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45분 아침 달팽이와 러닝

by 아름드리

나이가 들수록 밤잠이 얕아지고, 자주 깨고 다시 잠드는 일이 잦아졌다. 시간은 조용히 새벽으로 기울었다. 02:40분 시계를 보았다. 다시 눈을 감지만 잠은 깊이 들지 않고, 생각만 둥둥 떠다녔다. 05:22분 시계를 보고는, 더는 이불 속에서 뒤척이지 않기로 했다.

조용한 단지를 걸으며 새벽 공기를 마셔보기로 했다. 러닝화를 신고 나선 길, 먼저 깨어난 사람들이 있었다.

강아지와 산책 중인 할머니, 서로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쿵쿵, 어색한 내 발소리.

아직 잠에서 덜 깬 몸이 바닥을 두드렸다. 하지만 땀이 나기도 전인데, 마음은 벌써 성취감으로 차올랐다. 바람은 축축했고, 길 위엔 어제 내린 비의 흔적이 투명한 물웅덩이로 남아 있었다.


그때, 내 발 앞에 작은 생명 하나가 꿈틀거렸다.
달팽이
뜨끈한 아스팔트 위로 천천히 몸을 밀고 있었다. 곧 햇살이 퍼질 텐데, 그대로 두면 위험해 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손바닥을 펴 흙이 젖은 그늘 아래로 달팽이를 옮겨주었다. 그 작은 더듬이가

“고맙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작은 더듬이를 움직이며 인사하는 듯한 그 모습에, 나는 한참을 멈춰 서서 달팽이를 바라보았다. 이상하게도, 그 후로 달팽이만 눈에 들어왔다. 흙 위, 풀 위, 길 옆 가장자리마다 달팽이들의 동창회가 열리고 있었다.


러닝을 멈추고, 구조 작업을 이어갔다. 움직이는 속도는 느리지만 달팽이의 삶도 바쁘고 분주해보였다.

나이 들수록 이토록 작은 생명 하나에도 마음이 쓰인다. 러닝이라는 이름으로 새벽을 뛰었지만
오늘은 ‘작은 달팽이들을 만나러’ 나간 듯했다.


달팽이를 따라 걷는 새벽,나는 잊고 있던 삶의 속도를 되찾았다. 누군가를 살피는 마음, 스쳐가는 작은 생명에도 멈춰 서는 마음. 어쩌면 나이듦은 그런 마음을 더 자주 꺼내 쓰는 일인지도 모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시 기록을 시작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