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성 대 남성성?
난 매일 새벽에 여자들이 많은 공간에서 2시간 가량 웃통을 벗고 땀을 뻘뻘 흘린다. 그리고는 셔츠를 입고 남자들이 많은 공간 바로 옆을 서둘러 지나쳐 집으로 돌아오곤 한다.
요가실은 체육관의 2층에 위치해 있다. 새벽에 가서 요가를 시작하고 나면 8시 반경이다. 그때는 체육관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집에 돌아가기 위해 체육관을 나오려면, 1층으로 내려와 홀을 통과해야 한다. 왼쪽에는 리셉션 카운터가 있고, 오른쪽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실이 있다. 넗은 그 방에는 수많은 역도기들과 러닝머신들이 놓여있다. 나도 요가를 하기 전에 근육운동을 위해 몇번 가본 적이 있는 곳이다. 각각의 역도기들은 다른 형태를 띄고 있다. 몸의 다른 부위의 근육을 달련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역도기들에 많은 사람들이 붙어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그 사람들의 대다수가 남자라는 것이다. 지나면서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약간의 문화충격을 느끼곤 한다. 아주 조금전까지 2시간이 넘게 땀을 뻘뻘 흘리던 요가실에는 여자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1층에서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2층에서 하는 요가는 근육운동이라는 측면에서는 비슷하다. 그런데, 웨이트 트레이닝실에는 대부분 남자들로 붐비고, 요가실에는 여자들로 붐빈다. 왜 그럴까?
근육운동이란 점에서는 비슷한데,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의 겉모습은 질적으로 약간 다르다. 2층에서 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호리호리한 자태를 지녔다. 겉옷을 입고 있으면 말이다. 물론 옷을 벗으면 온몸의 근육이 골고루 발달이 되어있음을 볼 수가 있다. 그러나 그 근육들이 옷 밖을 비집고 나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옷을 입고 있으면 몸이 근육질이라는 표시가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마른 체형인 듯 한데, 탄탄하단 느낌.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호리호리하며 균형이 잘 맞는 몸이다 라는 느낌이 든다. 이에반해, 1층에서 힐끗 보게되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르다. 근육들이, 특히 가슴과 팔의 근육들이 빵빵하다 못해 터질 것 같다. 셔츠를 입어도 가슴근육이 커다란 호빵처럼 부풀어져 셔츠를 찢고 튀어나올 것 같다. 어린 시절 티비에서 보았던 뽀빠이를 연상시킨다. 그의 연인 올리브가 흑심을 품은 브루터스에게 납치를 당할때마다, 시금치를 먹고 팔 알통을 뽐내며 나타나 올리브를 구해주던 그 뽀빠이 말이다.
요가친구 수잔나가 자신의 아버지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버지가 허리가 삐끗하여 통증을 호소했다. 그래서 수잔나는 아버지에게 아쉬탕가 요가에서 허리를 풀어줄 몇가지 기초적인 아사나를 가르쳐 주었다. 수리야 나마스카라 A 와 B 그리고 서서하는 아사나 몇가지 였다. 시도를 몇번 해본 아버지는 요가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후에, 개인 트레이너인 그녀의 남동생이 아버지에게 허리에 좋다는 몇가지 스트레칭을 가르쳐주었다. 그 스트레칭을 몇번 시도한 아버지는 그 스트레칭이 너무 좋고 허리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하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스트레칭이 수잔나가 가르쳐준 아사나 중에서 다운 독 (down dog) 과 업 독(up dog) 아사나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단지 그 자세에 요가라는 꼬리표가 달리는 것을 원하지 않은 듯 했다. 수잔나의 아버지는 같은 자세라도 요가라면 하지 않고 스트레칭이라면 거부감없이 즐겨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 아버지는 요가는 여자가 하는 것이고 스트레칭은 남자가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이렇듯 요가는 여성적이라고 여기는 사회적 통념이 있는 듯 하다. 사람들이 요가와 연상하는 단어들은 유연성, 우아함, 균형이다. 이 단어들은 남성성 보다는 여성성과 더 연관이 있는 단어라는 사회적 통념이 있다. 이에반해, 웨이트 트레이닝은 근육강화, 체력등의 남성적 단어들을 연상시킨다. 사실, 아쉬탕가 요가 같은 육체적으로 힘든 요가는 유연성과 근육강화를 동시에 성취하도록 함에도 말이다. 나의 요가선생 존은 아쉬탕가요가는 근력이 99프로고 유연성이 1프로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요가는 전세계적으로 막대한 경제적 규모의 산업이 되었다. 요가의 원래 목적이었던 호흡과 요가철학 보다는 건강과 미적인 면에 중점을 두고 있다. 피트니스 (fitness)를 위한 좋은 수단으로서의 요가가 그것이다. 이 마케팅에서 육체적으로 매우 잘 빠진 여성들이 등장한다. 요가는 여성적이라는 통념이 반복적으로 주입되고 있다. 21세기에는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참여와 경제활동이 급증하였고, 남성들의 미적 관심도 이상하지 않게 되었다.이러한 사회문화적 변화가 요가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바로잡아 주는데 일조하기를 바란다.
원래 요가는 여성성과 남성성 모두를 함유하고 있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침이 없이. 몸의 유연성과 근육강화를 비롯하여 명상과 깨달음이라는 정신적 요소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 이 중에 어느 하나를 위해서 요가를 시작하였더라도, 장기간 꾸준히 수행하면 이 모든 요소를 얻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