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의 시작
한밤중에 잠이 깼다. 그리고 레오 14세 교황님을 떠올렸다.
'지금쯤 교황님은 편안히 주무시고 계실까? 어떤 마음이실까? 긴장이 많이 되실까?'
조금이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밤을 지내시고 새 아침을 맞이하실 수 있기를 기억하며 짧게 기도를 했다.
깜깜한 새벽길을 나섰다. 10시에 시작될 레오 14세 교황님의 취임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느라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 지난 프란치스코 교황님 장례미사 때보다는 많이 붐비지 않아서 광장 안에 여유 있게 자리를 잡고 화장실도 미리 다녀왔다. 빛나는 하늘 아래 우뚝 솟은 오벨리스크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전승에 의하면 오벨리스크는 베드로 성인의 순교를 보았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을 향한 사도 베드로의 고백을 기억했다. 예수께서 진정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그분께 영원한 생명이 있음을, 그리고 그분을 언제나 사랑할 것임을 고백했던 초대 교회의 목자 베드로와 그의 후계자들을 기억했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양 떼를 돌보는 데 충실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을, 그의 흔적이 여전히 선명한 성 베드로 광장에서 함께 기렸다. 사랑하는 목자를 잃은 양 떼들은 그러나 버려지지 않았다. 하느님 아버지는 성령에 의해 새로운 목자를 우리에게 보내주셨다. 두려움과 떨림 속에 선택받은 레오 14세 신임 교황은 겸손하게 주님의 종으로의 부르심에 응답했고 온 세상 흩어진 양 떼를 한 자리에 모으고자 자신을 봉헌하였다.
미사의 시작에 앞서 교황님은 사도 베드로의 무덤을 잠시 참배하시고 장엄한 행렬을 시작하셨다. 갈릴래아 호숫가의 평범한 어부였던 베드로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며 당신 제자로 부르시고 그를 백성들의 목자로 세우신 주님. 베드로는 주님을 알아보고 신앙을 고백했음에도 불구하고 십자가 길의 그분을 모른 척하며 등을 돌렸다. 그러나 그 베드로에게 주님은 다시 사랑할 기회를, 다시 살아갈 기회를 주셨다. 이 연약한 인간의 생애가 교회의 시작에 반석이 되었다. 우리는 인간의 약함으로 그러나 그 약함을 취하신 주님의 강함으로 세워진 교회 안에서 이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아무리 우리가 최선을 다해 사랑해도 하느님 사랑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우리가 정의와 자비를 찾아도 완벽할 수 없다. 그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로 우리는 제도를 구성하고 보전해 왔다. 그 안에 묻은 인간의 약함이 때론 서로를 얼마나 아프게 하고 힘들게 했는지 우리는 잘 안다. 그러나 나는 가난한 틀조차도 축복해 주시는 주님의 신뢰에 힘입어 우리가 감히 성실함과 인내로써 여기까지 걸어왔노라고 말하고 싶다. 그 길에 이제는 새로운 교황님께서 함께 하신다. 함께 연대하고 일치하는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실천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명임을 강조하신다. 이제 다시 성실과 인내라는 덕으로 각자 재정비하여 새롭게 시작할 때다.
아우구스티노회 총장으로 전 회원을 돌보았던 교황님은 이미 말이 아닌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주는 분이셨다고 한다. 이제 전 세계는 그분이 어떤 마음을 품고 어떤 말을 하며 어떻게 자신을 드러내는지 주목할 것이다. 그분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냄으로써 교회가 전통적으로 보전해 온 신앙의 가치를 증명하길 요구받을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 존재를 통해 소통하고 연대하는 법을 보여주길 요구받을 것이다. 변두리에서 길을 잃은 한 마리의 양을 찾기 위해 떠나는 목자. 그리고 하나하나 목소리를 부르고 살펴주며 평화로이 양 떼를 이끌어가는 목자. 한편으로는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인간의 나약함을 숨기지 않고 온 생애를 다 바쳐 모든 이의 종이 되어주는 목자. 우리가 지내온 교회의 역사 즉, 인간성과 신성의 귀한 만남의 순간들이 그분을 통해 흘러갈 것이다. 새 교황님의 어깨에 둘러진 팔리움이 너무 무겁지 않길 바란다. 그분이 인간적으로 직면해야 하는 두려움과 떨림이 그분을 너무 많이 흔들지 않길 바란다.
광장과 거리를 가득 채운 신자들과 함께 주님의 몸을 받아 모시고 기도했다. 주님의 한 몸을 받아 모신 우리는 모두 하나였다. 같은 색깔을 강요하지 않되 각자의 색으로 존재할 수 있는 교회 안에서 우리 모두는 하나였다. 그리고 하나의 마음으로 우리는 다 같이 새로운 베드로의 후계자, 우리의 사랑스러운 목자인 레오 14세 교황님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기도했다. 교황님이 어떤 인생을 살아오셨든지 그분의 모든 경험과 이해에 대한 성찰이 이 소임을 통해 빛을 발할 수 있기를. 인간이 자신이 하느님께 받은 모든 것을 그분에게 다 돌려드리며 하느님의 뜻과 일치하여 자신을 완전히 초월하고 또 실현시킬 때 빛나는 아름다움이 교황님께 주어지길 청하였다. 그 풍성한 아름다움을 우리 모두와 함께 나누는 그분의 여정이 기쁨으로 가득하길 빌었다. 그 책임감이 얼마나 막중하겠는가. 그러나 나는 교황님께서 행복하시길 바란다. 자신에게 맡겨진 양 하나하나를 알고 사랑하여 그들을 돌보는 이 일이 그분을 행복하게 하기를, 그래서 이 길의 끝에 꽉 찬 보람으로 마음껏 웃으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두 손 모은 그때에, 우리가 사랑했던 목자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벅찬 웃음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사랑하올 레오 교황님,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오늘이었겠죠.
그 감정들을 뛰어넘어 주님 앞에 얼마나 간절한 마음 모으려 애쓰셨겠어요.
종들의 종이 되어 당신의 양 떼를 돌보고 사랑하는 일에 지치지 않기를 청하셨나요?
고통 속에 있는 하느님 백성이 평화의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용기를 잃지 않기를 청하셨나요?
온전히 하느님께서 당신 존재를 차지하시어 사랑에 젖은 채로 평생 봉사의 소명을 다하게 해달라고 청하셨나요?
긴 하루에 모으셨을 당신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만 저는 그 마음을 지지합니다. 응원합니다.
당신께서 마음에 품은 크고 작은 지향들을 주님께서 축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축복으로 필요한 힘을 모두 받으시길 바랍니다.
이 길은 교황님 당신 혼자 가는 길이 아니니 저도 함께 나아갈게요.
교회가 세상에 보여줄 것 중에서 사랑보다 더 값진 가르침은 없다 하셨으니,
사랑을 이루기 위해 서로의 손을 잡는 일에 저도 제 힘을 보탤게요.
저의 빛깔이 다르다 하여 숨지 않고 다 드러내어 교회가 더 풍성해질 수 있도록 그렇게 저를 내어줄게요.
그렇게 저는 저의 자리에서 당신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제 몫을 다할 터이니,
부디 건강 잘 챙기시고요. 늘 행복한 여정을 통해 저희들의 목자로 오래오래 함께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늘 당신을 위해서 기도하기를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