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손을 잡으며 머리를 푹 숙이고 등원하던 민희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눈물이 고여있었다. 민희 엄마도 화가 난 듯 사무적인 인사를 하며 민희를 등원시키고 회사로 향했다.
"민희야 아침에 속상했어? 선생님한테 말해줄 수 있겠니? 민희 눈에 눈물을 보니까 선생님 마음이 아파서 그래요"
"엄~마~가 흐흑 오늘 회사 안~간~다~고 흐흑 했는데 회사 간 데서 어린이집 안 간다고 내~가 흐흑 소리 질렀어요"
"토요일 민희 집에 있고 싶었는데 엄마가 회사 가서 슬펐구나. 엄마도 가기 싫었을 거야. 선생님이 안아줄게. 선생님이 오늘은 민희랑 진짜 재밌게 놀아줄게. 우리 엄마 조금만 이해해 주자. "
"네. 근데 선생님도 엄마 있어요? 선생님 엄마도 일했어요? 선생님도 엄마랑 놀고 싶은 적 있었어요?"
"선생님도 엄마 있지. 꼬불꼬불 파마머리한 할머니야. 선생님도 엄마랑 놀고 싶었는데 놀아본 적이 없네요. 엄마는 늘 일만 했거든"
민희에게 말하고는 엄마가 생각났다. 우리 엄마는 늘 시장 안 가게에만 있었다. 평생 돈 버는 일에 관심이 없던 아빠를 만나 엄마는 어리던 30대에 가장이 되어 세 딸과 시어머니 친정엄마를 책임져야 했다. 어릴 적 나는 가게에 가면 담배를 파는 곳에 앉아있곤 했다.
"솔담배 주세요"
"500원이요. 감사합니다"
솔담배를 사가던 손님들에게 엄마는 친절하게 인사했다.(솔담배 가격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엄마 바나나 먹고 싶어"
"바나나? 바나나 팔던 아저씨 죽었어"
"엄마는 매일 죽었데. 사주기 싫다고 하지. 만두 먹고 싶다고 하면 만두가게 아저씨 죽었다고 하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집에 가. "
엄마는 내 말에는 항상 짜증이 나있었고 사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 가게 주인이 죽었다고 극단적으로 말하며 더 이상을 말을 이어 나 기지 못하게 했다. 어린 나는 엄마의 손님으로 살고 싶었다. 그럼 나한테도 웃어주고 예쁘게 말해줄 거라고 어린 나는 생각했다.
20대부터 70대인 지금까지 가게에서 엄마는 일을 한다. 30대부터 엄마는 짧은 커트머리에 할머니 뽀글이 파마를 했다. 온통 장사만 생각하던 엄마는 자신을 꾸밀 시간보다 편리함을 선택했던 것 같다.
엄마는 한 달에 두 번 쉬었다. 1일과 15일 그날은 늘 집에서 옥수수 술빵을 만들어줬다. 우리는 옥수수 술빵을 안 좋아하는데 엄마는 참 좋아했다. 여름이면 오이, 고추, 가지를 심었다. 가게에서 집에 돌아오면 물을 흠뻑 주고는 무럭무럭 자라는 오이를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엄마는 한 달에 두 번 자신이 좋아하는 술빵을 만들어 먹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오이에 물을 주는 그 시간만큼은 많은 책임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엄마로도 며느리로도 딸로도 아내로도 엄마는 참 잘 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