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맛으로 유혹하는 살찌우는 것들..
빵과 국수는 나의 딜레마다.
난, 탄수화물을 회피한다. 지금은. 그렇다고, 빵과 국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 반대다. 너무 좋아한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빵. 입안으로 호르륵 들어가는 국수. 그것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원래부터 밀가루 음식을 좋아했었다. 어릴적, 국수를 좋아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닮았다. 박정희가 암살당하고, 광주항쟁이 일어나고, 전두환이 정권을 잡은 해까지, 지방에서 자랐다. 그당시 내가 접했던 밀가루 음식은 어머니가 가끔 만들곤 하시던 칼국수와 잔치국수 였다. 서울에서의 대학시절, 지방에서 올라온 가난한 학생에게 서울이 제공할 수 있었던 먹거리는 지방에서나 비슷했다. 그 시절 내가 접했던 색다른 국수는 딱 하나 있었다. 어느 더운 여름날 오후였다. 햇볕이 쨍쨍 쬐던 한 낮. 꽤 오래 사귀었던 서울출신 여자친구가 나의 손을 잡고 무언가를 먹으러 가자며 끌고 갔다. 종로서적 길 건너 편에 있던 어느 국수집이었다. 나에게 먹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했더니, 나를 그곳으로 데리고 갔었다. 그 국수는 내가 예전에 보던 것들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색깔부터 하얀색이 아니라 거무틱틱한 갈색계통이었다. 따뜻한 국물도 없었다. 차가웠다. 간장 색깔의 소스가 그 국수와 따로 나왔다. 그 소스에 채썬 무우와 파, 그리고 톡 하니 코를 후비며 눈물을 흘리게 했던 와사비라는 것을 넣고, 그 속에 그 국수를 넣어 적신 후에 입으로 가져가는 희한한 시식법이었다. 바로 소바였다.
빵을 처음 맛 본 것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다. 그 당시 초등학교 2학년생이던 누나가 학교가 끝나면, 학교에서 나누어준 빵과 우유를 집에 가지고 와 날 주곤 했었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막내동생을 위해 자기는 먹지 않고 싸들고 왔을 것이다. 마음이 예쁜 누나다. 신기한 맛이었다. 그 빵과 우유가 먹고 싶어서, 그리고 집에서 혼자있기가 심심해서, 학교에 빨리 넣어 달라고 어머니에게 졸랐었다. 그때 어머니는 홀로 세 자식을 키우시느라 계 왕주를 하셨는데, 낮에는 곗돈을 받으러 다니시느라 집을 비우시곤 하셨다. 그 이듬해에 학교에 들어갔다. 가명으로. 당시 난 입학연령에 거의 2년이나 모자랐었다. 생일도 겨울이어서. 어머니 집에 잠시 세들어 살던 선생님이 손을 써서 (입시비리였다. ㅋㅋ), 가명으로 날 집어넣었었나보다. 첫 몇달간은 출석점검때 어떤 가명이 불려지면, 난 손을 들어야 했던 기억이 있다. 1960년대 후반때의 일이다.
케이크의 달콤한 맛을 처음 안 것은 석사학위와 군대를 마치고, 고대에서 물리학 강사생활을 하며 유학준비를 하던 때였다. 안암동 로터리에 유명 베이커리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케이크의 맛을 알았다. 아~~ 그 달콤함이여~~ 신세계였다. 주머니 사정이 좀 나아진 나는, 한달에 한두번 부모님 집에 갈때마다, 케이크 하나를 사서 들고 내려갔었다. 그당시 부모님 집에서 자라고 있던 조카들과 같이 먹으려고. 케이크를 동그란 상에 올려 놓고 초 여러개를 꽂아 불을 붙여놓고, 빙 둘러앉았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조카들과 나는 생일축하합니다.. 하며 노래를 부르곤 했었다. 손뼉과 함께. 누군가의 생일에 맞추어 올 수가 없었던 난, 그렇게 모두의 생일을 모두의 유쾌한 노래와 웃음과 함께 축하하고 싶었다. 단것을 좋하하던 아이들 뿐 아니라, 나처럼 단 것을 좋아하시던 아버지도 케이크 조각 한 입에 즐거워하셨었다.
그리고는, 미국에 왔다. 내가 처음으로 접한 다양한 음식의 나라. 갑자기 듣도 보지도 못했던 음식들이 주위에 흔했다. 그중에 파스타라 불리는 국수가 먼저 눈에 띄었다. 붉은 색의 토마토소스에 어우러진 파스타 스파게티는 유학시절 점심시간에 학교식당을 가면 항상 있었다. 그리고 이탈리안 피자. 학교식당에 갈때마다 항상 이 두가지를 번갈아가며 먹었다. 주머니에 여유가 없었던 유학생에게 토마토소스의 감칠맛과 어우러진 값싼 학교식당 스파게티와 피자의 맛은 황홀했다.
박사학위를 마치고,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교외지역에 위치한 한 연구소에 포스트닥 자리를 얻어 갔다. 몇개월이 지난후 미국 동료로부터 그당시 워싱턴 교외에서 가장 맛이 좋다는 베이커리를 추천받아 갔다. 그리스계통 사람이 운영하는 베리커리였다, <Stella's Bakery>. 유럽과 지중해 케이크 전문점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프룻타르트 (Fruit Tart), 티라미수, 나폴레옹, 에클레어 등등. 단것에는 꼬박 죽던 나에겐 신천지였다. 한달에 한두번 주말에 그곳으로 차를 몰고 가, 그 단맛의 세계에 침잠하는 것이 나의 명상아닌 명상이었다.
그런 생활을 9년정도 한후, 버지니아 주, 샬롯스빌이라는 듣보잡의 소도시에 있다는 버지니아대학으로 일자리를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출신 동료교수로부터 이 작은 도시에 매우 뛰어난 베이커리가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그후, 난 빵은 그 베이커리에서만 사서 먹는다. 그 소개는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