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마실 04화

장가가는 날

혼인

by 서윤

장가가는 날


안 마당 변소 앞 텃밭에 감자꽃이 하얗게 피었다.

새벽을 기웃거리던 병아리들이 좁쌀을 먹느라고 마당에도 노란병아리 꽃이 피었다.

엄마 말로는 낼모레 기로조카가 장가를 간다는데 나는 기로조카가 무서웠다.

어릴때 홍역이 심해서 얼굴은 곰보가 되고 눈 한쪽이 안보여서 사람 눈 대신 강아지 눈을 넣었다는데 볼 때마다 그 눈이 어디를 보는 건지 몰라서 무서웠다.


기로조카가 혼인을 한다는데 마을이 엄청 시끄럽고 사람들도 바쁘게 왔다 갔다 하니 우리들이 놀아야 하는 마당이 없어져서 뒷동산에 올라갔다.

' 곰보 기로가 장가간댜 '

' 그런데 개눈이라 색시가 시집을 올까 '

' 어디서 사 오는 거라는데 '

' 새색시도 곰보일까 '

우리들은 기로조카를 그냥 다 곰보 기로라고 불렀다.

귀도 잘 안 들리고 말도 못 해서 기로조카랑 이야기를 하는 게 어려워서 기로 기로 했다.


뒷동산에서 자치기를 하고 숨바꼭질도 하면서 한참을 놀고 있었는데 꾸웩 꾸웩 돼지 끌려 나오는 소리가 마을을 울리고 있었다.

' 돼지 잡는가 벼 '

' 우리 구경 가자 '

마을 남자들이 기로조카네 돼지를 끌고 큰길로 가고 돼지의 울음소리는 너무 슬프게 들려서 나는 우리 집 돼지 생각이 났다.

장가를 가는건 좋은데 돼지가 죽는 건 나빴다.


집에 가서 아버지에게 돼지를 왜 잡아가냐 물어보니 잔치 때 쓸 거라고 하셨다.

' 아부지 우리 꺼먹이는 죽이지 않을 거지 '

' 꺼먹이는 안 죽으니까 걱정 말어 '

우리 집 돼지우리 앞에 가서 꺼먹이를 보는데 눈물이 났다.

우리 꺼먹이도 저렇게 끌려갈까 걱정이 되었다.


기로조카가 장가가는 날

마을에는 아침부터 잔치가 열리고 색시가 타고 오는 꽃가마를 구경한다고 행길 (큰 도로) 에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산모퉁이에 꽃가마가 보이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로조카집 앞에 도착한 가마에서 새색시가 내렸다. 키가 엄청 컸다.


기로조카는 키가 작은데 어쩌나 하면서

동네사람들이 신부 키가 너무 크다고 수군거리고 나는 그 신부가 무섭다고 생각했다.

' 새색시가 새신랑을 업어도 돼 거 써

키가 엄청 크네그려 '

옥경이 엄마는 입을 헤 벌리고 새색시 이야기를 계속했는데 나는 새색시 힘이 엄청 쎄 보여서 앞으로 기로조카를 놀리면 안 될 것 같았다.


하루 종일 꽹과리를 두들기고 춤을 추면서 마을사람들은 ' 잘 살아야 할 긴데 신부가 남자같이 생겨서 밥이나 하려나 ' 했고

' 일은 잘하게 생겼네 ' 하기도 했다.

저녁이 되고 동네아저씨들은 술에 취해 집으로 가고 아줌마들은 신혼 방 구경한다면서 계속 기로조카집에 있었다.


' 애기들은 어여 가서 자 이런 건 어른들이나 구경하는겨 '

' 우리도 보고 싶어유 '

' 안디여 어른되면 다 볼 수 있는겨 '

떠밀리듯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갔다.


뒷산에 찔레꽃이 하얗게 피고 개울가 돌다리옆에 버들가지가 물에 닿을 만큼 길게 늘어진 봄날에 기로조카는 장가를 갔다.


그리고 그 이듬해 기로조카 색시는 딸을 낳았는데 내가 학교를 다닐 때 또 아들을 낳았다.

기로조카 색시는 진짜 밭일을 엄청 잘해서 일군이 필요할 때 동네사람들은 기로조카 색시 쟁탈전을 벌였다.

어느 날은 먼저 맡은 게 임자라면서 기로조카 색시를 두고 싸우기도 했다.


기로조카 색시는 나만 보면 아기씨 아기씨 하면서 사탕도 주고 누룽지를 동그랗게 뭉쳐서 주기도 했다.

미루나무처럼 키가 큰 기로조카 색시는 엄청 착하고 만나면 호박꽃같이 환하게 웃는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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