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딸

가족에게 다른 내 모습에 대한 괴리감

by xohee

동생이 잘못해서 다그쳐도, 엄마에게 혼나는 건 언제나 나였다.


동생은 TV에 나올만한 히키코모리, 오타쿠와 같아서 이상하고 비위생적이었는데 엄마는 동생을 나무라지 않았고, 나의 불만에 얘기해 보겠다는 말만 하고 무시하였다.


하지만 언제나 나에 대한 기준은 엄격했다. 여자가 그렇게 먹으면 안 된다. 주름 생기니까 그렇게 표정 짓지 마라. 여자애가 그렇게 걷지 말고 사뿐사뿐 걸어라. 살찐 거 같다 빼라. (다이어트한다고 안 먹는다 하면) 엄마가 해준 거는 안 찐다, 운동해서 빼면 된다. 집안일해라. 자식이 되어서 엄마 도와주는 것도 불만이냐 등.


난 엄마에게 항상 나쁜 딸이었다. 아주 가끔 빼고는.

한 날은 또 엄마와 동생이 싸우고 있기에, 듣기 싫어서 방 안에서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어도 들려오는 둘의 말다툼에 짜증이 났다. 하루이틀도 아닌 일, 집인데 편하지가 않고 쉬는 거 같지가 않고 화가 나서 심장이 두근거린다.


제일 화가 나는 건 엄마가 동생의 말에 휘둘려서 사과를 한다는 거였다. 동생은 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고 논점을 흐리며, 궤변으로 쏘아붙이듯 사람을 몰아가며 가스라이팅을 한다.


참다못해 엄마를 변호해 주려 나선 나는, 그날도 우스워졌다. '엄마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네가~ 하면 되는 거 아니냐'라고 하니 동생이 "너한테 얘기 안 했는데? 왜 네가 끼어드는데? 심심하냐? 친구 없냐? 들어가~"라고 비아냥댔다.


그리고 이어지는 엄마의 한 마디. "그래 00(내 이름)야. 엄마가 얘기할게. 방에 들어가 있어."


동생은 또 나를 비웃으며 '들어가라잖아'라고 하였다.

엄마가 나의 위치를 무시하는 것이었다. 이런 일은 허다하였다. 그럼에도 엄마 짝사랑에 못 참고 나서는 나였다.


한 날은 또 엄마와 크게 싸우는 중이었다. '왜 나에게만 일을 시키냐'라고 소리를 질렀다. 자식이 되어서 그거 하나 못해주냐는 답에 '누가 일하는 걸로 그러냐, 왜 동생도 집에 있는데 항상 나만 시키냐. 편애하냐'라고 짜증 내었다.


그러자 엄마가 본인은 한 번도 편애한 적이 없다고 한다. 억장이 무너졌다. 그러고는 '집안일을 나만 시켰다면 내가 잘해서 시킨 거'라고 한다. 황당했다.


그러고는 나에게 '너는 모른다. 너도 자식 낳아봐!!!!'라고 크게 소리친다. 이성을 잃은 나는 "아니? 나는 저런 자식 낳을까 봐 안 낳을 건데? 낳는다 하더라도 엄마처럼은 안 키울 건데?!"라고 소리쳤다.


엄마는 또 나를 나쁜 딸 취급하며 소리를 지른다. 거실에서 자기 욕하는 걸 들은 동생이, 엄마 방문을 열려고 하고 자기한테 얘기하라고 하길래 꼴도 보기 싫으니까 가라고 했다. 근데 엄마가 문을 열어주려 했다.


진짜 제발 열지 말라고 했다. 동생 얼굴 꼴도 보기 싫으니까. 근데도 엄마는 결국 문을 열었고 나는 뒤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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