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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작가 Jan 29. 2024

[사잇글#1]예지몽

일관되게 꿈에서 받은 '검정색' 선물.

    어릴 때부터 꿈을 자주 꿨고, 그중에 예지몽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주변인들과 관련된 태몽이나 흉몽 등. 지인과 함께 보물이나 꽃, 동물 꿈을 꾸고 나면 그들 중에 임신 소식을 들을 수 있었고 성한 이가 빠지거나 흙탕의 큰 물 꿈을 꾼 이후에는 누군가 많이 아프다거나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났다.



[ 건강검진 1달 전, 아버지 기일 ]

    올해 아버지 기일은 마침 주말이라, 당기거나 하지 않고 본가에 내려갔다. 돌아가신 후 어릴 때 딱 한 번 꿈에 나타났던 아버지 꿈을 이번 기일 전날 밤에 꿨다. 낚시를 좋아했던 아버지였기 때문에 역시나 물과 고기와 함께였고 아버지 꿈이란 걸 직감했다. 바다 낚싯배에서 낚싯대를 잡고 있었고, 주변에 아저씨들도 여러 명 있었다. 꽤 물결이 일어 배 안쪽으로 바닷물이 튀어 휘청거리고 있었는데 옆으로 한 아저씨가 와선 큰 물고기를 한 마리를 던져주며 말을 건넸다.

    "너 아버지 바람난 것 같더라? 어떤 여자랑 어디 가면서 이거 너 주라고 하더라."

    그 아저씨가 건네준 물고기는 검고 큰 물고기였다. 검정 비늘로 덮여있고 콧구멍 양쪽에 수염이 있는 메기와 잉어를 합쳐놓은 듯한 흡사 민화에서 나올 법한 검정 색의 큰 물고기였다. 그 물고기의 눈을 바라보다가 잠에서 깼고 '이제 혼백도 우리를 영영 떠나려는 건가? 그래서 마지막 선물을 주신 건가?'라고 생각했다. 그땐!

가족들에게 꿈 얘기를 했더니 다 같이 이제 정말 가려 나보다 했다. 그땐!




[ 아버지 꿈 이후, 건강 검진 전 어느 날 ]

     아버지 꿈을 꾼 이후 다녔던 회사의 코파운더 중 한 분의 결혼식이 있어 참석을 했었는데 어느 날, 그분이 꿈에 나타났다.

    "식사 대접 때 못 오셨는데, 결혼식에도 와 주시고 해서 작은 감사 선물이에요."

    그분이 꿈에서 건넨 것은 잘 포장된 검정색 선물 상자였다! 선물인데 검은색이라... 잠깐 망설였지만, 몇 안 되는 8시 출근 멤버 중 한 분이라 다른 직원들보다 약간 더 친근하다고 생각돼서 일부러 나를 생각해 주신 점에 고마워하며 검게 포장된 선물을 받았다. '감사 선물'이라 여기며. 그땐!






    두 꿈 모두 내게 준 선물이었지만, 검정색이었다. 어른들께 검정색의 뭔가를 받는 것은 흉몽이라 들어서 받고도 받으면서도 아이러니했다. 선물이라는 좋은 취지로 준 건데 검정색이란 말이지...

    수술에서 상피내암이라고 진단되고 나서 '검정인 이유가 이거였구나!'하고 흉한 예지몽이었단 걸 깨달았다.  수술 전, 조직 검사에선 비정형 유관 증식으로 제거만 하면 될 거라고... 최악의 경우 정말정말 혹여나 0기일 수도 있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을 때도 초긍정 모드로 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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