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깃불
전기가 들어왔다
모르는 아저씨들이 작년 아니 재작년부터 마을 행길 (큰길) 가에 잎새가 없는 큰 나무를 심고 거기에 또 까만 빨랫줄을 매달더니 마을어른들이 저거슨 환한 불이 들어오게 하는 거라고 했었는데 진짜 우리 동네에 전깃불이 들어온다고 했다.
' 엄마 우리 집에도 전깃불 들어오는겨 '
' 그려 이자 (이제)는 환한 시상 (세상)에서 사는 거랴 '
' 아 신난다 '
' 근디 그 거시 호롱불보담 비싸다는디 아껴 써야 혀 '
' 응 나는 호롱불도 좋아 '
전기가 들어오는 날 마을에서 잔치가 열렸다.
예숙이네 마당에서 고깃국을 끓이고 인절미를 한다고 장정들이 떡메를 쳤고 내가 좋아하는 하얀 백설기도 시루에 찌고 부치기도 부치고 맛있는 음식을 엄청 많이 했다.
동네사람들이 다 모여서 이장님이 전기불 스위치를 누르기만 기다리는데 다 같이 하나 두울 셋 하니까
진짜 집집마다 전깃불이 환하게 켜졌다.
예숙이네 집 앞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었고 우리들도 신이 나서 팔짝팔짝 뛰어다니면서 신기해했다.
전깃불이 들어온 날 마을사람들은 울다가 웃다가 춤을 추고 박수도 치고 나라님이 고맙게시리 우리 마을에 전기불을 주셨다고 나라님 사신다는 서울 쪽을 보면서 절도했다.
' 산골마을에까졍 맴을 써주시고 전기를 넣어주신 나라님 감사혀유 '
' 아 이 사람아 나라님이 뭐여 대통령각하님이라 부르는겨 '
' 글쎄 그게 나라님이든 임금님이든 각하님이든 다 그 거시 그거시지 여하튼 감사하다는 거잖여 '
' 그건 제천댁이 옳은 말 혔네 나라님이든 대통령각하님이든 이렇게 잘 사는 나라 만들어주셨으니 최고지 암 최고 임금님이시지 '
마을이 환하니까
달님도 별님도 기가 죽었는지 그날밤은 하늘이 까맣게 보였다.
등잔불 호롱불 촛불 그을음 없는 백열등 아래 활짝 웃는 동네사람들 얼굴이 달덩이 같고 눈은 별보다 반짝였다.
나 여덟 살에 우리 동네에 전기가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