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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먹는여우랄라 Oct 13. 2023

공간대여업자의 희로애락- 노(怒) 2

-이것만은 하지 말아주세요.

  

    입간판 위에 엣지있게 쓰레기 두고 가기  


향유 공간 앞에는 ‘안내판’과 ‘보드판’이 세워져 있다. ‘안내판’에는 명함과 함께 사용문의 안내가 적혀 있고, ‘보드판’에는 독서 모임 책이나 글쓰기 모임 공지와 같은 ‘향유’의 달별 프로그램이 안내되어 있다.

이 안내판과 보드판은 독서 모임 책이 바뀌거나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길 때마다 ‘향유’를 알리기 위해 새로 깨끗이 닦이고 눈에 띄는 색의 글씨로 덧입는다. ‘향유’ 출입문 바로 옆에서 얼굴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종종 이 보드판 위에 쓰레기를 두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마시다 만 음료 컵 혹은 휴지 등이다. 넉넉한 폭도 아닌데, 참 애써서 버리고 가는 걸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어쩌다 한 번, 한 컵 정도면 ‘함께 온 누군가와 이야기하거나 가방이나 주머니 속에 담긴 것을 꺼내려고 잠시 놓았다가 깜빡했구나’할 텐데, 너무나 빈번히 그것도 여러 개의 컵을 일렬로 두고 가기 때문이다. ‘나에 대한 미움이 있는 걸까?’란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다가 ‘생면부지의 사람들인데?’싶어 머리를 흔들어 지워버린다. 때로는 안내판의 명함 옆에 무엇에 썼는지 모를 화장지나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도 있는 걸 보면, 그건 그 사람 개인의 문제란 결론이 내려진다.


그래서 나는 다른 방법을 택한다. ‘에잇 괘씸하고 못된 사람들!’이라며 마음에 차오르는 화를 내뱉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쓰레기가 오래 내 마음에 담기지 않도록 눈에서도 빨리 치워버린다. 마치 ‘무슨 일, 있었어?’하듯이.


사실, 쓰레기 무단투기는 ‘향유’만의 문제도 아니고, 하루 이틀 된 것도 아니다. 길모퉁이에서 혹은 식당 앞에서 우린 종종 ‘이곳은 쓰레기장이 아닙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라고 적힌 문구를 보았고 그 글자 밑에 그 글을 비웃듯 버젓이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것을 보아왔다.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고 나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다만, 이렇게 글을 써서 양심에 호소하는 일, 쓰레기를 발견한 즉시 치워서 ‘향유’ 공간에 대한 이미지까지 흐리지 않게 하는 일 그리고 내 마음에 불쾌감이 쌓이기 전에 빨리 비우는 일이 전부다.


이렇게

‘에잇 나쁜 사람들!!!’




    화분에 이쑤시개를?  


‘설마?’라는 물음이 머릿속을 맴돌 것이다. 당연하다. 나 또한 생각도 안 해봤고 이 전에는 본적도 없는 광경이었다. 그런데, 현실에선 ‘설마?’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것도 자주.


향유 안내판 옆에는 오픈 때 지인으로부터 받은 커다란 뱅갈고무나무 화분이 있었다.(지금은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 화분은 풍성한 나뭇잎과 큰 키에 ‘대박 나세요’라는 메시지가 적힌 리본을 달고 ‘향유’에 왔다. 마침 플랜테리어도 유행이고 보낸 사람의 그 바람이 향유를 밝혀주길 바라는 마음에 향유 입구에 두었었다.

그런데, 사람들에겐 커다란 고무나무가 생명을 가진 나무로 보이지 않나 보다. 더구나 이 나무를 입구에 둔 공간 주인의 바람은 전혀 읽히지 않나 보다. 무심하고 무례하게 화분에 이쑤시개를 꽂고 갔다.


‘어떻게 화분에 이쑤시개를 꽂는 게 가능할까?’ 생각해 보면, 이런 결과값이 나온다.


향유의 2층은 커피숍이다. 커피 하면 모닝커피가 생각나서 아침에 커피숍이 붐빌 것 같지만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시간은 점심 직후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수저를 내려 놓고나자 식후 커피가 당긴다. 거하게 먹은 점심을 이쑤시개로 정리하며 커피숍으로 걸어온다.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함께 온 지인들과 무얼 마실지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 혹은 다양한 차를 연상한다. 한 손엔 휴대전화가 들려있을 테니, 커피를 마실 생각에 다른 손을 비울 채비를 한다. 곧 이쑤시개를 푹신한 무언가에 꽂는다.


즉, 그들은 푹신한 무언가가 생명을 가진 나무의 화분이란 생각도, 그 화분이 ‘향유’라는 다른 사업장을 밝히는 존재라는 생각도 하지 못한다.

이 답이 맞든 안 맞든 이렇게 생각하기로 선택했다. 그렇지 않으면, 점심식사 후 커피숍을 찾는 모든 사람들을 미워할 것 같다. 특히 이를 쑤시는 사람들을 더욱 많이.



    전면에 주차하고 등산가기


점차 ‘정말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라고 묻고 싶어질 거다. 하지만 있다. 상식이 있다면, 안 그럴 것 같은데, 상식이 없는 것 같은 사람들이 있다.


향유는 산자락 아래에 자리 잡고 있다. 더구나 1층에 있고 주차장과 맞닿는 안쪽에 있어 사람들의 눈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그래서 초반 홍보에 애를 먹기도 했고 지금도 어떻게 하면 더 눈에 띄도록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이런 마음은 무언가를 운영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낮설 것이다. 아마도 향유 앞 산을 오르는 이들도 그런가 보다. 향유에서 독서 모임을 진행하거나 글을 쓰고 있으면 환한 불빛을 깜빡이며 향유의 전면창을 버젓이 가리며 주차하는 사람이 있다. 차량의 후미등이 향유의 사람들 눈을 부시게 하고 있다는 걸 아는 걸까? 모르는 걸까? 생각하다가 주차가 빨리 끝나길 기다린다.


그런데, 황당한 건 이렇게 주차가 끝난 후 등산 가방을 메고 쏜살같이 산 쪽으로 가 버리는 사람들이다. 차라리 차주가 위층 커피숍에라도 갔으면 조금은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으련만 주차후 줄행랑은 참으로 당황스럽다. 뻔히 영업장임이 쓰여있고 불이 환히 밝혀져 있는데도 어쩜 저럴까 싶다. 내 건물에 내 주차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지만, 나의 성격상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마저 든다.

오늘은 이렇듯 성토하는 글쓰기를 통해 내게 쌓인 감정을 덜어내 본다. 더불어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소심한 부탁의 말을 전한다.


 ‘모든 이들의 시간과 공간을 소중히 대해주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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