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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고 May 06. 2024

나의 택함을 입은 자인고로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느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을 때 신천지 신도로서의 삶은 치욕스러웠다. 신천지에 여전히 마음을 두고 있는 자들은 신천지의 처지를 향한 안타까움으로, 신천지에서 마음이 떠난 자들은 이런 곳에 몸을 담았다는 데서 오는 수치심 때문이었다. 대구 다대오 지파의 31번 확진자는 슈퍼전파자가 되어 연일 뉴스와 신문기사에 오르내렸다. 신천지 총회와 전국의 지파는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애를 썼다. 문제로 거론되었던 예배 장소와 교육관, 그리고 모임장소는 거의 대부분 폐쇄되었다.

그 무렵 후배 중의 하나는 모 지파장의 비서 격(직책이 따로 부여된 것이 아니지만  젊은 청춘이 그런 식으로 이용되고 버려지는 일이 많았다)으로 일하고 있었다. 지파장은 칩거한 상태로 후배에게 정부와 공기관과의 대응을 떠넘겼다. 자신이 직접 대응할 경우 꼬리를 잡힐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몇 번의 세무조사를 치르는 동안 지파장은 얼굴을 거의 비치지 않았다. 중요 참고 조사를 제외하고는 어느 곳에 기거하고 있는지 조차 아무도 몰랐다. 후배는 이십 대 후반의 나이에 혈혈단신으로 제출해야 할 서류를 수습하고 세무 조사에 응했다. 신천지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생겼을 때 총회의 처신을 두고 울분이 터진 적이 많았다. 거의 항상 같은 식의 전개가 벌어졌다. 문제는 대개 고위층 사명자들에게서 나타났고 이들에게는 가진 것을 잃지 않으려는 수작들과 책임을 떠넘기려는 야비함이 폭발했다.

후배는 이따금 내게 연락해 푸념을 늘어놓고는 했는데 대체로 지파장을 향한 서운함이나 현실에 대한 답답함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에 나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입장이었던 터라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듣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게 전부였다. 그리고 이전부터 느껴왔던 환멸에 대해 다시금 곱씹어보고 있었다. 나는 총회의 무능함과 총회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만 애를 쓰는 지파장과 교회담임들의 아둔함과 비열함에 늘 속앓이를 했다. 후배는 그런 내 마음을 알기에 자신의 말로 지파장에 대한 나의 평가가 더 박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끝끝내 비열한 지파장의 행적에 자신의 마음을 지키려는 노력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방역법 위반에 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당시의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처참하기 그지없다. 코로나19의 전염단계는 신천지의 예배 문화에 치명적이었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가급적 많은 인원을 수용했고, 신도들은 바닥에 앉아 무릎을 꿇거나 가부좌를 틀었다. 본예배에 들어가기 전에 30분 간 수천 명이 동시에 찬송가를 불렀고, 예배 중에는 사회자나 설교자의 연설에 문장마다 크게 아멘으로 대답하고, 기도를 할 때는 바닥에 손바닥을 대었다. 그리고 예배가 끝나면 소규모 모임을 가지면서 담소와 간식을 먹는 문화도 있었다. 사람들의 침이 사방으로 튀었고 바닥에 손을 대고 음식을 먹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코로나19의 공포가 한창일 때 신천지의 예배 장면을 보았다면 누구나 혐오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신천지는 이런 세상의 혐오감을 핍박으로 여기고 마태복음 5장 10-12절을 인용해 자위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자신들을 카파도키아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빗대어 그 순간을 거룩하게 승화시켰다.

신천지를 향한 세상의 손가락질은 계속되었고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때 총회장과 대책위원 정도로 보였던 총회 중진 몇몇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공중파 뉴스를 통해 국민들은 총회장의 세상을 향한 두 번의 절을 목도하게 되었다. 나는 그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탄식이 터지는 것을 참지 못했다.

내가 지켜본 총회장은 사회성이 많이 떨어졌다. 그는 자신이 구축한 세계에서만 살아가는 고령의 노인일 뿐이었다. 시대착오적인 생각이 늘 자리하고 있고, 조언을 싫어해 충신과 간신을 가려내는 능력을 가지지 못했다. 과거에는 그의 태도를 보면서 그저 '옛날 사람이고 하나님의 일만 하느라 너무 순수한'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대체로 총회장의 측근들이 만들어낸 프레임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신격화에 가까운 찬양으로 변모한 것이었다. 고위층 사명자들은 총회장을 향한 찬양을 얼마나 잘하느냐로 명운이 갈리고는 했다.

내게 이 시기는 인생의 변곡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한 때다. 실낱같이 남아있던 신천지를 향한 믿음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당시 총회장과 총회장 옆에 끝까지 남아서 뒤치다꺼리를 했던 자들의 행적을 통해 포장지가 벗겨지기 시작했다.

신천지와 코로나19가 연결되면 정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세간에서 알고 있는 내용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한다. 조금 개략해서 미리 말하자면 세상은 신천지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


신천지와 정계의 연결은 한참 전의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모당의 다선 국회의원이 신천지로 입교하게 되고 그로부터 정계 인사들과의 관계가 시작되었다. 2000년대 중반, 총회에서 전국 청년들에게 모당에 가입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것 때문에 지지하지도 않는 당에 당비를 몇 년이나 납부해야 했다. 그런 식의 인원 동원이 여러 번 있었고, 그 힘으로 신천지의 대형 행사를 치를 만한 종합운동장이나 세미나 장소 등을 대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전국 신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5-7만 명 정도 되는 수준으로는 많은 일을 할 수 없었다. 초반에는 그저 앞가림을 하기 위한 방편으로 정계 인사들을 이용했었다.

신천지에서는 세례요한의 죽음이 정치권에 개입하다가 개죽음당한 거라는 식으로 가르쳐 왔기 때문에 실제로 정계 인사에게 줄을 대려면 몇 번의 물타기를 필요로 했다. 총회에서 공식화하기보다는 필요를 느끼는 지역에서 힘을 모으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실제로 신천지 신도로 국회의원이나 시의원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신천지의 목표 중에 하나인 과천에 대형 성전을 건축하는 일은 좀처럼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그린벨트로 묶인 땅에 건물을 올리는 일이 과연 쉬운 일은 아니었다(그 덕에 여러 번에 걸쳐 전국에서 거둬들인 총회건축헌금이 어마어마하다). 그런 연고로 과천에 주소를 두고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국으로 퍼져가기 시작했다. 물론 공식적이지는 않았지만 전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대대적인 일이었다. 이 일로 실제 과천에 집을 마련한 타 지역 신도들이 꽤 많았다. 이 일도 벌써 수년 전의 일이었는데 얼마 전 실제로 시의원을 배출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발견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때에는 이쪽 당을, 어느 때에는 저쪽 당에 가입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신천지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들이댔다. 당적은 양쪽에 둘 수 없기 때문에 탈당과 입당을 반복해야 했다. 특히 큰 행사를 치러야 할 때마다 어느 어느 당에 가입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힘이 있는 국회의원에게 손을 대기 위해 일정 수의 당원 가입을 약속하고 대관을 약속받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신천지 교세가 급격하게 불어나자 이를 이용해 마치 캐스팅보트라도 된 것처럼 굴기 시작한 것이다.


신천지는 코로나19 초창기에는 시빗거리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로 쥐 죽은 듯이 지내다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금씩 잊힐 때쯤 몸을 풀기 시작했다. 팬데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뒤 완전히 교세가 기울었고, 상당수의 사명자들이 이탈하여 뿔뿔이 흩어진 신도들을 모을 구심점이 없어 헤매고 있었다. 그러는 중에 총회는 아직도 신천지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갖은 노력을 했다. 이전의 신천지가 보여왔던 고고한 모습과는 달리 다소 추잡스럽고 어지러운 모습이었다. 거짓으로 수를 불려 10만 명의 수료생을 만들었다고 허위 홍보를 하고 건재하다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준 뒤, 대선에 관여하려고 했다. 공식적으로는 부인하지만 신천지 신도들의 상당수가 이 당시에 모당의 후보를 지지하라고 권유받았다. 신천지 안에서도 믿음의 크기가 다 다르기 때문에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를 했을 때 거부감을 나타내는 일이 많았다(세례요한의 말로에 대해 그렇게 배웠으니 당연히 이상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식적이지 않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다. 신천지가 택한 방식은 충성도가 높은 사람들을 타깃으로 설득의 설득을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세간에 알려진 신천지 신도의 숫자는 30만 명 내외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로 완전히 교세가 기울어졌고, 기존에 이성적 판단을 가지고 신천지를 택했던 수많은 무리가 이탈했다. 그러니 30만 명은 부풀린 숫자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신천지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신도 숫자가 절반 이상이었다. 코로나19 막바지에 시행했던 대면 예배 출석률은 30-4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그 와중에도 총회장에게는 90% 이상이라고 거짓 보고를 했다). 많이 잡아 봐야 10만 명이고, 활동력이 있는 신도는 5-8만 명 정도로 예측한다. 대체 무슨 이유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신천지에서 이탈하게 된 것일까.


먼저 코로나19 팬데믹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총회장과 이하 총회 몇 명의 중진들이 옥살이를 하게 되었다. 그 후로 신천지의 주요 행사는 법정싸움에 치중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법적 승리를 위한 기도를 해 달라는 공지가 내려왔다. 이어 법무비 후원과 혹여 문제를 만들지 말라는 경고성의 메시지도 함께였다. 그 과정에서 신도들은 거의 방치되었다.

신천지 교세 확장에 가장 주요했던 것은 반복적인 교리 교육과 전도의 생활화였다. 신천지의 전도는 사람을 교육기관으로 데려가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는 자기 세뇌가 이루어지게 되고 행동의 정당성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끊어지자 사람들이 느꼈을 자유의 쾌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달콤했으리라.

전일활동자의 경우 적은 돈이었지만 지파(교회)에서 지원해 주던 숙소와 교통비로 생활했다. 그러나 모든 기관을 폐쇄해 버리니 이들이 오갈 데가 없게 되었다. 교육, 그러니까 세뇌의 축이었던 전일활동자들이 경제활동을 위해 빠져나가는 순간 신천지가 오랜 시간 쌓아둔 탑이 와르르 무너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총회장은 코로나19 사태를 성경적으로 설명해야만 했다. 하나님의 역사가 이루어졌고, 이루어져 가는 신천지가 몰락하는 모습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고, 눈에 보이는 현상을 토대로 보았을 때 가장 적절했던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면 답은 나오게 마련이다. 총회장은 코로나19를 계 7장 14절의 큰 환난으로 규정시켜 버렸다. 그렇다면 이제 무슨 일이 벌어져야 하느냐, 셀 수 없이 많은 흰 옷을 입은 자(흰 무리)들이 신천지로 몰려와야 한다. 10만 수료식은 그런 면에서 필요했을 수도 있다. 계시록 7장 14절의 큰 환난 이후에는 '흰 무리'가 몰려오게 되고 신천지 신도들이 오랜 시간 기다려왔던 계시록 완성의 종국에 이르는 것이다. 총회장의 발언은 계시록의 모든 예언이 이루어졌다는 말과 거의 다름이 없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신천지의 처지는 너무도 볼품없고 형편없었다. 신도들의 문의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이 말을 취소하는 일이 벌어진다. 분명히 설교 중에 했던 말이었는데 신천지 공식 채널에서는 설교 파일이 편집되어 있었고, 관련 문건들도 모두 사라진 뒤였다. 물론 이미 아카이빙 된 자료가 인터넷에 넘쳐 난다.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신천지가 눈앞에서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계시록의 예언이 이루어졌다더니 다시 철회하는 어설픈 하나님의 목자를 보았다. 세뇌가 풀어지는 순간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활동해 오던 반신천지 교육 기관들의 자료들을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서 접하게 되었다. 그동안 신천지에서 조작해 왔던 계시록의 실상과 총회장의 불륜, 고위층 사명자의 횡령 등의 사건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이다. 신천지에서는 미디어금식이라고 하면서 신도들에게 인터넷의 자료를 보지 못하게 한다. 신명기 32장 33절 그들의 포도주는 뱀의 독이요 독사의 악독이라, 하나님의 역사를 대적하는 자들이 만든 거짓말로 치부해 인터넷의 자료를 보는 것이 독사의 악독을 먹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자기 세뇌에 둔감해진 신도들은 그 틈에서 신천지의 통제에서 벗어나 하나둘씩 눈을 뜨게 된 것이다(이때 굵직굵직한 이름의 강사들도 이탈했다).

몰락의 길은 심화되었으나 총회에서는 다른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2인자 노릇을 하고 있던 당시 총회 총무는 자신의 이권을 위한 세력 구축에 몰두하고 있었다. 총회장에게 올라가는 보고의 내용을 가로채 자신의 실익에 따라 입맛대로 결정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 와중에 신도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신천지에 당황하기에 이른다. 잦은 금전 거출(신천지는 보통 적당히를 지키는 편이었다), 잦은 인사이동, 잦은 징계 처분 등이 곳곳에서 일어나면서 신도들의 피로함은 늘어갔다. 그러던 중에 총회 총무의 불륜과 횡령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게 피어올랐다.

총회 총무에 의해 징계를 받아 제명 처리된 자들이 무리를 지어 총회에 진실을 알려달라는 시위를 시작했다. 기나긴 싸움이 이어졌고, 결국 2년이 넘어서야 총회 총무는 해임 후 제명 처리 되었다.


총회장의 불륜 상대였던 모원장은 비난과 비판의 연속에서도 꽤 오랜 시간 자리를 유지했다. 이는 그녀의 처세술이 좋았다고 보기보다는 총회장이 그녀에게 너무 빠져있었기 때문이라는 편이 더 정답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모원장의 발언을 들어보면 총회장이 계속 금전을 요구해왔었다고 한다. 본인은 깨끗한 척하지만 그동안 그녀가 전국적으로 착복해 온 정황이 너무 많기 때문에 가당치도 않은 소리다. 신도들은 총회장과 그녀의 해외 선교 과정을 지원했고, 그들이 선교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것들(선교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해 신도들의 교육 자료로 활용했다)을 보며 성경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었다.

모원장이 모종의 사건으로 제명되고 난 뒤 사건을 수습하는 데 공을 세운 자가 총회 총무로 임명되었다. 실권을 잡은 총회 총무는 신천지 안에서 벌어졌던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이때 각종 사유로 근신과 제명된 사명자들이 많았다(없는 죄도 만들어서 징계했다). 이 과정에서 총회와 열두 지파를 완전히 장악하게 되었다. 그 후로 총회 총무에게 줄을 댄 새로운 인사가 전국에서 등용됐다.

총회장은 총회 총무의 강권을 지지했다. 성경대로 만들었다는 신천지 총회와 열두 지파 조직에는 총회 총무의 위치는 없다. 그러나 총회 총무는 총회장의 대언자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2인자 노릇을 하는 것을 묵인한 것이다. 때마다 총회 총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면서 총회 총무의 강권에 반발하는 세력을 잠재웠다. 그러더니 어느 날 갑자기 총회 총무의 잘못을 고발하라는 공문을 내리고는 곧이어 제명시켜버렸다.

이렇게 총회장은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2인자에게 대신 짊어지게 하고 정도를 지키지 못할 때 숙청하는 일을 반복했다. 모원장과 총회 총무뿐만이 아니다. 신도들은 이를 두고 권세를 얻은 사람이 마음을 지키지 못해 사단이 틈탄 거라며 경계한다. 물론 이것도 교육(세뇌)되는 내용이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바로 전까지 2인자를 옹호하는 교육을 해왔던 사명자들이 교육 가이드를 다시 받아 2인자의 죄를 드러내는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성경을 기준대로 한다는 자들이 성경 곳곳에 있는 구절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사용해 신도들의 눈을 가리고 세뇌를 반복한다.

신천지는 40년의 시간을 지속해 왔다. 여러 번의 위기를 겪었고 그때마다 입장을 바꾸고 교묘하게 교리를 수정했다. 크고 작은 혼란이 벌어지고 수습되었다. 수습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수습하는 자는 총회장의 신임을 얻고 곧바로 2인자로 올라선다. 능력이 다해 뒤로 밀리는 경우나 욕심이 과해 총회장의 눈에 거스르는 사건을 벌인 뒤 징계되는 일의 반복이다. 신천지에는 완벽히 기복신앙을 바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성경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반복적인 교육으로 세뇌를 하기도 하지만 완벽한 통제를 하지 못하는 까닭에 신천지 교리의 허점을 발견해 내는 사람도 나왔다.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요한복음 3장의 구절을 들어 영이 달라진 존재로 치부하고 정죄했다. 그리고 설득이 되지 않으면 제명되었다. 영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제명된 사람들 중에는 고위층 사명자도 있었다. 보통은 신천지 내부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권력 싸움에서 밀려 다른 의견을 내다가 평소에 갖고 있던 의문점이 홧김에 입 밖으로 새어 나왔으리라. 혹은 신천지 교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로 권력을 쥐고 흔들었을 것이다.


신천지는 종교집단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목표 지향적이고 인애를 위한 행보가 없다. 이따금 행해지는 선행은 신천지 홍보를 위함이고 기획이 없는 순수한 선행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나님의 나라의 순결성을 주장하면서 신도들을 통제하는 이들이 누구보다도 더 정치적으로 권력 다툼에 앞장서고 있다. 세상과 하나 되지 않는 것이 자랑이라면서 세상과의 차별성이 없이 세상의 좋은 것들을 쫓는다. 만일 신천지가 진리를 추구하면서 완벽히 세상과 구별된 행보를 걸었다면 다른 결과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매우 순수한 마음으로 신천지에 투신했다. 세상이 발견하지 못한 진리를 신천지에서 깨달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신천지는 진리를 앞세워 속세의 필요를 은근하게 요구한다. 하나님의 나라가 오기 전까지 세상에서 버텨내야 한다는 말로 경제활동과 물질 추구의 당위성을 말하고 있다. 신도들은 현재의 고통과 막막함을 훗날에 올 구원과 복에 동일시한다. 그리고 마태복음 5장 10-12절의 내용으로 현재의 불행을 자위한다.

꽤 많은 사람들이 이상현상을 체험한 뒤 이탈했지만, 신천지 신도의 상당수는 여전히 그곳에 적을 두고서 혹시 모를 계시록의 완성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신천지의 행보에는 동참하지 않으면서 기복신앙을 하는 이유는 그동안 벌어졌던 많은 사건들에 총회장은 연루되어 있지 않다는 막연한 확신 때문이다.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목자를 두고 사욕을 채우려는 무리들이 신천지의 앞길을 막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신천지 총회와 열두 지파는 권력 다툼과 이권 싸움에 늘 치열하다. 이보다 더 정치적일 수가 없다. 신천지는 성경이 이루어졌다고 하면서 사람을 끌어모았을 뿐, 성경을 이루어가고 있지 않다. 세상과 다른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간다고 하면서 가장 세상적이고 물욕적인 행태를 보인다. 다른 사이비들처럼 극단적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 드러나지 않을 뿐, 그 안에서의 악행은 반복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적당하게 나쁜 놈은 진짜 나쁜 놈들 앞에서 착해 보인다. 신천지 신도들은 이런 적당함 속에서 자신들의 일이 하나님의 일이라고 여기면서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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