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제자 아버지의 전화번호에 아직도 내가 있다니

감사합니다. 선생님으로 기억해 주신 마음을 잊지 않을게

by 아름드리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낯선 전화는 잘 받지 않던 내가 이 전화는 왠지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선생님 저 주영이 아빠예요. 애 엄마가 상담을 다녀왔는데 주영이가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다니 감사드리려고 전화드렸어요. 중학생이지만 적응하려면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감사드립니다."


"아버님. 안녕하세요. 저 주영이 어린이집 선생님이에요. 이사하셨어요. 우리 주영이가 중학교에 잘 다닌다고 하니까 너무 기분 좋네요. 건강하시죠?"


"어머. 제가 어린이집 선생님께 전화드렸어요? 주영이 담임선생님으로 저장되어 있어서 중학교 선생님인 줄 알았어요. 죄송해요. 주영이가 제일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어린이집 선생님이라고 며칠 전에 얘기하더라고요

3살 때부터 7살 때까지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이라 주영이가 많이 기억하는 것 같아요. 워낙 선생님이 주영이 예뻐해 주셨고요"


"저도 주영이 잊지 못하죠. 3살 때 정말 작아서 늘 안고 다녔던 것 같아요. 주영이한테 너무 고맙네요. 저를 아직도 기억해 준다니요. 주영이랑 어린이집 언제든 놀러 오세요. 주영이 소식을 들을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네. 선생님도 건강하세요"


중학생이 되어있을 주영이의 모습이 상상이 안 됐다. 작은 어린이집이다 보니 연령별로 한 반밖에 없어서 주영이를 5년 동안 담임을 했었다. 어린이집 엄마나 다름 없었다. 주영이 얼굴만 보아도 오늘은 기분이 안 좋은지 어디가 아픈지 다 알 수 있었다. 나를 아직도 기억해 주고 가끔 내 이야기를 한다는 주영이에게 고맙고 내 전화번호를 선생님으로 저장해 주신 주영이 아버지도 감사했다.


'주영아

선생님은 너와의 시간들을 모두 모두 기억한단다. 처음 어린이집에 정말 작고 작은 3살 주영이가 엄마와 헤어짐이 낯설어 울고 있을 때 선생님 등에 꼭 붙어서 어부바를 해달라고 했어. 선생님은 너를 업어주면서 동요를 불러주면 너는 잠이 들었단다. 정말 귀여웠지. 꿀벌 수영복을 입고 엉덩이에 벌침이 있어서 걸어 다닐 때마다 어찌나 귀엽던지 선생님이 귀여운 너의 볼에 뽀뽀를 많이 해서 볼이 빨개진 적도 있었어. 산책하다 넘어진 니 무릎에 조금 피가 나서 울었을 때 선생님도 속상해서 서로 껴안고 울었단다. 아직도 너와의 추억이 이렇게 생생한데 중학생이 되었다니 너무도 보고 싶구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 한번 너의 담임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 많이 너를 안아주고 사랑해 주고 아껴주고 싶어서. 위대하지도 예쁘지도 않은 나를 푸근한 사랑으로 기억해 주어서 고맙단다. 선생님이 이제 교복 입은 친구들을 보면 네 생각이 나. 그리고 늘 우리 주영이가 멋진 남자로 성장하기를 기도하고 있단다. 선생님은 주영이를 제자로 만나서 설레었고 행복했고 사랑했단다. '


마음으로 주영이에게 카톡을 보내고 있었다. 주영이가 영원히 읽지 않아서 1이라고 쓰여있겠지만 나는 괜찮다. 오늘 주영이의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는 반가운 전화를 받았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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