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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기우진 May 25. 2023

나이듦과 건강

표지사진에는 행복해보이는 노년 부부가 보인다. 두 사람이 발광체처럼 빛을 뿜어내는 듯한 그림.. 아... 이 그림처럼 우아하고 행복하게 늙어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요즘, 나의 학생 아시리가 요가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시리는 원래 방학이 시작된 지난 주에 테네시 대학에 있는 나의 공동연구자의 연구실에 가서 여름내내 공동연구를 실행하기로 계획을 세웠었다. 그런데, 지난주에 나에게 다급한 이메일을 보내왔다. 스리랑카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가 암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과 함께, 그일로 스리랑카에 갈 수가 있느냐고 물어왔다. 유방암 4기. 이미 폐로 전이가 된 상태란다. 그래서, 아시리는 지금 스리랑카에 가 있다. 그 어머니는 겨우 53세다. 나보다 훨씬 젊은 나이다. 슬하에는 딸 둘, 그리고 아들인 아시리를 두었다. 막내 딸은 올해 18살. 큰 딸은 결혼을 하고 어린 자식이 둘이다. 아시리의 아버지는 60대 후반인 듯하다. 건강이 썩 좋은 것 같진 않으시다. 아시리가 그 집안의 기둥인 셈이다. 아시리가 스리랑카에 간 후, 난 이메일로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행여 부담을 줄까봐. 


오늘, 요가를 마치고, 인도 학생 하리사를 만나 그이의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물어보았다. 아시리는 어찌 지내고 있는지. 둘이서는 연락을 하고 있을테니까. 아시리의 어머니는 약물치료를 시작하였다 한다. 첫번째는 이미 했고, 두번째 약물치료는 다음주에 할거란다. 그것을 보고, 아시리는 미국에 돌아올 예정이란다. 난, 아시리가 스리랑카에 있고 싶을 때까지 있어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아시리가 어머니의 치료에 달리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머니와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될테니까.


인생무상이다. 


옛날에는 대학원생들을 조금 다그치곤 했었는데... 이젠 전혀 그러지를 않는다. 요가탓일까. 현재 내 연구실에는 대학원생이 둘이다. 하리사 와 아시리. 그들과의 만남은 나의 요가 직후에 체육관 로비에서 갖는다. 학생들의 연구 진전이 내눈에 조금 느리더라도, 이젠 그저 미소로 답해준다. 연구주제에 대한 토론은 짧고, 그후에 이런저런 잡담으로 시간을 제법 보낸다. 나이가 든 탓일까. ㅋ 


지난 학기에는 이 두 학생에게, 물리연구와는 별도로, 토마스 쿤의 책 <The Copernician Revolution>을 읽는 숙제를 내주었었다. 과학기술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꼭 읽어야하는 교양서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 책이다. 만날때마다, 10페이지씩 읽고 그것에 대해 잡담을 나누었었다. 그리고 학기가 끝나기전에 이 두 학생은 그 책을 다 읽었다. 나와 같이 박사과정 연구를 하는 동안, 이 두학생에게 물리연구 뿐 아니라, 교양과 건강을 위한 심플한 일상을 알려주고 싶다. 어쩌면, 그것이 이 두 학생의 인생에 훨씬 더 유익하지 않을까. 물리연구보다도. 물론 물리연구는 박사학위를 받을 만큼은 해야하는 건 기본이지만.


이 두 학생에게 내준 다음의 독서 숙제는 하이데거의 에세이 <The Question Concerning Technology>다. 짧은 에세이지만, 하이데거의 모든 글이 그렇듯이, 읽기가 쉽지 않다. 지난 주 초에 만났을때, 2페이지를 읽었는데 여러웠다고 했다. 나도 처음 읽었을때는 어려웠으니까. 아시리가 돌아오면, 다시 독서모임을 이어가리라. 요가실에 아시리의 빈자리가 크다. 아무쪼록 아시리의 어머니의 쾌차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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