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
환갑잔치
이틀 전부터 우리 집에 손님들이 계속 왔다.
부엌에서 동네아줌마들이 음식을 만들고 마당에도 솥을 세 개 네 개 걸어놓고 계속 고기를 삶고 멍석에 앉아 부침을 하고 튀김도 하고 떡도 찌고 그랬다.
제사도 아니고 명절도 아니고 여름이라 더워서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얼굴이 뜨거운데 계속 불을 때니까 방안은 찜솥 같았다.
봉당에 쭈그리고 앉아서 나무조각으로 글씨를 쓰고 있었는데 부엌에서 외숙모랑 새언니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 이 집 고모부님 돌아가시믄 저 어린 건 어쩐댜 '
' 외숙모님 별 걱정 다 하시네유 아 형제 많겄다 엄니가 멀쩡하신데 아버님 돌아가신다고 막내가 굶 거 써유 '
' 그건 그렇지만서도 원체 고모부님이 막내둥이만 싸고도니 그게 문제아녀 '
' 늦게 본 자식 애가 타서 그러신거쥬 '
' 불면 날아갈까 막둥이 없으면 하늘이 무너질 양반이잖어 이 집 어른이 '
' 아버님 안 계시믄 천덕꾸러기가 되긴 하거지유 그려도 우리 현숙이 아부지가 막둥이를 얼매나 아끼는데유 우리 애들 보담 먼저 챙기잖아유 '
외숙모 하고 큰 새언니 말을 듣는데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지고 슬퍼졌다.
잔치라고 했는데 아부지가 죽는다는 소린지 아부지가 죽으면 나는 어디 가서 산다는 건지 도통 모르는 말을 했다.
그때 아버지가 밭에 갔다 오셔서 펌프질을 하고 계셔서 아버지 옆으로 갔다.
' 아부지 죽어 ? 그려서 잔치하는겨 '
' 뜬금없이 뭔 소리여 아부지가 왜 죽어 '
' 아니 외숙모가 부엌에서 아부지 죽으면 막둥이 불쌍해서 어쩌냐구 했어 '
' 아녀 니가 잘못 들은겨 아부지 환갑잔치 하는데 죽기는 왜 죽어 '
' 응 아부지 죽지 말어 알었지 '
아버지 환갑날 우리 집 마당엔 멍석이 펼쳐지고 아랫집 예숙이네 마당에선 징, 꽹과리, 장구를 치고 동네아줌마들이 덩실덩실 춤을 주고 사람들이 어르신 환갑이라 마을전체가 잔치라고 흥겨워했다.
아버지는 마당 한가운데 앉아서 손님들한테 절을 받고 상 위에는 내 몸통만 하게 떡이랑 과일이랑 고기가 가득 쌓여 있었다.
' 이제 이 집 자식들 절 올려야잖어 '
' 그렇지 아부지 환갑인디 어여 어여 순서대로 절 한 번씩 혀 '
외삼촌은 막걸리를 드시면서 거나하게 취한 목소리로 우리 형제들을 보면서 절을 시켰다.
큰오빠 하고 작은오빠 내외가 제일 먼저 절을 하고 큰언니 둘째 언니네가 그다음 그리고 넷째 언니네가 절을 하고 나서 다섯째 언니 막내언니 나 셋이서 절을 했다.
' 아부지 환갑 축하드려유 건강하셔유 '
' 그려 그려 모두 고맙구먼 '
' 막둥이는 일루 와 앉어 '
' 응 아부지 '
아버지는 떡도 먹으라 하고 과자도 먹으라 하는데 나는 입맛이 없었다.
배도 고프지 않았고 음식이 맛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아버지 얼굴을 보면 자꾸만 눈물이 나고
아버지는 환갑잔치라고 좋아하시는데 나는 그 잔치가 하나도 재미없었다.
계속 아버지가 죽으면 어쩌냐는 외숙모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길거리에서 내가 거지처럼 돌아다니는 모습이 떠올랐다.
아버지 환갑잔치는 나에겐 슬픈 날이었다.
내 나이 열한 살에 아버지는 환갑잔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