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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채환 Sep 20. 2022

1. 안전

: 죽음, 장애, 심각한 상해. 행복을 논하기 전 일상적인 생활 영위의 전제조건이다.

     

◎서두르지 마라. 다음번에 해도 큰일 나지 않는다.

◎신호등을 믿지 마라.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라.

◎겨울철에는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고, 손에 장갑을 끼고 걸어라.

◎칼/가위는 사용하고 싱크대나 책상 가장자리에 두지 말고, 칼끝은 반드시 몸과 반대편을 향하게 두어라

◎가스레인지, 전기는 항상 조심해라.

◎시동을 거는 차 앞뒤에 서거나, 움직이는 차 앞뒤에 서있지 마라.

◎큰 차량 근처에서 차량을 운행하거나, 나란히 정차하지 마라.

◎걸어 다니면서 핸드폰을 보지 마라. 운전하면서는 핸드폰 조작을 하지 마라.

◎밤늦게 (한적한 곳에) 다니지 마라.

◎술에 취하지 마라.

◎운동을 하기 전에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한번 생각해 보자.

◎다치면 눈치 보지 말고 바로 병원에 가라.

◎엄마, 아빠가 너의 얼굴을 보고(전화 말고)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는데, 어떤 사람이 나타나서 같이 가자고 

  하면 절대로 따라가선 안 된다. 

◎낯선 곳(장소, 지방, 외국)에서 엄마아빠와 헤어지게 되면 울지 말고 침작해야 한다. 울면 다시는 

  엄마아빠를 만날 수 없다. 울지 말고 정신 바짝 차려야해.    

◎안전지도에만 맹목적으로 의존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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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에 유의하지 않으면 사고로 다칠 수도 있고, 심각하게 부상을 당해 장애를 입을 수도 있고, 더 심각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을 찾아 보상을 받는다 해도 그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것은 온전히 자기의 몫이고 아픈 몸 때문에 삶의 질이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보상받을 길도 없을 거야. 생명에 위험이 없고 큰 부상과 신체적 불편함이 없이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때 우리가 행복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좀 더 생길 테니까 안전은 행복의 전제조건이라고 아빠는 생각했어.

 아빠 생각에 안전은 ‘안전하고자 하는 습관’에서 확보된다고 생각해.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야. 우리가 물을 마실 때를 상상해보자. 저 컵을 잡아서 물을 마셔야지 하고 팔을 뻗기 시작하지만 손이 채 컵에 도달하기도 전에 다른 이의 얼굴을 보고 얘기를 하거나 TV를 잠깐 쳐다보거나 하느라고 컵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넘어뜨릴 때가 있지. 뻗고 있는 손이 컵에 완전히 도달해서 컵을 움켜쥘 때까지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면 컵을 넘어뜨릴 일은 없을 거야. 길을 건너면서도 양 옆을 한번 살피고 건너고, 돌다리도 한 번 더 두드려 보는 거지. 무심코 하는 동작, 괜찮겠지 하는 막연한 낙관, 누군가 체크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은 매번 자신이 스스로 확인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편리함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런 습관이 결코 안전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고 봐. 이 부분은 전혀 새로울 것도 없고, “아빠 저도 다 알아요.”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하품 나오는 이야기 일 수 있겠지만, 어쩌면 하윤이의 일생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일수 있다는 생각에서 맨 앞에 두었으니까 지겹더라도 잘 읽어주렴. 응?  

 조금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는 거야 하윤아.


◎서두르지 마라. 다음번에 해도 큰일 나지 않는다.

[위험을 감수하고 서두르지 마라. 다음 차례를 이용해도 큰일 나지 않는다.]

 깜빡이는 녹색 신호등을 보고 달리기 시작해서 남은 시간이 1초일 때 겨우 건넌 일, 플랫폼에 진입하는 전동차 소리를 듣고 계단을 달려 내려가서 극적으로 출입문이 닫히기 직전에 전동차에 올라탄 일, 100m 전력질주로 내달려 막 출발하려는 버스에 올라탄 일. 어른들은 살면서 한번쯤은 있었을 법한 경험들일 거야. 왜 우리는 서두를까? 아마 약속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서거나, 기다리는 시간을 절약해서 자유 시간을 더 누리기 위해서일 거야. 약속 시간을 지키고 자유 시간을 더 얻는 이득은 좋겠지만, 그만큼 안전으로부터는 멀어지게 될 수 있어.  

  제일 위험한 게 아래 그림처럼 차도가 자기 왼쪽편에 있는데 건널목이 아닌 곳에서부터 차도로 내려가서 대각선으로 건널목에 진입해서 길을 건너는 경우야. 이때 좌측을 살피지 않고 차도에 내려서면 자기 왼쪽 뒤편에서 오는 차를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경우야.

 마찬가지로 교통섬(아일랜드)이 중간에 있는 건널목에서도, 건너편 신호등만 보고 얼른 교통섬에 진입한 후 건널목만 건너면 된다는 생각에서, 인도에서 아일랜드로 진입할 때 그 사이 도로로 오는 차량을 살피지 않으면 매우 위험할 수 있어. 

 지하철 계단의 경우는 열차가 들어올 때 나는 차량 바퀴소리나 삐리리리 하는 신호음을 듣고 급하게 내려가다가 발이라도 잘못 디디면 크게 다칠 수 있어. 특히 환승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 때문에 서로 엉켜 넘어지면 큰 사고가 날 수 있겠지. 버스를 타러 뛰어 갈 때도 넘어지거나, 인도에서 차도로 뛰어 내리다가 다리를 헛디디면 발목을 다칠 수도 있어. 

 막 출발하려는 버스나 지하철에 극적으로 올라 탄 후 주먹을 불끈 쥐고 쾌재를 부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위험을 무릅쓰고서 얻게 되는 시간절약은 불과 5~10분밖에 되지 않아. 반대로 만약에 사고가 났을 때 잃게 되는 것은 그보다 훨씬 크지. 빨리 가서 쉬기 위해 서두르는 장면에 대해서는 하윤이도 아는 『어린왕자』에 바삐 퇴근하는 아저씨에게“쉬러 가는데 왜 그렇게 빨리 가야해?” 라고 질문하는 장면을 한번 떠올리면서 여유를 갖기로 해보자. 약속에 늦는 문제는 신뢰가 달린 문제니 가급적 늦지 않는 게 좋으니까 결국 서두르지 않으려면 좀 일찍 나서서 여유 있게 다니는 방법밖에 없겠어. 평소에 부지런한 생활습관을 몸에 익히면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기니 서두를 이유가 없어지고, 쉬러갈 때는 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가도록 해보자.

 어딜 갈 때는 부지런히 좀 일찍 나서서 서둘러 가지 말고, 돌아올 때는 어차피 쉬러 가는 길이니까 쉬면서 천천히 오렴.      


◎신호등을 믿지 마라.

 [“파란 불이 켜졌습니다. 건너가도 좋습니다.”과연 괜찮을까? 초록색등이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 1등으로 건너는 사람이 사고를 당한다. 차가 오는 방향을 늘 주시해라.]

 아빠는 살아오면서 건널목에서 사람이 차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3번 목격했어. 공통적으로 파란불이 켜져 있었고, 그 사람은 1등으로 건너는 사람이었고, 급한 일이 있어서 바삐 걷거나 혹은 어떤 생각에 잠겨 있어서 앞이나 땅만 보며 걷는 사람이었어. 별 문제가 없는 상황처럼 보이지. 하지만 그렇지 않단다. 파란불이라고 다 안전한 게 아니야. 하윤이도 나중에 운전을 하게 되면 느끼겠지만, 보행자일 때는 신호등이 왜 이렇게 안 바뀌나 기다리는 일이 지겨운 것처럼, 운전을 하게 되면 신호에 걸려서 다음번까지 기다리는 게 너무 싫어서 녹색불에서 빨간불로 넘어가는 노란불일 때 빨리 지나가려고 건널목에 진입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 그래서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지기 직전 직후의 순간이 어찌 보면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의 빨리 가려는 욕망이 겹쳐지는 위험한 순간이라고 볼 수 있겠어. 그래서 1등으로 건너는 사람이 사고를 당할 위험이 가장 높다고 볼 수 있어. 그래서 하윤아 ➀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오더라도 바로 출발하지 말고 3초 정도 기다리고, ➁왼쪽을 보고 차가 오고 있는지 정지해 있는지 확인한 후에 신호등을 건너기 시작하고, ➂계속 왼쪽을 주시하면서 건너다가 중앙선을 가로지르기 시작할 즈음에 다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차가 오는지 확인하면서 건너야 해. ④비오는 날은 더 주의하고, (특히 비오는) 12시가 넘은 심야시간에 길을 건널 때는 나는 지금 빨간 불에 길을 건너고 있고 운전자는 나를 보지 못한다는 마음으로 길을 건너야 해. 알겠지? 

 신호는 녹색불만 믿지 말고 잠깐 기다렸다가, 차가 멈춰서는 걸 확인하고, 좌우를 살피면서 건너야 해. 비가 올 때나 밤에는 더 주의해야 하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라.

 요즘도 아빠가 계속 강조하는 것들 중에 하나지. “하윤아 계단에서는 손 빼고!”아빠랑 다니면 하루에도 몇 번씩 듣지? 왜 잘 안될까? 여기는 계단이 몇 개 안되니까 금방 내려가겠지 하는 생각 때문에? 때로는 손이 시려서? 아마도 설마 계단에서 넘어질까 하는 생각 때문 아닐까. 하긴 계단에서 넘어지는 건 드문 일이기는 해. 그 다음은 아마 혹시 넘어지더라도 금방 손을 빼서 무언가를 잡든가 바닥을 짚든가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일 거야. 하지만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서 넘어지는 건 아주 위험한 일이야. 간단하게는 타박상(무엇에 맞거나 부딪쳐서 생긴 상처)이나 찰과상(넘어지거나 긁히는 등의 마찰에 의하여 피부 표면에 입는 수평적으로 생기는 상처)만 입고 말 수도 있지만, 하윤이도 알다시피 우리가 아는 사람 중에는 다리가 부러진 경우도 있었고, 영화에서는 긴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목숨을 잃는 장면도 더러 나오잖니. 게다가 막상 넘어지는 순간이 되면 생각보다 손이 주머니에서 빨리 잘 빠져나오지 않는다고 해. 손만 빼고 있으면 가볍게 타박상 정도로 끝날 수 있는 일이 골절이 될 수도 있는 거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는 속담이 있어. 적은 힘을 들여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기회를 놓쳐 큰 힘을 들이게 됨을 이르는 말이잖니. 손만 빼고 내려가면 큰 문제가  없을 일을 그게 좀 귀찮다고 하지 않다가 나중에 후회할 일을 만드는 것보다 낫잖니. 두 손을 주머니에서 빼고 한 손으로 난간을 잡고 내려가는 것이 제일 안전한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매번 그러기는 힘들겠고 난간 가까이로 걷는다면 혹시 넘어지려고 할 때 붙잡을 수 있겠지. 난간에서 미끄럼을 탄다거나 하는 행동은 정말 위험천만한 일이고.

 계단에서는 반드시 두 손을 주머니에서 빼고 잘 살피면서 내려와야 해.     


◎겨울철에는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고, 손에 장갑을 끼고 걸어라.

 겨울에는 눈이 내려 쌓일 수도 있고, 눈이 녹거나 비가 내리거나 해서 도로 위에 물기가 있다가 이게 늦은 저녁 혹은 이른 새벽에 얼어서 빙판이 될 경우 굉장히 미끄럽잖니. 이럴 때 조심해서 걸어야 하는데 겨울에는 날씨가 추우니까 바지나 코트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걷는 경우가 많아. 계단에서와 마찬가지로 역시 넘어질 때 손이 빨리 빠져 나오지 않는단다. 그러니까 손을 빼고 걸어야 하고, 정말 미끄러운 곳은 스키를 탈 때처럼 자세를 좀 낮춰서 걸으면 자칫 넘어지더라도 충격을 좀 줄일 수 있을 거야. 혹시라도 넘어지게 될 것 같으면 스키나 스케이트 배울 때 넘어지는 연습을 했던 것처럼, 버티지 말고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지는 게 부상을 줄일 수 있어. 안 넘어지려고 버티려다가 더 크게 넘어지면 더 심한 부상을 입을 수도 있거든. 대개는 넘어질 때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바닥을 짚게 되어 있는데 이때 손이나 손목을 다칠 수 가 있어. 장갑하나만 껴도 부상을 완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찰과상을 막고 타박상의 강도도 많이 줄일 수 있을 거 같아. 

 그리고 겨울에 구두를 신으면 바닥면이 딱딱하고 마찰력이 적어서 미끄러지기 쉽고, 특히 굽이 높은 구두는 바닥면도 좁은데다 중심도 잡기 힘들어서 더 위험하단다. 겨울에는 굽이 낮은 신발, 구두보다는 운동화가 안전해. 

 겨울에는 주머니에 손 넣지 말고, 꼭 장갑을 끼고 다녀 하윤아.      


◎칼/가위는 사용하고 싱크대나 책상 가장자리에 두지 말고, 칼끝은 반드시 몸과 반대편을 향하게 두어라.

 하윤이가 어렸을 때나 지금 학용품으로 쓰고 있는 가위들은 대부분 크기가 작고 끝이 날카롭지 않아서 안전하지만 주방용 가위 중에는 끝이 날카롭고 무거운 것들도 있단다. 칼의 경우는 특성상 끝이 날카롭지 않은 것이 드물지. 집에서 흔히 쓰는 커터 칼은 가볍지만 주방에서 쓰는 과일 깎는 칼이나 요리용 칼은 무거운 것들도 많아. 제일 좋은 것은 사용이 끝나면 바로 제 자리에 놓는 거겠지. 학용품 가위라면 사용하고 연필꽂이나 책상 서랍에 넣어두면 좋겠고, 요리용 가위라면 싱크대에 집어넣거나 씻어서 원래 있었던 주방용품 걸이에 걸어 두는 게 좋겠어. 다 사용하지 않고 중간에 잠시 내려놓을 때는 가급적 싱크대나 책상 가장자리에 두지 말고 싱크대 안쪽이나 책상 중앙 부위에 내려놓되, 놓을 때는 날카로운 끝이 가장자리로부터 먼 쪽을 향하게 내려놓아라. 드문 경우이지만 실수로 건드려서 바닥으로 떨어지더라도 날카로운 쪽이 우리 몸에 닿지 않는 게 좋으니까 말이야. 다행히 바닥에 떨어지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날카로운 쪽이 사람 발등으로 떨어지면 어떤 일이 생기겠니.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구나. 

 커터 칼은 택배 상자를 열 때, 종이를 자를 때 등 하루에도 여러 번 사용할 일이 많기 때문에 아빠가 생각하는 안전한 사용법을 알려주고 싶어. 아빠도 살아오면서 몇 번 벤 적이 있거든. 

 박스를 여러 번 돌리기 번거로우니까 칼 끝 방향을 이쪽저쪽으로 해서 사용하기 쉬운데  오른손잡이라고 가정해 볼 때 ➀아래 그림의 오른쪽 바른 예에서처럼 왼손으로 박스를 잡는다고 하면 잡은 손으로부터 멀어지는

 방향으로 칼질을 해야 해. 그림의 왼쪽 잘못된 예에서처럼 자르면, 자르다가 어딘가에 걸려서 칼날이 잘 안 나가서 힘을 더 세게 주어서 안 잘리고 멈춰 있던 칼이 갑자기 팍 나가면서 손을 다치는 경우가 있어. 아빠도 몇 번 손을 벤 적이 있어.ㅜㅜ ②그리고 바른 예에서처럼 잡은 손으로부터 멀어지는 방향이더라도 그게 몸 쪽 방향이어서는 안 돼. 칼끝에 찔리거나 베일 수가 있어.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정리하자면 번거롭더라도 매번 칼질할 때마다 자를 물체의 방향을 돌려서 몸에서 멀어지는 방향이면서 잡은 손으로부터도 멀어지는 방향으로 칼질을 해야 안전한 거야. 

 상처를 준 가위나 칼이 오래되어 녹이 슨 경우 파상풍에 걸릴 수 있어. 녹이 많이 슨 물체에 상처를 입고 몸이 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도록 해 하윤아.  

  칼이나 가위는 사용하고 가장자리로부터 먼 곳에, 날카로운 부분이 먼 쪽을 향하게 둬야하고, 칼을 사용할 때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어.     

 

◎가스레인지, 전기는 항상 조심해라. 

 가정에서 큰 사고가 난다면 그것은 불에 의한 것일 거라고 아빠는 생각해. 요즘은 성냥이나 촛불 같은 것을 잘 쓰지 않으니까 대개 전기나 가스 불에 의한 것일 테고 말이야. 전기를 쓰는 제품이 과열되거나-그게 전열기이든 아니든 간에 말이다- 가스 불 위에 뭔가를 올려놓았는데 그걸 잊어버리고 잠깐 다른 일을 보거나 슈퍼마켓에 다녀오는 사이 불이 주방에 있는 다른 물품에 옮겨 붙었거나 끓고 있던 뭔가가 넘치면서 불이 꺼지면서 가스가 새면서 사고가 생기는 방식이라고 해. (요즘은 주방에서 하이라이트나 인덕션 같은 것들도 많이 사용하는데 그것들도 과열을 주의해야겠지.) 
  순식간에 불이 번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는 처음에 뭔가 타는 냄새가 날 테니까 그 때는 얼른 달려가서 전자제품의 스위치를 끄거나 전원을 뽑거나 가스 불을 끄면 될 거야. 요즘은 편의기능이 내장된 제품들도 많으니 장시간 사용하려면 타이머의 자동 꺼짐 기능을 이용하는 것도 좋겠고. 문제는 뭔가를 잊고 나갔을 때 일이 생길 것 같구나. 그래서 항상 나가기 전에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을 것 같아. 전에 살던 집 현관에는 ‘외출 전 전기, 가스 확인’이라고 관리실에서 붙여주신 스티커가 있었잖니. 그것처럼 나중에 하윤이 사는 집에도 [외출 전 확인사항] 같은 것을 목록으로 만들어서 붙여두고 온 가족이 외출하기 전에 잠깐 가스 불, 선풍기, 충전기, 전기매트, 전열기, 가스레인지 환풍기, 화장실 환풍기 등 오랜 시간 외출했을 때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이 없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을 것 같아. 외출할 때마다 헐레벌떡 달려 나가야 한다면 아무리 큼지막한 스티커를 붙여 놓는다고 해도 그걸 볼 겨를이 없을 테지만 말이다. 늘 조금 일찍 준비해서 여유 있게 확인할 시간을 가지도록 해.

 외출 전에는 좀 일찍 준비를 해서 헐레벌떡 뛰어나가지 말고, 전기/가스 등을 방마다 꼼꼼히 확인하고 나가면 걱정할 게 없을 거야. 알겠지?      


◎시동 거는 차 앞뒤에 서있거나, 움직이는 차 앞뒤에 서있지 마라.

 하윤이는 아직까지 아마 들어본 적이 없을 수도 있지만 자동차 사고 중에 급발진이라는 게 있단다. 운전자가 차량을 어떻게 조작한 게 아닌데 갑자기 차가 저절로 빨리 달려 나가서 생기는 사고를 일컫는 말이야. 이 사고는 정지 중에도, 천천히 움직일 때도, 일정한 속도로 달릴 때도 일어날 수 있다고 해. 일단 차가 막 달리기 시작하면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가 멈춰지지 않는데 심지어 그 원인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단다. 일정 속도로 이미 달리고 있는 차 앞에 우리가 서 있을 일은 없지만 시동을 켜려고 하는 차, 켜고 서 있는 차, 서서히 운행을 시작하려는 차 앞뒤에 서 있는 일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있는 일이잖니. 아빠가 차 옆으로 비껴서라고 하는 이유는 이럴 때 일어나는 급발진 사고 등을 걱정해서야. 

 간혹은 이런 급발진사고 말고 운전하다가 착각해서 브레이크를 밟으려다가 가속페달을 밟는 경우도 있어. 아빠 친구는 친척 아저씨가 차를 빼는데 부인 분이 차 뒤에 서 있는데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게 실수로 가속페달을 밟아서 그 부인분이 크게 다친 일도 있었어. 그냥 옆으로 좀 비껴서 있었으면 차만 고장 나고 말았을 일을 사람까지 다치게 된 거지. 

 이 장의 제일 첫 부분에서도 얘기 했지만 일단 다치고 나면 잘못한 사람에게 보상을 받는 것은 아무 소용도 없어. 고통 받으면서 치료 받고, 재활하고, 후유증에 시달리고 하는 모든 일이 오롯이 다 자기가 감당해야 할 몫이야. 특히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심하다고 알려져 있단다. 하윤이 스스로의 몸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윤이도 나중에 커서 운전을 하게 되면 꼭 사람들을 옆으로 비켜서게 한 후에 차를 움직이도록 해라. 번거롭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잖니. 습관을 들여 놓으면 그리 번거롭지도 않을 거야. 차에 타자마자, 출발 전에 안전벨트부터 매야 하는 건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지?

 시동을 걸거나 움직이는 차 앞뒤에 서 있지 말고, 옆으로 비켜서 있어야 해.     


◎큰 차량 근처에서 차량을 운행하거나, 나란히 정차하지 마라.

[큰 차에서 화물이 떨어지거나, 차가 넘어지는 일은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운전은 하윤이가 커서 배우고 하게 될 필수적인 일 중 하나이고, 자동차는 일상생활이나 여행 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좋은 교통수단이지만 아주 주의해야할 것이기도 해. 아빠가 말하려는 큰 차는 화물차, 관광버스, 레미콘트럭, 중장비차량, 컨테이너 트럭 등 말 그대로 크기가 큰 차를 말하는 거야. 첫 번째로 이 차들은 일단 덩치가 크기 때문에 간단한 접촉사고라도 승용차에게는 큰 충격이 될 수가 있기 때문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두 번째로는 화물차에서 빠져나온 쓰레기, 이물질 등이 앞 유리에 붙어 시야를 가릴 수 도 있고, 적재된 돌, 철근, 벽돌, 부품, 작업도구 들이 떨어져 나올 수도 있는데 이것들은 원래도 주의해야 할 물체들이지만 고속도로처럼 빨리 달리는 도로에서는 각각이 무서운 흉기가 될 수 있어. 이것들이 내 차로 날아든다면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 생기게 될 거야. 세 번째는 이런 차들은 물건을 높이 실었거나 차 자체의 높이가 높아서 회전하거나 급히 방향을 틀다가 옆으로 넘어지는 일이 심심치 않게 있어. 모두가 이 차들 가까이에 가지 말아야 할 이유들이야. 그런 이유로 이 차들의 앞뒤나 옆에서 가까이 운행을 하지 말고, 교차로나 신호등에서 가급적이면 나란히 정차하지 않는 게 좋겠어. 하지만 운전을 하다 보면 이런 차들을 만날 수밖에 없잖니. 그럴 때면 가급적 거리를 두고 가까이 가지 않은 게 좋고, 그 차가 먼저 가려고 한다면 지나가게 비켜주는 게 좋겠고, 앞질러 가야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빨리 그 옆을 지나쳐서 간격이 멀리 떨어질 때까지 재빠르게 앞질러 가는 게 좋겠어.
  그리고 참고로 낮과는 달리 밤에는 시야확보가 덜 되니까 가급적 밤에는 길게 운전하지 않도록 하고, 특히 비오는 밤에는 정말 앞이 잘 안보이니까 웬만하면 운전을 하지 않는 편이 좋겠어. 비오는 날은 도로의 가쪽 차선에는 물이 고여 작은 웅덩이가 생겨서 빨리 지나갈 때 차가 중심을 잃고 휘청할 수 있으니까 가급적 도로의 중앙(4차선 도로라면 2, 3차선)에서 운전하도록 하는 게 좋겠어. 

 운전할 때는 큰 차 가까이 가지 말고, 어쩔 수 없을 때는 빨리 지나쳐야 해. 


◎걸어 다니면서 핸드폰을 보지 마라. 운전하면서는 핸드폰 조작을 하지 마라.

 전에는 이어폰을 귀에 꼽고 걸어 다니면서 음악을 들으면 자동차 경적 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위험하다고들 했었는데 스마트폰이 나오고서는 그 정도는 애교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세상이 된 것 같아. 하윤이 너도 다니면서 많이 봤지? 걸어 다니면서도 분주하게 뭔가를 손가락으로 입력하는 학생, 스마트폰 화면을 옆으로 밀어 넘기며 웃음 짓는 사람, 핸드폰을 가로로 들고 드라마인지 뭔지를 시청을 하면서 걸어가는 사람 등등. 이런 사람들을 ‘스몸비(Smombie)’라고 한다지? {스몸비는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를 합성한 말로,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길거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람을 넋 빠진 시체인 좀비의 걸음걸이에 빗대어 일컫는 말이다. [에듀윌 시사상식]} 우리가 운전을 할 때든 걸어 다닐 때든, 이런 사람들은 앞을 보지 않기 때문에 아니 볼 수 없기 때문에 늘 주의해야 해. 심지어 중국에서는 핸드폰을 보고 걷던 사람이 강물에 빠져 죽는 사고도 있었고, 차에 치이는 사고는 아마 셀 수도 없이 많을 거야. 걸어 다니면서 자기가 가고 있는 길이나 주변을 주시하지 않고 다른 곳에 한눈을 판다는 것은 마치 눈을 감고 걷는 것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위험한 일이야. 내 목숨, 내 멀쩡한 신체와 바꿀 만큼 재미있어서 안보고는 못 배길 컨텐츠, 긴급하게 확인해야 할 메세지가 있을까? 그만큼 의미가 있는 SNS 소식이 있을까?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으면 건널목이 시작되는 보도블럭 바닥에 신호등처럼 불이 들어오게 하는‘바닥 신호등’이란 것이 다 나왔겠니. 얼마나 위험하다고 생각했으면 호주는 2017년 7월에, 대만은 2019년 12월에 ‘보행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법’을 제정했겠니. 

 마찬가지로 운전 중에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일도 매우 위험하다고 봐야해. 앞을 안보고 걸음을 걷다가 가로수나 벽에 부딪히면 상처가 나고 피가 나고 말겠지만, 달리는 차가 어딘가에 부딪히면 어떤 일이 생기겠니? 나중에 하윤이가 커서 운전을 하게 되면 하마 전화통화 때문에 혹은 네비게이션 조작 때문에 운전 중에 핸드폰을 조작해야할 일이 생기게 될 거야. 꼭 그때 해야만 되는 급한 일이 아니면 되도록 하지 말고, 꼭 해야 된다면 차를 세우고 해야 안전해. 그리고 손을 대지 않고 하는 음성인식 기능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으니까 그런 스마트 기능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알았지?

 스마트폰을 보면서 하는 것은, 눈을 감고 걷거나 운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야. 나중에 하거나 멈춰 서서 해야 해.       


◎밤늦게 (한적한 곳에) 다니지 마라.

 야경을 감상하거나 수고로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조용히 쉬는 시간으로서의 밤은 느긋하고 편안한 시간이지만, 안전의 관점에서 밤은 썩 좋은 시간대는 아닌 것 같아. 

 하루 24시간을 3시간 단위로 나누어 살펴볼 때(아빠가 편의상 나누어봤어.) 밤 9시부터~오전 6시까지의 심야시간대는 낮 시간대에 비해 강력범죄(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가 54.4% 더 많이 일어나고, 교통범죄(상해, 사망, 뺑소니 등)의 경우 밤 9시~자정 시간대는 나머지 시간대 평균에 비해 72.1%의 범죄가 더 많이 일어난다는 통계가 있어. [KOSIS, 경찰청 「경찰청범죄통계」2019년 기준]

 결론적으로 밤은 낮보다 범죄나 사고의 관점에서 안전하지 못한 시간이라고 봐야 된단다. 위에 길 건너기에서도 말했지만 단순히 길을 건너는 일도 밤에는 낮보다 더 주의를 기울여야 안전히 건널 수가 있어. 특히 밤 시간 식당과 술집이 있는 거리에는 술을 마셨거나, 술에 취한 사람들이 많단다. 술을 마신 사람은 판단력이 보통 때와는 많이 달라져서, 평소 같으면 하지 않을 말과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어. 원래 온순한 사람이었는데 술 때문에 실수를 했다거나, 원래 성품이 좋지 못한 사람이 눌러왔던 본성이 술에 의해 드러났다거나 하는 술 때문에 일어난 일들에 대한 말도 많고. 어쨌든 술을 마시고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하고, 간혹은 그러한 행동이 폭력을 비롯해서 범죄에 해당하는 행동으로까지 나아가는 경우가 있기도 해.

 우리 법에는 ‘술에 취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형벌을 줄여 주는 일’이라는 의미의 주취 감형[酒醉減刑]이라는 말이 있단다. 술에 취해서 자기도 모르게 자기 생각과는 달리 범죄를 저지른 것이니 좀 봐준다는 말이겠지. 최근 들어 피해자에게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주었음에도 이 조항에 의해 감형을 받거나, 이 조항을 의도적으로 악용한 가해자의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람들 사이에 이런 제도는 옳지 않다는 반대 여론도 뜨겁단다. 어쨌든 술을 마시면 비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은 법에서도 인정할 정도로 분명한 일인 것 같아. 1차를 마치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2차를 마신 사람, 3차까지 마신 사람들이 남게 되니 시간이 늦을수록 거리에 남아있는 사람 중 술을 마신 사람이라면 더 술에 취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고 이 사람들이 더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질 수 있을 거야. (술 마신 사람들을 다 잠재적인 범죄자로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고 다만, 새벽시간에 경건한 마음으로 종교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과 새벽 2시에 유흥가 거리의 취객들 사이를 지나가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안전한 상황인지를 말해주고 싶을 뿐이에요.) 모르는 사람들과의 다툼도 문제겠지만, 아빠의 경험으로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낮보다는 밤에, 그것도 술을 많이 마신 늦은 밤에 후회스러운 일이 많이 생겼던 것 같아. 

 전에 언제 차타고 가다가 술 마신 아저씨가 어떤 건물 벽에 소변보는 거 본 적 있지? 그 아저씨가 술을 마시지 않은 낮이었다면 그런 행동을 했을까? 술을 마신 탓도 있지만 밤이라 보는 눈이 없으니 그럴 수 있었을 거야. 밤에는 낮보다 깜깜해서 잘 보이지도 않지. 낮에 사람들이 많은 붐비는 곳이라도 밤에는 사람이 없어. 원래 사람이 적은 곳이었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겠지. 남들이 보고 있으면 하지 않을 행동도, 보는 눈이 없으면 하게 될 수도 있는 거야. 그러니까 깜깜한 밤이고, 한적한 곳이면 더 위험하다고 봐야 해. 

 밤은 낮보다 사고나 범죄의 위험이 높아. 너무 늦게까지 돌아다니지는 마 하윤아.     


◎술에 취하지 마라.

<너 스스로의 안전의 입장에서>

 그럼 술을 마신 하윤이는 어떻게 될까? 하윤이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맞을 수도 있지. 술을 적당히 마셨을 때는 말이지. 하지만 위에 주취감형에서 뭐라고 했지? ‘술에 취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이라고 했지. 누구든 술에 많이 취하면 반드시는 아니지만 그런 일이 생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거야. 그러니까 한참 뒤의 일이겠지만 하윤이 스스로가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내가 술을 얼마만큼 마시면 기분과 행동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잘 관찰해보고 스스로를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가야 한단다.

 술의 긍정적인 점 중에 하나는 몸이 나른해지면서 육체적·정신적 긴장이 풀리게 해주는 점이야. 평소에 가지고 있던 골치 아픈 생각, 걱정거리를 잠시 접어두고 술이 주는 나른함, 푸근함에 빠져드는 거지. 하지만 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근육의 긴장도 같이 약해져서 몸이 평소처럼 잘 움직여지지 않게 된단다. 물론 많이 마시면 마실수록 더 그렇겠지. 평소 같으면 쉽게 넘었을 문턱이나 문제없이 오르고 내렸을 계단에서 넘어질 수도 있어. 그러니까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좀 더 주의를 기울여서 걷고 행동하는 게 안전에 도움이 된단다.

 간단히 몇 잔이면 모를까 양이 많아지면 판단력, 방어력, 대처능력도 전체적으로 떨어진다고 봐야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판단인지가 헷갈려서 쓸데없는 말과 행동을 할 수도 있고. 누군가 하윤이의 인격이나 신체에 모욕적인 말과 행동을 할 때는 어느 때고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게 맞겠지만, 술을 마시고 상황판단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서로 간에 오해로 감정이 격해질 때는(명백히 부당한 상황도 일단 나중에 생각하라는 말은 아니고) 한 박자 쉬었다가 그 다음날 쯤 정말로 화날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얘기하는 것도 방법이란다. 

 술을 마셨을 때에는 다른 사람이 너에게 말과 행동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했을 경우에 대한 방어력도 평소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을 것이고, 문제가 되는 상황이 생겼을 때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게 좋을지 판단해서 대처하는 능력도 많이 떨어져 있을 거야. 전문용어로 ‘메롱 상태’라고 하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입장에서>

 야생에서 늑대는 어떤 양을 사냥할까? 힘세고, 젊고, 무리 지어 있는 숫양을 사냥할까? 동물의 왕국을 보니 사자 무리도 콧바람을 쉭쉭 내뿜는 수컷 물소 떼 앞에서는 슬슬 뒷걸음질을 치더구나. 대개는 임신한 암양, 어린 양, 늙은 양, 병든 양을 우선적인 사냥감으로 삼는다고 해. 숫양에 비해서 힘도 약하고 저항할 수 있는 공격성도 떨어지는 개체여서 사냥 성공률도 높고 힘도 덜 들기 때문이지. 

 아빠 생각에는 인간 사회에서도 이런 방식은 똑같이 이루어지지 않나 싶어. 나쁜 놈들은 대개 강한 상대를 골라서 괴롭히지 않아. 공연히 수컷 물소를 잡아 보겠다고 설치다가 뿔에 받혀서 옆구리에 구멍이 날 수도 있고, 기린을 잡아 보겠다고 까불다가 뒷발에 차이면 갈비뼈 여러 개가 동시에 부러지는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자기가 하려는 나쁜 행동에 쉽게 저항하지 못하는 상대를 찾아 손쉽게 목표를 달성하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면에서 같은 거지. 술을 마시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판단력, 저항력, 대처능력이 떨어지니까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칠 늑대, 사자들이 길을 멈추고 풀밭위에 납작 엎드린 자세로 지켜보면서 기회를 노릴 수도 있어. 굶어 죽을 정도가 아니면 절대 수컷 물소를 공격하지 않겠지만 그 물소가 다리가 부러졌거나, 독감에 걸려서 바위에 몸을 의지해 숨을 몰아쉬고 있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지는 거야. 하물며 술을 마셔 의식이 흐릿한 암컷 양이라면 어떻겠니?

<술에 안취하려면>

 이 세 가지만 지키면 큰 문제는 없을 거야. 이걸 못 지키게 하는 사람은 결코 하윤이를 이롭게 하려는 사람을 아닐 거다.

①양에 관계없이 빨리 마시면 무조건 취한다.

②배고플 때 마시면 취한다. 식사를 마친 후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많이 들어가지도 않고 덜 취한다. 고기 같은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먼저 몇 점 먹고 마시면 덜 취한다.

③술을 잘 마시고 자주 권하는 무리로부터 가급적 멀리 앉아라. 

 살아가면서 학교나 직장에서 회식을 하거나 몇몇 사람이 모여서 술을 마실 일이 적지 않게 있을 거야. 3차까지 함께 한, 피를 나눈 형제보다 진한 전우애로 뭉쳤다는 동지들이 가족 형제보다 더 오래 갔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끝까지 남아서 자리를 빛냈다고 누가 상주는 사람 없으니까 적당히 참여하고 집에 일찍 들어와라. 술자리에서 먼저 일어선다고 아쉽다고 섭섭하다고 난리치는 듯 보이겠지만, 네가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왁자하게 떠들면서 네가 없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신나게들 놀 거야. 집에 들어와서 아빠랑 놀자. 아쉬우면 집에 와서 아빠랑 한잔 더 하든가. ^^ 

 취하게 술 마시지 마라. 취할 거 같으면 언제, 어디서든 아빠한테 전화를 해라. 알았지?      


◎운동을 하기 전에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한번 생각해 보자.
  집 밖에서 운동을 하고 놀면 집 안에서 책을 보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보다는 작게든 크게든 다칠 확률이 아마 높을 거야. 안전하자고 평생 집 안에서만 놀 수만은 없잖니. 그렇다고 아이들이 야 농구하자, 야 축구하자고 하는데 아이들에게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서 운동장에 날카로운 병조각은 없는지 큰 돌멩이는 없는지 일일이 골라낸 후에 놀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야. 거창하게 뭘 하지 않고, 너무 안전 안전 하면서 겁쟁이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좀 더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단은 가벼운 준비운동을 하는 게 제일 우선일 것 같아. 농구공을 아이들이 막 드리블하고 달려 나갈 때, 수영장이나 바닷가에 가서 아이들이 막 물에 뛰어 들려고 할 때, 잠깐 한 템포 쉬면서 손목, 발목, 허리 등을 돌리면서 가볍게 몸을 풀어주면 부상위험을 한층 줄일 수 있을 거야. 시간이 좀 더 여유가 있다면 몸에 가볍게 땀일 날 듯 말 듯 할 정도로 잠시 팔 벌려 뛰기나 가벼운 달리기라도 할 수 있다면 더욱 좋고. 하지만 애들이 모두 이미 놀고 있는데 너무 티나게 혼자만 오래 하면 안 되겠지. 하는 듯 안하는 듯 살살 알지?  
  그리고, 운동 특성상 필요한 보호 장비는 꼭 착용하고 안전규칙을 지키면서 하는 게 좋겠어. 골프를 치러 가거든 절대 공을 치는 사람보다 앞에 나가 있지 말고, 자전거를 타고 멀리 갈 때는 헬멧과 보호대를 착용하고, 인라인을 탈 때도 마찬가지로 보호대를 착용하는 게 좋겠어. 청소년이 되면 뭐 거추장스럽게 그런 걸 하냐고 겁쟁이냐고 말하는 아이들이 분명 있을 테지만, 청소년의 뼈는 다른 세대와 달리 무쇠로 만들어 진 것도 아니고 다치면 자기만 손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그 다음은 운동하는 주변 환경에서 위험한 요소는 없는지 한번 살펴보는 거야. 농구 골대가 낡아서 쇠붙이가 날카롭게 삐져나와 있는 곳은 없는지, 바닥이 움푹 파인 곳은 없는지, 바다라면 갑자기 깊어질 것 같은 곳은 없는지와 같은 것처럼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크게 한번 쭉 한번 훑어보는 정도로도 위험요소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단다. 그럼 안 본거 보다는 훨씬 나을 거라고 아빠는 생각해. 
 운동 전에는 간단하게라도 몸을 풀고,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할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고 주변을 둘러보고 해.     


◎다치면 눈치 보지 말고 바로 병원에 가라.

 살다보면 친구들과 놀다가, 길을 걷다가, 운동하다가, 장난치다가, 혹은 남의 부주의나 실수로 다칠 수 있어. 아빠가 어렸을 때는 어디를 좀 다쳐도 뭘 그런 걸 가지고 유난이냐며 ‘빨간약(상처에 바르는 빨간색 소독약)이나 좀 바르면 되지’ 하는 시선이 있었어. 실제로  상처를 깨끗이 소독하고 연고만 바르면 될 정도로 가벼운 상처인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하니까 그런 말들을 하는 모양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즉 다친 부위가 중요한 부위이거나, 통증이 계속 되는데도 친구들의 시선 때문에 혹은 즐거운 분위기를 깨기 싫어서 병원에 가기를 주저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

 예를 들어 머리를 다쳤을 경우 그 당시에 자신은 모르고 있었는데 머릿속에서 작은 출혈이 일어나고 있었다면 시간이 지나고 뇌손상에 의해 몸의 일부분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없을 수도 있고, 공에 눈을 맞은 경우 방치 해 두었다가 녹내장이 되어서 시야가 좁아지거나 시력을 잃을 수 도 있어. 또 어떤 골절의 경우 처음에는 괜찮은 것 같고 X-ray촬영을 해도 문제가 없이 나오는데, 시간이 지나도 통증이 지속되어서 1~2주 후에 다시 촬영해 보면 골절이 진단되는 잠복골절이라는 것도 있단다.

 분위기를 깨기 싫어서, 친구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참으려고 하지 말고, 그런 순간은 잠시니까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괜찮다는 진단을 받은 다음 안심하고 쉬는 게 좋겠어 하윤아. 그러면 중증인 경우라면 초기 대응을 잘 해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고, 가벼운 경우라면 대부분의 병들처럼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 더 말끔하게 치료가 되거나 전체 치료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거야.

 창피할 것도 없지만, 창피함은 잠깐이야. 다쳤을 때는 눈치 보지 말고 얼른 병원에 가는 게 나중에 후회도 적고, 훨씬 덜 고생하고, 빨리 나을 수 있어.     


◎엄마, 아빠가 너의 얼굴을 보고(전화 말고)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는데, 어떤 사람이 나타나서 같이 가자고 하면 절대로 따라가선 안 된다. 

 유괴. 어린 아이를 속임수나 강제로 끌고 가는 아주 나쁜 범죄행위를 일컫는 말이야. 아이들을 이렇게 데려가서 주로 강제로 일을 시키거나, 다른 범죄행위를 하도록 시키거나, 부모에게 몸값을 요구하는데 이용한다고 해. 이런 일이 생길 줄 안다면 아이들이 절대로 따라가지 않겠지? 그럼 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천사의 탈을 쓴 악마’처럼 최대한 다정하고 친절하게 하면서 아이들을 안심시키고 오래도 아니고 아주 잠깐만 아저씨 또는 아줌마랑 같이 가면 된다고 할 거야. 과거에 있었던 유괴범죄에서 알려진 소위 ‘아이들을 안심시키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단다. 아이가 모르는 사람의 경우에는 “철수야, 너희 아빠 XX학교 나와서 XX전자 다니는 홍길동이지. 나 아빠친구 OOO야. 오늘 아빠 생신이지 아빠 몰래 선물사다가 깜짝 놀라게 해드릴까? 재밌겠지.”와 같이 엄마, 아빠와 잘 아는 사이, 또는 먼 친척이라는 식으로 잘 아는 사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면서 가족의 개인적인 정보, 즉 생일이나 직장, 전화번호 등을 줄줄 말하면서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려고 들 거야. 게다가 불행하게도 이런 범죄가 아이가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란다. 친척들 사이에서도 일어나는데 이 경우에는 정말 아이가 의심하기 힘들 거 같아. 더 다양하고 정말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사례·방법이 많이 있을 텐데, 범죄를 저지를 사람들이 이미 알려진 방법만 쓰는 것도 아닐 테고 우리가 그것을 다 상상해서 헤아릴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럼 어떡하면 좋을까?     

#어떤 상황 : 잠깐이든 긴 시간이든 엄마아빠와 떨어져 있는 상황일거야. 학교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거나, 집에 있다가 잠깐 어디를 다녀오려고 나간 상황이거나, 여행지나 집근처에서 엄마아빠랑 함께 있다가 잠깐 매점에 가거나 뭘 구경하려고 잠시 떨어져 있는 순간일거야.

#누가 :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모르는 사람이거나 아는 사람일거야.  

#어떻게 : 원래 가야할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로 가자고 할 거야. 엄마아빠가 그리로 오라고 했다고 할 거야. 엄마아빠가 그렇게 말씀하신 적이 없다고 하면, 엄마아빠한테 전화통화를 시켜 줄 텐데, 그때 전화로 연결되는 사람은 엄마아빠가 아니야. 아니면 같이 뭘 사러 가자고 할 수 도 있어. 원래 가야할 장소로 간다고 할 경우에는 자기가 거기로 데려다 줄 거라고 할 거야. 자기 차로 데려다 준다고 할 수도 있어.     


[이걸 반드시 명심해야 돼]

①낯선 사람이 너와 우리 가족에 대해서 알건 모르건 일단 대화를 하지 말고 절대 따라가지 말아야 해. 엄마아빠가 낯선 사람에게 너를 데려오라고 시킬 일은 절대 없어. 특히 낯선 사람의 차에 절대 타서는 안 돼.

②얼굴을 알지만 자주 만나지 않는 사람에게도 널 데려오라고 엄마아빠가 부탁할 일 없어. 절대 따라가지 마.

③잘 알고 자주 만나는 사람이더라도, 사전에 엄마아빠가 너의 얼굴을 보고 말하지 않는 이상 그 사람을 따라가지 마라. 정 안되면 미리 전화라도 해서 엄마아빠가 알려 줄 거야. 갑자기 나타나서 그 사람의 전화로 통화시켜주는 상대방은 목소리가 똑같게 들리더라도 엄마아빠가 아니야.

④엄마아빠랑 잠시 떨어졌는데 원래 있던 장소 말고 다른 장소로 오라고 했다면 따라가지 마. 그럴 일 없어.

⑤이유 없이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은 항상 경계해야해.     

 엄마가 어렸을 때 있었던 일 알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외출하시면서 엄마한테 “현경아 엄마아빠 빼고는 절대 아무도 문 열어주지 마라.”하고 외출하셨는데 엄마의 이모와 할머니가 찾아오신 일.      


띵동!
 “누구세요?”
    “응 현경아 이모야, 할머니랑 같이 왔어.”

“아 이모, 안녕하세요.”

   “문 좀 열어줘 현경아.”

“안돼요.”

   “나 이모야. 할머니도 같이 계셔.”

“알아요. 그런데 엄마아빠가 엄마아빠 말고는 문열어주지 말라고 하셨단 말이에요.”

   “나 이모라니까.”
 “아 글쎄 안다니까요.”

   “알면 어서 문 열어.”

“안된다니까요. 문열어주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결국 이모랑, 할머니는 그냥 집으로 돌아가셨다잖니. 엄마는 저녁때 집으로 돌아오신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꾸지람이 아닌 칭찬을 받으셨다고 했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왜 엄마를 칭찬하셨을까? 하윤이도 엄마처럼 하면 돼 알겠지?

 엄마아빠가 사전에 너의 얼굴을 보면서 ‘이 사람이 너를 데리러 갈 거야’라고 얘기하지 않은 사람과는 말도 하지 말고 절대 따라가선 안 돼. 알겠지?     


◎낯선 곳(장소, 지방, 외국)에서 엄마아빠와 헤어지게 되면 울지 말고 침작해야 한다. 울면 다시는 엄마아빠를 만날 수 없다. 울지 말고 정신 바짝 차려야해.
  외출했다가 엄마아빠를 잃어버리면 아이는 어떤 기분이 들까? 아마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면서, 자기도 모르게 계속 울음이 나서 말도 잘 못하고 눈물 콧물을 흘리며 어깨를 들썩이면서 엉엉 소리를 내면서 계속 울 것 같아. 하윤아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면 안 되겠지만 이런 일이 생기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돼. 침작하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엄마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어.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은 아이가 울면서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어. 그러니까 눈물이 나겠지만 눈물을 꾹 참고 아래 규칙을 따라서 행동해야 돼.   
 

1. 첫 1시간 동안은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려라. 
  : 처음에 헤어질 때는 부모와 아이가 분명히 서로 멀지 않은 곳에 떨어져 있을 거야. 그런데 서로 찾겠다고 찾아 나서면서 길이 엇갈려 점점 멀어지면서 찾지 못하게 될 거야. 하윤이를 잃어버리는 일이 생기면 아빠는 그간 지나온 길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하윤이를  찾을테니까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어른들이 곧 하윤이를 찾을 수 있을 거야. 하윤이가 좀 자라서 스스로의 휴대폰을 가지고 있거나 2, 3번을 행동을 할 수 있을 나이가 되더라도 우리가 서로 굉장히 잘 아는 지역이 아니면 하윤이한테 아빠를 만나기 위해 어디로 오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그냥 그 자리에서 기다려.    
 2. 그 다음에는 믿을만한 사람에게 전화를 빌려 달라고 해서 전화를 해라.

 : 전화가 고장일 경우를 대비해서 평소에 전화번호를 좀 외워 두는 게 좋겠어. 엄마, 아빠, 이모할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큰아빠 정도 말이야. 경찰, 어떤 건물의 경비원, 관리직원 등이 보이면 그 사람들에게 빌리고 아니면 착하게 생긴 학생이나 언니 등에게 전화를 빌리는 게 좋겠어. 이때는 전화기를 잃어버려서 그런 다고 둘러대고 길을 잃었다고는 하지 않는 게 좋겠어.   

3. 그래도 안 되면, 경찰이나 관리사무소, 안내데스크를 찾아가서 사정을 말하고 기다려라.
  : 이제는 하윤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엄마아빠랑 같이 나왔는데 떨어졌다고 사정을 얘기하고 도움을 구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 단계야. 아빠가 생각한 위와 같은 곳 말고도 미아보호소처럼 하윤이 판단에 믿을 수 있겠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면 돼. 엄마, 아빠, 이모할머니가 늘 하윤이 옆에 붙어 있으니까 굉장히, 아주, 매우 일어나기 힘든 일인데 혹시나 해서 해두는 얘기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

 만에 하나 엄마아빠랑 헤어지면 울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하면, 곧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거니까 걱정하지 마. (지금은 아주 어린 나이는 지나서 얼른 네 핸드폰으로 아빠에게 전화를 하고 기다리면 될 거야. 이 내용은 나중에 하윤이의 아이들이 어릴 때 참고해서 어릴 때 아빠랑 같이 했던 것처럼 같이 얘기하고 훈련하도록 해.)     


◎안전지도에만 맹목적으로 의존하지 마라.
 [안전지도를 주의 깊게 듣되, 스스로도 판단해서 아니다 싶으면 자구책을 강구해라. 세월호.]

 사람은 누군가 권위 있는 사람이 어떤 행동을 지시하면 그것이 좀 이상하거나 비합리적인 것이더라도 따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 병원근무자들은 주치의의 지시에 너무나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경향이 있어서, 분명히 귀뒤에 염증을 앓고 있는 환자인데도 처방전에 의사가 항문에 집어넣으라고 오인할 수 있게 써 놓으면 아무 의심 없이 염증약을 항문에 투여하는 경우도 있고, 과제 수행자가 오답을 냈을 때 전기 충격을 가하는 실험(밀그럼의 실험)을 할 때 스스로 전기스위치를 올리라고 한다면 잘 하지 않을 사람도 실험을 주도하는 사람의 지시를 수행하는 입장의 경우에는 자발적으로 해야 할 때보다 더 높은 전압의 충격을 줄 때까지 스스럼없이 스위치를 올린다고 해. [로버트 치알디니 『설득의 심리학』, 설득의 법칙 5.권위의 법칙 중에서] 

 하윤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아마 학교에서 여행을 가거나 행사를 진행하면 선생님이 따라 가실 거야. 어떤 곳은 안전요원이 있는 곳도 있을 거고, 어떤 곳은 진행 요원 또는 경찰이 있는 경우도 있을 거야. 상황이 아주 심각한 경우 즉, 이 상황이 잘 해결되지 않으면 자칫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그 분들의 안내와 지시에 따르면 될 거야. 하지만 상황이 매우 심각해져 가는 데도 별일 있겠어, 잘 해결되겠지 하고 판단을 그 분들에게만 전부 맡겨서는 안 돼. 아빠도 전까지는 그렇게까지 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하윤이도 아는 세월호 사고를 보고 나서는 잠자코 지시에만 따라서는 안 되겠구나 생각하게 되었어. 승객에게는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서 자기들만 탈출한 무책임한 일부 승무원 등의 사람들 때문에 많은 어린학생과 승객들이 희생되었어. 우리 사회가 여러 가지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긴 하지만 그게 완벽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황이 심각하다면 스스로 판단해서 지시에만 따르는 것이 최선인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할 수도 있어. 살면서 한번 겪을까 말까한 일이겠지만 스스로 상황을 진지하게 살펴보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 설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면 스스로 방법을 찾아서 주저하지 말고 즉각 실행에 옮겨야해.  

 ‘지금 이대로 있어도 안전한가?’를 스스로도 생각해 보는 거야 하윤아.          



1. 안전 을 마무리 하며

 건강염려증이라고 들어봤니 하윤아? 건강을 너무 생각하면 이건 너무 짜서, 저건 너무 달아서 먹을 게 없고, 봄에는 황사 때문에 여름에는 일사병에 걸릴까봐 겨울에는 감기에 걸릴까봐 외출을 할 수가 없고, 뛰는 운동은 관절에 무리가 갈까봐 수영을 하면 수영장물 소독약 때문에 결막염에 걸릴까봐 할 운동이 없게 되는 걸 말하는 거야. 

 우리가 안전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위험요소를 다 찾아내서 어떤 하나의 행동도 위험할 수 있으니 늘 긴장하면서 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닌 거 잘 알고 있지? 아빠가 지금까지 얘기한 대부분의 일들은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그냥 막 살아도 대부분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야. 하지만 분명히 드문 일이어서 잘 일어나지 않지만 만약에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난다면 치명적일 수도 있어서 어떻게 하면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게 하고 만약에 일어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아빠가 하윤이에게 해주고 싶었던 얘기들이야. 

 안 그랬으면 좋겠지만 살다보면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일어나게 마련이야. 아빠는 야구를 하다가 배트에 맞은 적도 있고, 놀이터에 있는 놀이기구에서 뛰어내리다가 발목을 삔 적도 있고, 운전하다가 주의를 덜 기울여 차가 부서져서 많은 돈을 들여 고친 적도 있어. 일단 사고가 나고 나면 그건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왜 그랬을까. 그렇게 하지 말걸. 헬멧을 쓰고 탈걸. 좀 더 조심해서 할 걸.’ 나중에 아무리 후회해도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단다. 그럴 때는 그냥 쿨하게 어쩔 수 없다 생각해. 그리고 잠깐 동안만은 진지하게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을지 곰곰이 방법을 생각해서 가슴에 새긴 후에는, 그냥 그 일을 잊어버려. 과거에 일어난 일 아무리 후회해봤자 되돌릴 수 없고 그냥 하윤이 인생만 낭비하게 되는 거라고 아빠는 생각해. 알았지? 조심해서 살되 그래도 생기는 일은 재발방지책을 반드시 마련한 다음, 그냥 잊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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