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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두람이 Feb 11. 2022

기억에 남는 사진

매화



매화꽃 피어서 감사한 나날이다. 어제 내가 만난 오래된 매화나무, 오늘은 또 몇 송이의 꽃을 피워냈을까. 그 통증은 얼마나 길었을까. 어젯밤도 악몽(어금니 하나가 부러지는 꿈)을 꾸었으나 매화꽃  피었을 거라는 예감에 금세 밝아지는 내 얼굴,  꿈은 개꿈. 거울을 보는데 약간의 자신감이 생겼다.


아이들에게 전화를 해보려고 하다가 오늘도 꾹  참는다.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전화를 해봤다" 어머니께서  나에게 자주 하셨던 말이다. 요즘 아이들은 꼭 필요할 때만 전화를 한다. 무소식이 희소식, 이라는 문구가 당연한 것이다. 급하지 않으면 문자로 안부를 한다. 요즘 나도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서 사는 것 같다. 나의 행동도 시의 내용도 매우 건조해졌다. 딱딱한 나무껍질처럼 거칠어지는 말의 결이 안타깝다.



오늘 점심은 달래냉잇국을  끓일 참이다. 냉이와 달래를 다듬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 어머니들이 살아온 날들이 생각났다. 인내하지 않으면 그 어떤 일도 해낼 수 없었던 그 시대가.  아마도 지금 다듬고 있는 냉이와 달래도 분명 매화나무 아래서 자랐을 거야.  구례 어디쯤, 하동 어디쯤, 남해 어디쯤 횡성 어디쯤의 매화마을을 상상하면서 보글보글  맛있게 달래냉잇국을 끓일 준비.


보글보글 달래냉잇국이 끓는 동안 어제저녁 삶아널었던 행주를 개켰다. 뽀송뽀송하게 마른 하얀 행주가 참 예쁘게 보인다. 그리고 조금 상태가 좋지 않다고 30% 세일가로 사 온 딸기를 씻었다. 요즘 딸기는 너무 비싸다. 비싼 이유를 알고 있지만 그래도 너무  비싼 딸기, 조금 상한 것이 있었으나 맛은 다.


보글보글 끓어낸 봄국, 코끝으로 달려드는 향기가 기가 차다. 옆사람도 달래냉잇국을 맛있게 끓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또 기분이 좋아진다. 이것은 순전히 매화꽃의 힘이다. "누군가를 위하여  요리를 한다는 것도 행복한 일" 어제 만난 오래된  매화나무가 나에게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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