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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채환 Nov 24. 2023

[아직도 가야 할 길] 1/3

함께 책 읽기 ⑥ - M. 스캇 펙, 아직도 가야 할 길

■ 읽게 된 계기

 아마 고등학교 때였던 것 같고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소개해 주신 제목과 내용을 듣고 좋은 책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서른 초반에 어릴 적 친구가 최근에 읽었는데 너무 좋았다고 하기에, 그때 그 책이구나 하면서 사서 읽어보고 어렴풋하게 좋았던 것 같았던 기억이 역시 틀린 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 기억도 다시 가물가물해져서 작년에 새로 사서 다시 읽고, 꼭 읽어봤으면 하는 마음에 같이 사는 청소년 독자를 위해 책꽂이에 잘 보관해 두었다.



■ 감상 및 추천

 우리의 인생 목표는 '영적인 성장'이고 그것을 위해 스스로를 어떻게 훈육할 것인지, 그 길에 방해가 되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고, 그것들과의 타협을 우리가 어떤 식으로 속이고 포장하는지에 대해 다루어져 있다.

 크게 보아 [자유로부터의 도피], [사랑의 기술], [아직도 가야 할 길] 이 세 권이 모두 인생에 대해 같은 철학과 태도를 알려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구구절절 곱씹고 새길 말들이 많다고 생각되어, 회사에서 대리로 첫 승진을 했을 때 후배들에게 선물로 한 권씩 나누어줬을 정도로 값지게 여기는 책이다. 몇 명이 읽었고, 몇 명이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프로이드의 의자] - 정도언

 : 정신과 의사가 정신의 질병과 건강 및 그 치료(사례)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공통점이 있다. 해당 분야의 이론 및 개념에 대해서 친절하게 소개해 주고 있고, 전문가임에도 신뢰를 심어주고자 하는 단정적인 말투보다 따뜻한 조력자로서 찬찬히 안내를 해주는 듯한 겸손한 말투가 편안하게 상담받는 느낌으로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 [사랑의 기술] - 에리히 프롬

 : 의존적, 수동적 인간이 되어서는 주체적이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점, 참다운 사랑의 의미, 속성, 실천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과 공통점이 많다. 
[함께 책 읽기 ⑤ -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참고 

https://brunch.co.kr/@2f5d6d1cad1247c/20


▶ [인간의 마음] - 에리히 프롬

 : 역시 쉽지는 않은 책이나 매우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인간은 왜 선하고 어떤 인간은 왜 악한가? 누군가는 왜 의존적이고 누군가는 왜 자립적인가? 폭력, 죽음, 자아도취 등에 관해 다루고 있다. 특히 '5. 근친상간적 유대' 부분은 소위 마마 보이/마마 걸과 그들에 대한 부모의 소유욕/지배욕에 관한 내용으로 연인이나 배우자 선택 시에 참고가 될 수 있겠다.



■ 주요 문장 (요약 또는 마음에 드는 문장)

1부. 훈육

 진정으로 삶이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면, 즉 진정으로 그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면, 삶은 더이상 힘들지 않게 된다.


 우리가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오로지 문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문제와 이에 따르는 고통의 감정을 피하려는 이러한 성향이 정신병의 근본 원인이다.

 칼 융의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표현대로라면, "신경증(노이로제)이란 마땅히 겪어야 할 고통을 회피한 결과다."


 훈육은 괴로움을 감당하게 하며 문제로 인한 고통을 건설적으로 겪게 한다. ... 훈육에는 즐거운 일을 뒤로 미루는 것, 책임을 지는 것, 진리에 대한 헌신, 균형잡기 이렇게 4가지가 있다.


 즐거움을 뒤로 미루는 것은 삶이 주는 고통과 즐거움을 맛보는 순서를 정한다는 것이며 이렇게 먼저 고통을 맞고 겪고 극복함으로써 즐거움은 배가된다.


 왜 즐거움을 뒤로 미루는 능력을 갖춘 대다수의 사람들에 비해 상당수는 종종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이러한 능력을 발달시키지 못하는 것일까? ... 대부분의 증거를 종합해보면 부모의 양육 방식이 결정적인 요인임은 거의 확실하다.


 부모가 하루하루 자제하고 조심스럽고 품위 있게 행동하고 질서 정연한 생활 능력을 보여준다면 아이들은 마음속 깊이 이것이 사는 방식이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 그러나 행동으로 보범을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사랑이다.


 어떤 것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것이 가치 있다는 의미이고, 어떤 것이 가치있을 때 우리는 그것에 시간을 투자한다. ... 우리는 아이들을 감탄하며 바라보고 돌보며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우리의 시간을 주는 것이다.

 제대로 훈육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야 한다. 자녀에게 줄 시간이 없거나 시간을 들일 마음이 없으면 가까이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관찰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에게 훈육의 필요성이 은근히 드러나는 순간을 놓치게 된다.


 부모가 자기와 고통을 함께 한다는 것을 알고 당장 고마움을 표시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아이들 역시 고통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님이 나와 함께 고통을 받고 있으니 고통은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닐 거야. 나도 기꺼이 괴로움을 견뎌야지"라고 스스로 생각할 것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바치는 시간의 질과 양이, 아이에게는 자신이 부모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음을 느낀다면, 스스로 소중하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소중한 사람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느낌은 정신 건강에 필수적이며 자기 절제의 초석이다. ... 어렸을 때 부모의 사랑을 통해 자신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사람은 어른이 되어 시련을 겪더라도 그러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거야. 그게 무얼 말하는지 알겠지?"

 물론 그것을 버림받음이고 죽음이다. 이러한 부모는 아이를 조정하고 지배할 필요 때문에 사랑을 희생한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지적/사회적/영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문제 해결에 있어서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느라 성급하게 아무 조치나 취하는 것보다 더 유치하고 파괴적인 결함이 있다. ... 바로 문제가 저절로 사라지기 바라는 마음이다. 


 문제란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부딪쳐서 해결하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영혼의 성장과 발전에 영원히 장애가 생긴다. 


 문제를 무시해버리는 이런 태도는 즐거움을 뒤로 미루겠다는 의지가 없음을 말해준다.


 대부분의 부모는 간혹 어떤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때에도 그러기 전에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아이들의 문제나 아이들의 관계에 존재하는 문제를 알고 있기만 한다. 

 

 우리가 우리 행동에 책임지기 어려운 이유는 그 행동의 결과로 따라오는 고통을 피하고 싶어하는 데서 비롯한다.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고 할 때 우리는 항상 그 책임을 다른 사람이나 조직이나 존재에 떠넘기려고 한다. ... 그것은 우리의 권한을 그 존재에 양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 책임이 주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수백만, 수천만의 사람들이 매일 자유로부터 도피를 시도한다. 


 대다수의 환자들이 겪는 이러한 '무력감'의 뿌리에는 자유의 고통에서 부분적으로나 완전히 도피하고 싶은 욕망과 부분적으로나 완전히 자신의 문제와 삶에 책임지지 못하는 패배감이 깔려 있다. 사실 자신의 권한을 버렸기 때문에 무력감을 느끼는 것이다. 언제가 됐든 치유가 되려면, 그들은 성인의 삶이란 온통 개인적인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고통을 다루는데 필요한 훈육의 세 번째 요소는 진실에 충실하는 것이다. .. 세상의 현실을 명확하게 바라볼수록 세상에 대처할 준비를 더 잘할 수 있다. ... 현실에 대한 우리의 견해는 삶의 영역을 통과하는데 필요한 지도와 같다. ...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인식하기 위해서 노력할수록 우리의 지도는 더욱 커지고 정확해진다. 

  

 지도의 대폭 수정을 암시하는 새로운 정보와 맞닥뜨리면 ... 고통스러운 노력이 필요하므로 사람들은 이를 두려워하고 질려버린다. 그래서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흔히 새 정보를 무시해버린다. 이렇게 무시하는 행동은 종종 그저 피하는 것 이상이 되어, 새로운 정보를 거짓되고 위험하고 이단적이며 악마의 산물이라고 헐뜯는다. 


 현실에 대한 낡은 견해에 이렇게 고집스럽게 집착하는 상태가 심각한 정신질환의 원인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를 전이(轉移)라고 부른다. ... 세상을 바라보고 대응하는 일련의 방식들이 어릴 때 형성되는데, 이것이 어린 시절의 환경에는 아주 적절하지만 어른의 환경에는 부적절하게 옮겨오는 것을 말한다. 


 자기를 성찰한다는 것은 지극히 고통스러운 삶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어서 대다수의 학생들은 이를 피해가려고 한다. 


 우리가 가진 현실에 대한 지도가 정말 유효한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지도 제작자들의 비판과 도전을 받을 수 있게 자기 지도를 펼쳐 보이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꽉 막힌 세계 안에서 살게 된다. 시인 실비아 플러스의 비유를 사용하자면, 진공의 병 안에서처럼 우리는 자신의 악취가 풍기는 공기를 거듭 들이마시면서 점점 더 깊은 자아도취에 빠지는 셈이다. 


 아내나 남편은 또 이렇게 화를 낸다.

 "그저 되는 대로 삽시다. 당신이 비판하면 할수록 나는 점점 못된 사람이 될 것이고 그러면 당신을 후회하게 될 거요."


 진정 자기 훈육이란 비본능적으로 살아가도록 자신을 교육하는 것이라고 정의해도 좋을 것이다. 인간 본능의 다른 특징은 ... 비본능적인 것을 행하고, 본능을 초월하여 우리 자신의 본능을 개선하는 능력이다.


 진실에 헌신하는 생활의 세 번째 의미는 정직한 생활이다. ... 정직은 고통없이 오지 않는다.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도전과 그에 따르는 고통을 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결정하는 그 행동 자체가 '나는 문제가 없어'라고 하는 자아상을 포기하는 것이다. ... 사랑한 어떤 것을 포기하는 데 따르는 감정, 적어도 내 일부분이고 나와 친근한 것을 포기하는 데 따르는 감정이 바로 우울이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인간은 당연히 성장해야 하고, 정신적/영적 성장을 위해서는 옛 자아를 포기하거나 상실하는 것이 필수 과정이므로 우울증은 정상적이고 근본적으로 건강한 현상이다. 


 '괄호로 묶기'란 근본적으로 개인적 안정감과 자기주장의 욕구와 그보다는 새로운 정보와 더 큰 이해에 대한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행위다. 다시 말해 자신의 자아를 한쪽으로 재쳐놓음으로써 새로운 자료를 집어 넣을 여지를 만드는 것이다. 


 이상한 사물이나 사람 또는 사건을 접할 때마다 나는 현재 욕구와 과거 경험 또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기초로 내가 무엇을 볼 것인지를 결정하곤 한다.


 내가 알기에 많은 사람들은 발전의 이상을 품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의지력은 결핍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훈육을 거치지 않고 성자가 되는 지름질을 찾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을 뿐 아니라 바라기까지 한다. 


 훈육이란 문제 해결의 고통을 피하는 대신 문제 해결의 고통을 건설적으로 취급하는 기술 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 즐거운 일을 미루는 것, 책임을 지는 것, 진리와 현실에 헌신하는 것 그리고 균형을 잡는 것이다. ... 이 기술들을 사용할 힘과 에너지와 의지는 사랑이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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