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트라우마의 시작
동생과는 남남처럼 지내다가 가끔 폭발하면 대판 싸웠다. 미쳐버릴 정도로 말을 듣지 않는 동생은 무슨 짓을 해도 막무가내였다.
한편으로는 '너무 어렸을 때 엄마와 떨어지고 아빠에게 맞고 커서 삐뚤어졌나' 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들 때도 있었지만, 마냥 이해해 주기에는 도를 지나쳤다. 사소한 것들이라지만 하나둘씩 쌓이기 시작했다.
엄마가 밥과 국 등을 해놓으면 동생은 한 번 식사할 때 많이 여러 번 먹어서, 여유를 부리면 나의 몫은 별로 없거나 맛있는 부분을 먹을 수가 없어 원치 않을 때도 미리 챙겨 먹게 되었다.
또한 국과 카레 등을 본인이 마지막으로 먹고 나면 한국자 정도 애매하게 남겨두고, 설거지를 하지 않았다. 화장실 휴지를 쓰고 나면 빈 심지로 놔두었고, 면도 후 세면대 뒷정리도 하지 않았다.
설거지, 빨래 널기, 청소, 빨래 개기 등 집안일은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 엄마에게 불평을 하면 언제나 돌아오는 말은 같았고, 자식이 되어서 그거 하나 못해주냐며 말문을 막았다. '집안에 같이 있어도 나만 시키냐'해도 '너는 알아서 잘하잖아, 쟤는 원래 안 하잖아'라고 무마시켰다.
동생과 같은 곳에서 숨 쉬는 것조차 싫었던 나는, 동생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다. 그러다 동생이 고등학생 때 엄마가 소리치며 가족끼리 한상에서 밥 좀먹게 나오라 하여, 빨리 들어가기 위하여 밥만 보며 빨리 먹고 있는데 동생이 여느 때처럼 반찬 투정을 하였다.
계속된 반찬 투정에 듣다 못해 짜증 나서 '그럴 거면 네가 만들어 먹어라, 해주는 데로 먹어라'하고 강하게 말했다. 그랬더니 동생이 나를 쳐다보며 입 안에서 씹던 음식물을 입 벌려 그릇으로 뱉어냈다. 그러고는 '어 그래. 안 먹을게' 하고는 본인의 방으로 쾅 소리를 내며 들어가고는 문을 잠갔다.
엄마는 곧바로 나를 혼냈다. 동생 밥도 못 먹게 왜 잔소리를 하냐고 했다. 얽히기 싫어서 참다가 엄마를 위하여 한소리를 하여도 늘 그런 식이 었다. 엄마는 동생 방을 계속 두드리면서 나와서 밥 좀 먹으라고 하였고, 나 때문이라며 사과하라고 하였다. 나는 기가 막혀서 엄마에게 따지고는 방에 들어가 버렸다.
동생의 잘못된 언행을 엄마에게 말하면 혼내겠다 말만 하고, 엄마는 아무 말 없이 지나가기 일쑤였다. 그러나 나에게는 언제나 잔소리를 하였고, 반항하면 큰소리를 내며 혼냈다. 동생에게는 오냐오냐 하는 사람이라 화가 났다.
어디선가 그랬지. 엄마는 아들을 사랑하고, 딸은 엄마를 짝사랑한다고. 가슴 깊게 와닿는 말이었다.
그러던 중 내가 대학생 때 큰 사건이 벌어졌다. 학교를 가기 위해 씻으려고 욕실에 들어갔다가, 수건을 안 챙긴 것이 생각나서 잠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사이 동생이 재빠르게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을 잠갔다.
시간이 없던 나는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였고, 동생은 알았다고 한 뒤 좀 지나서 나왔는데 그날따라 촉이 이상했다. 우리는 서로 마주치기 싫어서 상대가 거실에 나와있는 소리가 들리면, 웬만해서는 안 나왔는데 내가 화장실에서 나온 지 1분도 안 됐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다급하게 들어간 게 이상했었다. 나올 때 언행도 뭔가 수상했었다.
그렇게 찝찝함을 느꼈지만 이내 씻기 위하여, 여느 때처럼 추운 욕실을 따듯하게 하기 위하여 뜨거운 물을 틀어 욕실 안에 수증기를 가득 채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