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깔을 택할 자유2

나라서 반드시 취할 것

by 어엿봄

이미 오늘 레오 14세 교황님 즉위 미사 참석의 소회를 밝혔다만,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계속 남는다. 결국 졸음을 참고 몇 자 더 적으려 한다. 아직 나의 감동을 잠재울 수 없기 때문이다.


2008년 시드니 세계청년대회 폐막미사 때의 감동이 되살아난 오늘이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주례로 봉헌된 미사에서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의 유산에 감사했다. 또 우리 부모님 세대에 이르기까지 신앙을 증거해준 많은 이들을 기억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 사람이 되어 이 땅에 사셨고,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 주셨다. 그 값진 교환으로 우리가 살았다.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이 진리가 시대를 뚫고 우리에게 심어졌다.


나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젊은이들 속에서 환호하며 그들과 한 마음으로 주님을 찬양하고 있었다.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인 보편교회의 목자가 우리와 함께 였다. 우리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을 나누며 교회 안에서 공동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었다. 아름다운 축제였다. 그때의 감동은 내 삶에 두고두고 큰 힘이 되었다.


오늘 그 감동이 다시 살아났고 더욱 커졌다. 하나인 교회에 내가 속한다. 다름의 정체성은 보편 교회의 속함을 방해하지 않는다. 우리 교회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넓은 품으로 개별을 품어낼 수 있다. 그 역량을 나는 믿는다. 오늘 함께 한 일행들과 사실 나는 편안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았다. 그들과 내 마음 속 울렁이는 감동을 나누고 싶은 정도의 친밀한 사이가 아니었다. 다름이 때로는 나를 불편하고 어렵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가 나의 속함을 방해하지는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나의 예민함과 진지함이 교회의 것이다. 나는 원하는 빛깔로 자유로이 나를 치장하며 존재를 증명한다.


끊임없이 군중으로부터 도망가고 싶고 나를 감추고 싶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군중으로부터 구별되어 드러나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 다른 나로 조금은 특별한 나로 누군가 알아채주면 좋겠다. 교회의 권위로부터 나의 길이 축복되기를 바란다. 교회의 중심으로부터 자꾸만 멀어져만 갈 때 나는 오늘의 감동을 다시 되새기련다. 특별한 시공간의 교차점에 오늘 내가 서 있었다. 하느님의 백성 사이에 내가 있었다. 축복받은 자로 나는 모두와 함께 있었다. 우리는 수많은 성인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전구를 청했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그 자리에 내가 머물렀으니 나는 하늘과 땅의 다리가 되었다. 이런 내가 참 소중하다. 살짝 미소만 짓고 있어도, 그 존재 자체로 복된 내가 교회의 딸이다. 나라서 반드시 취할 것은 이렇게 교회의 삶을 나의 존재로 풍성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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