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차량운행 안 해보면 몰라

진짜 최악이야

by 아름드리

장마 시작을 알리는 아침 일기예보를 보면서 긴 한숨이 나왔다. 이번주 차량운행 당번인 나는 장화도 신고 우비랑 수건 2장을 큰 가방에 넣고 씩씩하게 대문을 나섰다. 비만 와도 싫은데 바람까지 불다니 오늘 최악이겠구나 싶었다. 어린이집에 도착하자 선생님들이 내 가방을 보며 크게 웃었다


"선생님 전쟁 나가는 사람 같아. 뭘 그렇게 많이 가져와요. 우비 입고 차량운행하면 타고 내릴 때 차 시트 다 젖어요"


"아하! 그 생각은 못했네요. 오늘 살아서 돌아오겠습니다"


나는 수건 한 장과 핸드타월 여분과 우산을 들고 차량에 올랐다. 첫 번째 차량운행 친구인 정우는 작은 우산을 쓰고 있었다. 차량문이 열리고 인사를 했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정우야 반가워요. 신나게 어린이집 가요"


"싫어. 물놀이 더 할 거야"


정우는 장화로 물장구치는 게 재미있었던 것 같다. 정우엄마와 정우는 우산을 쓰고 있었지만 나는 다시 차량에 타야 돼서 우산을 쓰지 않고 비를 맞고 있었다.


"정우야 연희 누나가 기다리고 있어. 선생님이랑 어린이집 가서 물장구 놀이 우산 쓰고 친구들이랑 하면 더 재미있을 거야"


"정말요?"


정우는 우산을 접고 차량에 올랐다. 한 명밖에 태우지 못했는데 벌써 내 옷이 다 젖고 말았다. 연희의 집 앞에 내리자 연희 엄마는 말했다.


"비 오는데 늦으시면 어떻게 해요. 시간 맞춰주세요"


"어머니 죄송합니다. 비가 와서 조금 늦었어요. 다음부터는 시간 맞춰서 올게요"


연희를 태우면서 우산을 접어 앞자리에 놓아주었다. 연희 우산을 접으면서 얼굴에 비가 묻어 핸드타월로 닦아주었다. 세 번째 친구는 성준이였다. 할머니가 비를 맞으며 기다릴 수 없어서 성준이네 집까지 데리러 가야 했다. 차량에서 내려 성준이의 집으로 가서 현관을 두드렸다.


"할머니 성준이 데리러 왔어요"


"슨생님 비 홀딱 맞았네. 딱해라. 비가 오면 다리가 더 쑤시고 아파서 나갈 수가 없어요. 여기까지 오게 해서 미안해요"


"괜찮아요. 할머니 성준이 데리고 얼른 갈게요. 다음 친구가 기다려서요"


"고마워요"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성준이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차량에 탔다. 차 안에서는 친구들이 차에 흘러내리는 빗방울 보며 손가락으로 물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동요를 부르기도 했다. 비는 내리지만 매일이 소풍 가는 기분이었다. 어린이집에 차량이 도착하자 선생님들이 우산으로 무지개 지붕을 만들어주었다. 아이들은 웃으며 반갑게 맞이해 주는 선생님들을 보며 기분 좋아 보였다. 젖은 옷을 갈아입으며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늦고 싶어서 늦은 게 아닌데 왜 나한테 화를 낼까? 나는 왜 죄송합니다를 달고 살아야 할까? 비는 내가 다 맞았는데.'


터벅터벅 교실을 걸어가는데 내 손을 연희가 꼭 잡아주었다.


"선생님 머리 다 젖었어요. 교실 가서 연희네 미용실 놀이할 건데. 놀러 오세요. 머리 이쁘게 해 드릴게요"


"고마워요. 연희네 미용실 가서 공주처럼 변해야지"


"네. 제가 공주처럼 해드릴게요. 저녁에 왕자님 만나러 구두 신고 가세요"


"와우! 왕자님이 나 좋아할까? 연희가 솜씨가 좋으니까 정말 공주 될 거 같은데"


연희가 내 친구처럼 위로해 준 것 같았다. 공주로 만들어서 기분까지 우아해지는 마법이 연희에게 있는 것 같다.


` 진짜 공주처럼 변할 거야. 여보 나 백마 탄 왕자님 만나고 올게 히히 `


마음속으로 상상하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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