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리가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루카 9,14)
자신을 불쌍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아는 사람이다. 자신의 과오와 오늘 저지른 실수 내지 잘못에 대해 슬퍼하는 사람이다. 멀리 나아가고 싶어 자꾸만 새장에 부딪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아 주저하는 한 마리의 가여운 새다.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갔다. 한 사람은 바리사이였고 다른 사람은 세리였다. 바리사이는 꼿꼿이 서서 혼잣말로 이렇게 기도하였다.
"오, 하느님! 제가 다른 사람들, 강도 짓을 하는 자나 불의를 저지르는 자나 간음을 하는 자와 같지 않고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
그러나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말하였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루카 19, 11-13)
결국 스스로를 의롭다고 자신하며 세리를 업신여긴 바리사이가 아닌 자신을 낮추었던 세리가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이토록 자신을 불쌍하게 여길 줄 아는 이는 복되다.
비참한 현실에 가슴이 탄다. 가슴을 치며 후회를 하지만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 더 큰 돌이 되어 나를 치고 있다. 너무 아프다. 나는 돌봄과 보살핌이 필요한 가련한 처지에 있다. 이런 나 자신이 불쌍해 눈물이 난다. 나는 나를 위해 그리고 또 가련한 우리 모두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 나 자신이 불쌍하니, 너도 불쌍해 보인다. 매일 부딪히는 자신의 한계 속에서 얼마나 우리는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렸던가.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 내 눈물을 닦아주고, 내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붕대로 감싸주지 않는 한 나을 수 없는 병이다. 끝없는 고통의 새장 속에 갇혀 한치도 날아오를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회한의 눈물은 나를 씻어내니, 나를 치장해 온 모든 것이 사라진다. 불쌍한 자신 그대로 나는 한 분이신 그 사랑에 향한다. 나를 불쌍히 여겨 나를 치유해 줄 사랑에 나를 내어 놓는다. 주저앉아 울고 있는 나의 손을 잡아 일으키는 그 사랑이 참으로 따뜻하고 힘차다.
그 사랑은 닫힌 새장의 문을 열어 주고 아픈 나를 돌보고 품에 안아 다시 살게 한다. 다시 자유롭게 날게 한다. 내 앞에 있는 사랑은 그렇게 나의 눈을 마주치고, 내 이름을 불러주고, 내 손을 잡아 나를 다시 일으킨다.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김은 나나 너를 비난하여 우리 자신에게 새겨진 가치를 손상시키지 않는다. 그의 눈에 들어 마음을 녹이고 그렇게 사랑을 얻는다. 스스로를 비난하고 내 생명의 빛을 꺼뜨릴 때, 사랑은 나를 향해 눈물을 흘릴 뿐 내게 다가와 내 손을 잡아줄 수가 없다. 구원은 그렇게 끝내 꼭 닫힌 새장 밖에 남을 뿐이다.
불쌍하고 가련해서 내 마음이 움직인다. 내 사랑이 움직이니 나는 그대가 그토록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다. 당신은 세상 그 어떤 꽃보다 곱다. 그 달콤한 향기에 짓는 나의 미소도 그렇게 곱고 아름답길 바란다. 나는 가장 고운 꽃인 당신을 보살필 것이다. 연약하고 가련한 당신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와 존중으로 당신을 사랑하고 사랑하여 끝내 우리의 구원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