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마실 03화

전기가 들어왔다

전깃불

by 서윤

전기가 들어왔다


모르는 아저씨들이 작년 아니 재작년부터 마을 행길 (큰길) 가에 잎새가 없는 큰 나무를 심고 거기에 또 까만 빨랫줄을 매달더니 마을어른들이 저거슨 환한 불이 들어오게 하는 거라고 했었는데 진짜 우리 동네에 전깃불이 들어온다고 했다.


' 엄마 우리 집에도 전깃불 들어오는겨 '

' 그려 이자 (이제)는 환한 시상 (세상)에서 사는 거랴 '

' 아 신난다 '

' 근디 그 거시 호롱불보담 비싸다는디 아껴 써야 혀 '

' 응 나는 호롱불도 좋아 '


전기가 들어오는 날 마을에서 잔치가 열렸다.

예숙이네 마당에서 고깃국을 끓이고 인절미를 한다고 장정들이 떡메를 쳤고 내가 좋아하는 하얀 백설기도 시루에 찌고 부치기도 부치고 맛있는 음식을 엄청 많이 했다.


동네사람들이 다 모여서 이장님이 전기불 스위치를 누르기만 기다리는데 다 같이 하나 두울 셋 하니까

진짜 집집마다 전깃불이 환하게 켜졌다.

예숙이네 집 앞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었고 우리들도 신이 나서 팔짝팔짝 뛰어다니면서 신기해했다.


전깃불이 들어온 날 마을사람들은 울다가 웃다가 춤을 추고 박수도 치고 나라님이 고맙게시리 우리 마을에 전기불을 주셨다고 나라님 사신다는 서울 쪽을 보면서 절도했다.


' 산골마을에까졍 맴을 써주시고 전기를 넣어주신 나라님 감사혀유 '

' 아 이 사람아 나라님이 뭐여 대통령각하님이라 부르는겨 '

' 글쎄 그게 나라님이든 임금님이든 각하님이든 다 그 거시 그거시지 여하튼 감사하다는 거잖여 '

' 그건 제천댁이 옳은 말 혔네 나라님이든 대통령각하님이든 이렇게 잘 사는 나라 만들어주셨으니 최고지 암 최고 임금님이시지 '


마을이 환하니까

달님도 별님도 기가 죽었는지 그날밤은 하늘이 까맣게 보였다.


등잔불 호롱불 촛불 그을음 없는 백열등 아래 활짝 웃는 동네사람들 얼굴이 달덩이 같고 눈은 별보다 반짝였다.

여덟 살에 우리 동네에 전기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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