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왕따는 나다

그래도 괜찬다. 내 평생친구 카스가 있으니까

by 아름드리

원장님이 회의를 소집하는 날이면 교사들의 한숨이 나오기 시작한다.


"오늘 무슨 일로 회의하는 건지 주임선생님도 아세요?"


"아니요. 저도 잘 몰라요"


"회의하면 원장님이 잔소리 너무 많이 하셔서 회의 정말 싫어요"


모두들 원장님이 하는 회의를 싫어했다. 교사들이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자 원장님이 오셨다.


"물놀이를 하기로 했는데 포토존도 안 만들어져 있고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는 것 같아요"


"원장님 죄송합니다. 선생님들과 포토존을 고르고 있었어요. 오늘부터 준비하도록 할게요"


"주임선생님이 교사들하고 상의 먼저 하셔서 얼른 일을 진행해야 야근 안 하지 않을까요? 이런 거까지 원장이 일일이 체크할 수는 없잖아요. 오늘까지 행사 계획안 내고 가세요"


모두들 고개를 숙이며 "네"라고 대답했다. 원장님은 나가시면서 주임인 나를 부르셨다.


"주임선생님 믿고 있었는데 일이 이렇게 느리면 어떻게 해요. 쓰레기도 정리 안 해서 쌓여 있던데 알고 있었어요?"


"제가 지금 정리하려고 했어요. 원장님 걱정 마세요. 저희가 물놀이 알차게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원장님실에서 나와서 유희실로 들어가려 하자 교사들의 대화소리가 들렸다.


"물놀이 준비하면 되지. 왜 화를 내는 거야. 주임선생님도 일 많이 하고 있는데. 그래도 주임선생님 앞에서 조심하자. 원장님한테 말할 수도 있잖아"


"맞아 맞아"


내가 교실에 들어가자 갑자기 조용하고 차가운 분위기가 되었다.


"내가 쓰레기 정리하고 올게요. 선생님들 물놀이 포토존 검색하고 있어요"


"주임선생님 저희가 할게요?"


"아니에요. 바람을 쐬면서 내가 할게요"


쓰레기를 빌미로 바깥에 나와 멍하니 잠시 앉아 있다 쓰레기를 버리며 혼잣말을 했다.


"원장님한테도 욕먹어 교사들한테도 끼지 못해. 나는 누구랑 말해? 왕따로 살기 힘들다"


결국 야근까지 하면서 행사 계획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 왠지 집에 가기가 싫었다. 집에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카스 맥주 두 캔을 샀다. 시원한 카스 맥주캔에 빨대로 꽂아 마시며 이어폰으로 <걱정 말아요 그대>를 들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행복해 보이고 직장에서 왕따인 나는 베프인 카스 맥주에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하소연하고 있었다. 알딸딸한 취기만큼 카스에게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투벅투벅 집에로 향하며 스스로를 토닥여본다


'오늘도 고생했어. 내 고생은 카스가 알아주잔아. 비밀도 잘 지켜주고 내 고민도 잘 들어주는 베프 카스야. 우리는 평생 친구다. 늘 편의점에서 나를 기다려줘서 고마워. 우리 자주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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