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요가와 백김치

2022.10.12.

by 요기남호

오늘 5인치 두께의 블록 3개를 바닥에 놓고 드롭백/컴백업을 하려는데, 선생 존이 실실 웃으며 다가왔다. 그리곤, '내가 블록이 필요해.'하며 블록 하나를 가져갔다. 씽긋 웃으며. ㅋ 날더러 블록 2개만 이용해서 드롭백/컴백업을 하라는 거였다. 총 두께 10센티미터다. 처음 두번의 시도에서는 실패. 바로 컴백업을 할 수가 없어 벽에 손을 댈 수 밖에 없었다. 세번째에서는 블록 2개 위로 드롭백을 한 후에, 긴장을 풀고 호흡을 길게 쉬며, 팔을 쭉 펴고 뒤로 젖혀진 허리를 최대한 젖혀, 배를 최대한 위로 밀고, 다리와 엉덩이를 최대한 앞으로 가져가며, 그 상태에서 긴 호흡을 세차례 쉬었다. 그리고 올라왔다. 컴백업. 어렵지않게 올라올 수가 있었다. 존이 보고 있다가, ‘나이스. 잘 했어. 할 수 있잖아.' 라며 칭찬을 했다. 그리곤 덧붙였다. '그 두 블록도 필요없어'. ㅋㅋ 내가 답했다. '한동안 이 두 블록은 필요해~'


선생 존은 내 몸의 가능성을 믿는다. 때론 너무 믿는다. 그러나, 그의 믿음이 나로하여금, 내 자신을 믿게 해주고, 어려운 동작을 시도하게한다. 제자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북돋아주는 것, 이것이 선생이 제자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지 않을까. 존의 믿음때문에, 오늘 나의 기록을 갱신했다. 10센티미터 높이에서의 컴백업. 요가를 시작한지, 3년 7개월 10일. 그 10센티의 블록도 없이 바닥에서 바로 컴백업을 할 수 있는 때는 언제일까. 몇개월 후?


희한했다. 오늘 요가를 마치고, 샤워를 한 후에 머리를 말리는데, 갑자기 백김치가 생각이 났다. 며칠전에 내가 처음으로 담가보았던 백김치. 유투브에서 찾을 수 있는 레시피 2-3개를 보고, 비슷하게 따라해서 만들었었다. 어제 처음 먹었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백김치를 먹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한국에 있을때 먹은 김치는 고추가루가 잔뜩 들어간 보통 김치들이었다. 미국에 온 후 김치를 먹을 기회가 별로 없어서, 입맛도 변해갔다. 지금은 보통 김치의 매운 맛은 그리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저번 주에 백김치를 담아보기로 했다. 내 자신이 김치를 담그면 좋은 점은 재료들을 내 취향에 맞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어떠한 요리도 레시피는 유투브에 널려있다. 2-3개의 레시피를 참조하며, 대충 따라했다. 귀차니즘의 화신인 나는 그 레시피들을 똑같이 따라하지는 않았다. 예로, 배, 사과, 양파, 마늘등을 갈아서, 채로 받혀서 맑은 물만 쓰는 등의 귀찮은 과정은 생략하고 그 즙을 통채로 밀가루 풀물과 섞었다. (근데, 생강을 넣는 걸 까먹었다..) 슈슈가(?)가 무언지 몰라, 대신 꿀을 넣었다. 매실액은 없어서 통과. 등등. 만드는 과정은 좀 시간이 걸리고 귀찮지만, 쉽다. 심심한 주말 하루 낮에 2-3시간 슬슬 놀면서 만들면 된다.


맛은, 정말 맛있었다. 58년 평생 먹어본 김치중에서 손가락에 꼽을 만큼 맛있었다. 얼마나 맛있었으면, 오늘 아침 요가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먹을 백김치 생각에 침이 다 돌았겠는가.. ㅋ 가급적 쌀밥을 먹지 않으니, 밥없이 그냥 백김치만 먹었는데.. 국물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우리 조상들의 김치비법은 대단하다. 맛도 좋고, 소화기관의 건강에도 좋고. 이제부턴, 백김치는 내가 담가서 먹어야겠다. 배추를 구할 수만 있다면말이다.


참조한 레시피:

https://m.youtube.com/watch?v=MeuNtNlsyW0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