지나치게 정직한 분들이었다. 스승의 날만 되면 늘 일종의 충성 경쟁이 벌어졌지만, 부모님은 정현에게 정성스러운 편지를 쓰게 하고 예쁜 카네이션을 들려 보내는 쪽을 택하셨다.
담임 선생님은 가끔 정현이 책상 위에 올려둔 꽃이 얼마나 당신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지 지나가는 말처럼 이야기하곤 하셨다. 정현은 쑥스러웠지만,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허허허, 정현아. 네가 꽂아둔 후리지아 꽃 향기가 너무 좋아서 여선생님들도 다 한 번씩 내 자리에 들러서 향을 맡고 가시더라. 어머니께 항상 고맙다고 전해주렴.”
“네, 선생님. 엄마가 선생님 좋아하시는 꽃 있으시면 말씀하시래요.”
“허허허허허. 그래, 정말 감사하구나. 허허허, 허허허, 허.”
아이들의 농담이나 짓궂은 장난에도 늘 허허거리기만 하던 담임 선생님의 얼굴이, 그날만큼은 꼭 가부키 공연에서 쓰는 오니 탈처럼 변했다.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른 얼굴을 보니 정현은 갑자기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담임은 힘줄이 잔뜩 올라온 커다란 팔로 김재덕 선생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단추 몇 개가 후드득 떨어졌고, 다시 고쳐 잡자 김재덕 선생의 셔츠가 가슴께까지 들려 올라가 하얀 배가 드러났다.
옆에서 보는 정현조차 살이 떨릴 만큼 무서운 감정이 들었는데, 저 손에 잡힌 김재덕 선생은 어땠겠는가. “이것 좀 놓고 이야기합시다”라는 김재덕 선생의 말을 철저히 무시한 채, 그렇게 담임은 그를 문자 그대로 질질 끌고 양호실 문 밖으로 나갔다.
“정현아, 너는 거기 그냥 진방이랑 함께 있어.”
따라나서려는 정현에게 담임은 따라오지 말라는 손짓을 했다. 결국 양호실에는 양호 선생님, 정현, 진방이 세 사람만 남게 되었다. 양호 선생님은 진방이에게 일단 지혈은 해 두었지만 병원에 가서 상처 부위를 꿰매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아마 열 바늘 이상은 꿰매야 할 것 같다고도 했다.
양호 선생님이 교무실에 연락을 해서 오후에 빈 시간이 있는 기술 선생님이 진방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담임과 김재덕 선생의 이후를 목격한 몇몇 아이들의 말에 따르면, 담임이 교직원용 화장실로 김재덕 선생을 데리고 들어가 문을 잠갔다고 했다. 안에서는 고성과 함께 굉장한 소리가 났다고도 했다. 몇몇 아이들은 담임의 숨겨진 박력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고, 또 몇몇은 교사가 학교에서 폭력을 쓰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잘못이라는 알지도 못하는 소리를 했다. 정현은 그런 아이들에게 일일이 김영락 선생님은 잘못이 없고, 먼저 부적절한 폭력을 쓴 것은 김재덕 선생이라고 단단히 일러두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어~ 그래. 정현아…?”
그날은 어머니 가게 일을 돕기로 해서 방과 후 곧장 꽃집으로 향했는데, 어머니는 정현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마침 어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던 고모도 노발대발했다. 저녁이 되어 아버지가 돌아오셔서 전후 사정을 들으시더니 교육청에 진정을 넣어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런데 정현은 이 일이 크게 번지는 것이 왠지 걱정스러워서, 일단 그러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저녁에 자려고 누웠는데 어머니가 정현의 퉁퉁 부은 얼굴에 연고를 발라 주시다가, 끝내 눈물이 터져 나왔다. 어머니는 한참을 정현의 옆에서 울다가 가셨다.
그리고 다음 날, 진방이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대신 진방이 아버지가 오셔서 교무실에서 난리를 피웠다는 이야기만 들려왔다. 이틀 후 진방이가 학교에 들어왔을 때는 모자를 쓰고 왔다. 상처 부위를 꿰매기 위해 그 부분의 머리를 밀었다고 했다.
나와 사건에 연루된 아이들, 그러니까 진방이, 정후, 기영, 그리고 정현, 네 사람은 교장실에 한 사람씩 각각 불려 갔다. 정현의 차례가 되어 교감 선생님의 안내를 따라 교장실로 향했다. 교장실 문을 똑똑 두드리니 안에서 중후한 교장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안녕하세요.”
교장실 특유의 원목 냄새와 은은한 녹차 향 같은 것이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교장실 한편에 놓인 커다란 괘종시계의 초침 가는 소리가 무겁게 똑딱거릴 때마다 정현은 손에서 땀이 날 것만 같았다. 교장 선생님은 정현을 소파에 앉게 하시고 차를 마시겠느냐고 물으셨다. 정현은 괜찮다고 했다.
“그래, 정현아. 어떻게 된 일인지 이야기를 좀 해 줄래?”
“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정현은 진방이가 기영이 엄마를 창녀라고 불러서 싸움이 났던 것부터 해서 자세히 이야기를 해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교장 선생님의 관심은 거기에 있지 않았다. 교장 선생님은 담임인 김영락 선생님과 영어과목 김재덕 선생님 간의 싸움에 대해서만 궁금해했다. 정현은 그 싸움을 이해하려면 그 앞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만 한다고 말했지만, 교장 선생님은 그냥 자신이 목격한 선생님들의 싸움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했다. 특별히 누가 먼저 폭력을 가했는지에 대해서만 물었다.
정현은 담임이 먼저 김재덕 선생의 멱살을 잡았지만, 그것은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교장 선생님은 그런 정현의 말을 중간에 잘랐다.
“그래, 알겠다. 이제 수업 들어가렴.”
“아니, 교장 선생님. 그런데 진짜 김영락 선생님은 잘못이…”
“알았다. 네 말 잘 알았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어른들의 일은 어른들에게 맡기고, 너희가 신경 써야 할 일은 학업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네…”
교장실을 나서려고 문을 여는데, 문이 너무나 무겁게 느껴졌다. 정현은 손잡이를 잡은 채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 미끄러운 감촉이 느껴졌고, 목 안쪽이 이상하게 바짝 조여 왔다. 이대로 나가 버리면 안 될 것 같았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하나도 전해지지 않은 채 끝나 버리는 느낌이었다. 누가 먼저 멱살을 잡았느냐만 남고,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사라질 것 같았다. 문고리를 쥔 손끝에 자꾸 힘이 들어갔다.
정현은 문 앞에서 다시 휙 돌아서서 말했다.
“김재덕 선생님이 먼저 무자비하게 저와 아이들을 때렸어요. 김영락 선생님은 저희가 다친 것 때문에 화가 나서 그런 거예요. 아무 잘못이 없어요.”
이 말을 하는데 왠지 모르게 우와악 하고 눈물이 터져 나왔다. 정현은 김영락 선생님이 이 일로 처벌받아서는 절대 안 된다고 교장 선생님께 단단히 이야기하고, 교장실을 도망치듯 나왔다. 복도로 나오고 나서도 눈가가 뜨겁고 숨이 가빴다. 문을 제대로 닫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지는 않기로 했다.
정현은 교실로 돌아가는 길에 그 사건이 있었던 교직원 화장실에 들렀다. 안을 살펴보니 소변기 한 개가 새것으로 교체되었는지 기존의 것보다 눈에 띄게 깨끗해 보이는 것 외에는 다른 점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한숨이 나왔다.
방과 후 교문을 나서자마자, 교문 좌측에 있는 분식집에서 정현은 정후와 함께 허겁지겁 허기를 달래고 있었다. ‘정감’이라는 이름의 이 분식집은 하교 시간에 맞춰 산더미처럼 튀김을 쌓아 두고, 컵 떡볶이, 컵 탕수육, 어묵 같은 음식을 파는 곳이다. 튀김과 어묵 메뉴는 따로 주문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냥 그 앞에 서서 실컷 집어먹고, 계산할 때 “~개 먹었어요” 하면 아주머니가 그만큼만 돈을 받는다.
전에 한 번은 어떤 3학년 선배가 정현의 눈에 최소한 다섯 개는 먹었는데 “두 개요” 하고 그만큼만 돈을 내고 가려 해서, 정현이 “형, 더 먹은 거 같은데요?”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 선배는 머쓱해하며 결국 세 개어치 돈을 계산하고 갔다. 그때부터 그 선배가 마주칠 때마다 정현을 째려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아서, 정현은 명찰의 이름을 기억해 두기로 했다.
박. 주. 성.
“야, 조정현이~~”
“어~”
“너 표정이 왜 그렇게 구리냐?”
“그럼 니 면상은 왜 그렇게 구리냐?”
“아~ 진짜. 야, 기분 풀고. 교장이 너한테도 김영락 선생님이 먼저 때린 거냐고 물어봤다며?”
“어, 기분 진짜 더럽더라. 제일 심하게 당한 건 우린데…”
정현은 그렇게 말하다가 괜히 소변기 하나만 반짝이던 교직원 화장실 풍경이 다시 떠올랐다. 뭔가가 깨졌는데, 남는 건 정리된 흔적뿐이라는 느낌. 목 안쪽이 다시 조금 답답해졌다.
“야… 그게 영어가 오늘 8반 수업 들어왔는데, 깁스하고 들어왔다던 것 같던데?”
“진짜야? 김재덕이 수업을 했어?”
정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정후에게 되물었지만, 정후는 의외로 그게 대수냐는 듯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
“어. 근데 왜 담임은 안 나올까?”
“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정현은 돌아가는 상황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담임이 벌써 이틀째 학교에서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떡볶이를 입에 넣고도 이상하게 맛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야, 피시방 갈래?”
“난 피시방 안 다니잖아.”
“안 다니는 게 어딨어. 오늘부터 다니면 되지.”
“야, 스타크래프트 2… 아니 브루드워 나온 거 알지?”
“내가 어떻게 알아. 해 본 적이 없는데.”
“야, 모르면 닥치고 들어봐. 이게 외계인이랑 괴물이랑 인간이랑 세 종족이 싸우는 거야. 나는 저그라고 괴물 종족으로 플레이하거든? 저그에 럴커라는 캐릭터가 새로 나왔는데, 시바 다른 종족들 지나갈 것 같은 자리에 이 럴커를 땅에 박아 놓잖아?”
정후는 아예 침을 튀겨 가며 흥분해서 게임 이야기를 해댔다. 정현은 순간 좀 지겹게 느껴졌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정후가 일부러 분위기를 바꿔 주는 것 같기도 했다. 그 투박한 방식이 정후답다면 정후다웠다.
“아… 뭐… 모르는 이야기 좀 그만해.”
“이 럴커가 샥샥~ 이렇게 두 번 지나가면 마린 같은 애들은 그냥 다 몰살이야.”
“어쩌라고~”
“함 하러 가자고~”
“응, 안 가. 근데 넌 중간고사 준비 안 하냐? 그렇게 놀면서 경찰대학 잘도 가겠다.”
“난 천재라 너처럼 열심히 안 해도 되거든?”
“내가 너한테 시험으로 진 적이 있던가?”
“아, 새끼 공부 잘한다고 겁나 뻐기네.”
“어, 공부 못하는 새끼랑 이야기하니까 바보 옮을라 한다. 나 갈게~ 잘 가라~”
정현이 몸을 일으켜 돌아서자, 정후가 다급하게 그를 붙잡아 세웠다.
“야, 야야.”
“아 왜?”
“내가 깜빡했는데, 나 그 누나 봤다?”
“누구?”
“김소연. 덕포여상 1학년 짱.”
학교 이름을 들었을 때 바로 연상되는 사람이 있었지만, 정현은 짐짓 모르는 척했다. 괜히 쑥스러워서였다.
“응?”
“아 왜, 그 네 무릎에 앉아서 너랑 꽉 부둥켜안았던 그 누나.”
“아… 이름이 김소연이었어?”
“응. 같이 다니는 누나가 이정희 누난데 둘이서 제일 잘 나가. 그 학년에선 건드릴 사람도 없고, 덕포공고 성훈이 형 알지? 졸업하면 오거리파 스카우트 1순위잖아.”
“그런 걸 네가 어떻게 다 알아?”
“아, 우리 자라도 출신 형 중에 덕포공고 다니는 형이 있어. 김병희라고. 그 형이 다 말해줬지.”
“근데 그… 소연이 누나를 어디서 봤다고?”
“왜? 보고 싶냐? 또 막 보자마자 부둥켜안고 아예 이번엔 키스도 하게?”
“미친놈이… 아니, 네가 봤다고 해서…”
“알고 싶냐? 알고 싶으면 사회 노트 정리한 거 보여줘.”
“알았어. 어디서 봤다고?”
“사실 나, 그 누나 앞으로 자주 볼 것 같아.”
“진짜로?”
“어. 그 누나를 어디서 봤냐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