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5.
요가 시작한지 3년 7개월 그리고 3일째다.
오늘 처음으로 핀차 마유라사나에서 두발을 허공에 올렸다. 그상태에서 호흡을 다섯번 해야하는데.. 두번후에 균형을 잃었다. 역시, 머리를 땅에 대지 않고, 허공에 발을 딛고 지구를 든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ㅋ 그래도 진전이 있었다.
드롭백/컴백업은 2인치 두께의 블록 3개를 바닥에 놓고 (표지사진), 그런대로 어렵지않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대략 15센티미터 정도의 높이다. 예전보다 허리가 뒤로 조금 더 꺽인다는 게다. 카포타사나도 조금 나아졌다. 혼자서 허리를 뒤로 꺽어, 두손이 양발의 거의 반절 가량을 잡을 때도 있다. 오늘처럼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이번주에 킴이 돌아왔다. 그래서 6시경에 요가를 시작할 때 혼자가 아니다. 아시리와 나빌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 둘은 7시가 조금 넘어서 요가실에 들어선다. 알고보니, 둘은 이웃에 살며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그래서, 매일 아침 요가를 하러 함께 온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요가를 시작했으니, 이 둘은 서로 친한 요가친구가 될 수 있겠다. 아무쪼록 진도도 비슷하게 나가며, 서로 북돋아주는 사이가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이렇게, 두명의 새로운 정규멤버가 생긴 듯 하다.
어떤 성격을 가져야 요가를 꾸준히 할까. 그 성격을 여러 각도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중 하나는, 겸손함이지 않을까. 요가선생의 가르침에 대한 존경심이 필요하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울때, 그분야를 오랫동안 천착한 사람들의 권위를 인정하고 그들의 가르침을 일단 열심히 따르고 받아들이는 자세는 배우는 사람이 가져야할 중요한 덕목중에 하나다. 물론 복종은 아니다. 경청이 중요하다는 게다. 자신의 얄팍한 지식 혹은 재능을 과대평가하며, 그분야의 전문가들의 고견을 사사건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초보자에겐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하이데거가 이런 말을 했다. 'Man becomes truly free only insofar as he belongs to the realm of destining and so becomes one who listens, though not one who simply obeys.'
아쉬탕가요가를 누구에겐가 가르칠 기회가 있었다. 미국에 사는 사람이었는데, 초급시리즈의 아사나들을 가르치는데, 이 아사나는 어떻고, 저 아사나는 어떻고, 그래서 이 아사나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투덜투덜 대었다. 그 아사나들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그러한 태도로는 배움을 지속할 수가 없다. 하루 이틀 하고는 그만 두었다.
나의 박사과정 학생인 아시리는 매우 좋은 배움의 자세를 가진 듯하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매사에 긍정적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할때, 긍적적인 의미를 찾아 열심히 하려는 태도말이다. 예전에 태권도를 해서인지, 몸도 제법 유연하다. 3년전 나의 진도보다도 약간 더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다. 요가가 끝나면, 가끔 아시리는 건물 로비에서 나를 기다린다. 내가 준 물리연구과제를 하다가 질문이 생기면, 그렇게 로비에서 나를 기다려, 만나 30분가량 토론을 한다. 굳이 낮에 따로 만날 필요가 없다. 착한 학생이다. 내가 박사과정일때도 비슷했다. 공부를 열심히 할때는, 지도교수가 출근하기 전에 학교에 나가, 교수가 오자마자 그 교수실에 가서 10-30분가량 토론을 하곤 했다. 전날 저녁에 했던 연구에 대해서. 매일. 그리고 교수가 퇴근하기 직전에 다시 그 교수실에 찾아가, 낮동안에 연구를 했던 부분에 대해 다시 토론을 하곤 했었다. 그러니까 매일 두번을 지도교수와 토론을 한 것이다. 한 2년동안을 그렇게 했었다. 그리곤, 그후 1년정도는 놀았지만.. ㅋ 아뭏든, 아시리를 보며 옛날 생각이 나서 기특한 마음이 든다. 오늘도, 요가를 마치고 아시리와 로비에서 앉아 한참을 토론하였다. 최근에 쓰고 있는 물리논문이 하나 있는데, 어떤 작은 문제가 있어서 끝내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 문제를 아시리와 같이 앉아 종이에 끄적끄적 쓰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 문제가 풀렸다. 역시, 요가 후에는 머리도 맑아진다. 박사과정 학생이 요가를 같이 하니 생기는 일석이조다. 아시리와는 지도교수와 학생과의 관계보다는 좀 더 특별한 관계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