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문제

편애의 증거 '설거지'

by xohee

나는 매우 외향적인 성격으로 집에 잘 안 붙어있었고, 동생은 정반대로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주로 하였다.


그래서 일도 하고 약속도 많았던 나는, 동생의 대화 요청이나 외출 요청에 피곤함을 참고 응하였다.


이러한 어색한 평화는 얼마 가지 못하였다.

동생은 여전히 집안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놈의 설거지! 설거지 문제로 항상 다투었다.


집안 설거지에 관한 문제로는, 엄마와 함께 살면서부터 계속된 문제였다.


동생은 항상 엄마가 만들어 놓은 음식들을 먹기만 할 줄 알았지, 제대로 치운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설거지 3대 죄악'인 [물에 안 담가두기, 그릇 마트료시카, 기름 범벅 그릇 설거지통에 담가놓기]를 모두 하셨다.


남들이 볼 때는 '설거지? 그게 뭐?'라고 할 수도 있지만 계속 당하는 입장에서는 진짜 미쳐버릴 노릇이었다. 왜냐하면 엄마에게 제일 크게 차별받았던 게 설거지였기 때문이다.


웃기게도 엄마는 항상 내가 첫째, 딸(여자)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돕기를 바랐다. 물론 먼저 나서서 엄마를 돕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의 호의는 당연한 것이었고, 동생은 술, 담배만 안 해도 기특하고 잘 자란 자식이었다.


하루 종일 방 안에 박혀서 컴퓨터 게임만 하는 동생에게 엄마는 쟁반에 학교 급식처럼 물컵과 수저까지 구비하여 동생에게 가져다주었고, 동생은 그 쟁반을 내어놓지 않을 때도 많았다.


그렇게 말라 붙은 설거지감을 동생이 방을 비울 때나, 자고 있을 때, 혹은 내놓으라고 말을 해야만 가져올 수 있었다.


나는 동생도 하지 않는 설거지를 나 혼자만 하는 게 억울했다. 매우 매우. 나는 설거지가 귀찮아서 최대한 그릇을 안 쓰려하는데, 동생은 도구와 그릇을 마음대로 사용해 놓고 치우지 않았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엄마는 또 '누나니까, 딸이니까'를 말하며 나를 말렸다. 누구는 첫째로 태어나고 싶었나?


참다못해 터져서 동생에게 설거지하라고 소리 지르는 날에는, 엄마가 나서서 말렸고 성질내는 나를 나무랐다. 그러면서 자신이 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매번 똑같은 패턴. 동생것은 자기가 한다고 한다. '왜 동생 거만?' 그리고 말만 그렇게 하고 본인이 설거지를 하면 나에게 들으라는 듯이 큰소리로 구시렁거리기 시작한다. 한숨을 쉬면서 '설거지도 안 해놨다'며 계속해서 중얼거린다.


듣기 싫어 안 들은 척하려 해도, 엄마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 위에 얹혀 무거워진다.


그렇게 설거지에 대한 울분이 가슴 깊이 자리 잡고 있는데, 동생이 또 설거지를 안 하는 것은 물론, 주방을 난장판을 만들어놓고는 뻔뻔하게 나오는 것이 반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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