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에 도착하여 문을 닫으니, 동생이 방에서 나왔다. 처음 있는 광경이었다. 서로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내가 피해자인데도 황당해서 뭐라 말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졌고,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꼴도 보기 싫은 얼굴이 멋쩍게 걸어오더니, 엄마에게 들었냐며 미안하다고 하였다.
진짜 우습게도 침착하게 말이 나왔다. 사진을 왜 찍었냐니 미안하다며 호기심에 그랬다는 말을 하였다. 이번이 처음이냐니 3번 정도 찍었는데 수증기 때문에 제대로 안 찍혔다는 말에, 다시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몸에 힘이 빠졌다.
이런 짓을 이전에도 했었다니. 소름이 끼쳐왔다. 엄마도 찍었냐니 아니라고 하였다. 어디 올린 거 아닌지 다른 곳에 저장한 건 아니냐니, 무엇을 걱정하는지는 아는데 그럴 일 없고 엄마가 보는 앞에서 다 지웠다고 하였다.
휴대폰 사진첩을 열어 보여줄 것을 요구하였고, 당연히 남아있는 사진은 없었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몸이 떨려오기 시작하였다. 경찰에 신고할지 말지 고민하고 결정할 거니까, 그렇게 알라고 하고 꼴도 보기 싫으니 들어가라고 하였다.
방으로 들어온 나는 힘이 빠져 그대로 주저앉았고, 고민에 빠졌다. 엄마에게는 말해봤자 반응도 없고 언제나처럼 나를 나무랐다. 나는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고민하다 당시 만나던 남자친구와 친한 친구들에게 얘기를 하니 다들 놀라며 선을 넘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것이 나의 발목을 붙잡았고, 막상 경찰 신고를 하기에는 막막했고 두려워졌다. 증거를 없애버려 가능한지도 모르겠고, 엄마에 대한 원망은 더욱더 커졌다.
그렇게 엄마와 다시 대화하게 되었을 때, 엄마는 여전히 동생의 편에서 대변하였다. '사과했으면 됐지 않냐, 잘 얘기했으니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 거다. 네가 이해해라.' 엄마의 입에서 나의 숨을 막히게 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나는 언성을 높여 말하였고, 그럼에도 듣지도 않는 엄마에게 울부짖었다. '나는 엄마 자식도 아니냐. 어디서 주워왔냐. 피해자는 나고 쟤가 잘못했는데 왜 내가 이해해줘야 하냐. 나는 이해하기 싫고 꼴도 보기 싫다. 엄마는 같은 여자 아니냐. 왜 내 편에서 이해해주지 않냐' 답답한 마음에 울분을 토해냈다.
내가 참다못해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거나 울면서 말해야만, 그제야 엄마는 잠깐의 침묵 후에 나를 이해해 주는 듯이 말하였다. '쟤는 왜 그래가지고'라는 말뿐. 본인의 언행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정말 의문이 들었다. 나는 누구지? 나는 엄마 자식이 맞긴 한 걸까?
그렇게 엄마에 대한 마음의 벽은 점차 더 높게 쌓아져 갔다. 엄마는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였으며, 극심한 우울증으로 삶을 포기하려는 행동을 한 나를 때리며 야단치기에 바빴다.
나는 엄마에게 그저 동생과 다르게 엇나가는, 본인에게만 짜증 내는 살갑지 않은 나쁜 딸이었다. 엄마가 단 한 번만이라도 나를 먼저 생각해 줬다면, 나를 위한 말을 해줬더라면. 단지 말 한 마디면 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