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상처 주는'
그 이후 가해자들과의 불편한 동거는 계속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혼자 살고 싶었지만, 막상 혼자 독립하려니 용기도 나지 않았고 집을 구하는 것도 막막했다.
엄마는 나와 다투면 '그럴 거면 집에서 나가 혼자 살라' 하였지만, 내가 막상 나갈 것처럼 부동산 페이지를 뒤적거리고 있으면 어딜 나가냐고 하였다.
엄마는 항상 말의 앞뒤가 달랐다. 나는 그게 항상 혼란스러웠다. 하나의 포지션만 확실히 하지, 그래야 죽어라 미워하던 좋아하던 한 가지만 했을 텐데. 엄마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못한 채, 양가감정을 가진 채로 마음속은 혼란스러웠다.
나는 사건 이후 동생을 완전히 무시하였으며, 동생을 없애고 싶어 하였다. 매일 상상했다. 나를 괴롭히는 저 녀석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왜 저런 녀석은 마음 편하게 잘 먹고 잘 지내는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기절시켜 종량제 봉투에 넣어 어디론가 없애버리는 상상을 하였지만, 들키는 것에 대한 막연함에 상상만 할 뿐이었다.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엄마는 계속해서 말로 나의 마음에 칼을 꽂았다. 그 무렵 동생이 일부러 가려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곧 동생이 군대에 갈 거라 하여 그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참았다.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기색이 없어 물어보자 "너는 동생이 걱정되지도 않니? 그게 왜 그렇게 궁금한데?!"라고 하였다. '꼴 보기 싫은 게 당연한 거 아니냐. 빨리 갔으면 좋겠다. 언제 가냐'는 나의 말에 가족도 모르고, 자기밖에 모른다며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나에게 도대체 '왜 그렇게 까지 동생을 싫어하냐'는 말에 말문이 턱 막혔다. 숨이 막혀왔다. '왜'라니? 그 사이 일은 사라진 일이 된 건가? 내가 꿈을 꿨나 싶을 정도로 당황스러운 말이었다.
참다 참다 말하면 언제나 나에게 돌아오는 말은 '너 언제 적 일 가지고 그럴래? 가족끼리 이게 뭐니? 너 하나만 이해하면 되는 일을.' 이라고 하였다.
엄마에게 나의 울부짖음은 전혀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엄마가 정신 차리겠지' 했던 나의 부질없는 기대는, 몇 년간 계속되었다.)
그렇게 겨우 동생이 군대에 가고, 마음 편하게 혼자 지내던 날들이 너무나도 좋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나에게 동생 면회를 같이 갈 것을 제안하였었다. '내가 잘 못 들은 건가? 엄마가 제정신인 건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