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부모의 말

피해자 부모는 없었다.

by xohee

당시 욕실에는 큰 고무대야가 있어서 쪼그려 앉아서 쓰기도 했던 터라, 앉았는데 그날따라 오른쪽에 있는 고무 양동이 쪽에 눈이 갔다.


그냥 멍 때리면서 보던 와중에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다. 못 보던 무언가가 있어서 다가가서 보니 휴대폰 카메라 액정이 보였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잘못 본 건가? 하고 손으로 집어 올리자 휴대폰이었다. 사이가 안 좋아 관심은 없지만 동생의 휴대폰이었고 충격에 빠진 나는 머릿속이 새 하얘져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휴대폰은 비밀번호로 잠금이 되어있어 열어 볼 수 없었고, 이대로 들고 가서 경찰에 신고할 것인지 고민하던 찰나. 일단 거실로 나가 엄마에게 알렸다. 아직도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엄마는 당시 거실에 있는 주방에서 요리 중이었고 재료를 써는 중이었다. 엄마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내가 씻으려는데 동생이 휴대폰으로 나를 찍으려고 했다. 엄마가 일단 휴대폰 들고 있어. 절대 절대로 주지 마!'라고 했는데 엄마의 첫 반응은 무덤덤했다. "알겠으니 학교 갈 준비나 해. 네 동생 들을라. 내가 알아서 할게"


엄마가 못 미더웠던 나는 절대 휴대폰을 주지 말 것을 신신당부하였고, 급한 대로 샤워를 마치고 학교로 나섰다. 연락을 준다던 엄마는 모든 수업이 끝날 때까지 조용하였고, 결국 열받은 내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락 준다더니 왜 연락이 없냐. 어떻게 되었냐. 휴대폰 확인했냐. 휴대폰 다시 준 건 아니냐.' 라며 엄마에게 따졌다.


엄마는 '동생이랑 잘 얘기했으며, 휴대폰 사진첩을 다 확인했으며 제대로 찍힌 것은 없고 이전 것을 포함하여 지운 것을 보고 건네주었다'라고 하였다.


엄마의 말에 화가 치밀어 올라, '내가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하던지 하려 했는데 왜 엄마 마음대로 휴대폰을 주냐'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엄마는 나에게 '남자애가 어려서 호기심에 그럴 수도 있지, 가족끼리 무슨 신고냐며 일 키우지 말아라'라고 하였다.


'무슨 호기심이냐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라고 말하는 나에게, '너희 삼촌도 어렸을 때 그랬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였다.


'삼촌 어렸을 때랑 지금 시대랑 같냐, 쟤는 하루 종일 컴퓨터만 붙잡고 있는 앤 데 어디 사이트에 올리거나 휴대폰 말고 컴퓨터에도 저장했으면 어쩌냐'라고 하니 "너희 동생 그럴 애 아니다."라는 말만 돌아왔다.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고는 집에 가면 동생이 사과할 거라고 대화해 보라는데, 말문이 막혔다. 가뜩이나 안 좋은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단 둘이 집에서 얼굴을 보고 얘기해야 한다고?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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