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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드리 Aug 01. 2023

오늘도 7 : 30분에 출근했습니다

나의 하루는 이렇답니다.

7시 05분 지하철을 탔다. 걸어오며 찌릿찌릿하게 더워졌던 몸이 지하철에 알싸한 바람을 맞으며 시릿한 몸으로 바뀐다. 지하철에 앉아 가방에서 <언어를 디자인하다>라는 책을 꺼내 읽는다.  어린 아이의 언어 레벨로 살아가는 내게 참말로 좋은 책이다. 지하철을 버스로 버스에서 걸어가기를 바꿔가며 어린이집에 도착한다.

아무도 없고 고요한 어린이집에 들어서며 느끼는 아이들의 향이 머리속을 깨워준다. 7:30분에 출근해서 8:30분까지는 온전한 나의 시간이다. 교실의 창문을 열고 신선한 공기와 함께 <언어를 디자인하다>책을 더 읽는다. 온전히 혼자인 시간과 공간이 참으로 좋다. 아침 등원시간이 되자 작년에 우리반에서 형님반으로 올라간 순희가 나를 안아준다. 작년에 3살 12월생이라 귀염 귀염한 순희는 작고 여려서 선생님 손을 잡고만 다녔는데 이제는 순희가 형님이 되어 내게 인사를 한다.


"선생님 뽀고 시퍼떠요"


"선생님도 순희 너무 보고 싶었어. 한번 안아보자. 사랑스러운 순희"


머리숱이 없던 순희가 양갈래 머리를 하고 나에게 선생님이라 불러주는 뭉클뭉클한 순간이 올줄이야 아침부터 순희에게 사랑 받는 기분이다. 행복은 언제나 완벽하지 않나보다 아침에 울리는 전화벨이 나를 마비시킨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이 춥다고 하네요. 적정온도로 에어컨 틀고 계시죠?"


"네. 어머님. 어린이집은 적정온도로 에어컨을 틀고 있습니다. 어느반 누구일까요? 알려주시면 에어컨 온도를 조금 올리겠습니다."


"아니예요. 우리 아이가 추우면 다른 아이도 춥지 않을까요. 어린이집 모두 에어컨 온도 좀 올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어린이집의 적정온도로 에어컨을 틀어도 어떤 아이는 춥다 느끼고 어떤 아이는 덥다 느낀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마음이 쓰라려진다. 속상한 마음을 뒤로 하고 우리반으로 향한다. 교실에 들어서자 희진이가 나를 안아주며 뽀뽀를 해준다.


"예뻐"


"선생님 예뻐? 고마워"


희진이는 예뻐라는 말밖에 하지 못한다. 그래도 희진이의 예뻐라는 말이 내 마음을 다시 반짝 반짝하게 해준다. 이렇게 아이들과 웃으며 웃는 꽃잎이 되어 내 하루가 떨어져간다.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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