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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고 Jun 19. 2024

변심의 과정

도망기를 쓰려고 지난날의 일기를 살펴보았다. 최근 몇 년 간 내가 끝내 마음을 지켜보려고 애를 쓰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아직 신천지 신도를 성도라고 칭하고, 신천지의 총회장을 선생님이라 칭하는 모습에 속이 울렁거린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나를 돌아보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때마다 내가 쓴 기록들을 꺼내 보면서 도망기를 쓰고 있다.

내가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 가족들의 시선과 관심에서 나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자신은 없으나 나는 벗어나기 위해 끝내 노력했다는 것을 남기고 싶다.


(2022년부터 2023년 5월까지의 일기 중 일부를 첨부하려고 한다. 내용 중 일부는 공란처리한다. 혹시 모를 사실적시 명예훼손 고소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2022년 3월 9일

몇 달 전부터 조짐이 보였다.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은 선생님이 기거하는 가평 평화의 궁전에 쳐들어 갔고, 코로나 19 사태의 책임을 물었다. 서울권의 모든 지파는 세무조사를 피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선생님과 몇몇 총회 간부들은 구속되었다. 그러니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몰랐다. 공식적이지는 않아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뽑는 것은 신천지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식의 종용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국민의힘과는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는 것처럼 말했지만 영 없는 것 같지도 않았다. 서OO 장로 때부터 그쪽과의 연결고리는 이어져왔었다. 체전이나 절기예배 등 체육관 행사가 필요할 때마다 그쪽 도움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이 평화의 궁전을 쳐들어 갔다는 사실만으로 신천지인들에게 미움을 사는 것은 어쩔 수 없을 일이었다.

32만 표차로 국민의힘 대선후보 윤석열이 당선되었다. 언론에서는 신천지에서 배포한 자료의 신도수 32만 명을 인용해 국민의힘과 신천지의 커넥션을 조명했다.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신천지는 코로나19 이후로 약세하여 참여율이 극도도 떨어진 후였다. 32만 표를 움직일 만한 수준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의 설득과 부탁으로 나는 인생 처음으로 보수진영의 대선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2022년 3월 9일은 아마 평생을 들어 가장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날이 될 것이다.



2022년 5월 모일

신천지는 너무 변했다.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일들이 자행되고 있었다. 신앙심이 떨어진 성도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세상에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며 진행되는 전도의 현장은 참으로 씁쓸하다. 신천지 신학과정은 계시록의 실상을 증거 하기 위해 기저에 깔려있어야 할 수많은 정보들을 가르친다. 초등 교재는 배도, 멸망, 구원과 약속한 목자, 약속한 성전을 가르치기 위해 달려간다. 아담과 모세, 예수님,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말하고자 하는 개념을 어떻게 투영시켜 신앙을 해야 하는지 제시한다. 그러다 보면 계시록에서 말하고자 하는 이긴 자가, 그리고 요한 격 사명자가 총회장님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소 어렵게 다가오는 중등 교재는 성경 곳곳에서 짝을 맞춰 답을 찾아가다 보면 생기는 공백을 채우기 위해 주제를 선정하고 그 내용을 심도 있게 가르친다. 그러나 이 모든 내용은 기본적으로 성경과 하나님, 그리고 예수님을 믿어야 받아들일 수 있으며 성경의 약속, 그리고 계시록이 지금 이 순간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어야 받아들일 수 있다. 그 밑작업을 위해 신천지는 10여 년간 복음방으로 신앙심을 키우고 수강생이 공부하는 분위기를 익힐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코로나를 맞아 송두리째 무너져 있었다.



2022년 11월 20일

두 번째 10만 수료식이다. 많은 성도들이 1년 가까이 매달려 얻은 결과였다. 사명자들은 성도들을 몰아세웠고, 전도의 일을 하게 했다.


나 역시 한 명을 선교센터에 인도했다. 내가 직접 하지는 않았다. 실적이 없는 나를 안타까워하는 어머니가 내 이름으로 누군가를 인도했다. 나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선교센터에 인도하고 전도한 자가 되어있었다.


수료식이 임박해 오면서 사람들은 분주해졌다. 대면하면서 일할 때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신천지의 선교센터 수료식은 10개월 남짓의 기간 동안 하루 2시간씩 성경 수업을 듣고 모든 과정을 마친 것을 축하하는 자리다. 코로나19 이후로는 전면 비대면 교육으로 전환되었고, 때문에 20년 가까이 쌓아온 대면 교육의 경험이 무용해졌다. 줌이라는 화상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교육을 진행하게 되었다. 신천지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단체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영상 강의는 생각보다 어려운 듯했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채로 성경을 가르치는 화면 속 강사는 애처로웠다. 수강생도 이전과 달라져있었다. 정확한 목표의식과 간절함이 동반된 공시생과 수험생의 열정이 그들에게는 보이질 않았다. 이따금 이전 수강생의 모습으로 영상 수업에 임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그 수는 적었다. 대체로 수업 태도는 좋지 않았다. 따라서 수료식은 꽤 어렵게 준비되었다.


그러던 중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큰 사고가 벌어졌다. 300여 명의 젊은이가 허망하게 생을 잃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대부분은 그들의 죽음에 망연해졌다.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고, 앞다퉈 안전과 치안의 중요성을 외쳤다. 수료식이 한 달 남짓 남았는데 그다지 좋은 상황이라 할 수 없었다.


수료식이 두 주 앞으로 다가왔을 때 보안을 지켜야 한다며 구두 전파된(통신상으로) 내용이 있었다. 장소는 대구스타디움, 날짜는 11월 20일, 수료생 참석자와 일반성도 참석자 구분됨. 특별한 사유가 없을 시 수료복을 입고 수료생 자리에 앉아 행사에 참석할 것. 지역 부장의 공지 전달에 순간 나는 아득해졌다.

요한복음 1장 1절에서는 말씀을 곧 하나님이라 말한다. 인격신의 대한 개념을 어려워했던 내가 신앙을 시작하게 된 이유였다. 있으라 하매 있게 되는 놀라운 기적은 하나님을 말씀 그 자체, 진리 그 자체로 보면 해결될 일이었다. 하나님이 곧 선, 마귀가 악, 영은 육을 들어 역사하고 말을 들어 영을 분별한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신학과정 성경개론 첫 번째, 선악구분 과목에서 말했다. 그것이 별계의 것으로만 느껴졌던 성경을 믿게 된 이유였다.

모든 성도는 성경을 가르칠 수 있는 기본적인 기술을 익혔다. 성경을 해석하는 방법, 말하는 기술, 판서, 상담법 등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배웠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에게 복음방 교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좀 더 특출 난 사람은 선별해 교관으로 세우고 복음방 교사를 관리하게 했다. 모두가 자신이 성경을 가르칠 수 있게 된 것에 감탄했고 그로 감사했다. 나 역시 그러했다.

그러나 내가 돌아왔을 때 전도의 모습은 일단 한 번 들어봐, 한 달만 들어보고 아니면 말아, 따위의 얕은 각오를 수강생에게 심고 성경 공부를 하게 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가 되어있었다. 복음방 교사의 역할은 축소되고 성경을 가르치는 것에서 멀어진 성도들은 자신의 행위에 당위성을 얻지 못하기에 이르렀고, 자신의 전도 행위에 다소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어중간한 각오로 신학과정을 듣게 된 수많은 사람들은 중도에 포기했고, 수료식을 앞둔 우리는 포기한 그들을 탈락시키지 않았다. 수강생이 탈락되는 이유는 이밖에도 수도 없이 많겠지만, 이유는 차치하고 그 현상만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수강생의 엉망진창인 수업 태도를 목도했을 교역자들의 자괴감도 꽤 상당했다. 전 보다 두 배, 새 배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벌어진 현상과 타협해 교육 수준을 낮춰버린 교역자들도 있었다. 전도 실적을 채우려는 수많은 성도들은 어설픈 수강생을 선교센터에 밀어 넣었다. 우리는 그렇게 유령 같은 수강생을 수료시키려고 했고 수료생이 있어야 할 자리를 성도들이 채워야 했다.


솔직하게 말해 이런 상황이 스스로 부끄러워 참석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이 아닌 것을 하고 싶지는 않아 나는 일반 성도석에 앉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난 뒤 알게 되었다. 보조 경기장에 마련된 일반 성도석에는 자문회나 자모들,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간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성도들은 수료복을 입고 수료생 자리에 앉게 된다는 말과 같았다.

안내 스탭은 전날 새벽에 출발해 오전 6시경 행사장에 도착했고, 맡은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수료생은 7시부터 9시까지 입장했다. 전국에서 올라오는 버스가 주변 도로를 혼잡하게 할 것을 고려해 넉넉한 시간에 인원들을 분산 시키려는 것이었다. 대략 6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게이트를 통과하는 수료생들의 손에 손소독제가 뿌려졌다. 수료생들은 모두 밝은 얼굴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미 기존 성도들이 수료복을 입은 것이니 모두 이런 행사에 익숙한 듯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큰 행사에 들뜬 모습이었다.


대적자, 그러니까 신천지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일찌감치 모여 자신들의 일을 하려고 했다. 이미 협의되어 역할을 부여받은 대구 경찰과 소방관들은 행사가 안전하게 진행되도록 도와주었다. 고성방가나 패악질을 하려는 대적자들은 미리 부여받은 비표가 없어 행사장에 접근 조차 할 수 없었다.


이틀이 지난 시점, 신문 기사 하나가 났다. 신천지 행사 후 돌아가는 과정에서 버스 4대와 승용차 1대가 추돌사고가 났다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달고 있었다. 초조해졌다. 무슨 문제라도 생겼을까.

버스기사 1명이 죽었고, 20여 명의 신천지 성도들이 부상을 당했다는 기사였다. 사고의 원인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전에도 악의적인 기사로 곤욕을 치렀던 신천지인의 입장에서 걱정이 앞섰다. 하루가 지난 뒤 동생에게 연락을 받았다. OO지파의 친구에게 전해 들었다며 사고 소식을 전했다. 20여 명 다친 성도들은 OO지파의 청년회원들이었으며 죽은 버스기사는 심장마비가 사인이었다고 했다. 졸음운전을 한 어떤 승용차를 피하다가 일어난 사고였으며 그로 인해 심장마비가 왔다고 했다. 고인에게 명복을 빈다.


11월 20일 10만 수료식의 의미를 찾기 위해 나는 며칠간 숙고했다. 거짓으로 앉힌 수료생과 어떻게든 만방에 우리의 문화를 알려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나겠다는 의지 사이에서 나는 심히 갈등하고 고뇌하고 있다. 심란하다.



2023년 2월 9일

누구에게든 묻고 싶다. 답을 해줄 이가 있을까.


- 성경에서의 구원은 인류에 대한 것인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 대한 것인가, 온 우주에 대한 것인가.

- 지적 생명체가 아닌 이상 사상을 갖고 행실에 이를 담는 것은 어렵다. 만물이 고대한다는 데 만물의 범주는 어디까지이며, 모든 만물이 사고하는 것인가.

- 전도는 하나님의 사상으로 다시 나는 과정이라고 배웠다(요 3장). 사망에서 생명으로, 그러니까 바벨론에서 신천지로 나아가는 유월의 과정을 반드시 겪어야 한다. 그러니까 죽은 자 곧 사단의 사상을 가진 자가 산 자 하나님의 사상을 가진 자가 되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러나 신 38년 이후의 신천지의 전도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 우리는 출석만 하게 하는 기성 교단의 전도 방식을 비난했다. 우리가 그들과 다른 것은 무엇인가.

- 왜 세상의 정치 세력의 힘을 빌리려고 하는가. 세상 정사에 관여했던 세례 요한의 행실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증거 했다. 우리가 정치권에 힘을 빌리려는 것은 하나님의 능력을 믿지 않는 것은 아닌가. 어디까지가 하나님의 도우심이고, 어디까지가 사람이 하는 일인가.

- 총회, 지파, 교회의 중진이 되는 것을 자신의 업으로 삼으려는 자들이 많다.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지침과 교육을 받아왔다. 그러나 실제로 이로 처벌되는 자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 사람의 눈에 들고 사람의 마음으로 사람들이 등용되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일을 사람의 생각으로 하려는 자들을 본다. 이는 심판의 대상인가, 수많은 시행착오 중에 하나인가. 후자인 경우 이에 실족한 사람들이 많다. 실족한 자들에게만 잘못이 있는 것인가, 실족하게 한 자들에게도 심판이 있는가.



2023년 5월 31일

신천지를 비방하는 자들은 신천지인들을 맹도라고 치부한다. 영 틀리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니다. 사망으로 생명으로 넘어가는 영적인 유월을 겪은 자들은 자신이 맹도라고 치부된다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신학 과정은 맨 처음부터 선악구분에 대해 말한다. 하나님이 선이고 사단은 악이다. 그리고 요 3:31-34의 내용을 들어 하나님의 소속과 사단의 소속이 있음을 말하고, 하나님의 소속은 진리를 말하고 사단은 거짓을 말한다는 것을 가르친다. 영적인 유월은 사망 곧 사단의 세계에서 사단의 말을 듣고 살았던 자들이 자신의 소속을 알고 진리를 들어 하나님의 소속으로 나왔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어찌 맹도라 할 수 있는가, 진리를 깨달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비방하는 자들의 시선과는 다르게 신천지인들의 대다수는 맹도가 맞다. 습관이 되어버린 신앙생활의 모습이 이를 잘 나타낸다. '성경이 말하는 나'는 계시록에 약속된 추수되어 온 자들이니 이 얼마나 어깨가 으쓱해질 일인가.

시온선교센터에서 배웠던 신학 과정은 다소 어려웠지만 핵심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담당 전도사가 풀어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 단상에서 강사가 전하는 내용을 모두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이 없다. 모든 과정은 정해진 가이드 대로 차근차근 진행되어 결론에 도달한다. 그리고 이해의 정도는 시험을 쳐 확인한다. 다만 시험 문제는 문제와 답을 주고 외우게 한다. 암기력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어도 융통성을 발휘해 적정선에서 통과시킨다. 물론 공식적이지는 않다. 이런 형태의 시험은 입교 후에도 이어진다. 시험을 유독 좋아하는 선생님의 뜻에 따라 때마다 달라진 이름으로 성경 실력을 확인한다. 난해한 문제와 다소 주관적인 답이지만 강사들이 한차례 풀어보고 답을 내어 전 성도에게 뿌린다. 그리고 그걸 달달 외워 시험을 친다. 이 과정에서 거의 100점에 가까운 점수가 평균으로 나오고 선생님은 이를 홍보 자료로 사용한다. 우리 신천지 성도들은 시험을 치면 100점을 맞는다. 너희 목사들은 몇 점이나 맞을 수 있겠는가.

문제는 여기서 성도들은 자신이 마치 목사들을 말씀으로 이길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는 것이다. 내 경험상 성경 말씀을 들어 기성교회 목회자들과 토론이 가능한 사람은 전체의 20% 내외라고 본다. 이기고 지고의 문제는 일단 뒤로 놓고라도 말이다. 선교센터에서 근무하는 교역자들도 반절 이상은 앵무새처럼 외운 내용을 읊는 데 그친다.

그럼에도 은근한 우월감으로 기성 교인들을 깔보는 태도가 기저에 깔려있다. 그건 반복적으로 승리했다고 외치는 메시지가 머릿속을 넘어 온몸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천지인들은 은근한 우월감으로 이미 선민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역시 하나님의 소속, 곧 생명나무에 들어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진리에 거하고 있으니 자신은 제사장, 최소 흰무리는 될 거라고 생각한다. 막상 진리를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끼면서 말이다. 신천지는 반복적으로 사람들에게 인을 맞는다는 구실로 스피치 교육을 시킨다. 대사를 주고 대사를 외우게 하고 말하게 한다. 제대로 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이를 반복적으로 하는 이유는 아마도 성경대로 하고 있음을 행동으로 옮기게 해 일종의 만족감을 얻게 하려는 것이라 본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는 자는 전체의 20% 내외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인을 맞는다는 개념, 성경 말씀을 진리 그대로 도장 찍듯이 깨닫는다는 의미다. 애초에 너무 높은 기준에 모든 신천지인이 허덕인다. 필자가 신천지 신앙을 시작했던 십수 년 전에는 실상의 중요성을 외치며 인물의 이름까지도 가르쳤으나 여러 번의 명예훼손 소송을 겪고 실명을 가리고 가르치기 시작했다. 실상의 중요성은 강조하나 실상의 중요 요소들은 듬성듬성 빼놓고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다. 교육 체계가 명확하지 않고 사명자의 교체가 잦은 탓에 기술이나 교육 자료들은 공식적으로 전달되지 않고 사적으로 오고 갔다. 제대로 아는 사람이 누군지 소문을 듣고 찾아가야 조금은 깊은 내용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공식적인 내용이라 할 수는 없었다. 계시 말씀이 완전히 열렸다는 것치고는 다소 폐쇄적이라 할 수 있었다. 주어진 정보 이외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다.

언젠가부터 일부만 열어두고 일부만 가르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늘의 조직을 들먹이면서 상하 체계 아래 상명하복을 외치면서 한정된 정보로 통제하려 든다. 신앙을 활용한 전체주의가 따로 없다.



2023년 6월 9일

더 이상, 선생님이라든지 총회장님이라든지 하는 존칭은 사용하지 않겠다. 한두 달 신천지에서 공개하지 않았던(열람을 금지했던) 비방 자료들을 열람했다. 김OO와 내연 관계였음을 증명하는 수많은 자료들이 있었다. 이OO는 김OO를 '여보'라고 불렀다. 일전에 보았던 사진 자료들은 사실 영상이었다. 김OO가 이OO의 엉덩이를 치는 장면은 몸이 불편한 사람을 부축한다고 할 수는 없었다. 통, 통, 통, 연인 사이에서 하는 장난처럼 김OO는 계단을 오르는 이OO의 엉덩이를 쳤다. 둘은 결혼한 사이나 마찬가지였다. 전 베드로 지파장 지OO은 김OO에게 전화를 걸어 '사모님'이라고 불렀다.


신천지가 자랑하던 실상이 사실 짜 맞추기식 억지라는 것을 납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오랜 기간 학습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배도자라 말한 장막성전과 멸망자라 말한 청기지교육원,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인물들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일곱 머리라 불렸던 일곱 명의 사람들은 실제로 장막성전에 없었고 일곱 대접이라 불리던 김OO은 자신을 왜 일곱 대접이라 하는지 궁금해했다. 일곱 대접이 했다는 일을 자신은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백OO과의 관계나 백OO의 재OO 교회에 속해있던 인물들로 실상의 인물을 꾸린 거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일곱 머리의 실상이라는 김OO 목사는 실제로 멸망의 기간 중에 사망하는 일이 생겼다. 그리고 열 뿔이라고 칭하는 라OO과 김OO는 신천기 3년 초막절 예배 영상에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밖에 초창기 영상에서 라OO과 김OO는 계속 등장한다. 그럼 결국 나이가 지긋한 두 사람이 사망한 뒤 90년대 이후에 교리에 맞춰 인물로 밀어 넣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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