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인의 잡담, 까페의 한 풍경

까페, 도시인, serendipity, aging

by 요기남호

까페에 앉아있다. 가르칠 수업시간까지 1시간이 좀 더 남았다. 여러번 가르친 과목이어서, 노트를 슬쩍 훑어보고 들어간다. 사는게 이렇게 쉬우면 안되는데..


오늘도, 오트밀크를 데워서 텀블러에 넣어가지고 왔다. 에스프레소를 시켜, 그 텀블러에 섞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에스프레소 잔에 조금씩 따라 마신다. 처음 따르고 마시려다, 잔을 엎질렀다. 다행히 컴퓨터는 닫혀있었고, 커피테이블이 넓어서 탁자 밖으로는 커피라떼가 떨어지지 않았다. 휴지를 가져와, 컴퓨터 위 부분과 탁자를 닦고 있었다. 한 음성이 들린 때가. 'Do you need more napkins?' 고개를 드니, 탁자의 건너편에 비어있던 소파에 한 여성이 앉으며, 나에게 건넨 말이었다. 전에 한두번 마주친 적이 있는 듯한 익숙하기도 한 얼굴이었다. 편한 미소를 띈 여성이다. 나이는 최소한 나보다는 더 있어보인다. 60대 중반 쯤? 젊었을 적엔 제법 아름다웠을 얼굴이다. 세월의 여파를 그저 평범하게 헤쳐나간 듯한 얼굴. 지금은 꾸민다는 것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하다. 청바지에, 운동셔츠가 복부의 나이테에 약간 부풀려있고, 머리카락은 산발해 있다. 얼굴엔 기나긴 세월동안 조금씩 쌓인 살과 지방에 선이 매끄럽지가 않다. 대부분의 중년 이후의 사람들이 거울 앞에 서면 볼 수 있을 법한 자태. 세월의 덧없음을 느끼게 해주는 자태 말이다. 그래도 편한 미소를 잃지 않은 이 여성은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닐까. 심술만 가득한 노인이 되기가 더 쉬운 게 우리네 인생아닌가.


난, 10년 쯤 후에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저 여성 처럼, 타인에게 편한 미소와 맑은 눈빛을 선사해 주는 60대가 되어 있을까. 얼굴엔 주름과 처진 피부가 가득해도 말이다.


한가지는 거의 분명하다. 몸은 요기의 몸일 것이다. 마른 그러나 근육질의 매끈한 몸. ㅋㅋ 희망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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