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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고 Apr 15. 2024

서문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일종의 반성문이다. 지난 나의 청춘과 나를 거쳐간 사람들을 향한 회한이다. 어디부터 시작하면 좋을지는 잘 모르겠다.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얹고서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상념들을 잠재우는 데 수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고 싶은 말을 차근차근 정리하려고 처음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날짜별로 구분하여 써 보기로 했다. 방대한 분량에 스스로 질려버려 조금은 정제할 필요를 느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그곳에서의 시간도 그렇지만 이 글을 쓰고 알리기로 마음먹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가 기록해 왔던 것들이 어떤 식으로든 진실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 나는 그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인생을 걸기로 다짐한 뒤 청춘을 바쳤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곳에서 삶을 허비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내가 그곳에서 보낸 시간은 20년이 훌쩍 넘는다. 그 안에서 내가 겪었던 일을 몇 마디로 함축시켜 말하기 어렵다. 내가 그곳에서 기뻤고, 소망을 가졌고, 고뇌했으며, 수치스러웠고, 절망했으며, 저주하고, 이제는 초연해지는 순간을 모두 말하고자 한다.

처음에 이 글을 쓸 때만 해도 나는 믿음을 붙잡고자 신앙을 돌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차가워진 머리로 뜨거웠던 지난 나를 돌아보자 금세 알게 되었다. 나는 나를 속이는 데 열정을 다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래는 내가 서문으로 쓰고자 남겨두었던 글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다.


이 글을 처음 쓰는 시점은 2022년 11월이다. 이후의 이야기는 괜찮겠지만 지난 이야기는 사실에 얼마나 가까울지 모르겠다. 기록은 현재를 사는 내가 어느 한 지점이 떠오르면 필사적으로 사실에 가깝게 생각해 내어 썼다. 가능하다면 그 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물어 사실을 확인했다. 과거의 일은 어디까지나 기억에 의존한 것이지만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 노트를 확인하며 써 내려간다(가끔씩 스스로 부끄러워 메모해 놓은 노트를 찢어 없애기도 했다, 안타깝다).
표류(가제)는 내가 신천지에서 겪은 이야기다. 2022년 11월, 나의 믿음은 전과 같지 않다. 이전이 맹목적 믿음에 가까웠다면(맹신을 혐오하지만 그렇다고 당시의 믿음이 맹신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다) 현재는 잘 모르겠다. 의심했다가 해소하기를 반복했으나 실은 믿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이 작용했다. 처음에 신천지 교리를 받아들였을 때 나는 감동했다. 그 기억이(어쩌면 기분이) 나를 스스로 수정하게 하는지도 몰랐다. 그러니 나는 스스로 맹신으로 이끌고, 맹종으로 일하려고 애를 썼다.
나는 성경의 예언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하나님과 예수님, 그리고 계시록의 이긴자가 역사하기를(했기를) 바란다. 이 책이 완성되었을 때, 서문에서 이 내용이 삭제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나는 지난 시간의 내가 부끄럽지만 더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서둘러 이 글을 어느 곳에라도 남기려고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인간의 삶은 제한적이다. 이를 벗어난 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백세를 전후로 인간은 죽는다. 한 세기를 거의 살아낸 그는 이제 곧 죽을 것이다. 지난 기록들은 그대로 두고 이를 참고해 현재의 내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곳에서 벗어나 새 삶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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