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용서

'마지막 기회'

by xohee

그렇게 불편한 동거는 계속되었고, 나는 어렸을 때와 똑같이 집보다는 바깥이 가족보다는 친구가 좋았다.


그러다 보니 가족에게서 채워지지 못한, 애정결핍이 연애에서도 영향을 미쳤었다. 상대에게 의존적으로 기대게 되었고, 모든 것을 내어다 주려 하였다. (수많은 자아성찰로 조금씩 고쳐 나갔고, 아직도 완벽한 인간은 아니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집 안에서의 나는, 가족들에게 그 누구보다 차갑고 무표정인 사람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 날, 혼자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동생이 외출 후 문을 열고 들어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잠시 쳐다보다가 다시 TV를 보는데, 방에 안 들어가고 한숨을 계속 푹푹 쉬더니 계속 어슬렁 거렸다.


한 공간에 있는 것이 너무나도 불편했던 나는 휴대폰을 만지며, 방이던 화장실이던 빨리 들어가서 문을 닫았으면 했다. 하지만 동생의 한숨은 계속되었고, 신경이 예민해져 점차 짜증이 났다.


그렇게 길게 느껴진 시간이 흐른 뒤, 동생이 내쪽으로 걸어오기에 깜짝 놀랐다. 얘기 좀 할 수 있냐고 하였다. 왜 한숨을 쉬나 했더니,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다.


가까이 오니 술 냄새도 나는 것 같았다. 술을 마시는 것을 본 적이 없는터라, 용기를 내려고 먹었나 싶었고 무슨 말일지 대략 짐작이 갔다.


아니나 다를까, 예전 사건에 대해서 사과를 하였다. 막상 사과를 받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가까이서 대화하는 이 시간이 숨 막히고 몸에 힘이 빠졌다.


내가 피해자고 화를 내야 맞는 건데, 왜 이렇게 무기력해지는 걸까?


그동안 계속 미안했다면서 같이 지내는 동안 자기도 눈치가 보여 불편했었고, 사과를 하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하였다.


고민을 했다. 용서를 해주는 게 맞는 걸까? 그냥 지금처럼 무시하고 지낼까?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긴 고민 끝에 나는 동생을 용서하기로 하였다.


엄마가 그렇게 간절히 원하던 것이고, 나도 동생도 나이가 들어서 나름 '어른'이 되었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기에. 마지막으로 정말 큰 아량을 베풀어 잘 지내보자 싶었다.


동생에게 말 잘 듣고 두 번 다시 그런 짓 하지 말 것과, 열받게 하지 말라고 하였다. 동생은 절대 안 그럴 테니 걱정 말라고 하였다.


그렇게 대화 단절이었던 동생과 오랜만에 옛이야기를 하며 긴 시간을 보냈었다.


그 이후 퇴근 후 귀찮았지만 동생과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동생이 놀러 가자하면 같이 가주며 어색해도 잘 지내보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역시나 그 시간들도 오래가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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