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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채환 Sep 20. 2022

3. 능력(1/3)

 행복을 이루고 유지해 나가는 자산.

     

3.1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능력
◎자존감은 어디에서 오는가?

◎연예인들은 왜 유독 자살을 많이 할까? - 내 자존감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중소기업 사장은 왜 회사가 망하면 극단적 선택을 할까?  

◎남과 비교하고, 남에게 인정받으려고 할 때 인생은 불행해진다.      


3.2 마음먹은 일을 실천해낼 수 있는 능력

◎해야 할 일을 미루지 마라.

◎마음먹은 일이 있다면, 지금 바로 시작해라.

◎시작했으면 빼먹지 말고, 꾸준히 하면 반드시 마칠 수 있다.

◎잘한다는 것은 ‘능력’의 표시가 아니라 ‘상태’의 표시.

◎정해진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능력. 시간관리 능력

◎따뜻한 가슴과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만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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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능력
◎자존감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건 좀 길고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일단 [위키백과]에 나온 내용을 전부 옮겨 볼게.


 자존감, 즉 자아존중감(自我尊重感, 영어: self-esteem)이란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자아존중감이 있는 사람은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할 수 있고, 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된 사람은 자아존중감을 가질 수 있다.

 자아존중감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이라기보다 주관적인 느낌이다.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은 자아존중감을 갖는 첫 단추이다. 간단히 자존감(自尊感)·자존심(自尊心)이라고도 부른다. 이 용어는 미국의 의사이자 철학자인 윌리엄 제임스가 1890년대에 처음 사용하였다.

 자존감이라는 개념은 자존심과 혼동되어 쓰이는 경우가 있다. 자존감과 자존심은 자신에 대한 긍정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대한 긍정'을 뜻하고 자존심은 '경쟁 속에서의 긍정'을 뜻하는 등의 차이가 있다.     

                                                                                                           [위키백과]-자아존중감


 어렵다 그치. 아빠의 표현으로 이걸 좀 쉽게 고쳐보자면 자기 스스로가 썩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정이 아닐까 싶어. 우리가 누군가 뭘 잘하면 엄지를 치켜세우며 “오~ 대단한데. 인정!!”하는 경우가 있지. 또 어떤 때는 스스로 한 요리의 맛을 보고 나서, 혹은 어려운 수학 문제를 애써 풀어낸 후에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가고 어깨를 으쓱해 보인 후에 “오~ 나 쫌 하는데!” 하고 스스로의 능력에 감탄할 때가 있잖니. 이렇게 스스로가 나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인정’에서 자존감이 생기는 것 같은데 이걸 좀 들여다보면 이런 차이가 좀 있는 것 같아.
 -인정을 해주는 사람이 ‘나’인지, ‘다른 사람’ 인지?
 -평가의 기준이 ‘객관적’인 것인지, ‘그냥 내 생각(이걸 주관적이라고 하지)’ 인지?

 이걸 표로 한번 그려보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어.    


 제일 첫 번째 줄에 나오는 남의 인정 중에 부모의 인정이 유아기에 자존감이 처음으로 형성되는데 큰 기여를 한다고 해. 하윤이가 유치원에서 뭔가를 만들거나 그림을 그려오면 “아빠 저 잘 만들었어요?”, “엄마 저 잘 그렸어요?” 하고 늘 물어봤잖니? 그럼 엄마는 널 무릎에 앉혀놓고-사실 아빠 눈에는 그게 사람인지 곰돌이인지도 잘 구분이 되지 않는 그림을 놓고도-근 한 시간 동안이나 눈은 어쩜 이렇게 예쁘게 그렸고, 바탕색은 왜 이렇게 아름다우며, 나비는 어쩜 이렇게 생동감 있는지 칭찬을 해주곤 하셨지. 아이들은 스스로를 바로 볼 수가 없으니까 누가 말해주는 모습이 자신이 되는 거지. 저 위에 ‘자신을 객관화 하는 것은 자아존중감을 갖는 첫 단추이다.’라는 말이 그 말인 거 같아. 어릴 때는 자기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내가 어떤지, 내가 뭘 잘 하는지 못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평가를 할 수 없으니까 엄마아빠가 많은 칭찬을 해주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려고 노력하는 거 아니겠니? 또 어떤 때는 “철수가 저보고 바보라고 했어요. ㅠㅠ ”하면서 울고 오는 날도 있었을 거야. 어떤 육아 책에서 보니 이럴 때는 울고 있는 아이에게 “아니야. 넌 자동차야.”라고 말하는 거래. 그럼 울던 하윤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며 말하겠지. 


  “제가 자동차라구요 @.@?” 

  “응, 넌 자동차야.” 

  “아니에요. 전 하윤이에요.”

  “그래? 네가 자동차가 아니고 하윤이란 말이지?”

  “네 저 하윤이에요.”

  “그럼 넌 하윤이니 바보니?”


 그럼 아이는 어 나 하윤이 맞는데. 그럼 바보가 아닌 건가하고 생각을 한다는 거야. 엄마가 하윤이 그림에 대해 하신 칭찬은 모두 진심으로 하신 말씀이겠지만 그 그림에 있는 꽃과, 나비, 배경색 들이 모두 그림 전문가가 봤을 때 진짜 잘 그린 그림이었을까? 아이에게 진짜 잘 그렸을 때만 칭찬하고, 그렇지 않았을 때는 조목조목 지적을 해주면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아이는 계속 자라 가는데 언제까지 엄마아빠가 아이의 행동에 일일이 다 칭찬을 해줘야 하는 걸까?

 좀 더 커서 초등학생이 되고, 중·고등학생이 되면 조금씩 남을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남과 비교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좀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 그럼 남보다 공부를 더 잘하고, 운동을 더 잘해야만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걸까? 주변을 둘러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지. 여기에서 근자감이 등장하는 것 같아. 우리 친구들 중에 생각해보면 별로 뭔가를 잘 할 것 같지 않고 실제로도 잘 하지 못하는데도 늘 자신감이 있는 친구들도 있지? 우리가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부르잖아. 이런 친구들을 보면 자존감도 높고, 열등감도 별로 없고, 생활도 활기차게 잘 하잖니. 실제로 이 친구들의 생각은 ‘난 ○○를 잘 하고, ■■도 잘 알고, ◆◆에서 상도 많이 탔기 때문에 멋있어’ 하는 논리적 근거가 없이 ‘그냥 난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밑도 끝도 없는 믿음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논리적 공격에도 끄떡없는 나름 견고한 생각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아빠는 생각해. 이런 근자감은 사람에 따라서는 약간 웃기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남들에게 피해 줄 일은 없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그럼 근거 있는 자존감이란 뭘까? 아빠는 ‘성공체험’과 ‘긍정적 자기평가’라는 말로 생각해봤어. 살아가다보면 다른 사람과 비교가 되거나 경쟁관계가 뚜렷한 부분에서 내 위치를 알 수 있는 부문들이 있잖니. 예를 들어, 시험성적이라든가, 달리기 등수라든가, 외국어 능력이라든가 하는 것 말이지. 이런 부문에서 잘 하려고 내가 노력했는데 결과적으로 내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 ‘아 내가 잘하는구나. 잘했구나.’하는 일종의 ‘성공체험’을 하게 되면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될 것 같아. 그게 어느 사람에게는 1등일 수도 있고 어느 사람에게는 꼭 1등이 아니어도 스스로 잘 했다고 평가하는 수준이 되면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이런 성공체험을 자주 반복적으로 하게 되면, 나 스스로에 대해 ‘잘 할 수도 있는 사람’에서 ‘잘 하는 사람’으로 자신의 모습이 인식될 것 같아. 이걸 아빠는 ‘반복적인 성공체험에 의한 자기 확신’이라고 이름 지어 봤어. 한편, 어느 날 친구들과 양로원에 또는 고아원에 봉사활동을 나갔는데 어르신들을 돌봐드리고 아이들과 놀아줬는데 저녁에 돌아와서 기분이 좋은 느낌을 느꼈다면 ‘아 나는 이렇게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구나.’하고 스스로를 평가할 수 있고,  명작 고전을 읽고 또는 영화를 보고 감동을 느낀 후에 ‘나는 이렇게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구나.’, 하윤이처럼 아파트 화단에서 어미도 없이 살고 있는 고양이 오누이들에게 간식을 가져다주고 안부를 살피는 ‘생명을 소중히 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이런 것들은 억지로 그 정도를 남들과 비교하자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개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남들이 나서서 평가하기 힘든 자기만이 알고 있는 자기만의 숨은 특징과 성품에 대해 스스로 내리는 ‘긍정적 자기평가’가 아닐까 생각해 봤어. 대개는 공개적이고 경쟁적인 사회생활에서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굉장히 그 범위가 넓고 자존감의 근거로 더 많이 개발 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부분이 아닐까 싶어. 아빠 생각에는 자기평가 중에 근자감을 제외한 이 2가지. 즉 ‘반복적인 성공체험에 의한 자기확신’과 ‘비경쟁적 부분에서의 긍정적 자기평가’가 자존감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성장해서 자존심을 형성해 가는 과정은 ‘내’가 아닌 ‘남’의 주관적인 인정, 즉 엄마아빠가 “우쭈쭈 우리 애기 이거 이거 참 잘해쪄요.”에서 출발해서 점점 나를 평가하는 주체가 ‘남’에서 ‘나’에게로 옮겨 오고 그 평가가 ‘주관적’인 것에서 나름의 근거를 삼을 수 있는 ‘객관적’인-나의 평가가 100% 객관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만 비교적- 것으로 옮겨 올 때 우리의 자존감이 더 건강하게 형성될 것 같아. 그러면 나의 현재 모습에 대해 나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스스로 사랑하면 되니까 굳이 남에게 인정받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지 않겠니? 무슨 말을 할 때 무슨 행동을 할 때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렇게 살면 너무 피곤하지 않을까? 자존감이 단단하면 남들이 어떤 지적을 할 때 공격적으로 반응할 이유가 없고, 그 말을 내 기준으로 잘 살펴보고 일리가 있으면 잘 받아 들여서 더 발전하는데 쓸 수도 있을 것이고, 남들이 뭔가를 잘 했을 때 그 사람을 인정하고 칭찬한다고 해서 내가 더 낮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정과 칭찬에도 인색할 이유도 없을 거 같아. 어차피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인생을, 나는 나의 인생을 열심히 사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니까 말이야.

  남의 인정을 받아야만 행복하다면 얼마나 사는 게 힘들겠니.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행복의 출발이야 하윤아.


◎연예인들은 왜 유독 자살을 많이 할까? - 내 자존감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약 10년 전 쯤에 데뷔한 걸그룹이 한팀 있었어. 아빠 기억에 데뷔 초반에는 그 걸그룹이 속한 회사에서 A멤버를 띄우려는지 카메라에도 더 많이 잡아주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켜 개인기도 많이 시키고 하는 것으로 보이더라구.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뜻밖에 사람들이 B멤버를 더 좋아하는 거야. 비슷한 연습생 과정을 거쳤을 테고 비슷한 복장의 옷을 입고 같은 노래를 나누어 부르는데 사람들에게는 B라는 사람이 더 좋아 보였나봐. 덕분에 이 B언니는 큰 인기를 얻어서 영화도 찍고 광고도 엄청 찍어서 아주 유명해졌어. ‘픽미픽미 픽미업, 픽미픽미 픽미업’ 하윤이 이 노래 알지? 여자 연습생들이 줄줄이 나와서 이 노래를 부르던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가수가 되려는 연습생들을 거의 100명이나 모아 놓고, 각자 노래도 하고 이런 저런 장끼를 뽐내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지켜보다가 어떤 연습생을 말 그대로 ‘픽=뽑아주면’ 그 연습생의 순위가 높아지고 가수로 데뷔하는 기회가 주어지는 방식이었는데, 이 프로그램을 잠깐만 봤는데도 아빠는 마음이 영 불편하더라. 그래서 아빠 마음이 왜 좋지 않은가 생각해봤어.

 아빠 생각에 두 사례의 공통점은 바로 나의 가치가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해서 좌우되는 구조라는 점이야.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대중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직업이라고 하듯이 사람들이 좋아하면 방송국에서도 나를 찾고, 기자들도 나를 찾고, 광고하는 사람도 나를 찾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시들해지고 다른 연예인이 떠오르면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거지. 아이돌 그룹들이 살아가는 얘기를 들어보면 같은 팀 내에서도 굉장히 연습을 오래했지만 빛을 못 보는 멤버가 있는 반면 별로 연습생 생활도 안하고 마지막에 팀에 합류했는데 나오자마자 대박스타가 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정말 오래 연습하고 잘 준비해서 데뷔하자마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팀도 있는 모양이야. 개인이 노력을 얼마나 했느냐와 실제 대중스타로 성공하느냐와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는 것같이 느껴지더라. 아무튼 다행히 성공적으로 스타가 된 경우에도, 몇몇 개인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속마음을 들어보면 인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을 호소하는 친구들도 있는 거 같아. 자고 있어나면 몇 팀씩 새로운 아이돌 그룹이 쏟아져 나오는데, 대중들이 새로운 팀을 더 좋아하면 어떡하나 그래서 내가 잊혀지면 어떡하나 불안하다는 거야. 각자 모두 열심히 노래하고 춤추며 자기가 할 일을 성실히 하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면 누구는 스타가 되고, 좋아하지 않으면 누구는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되는 거지. 이렇게 자신의 가치가 자신의 노력과 그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보다 다른 사람의 선호와 평가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 아빠는 이런 구조가 이 사람들이 스스로 행복하기에 매우 위태로운 구조라고 보았어.

 연습생 때도 나름 바쁜 스케줄로 시간을 보내는 것 같고, 데뷔하고 나서는 인기를 얻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야 하고, 인기를 얻은 후에는 인기가 식기 전에 프로그램이든, 영화든, 광고든 하나라도 더 하기 위해 정신없이 뛰다보면, 스스로 ‘나는 어떤 사람인가’하고 찬찬히 자신을 들여다보고 헤아려 보고 평가해 볼 시간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나는 어떤 사람이다.’라는 평가조차도 대개 다른 사람들로부터 온 것이 많지 않을까 싶어. 그런 상황이라면 인기가 떨어져서 사람들이 이제 그 사람은 ‘한물 간’, ‘매력 없는’, ‘별로인’ 사람이라고 평가할 때 스스로도 자기가 그런 사람인가 하고 생각하기 쉬울 것 같아. 그럼 자존감도 바닥으로 떨어지고 살아갈 의욕도 의지도 없어질 수 있을 거 같아. 남에 의해 끊임없이 평가를 받고 그것을 나 스스로의 모습으로 생각하기 쉬운 구조, 이런 구조 속에서 살아야만 한다는 게 연예인들의 행복에 있어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어.

 평소에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를 잘 생각해서 단단히 가슴속에 가지고 있어야, 일이 잘 되든 안 되든, 남이 좋은 평가를 하든 나쁜 평가를 하든 크게 흔들리지 않을 거야.


◎중소기업 사장은 왜 회사가 망하면 극단적 선택을 할까?

 위에서 자존감이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이라고 했잖니.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자존감이라는 것은 ‘나는 어떠어떠한 사람인데, 나의 그런 점이 썩 괜찮다고 생각하는 마음’인 것 같아. 이걸 또 나누어보자면 ‘나는 어떠어떠한 사람이다’라는 특성에 대한 부분과, ‘그런 점이 썩 괜찮다’는 마음의 평가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어. 이 앞부분의 ‘나는 어떠어떠한 사람이다’를 자아 정체성이라고 한단다. 사전에 찾아보면 자아정체성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가지게 되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으로, 대인관계, 역할, 목표, 가치 및 이념들에 있어서 자기가 지니는 고유성 등이다[다음백과].’ 라고 되어 있어. 

 유명한 운동선수를 다룬 영화를 보다가 “저는 축구를 정말 사랑해요. 축구는 제 인생의 전부에요.”와 같은 대사를 들은 적이 있어. 아빠가 예전에 다니던 회사 사장님은 “여러분 난 입사해서 여름휴가 한번 가지 않고 25년 동안 정말 열심히 일해 왔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본 적이 있고. 어느 중소기업 사장님이 인터뷰에서 “저는 맨주먹으로 이 회사를 일궈냈습니다. 이 회사가 곧 저이고, 이 회사의 역사가 곧 저의 역사이기도 합니다.”와 같이 얘기하는 걸 본 적이 있어. 이런 분들에게는 ‘유명 축구선수로의 나’, ‘자수성가해서 사장까지 올라간 나’, ‘하나의 기업을 일궈낸 나’가 자신의 정체성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 할 것 같아. 다른 요소들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이것들의 비중이 너무 큰 나머지 다른 것들은 상대적으로 작기도 하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런데 만약 축구선수가 다리부상을 입어 더 이상 축구를 할 수 없게 된다면, 회사에 문제가 생겨 사장님이 갑자기 원치 않게 퇴직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중소기업이 부도나서 회사가 망하게 된다면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히 인생의 다른 목표를 구해서 새로운 의미를 찾고 그 속에서의 자기 가치를 다시 찾으면 좋겠지만, 왠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축구가 인생의 전부라는데, 평생 휴가도 가지 않고 회사만을 위해 일했다는데 다른 일을 쉽게 할 수 있을까? 자신의 일생을 걸고 키워온 회사가 망한다는 것은 중소기업 사장님에게 있어 자신의 인생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서 더 이상 사는 게 의미가 없고 마치 자기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없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잘 될 때는 상관없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가치와 자신의 정체성을 너무 한 곳에서만 찾다 보면, 그것이 사라졌을 때 상실감도 크고 자존감도 무너져서 쉽사리 행복한 삶을 다시 살기 어렵게 될까봐 걱정이 되서 하윤이한테 미리 얘기해 주려는 거야.

 밖에 나가서는 공부를 잘하고 일을 잘해서 학교와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것도 좋겠지만, 교회에서 성가대로 활동하는 나, 자원봉사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보내주는 나, 주말이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좋은 말동무가 되어 드리는 나, 아파트 화단에 살고 있는 가여운 고양이 형제를 돌봐주는 나, 취미로 그림도 썩 잘 그리고 운동도 썩 잘 하는 나 이렇게 다양한 관계와 활동 속에서의 나의 여러 가지 모습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찾고 가치를 부여하면 ‘나는 어떤 사람이다’하는 정체성이 보다 다채로워지고, ‘그래서 나는 썩 괜찮은 사람이야.’하는 자존감도 더 공고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봤어. 

     아빠는 이것을 ‘정체성 기반의 다변화’라는 말로 생각해봤어. ‘나는 어떠어떠한 사람이다’라고 정의할 수 있는 내용이 다양해질수록, 그것을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는 무게가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고 넓게 자리하고 있을수록, 우리의 자의식과 정신적 안정이 더욱 견고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야.

왼쪽 테이블은 다리가 하나라도 부서지면 넘어지겠지? 하지만 오른쪽 테이블은 어떠니? 다리가 한 두 개 없어져도 서 있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지 않니? 이보다 다리가 더 많은 테이블이라면 어떻겠니?                   

 흑인으로 미국 합참의장과 국무장관까지 지낸 콜린파월이라는 사람이 얘기한 ‘13가지 성공법칙’중에 이런 말이 있단다. 

  “Avoid having your ego so close to your position that when your position falls, your ego goes with it.” 너의 자아를 너의 사회적 지위와 너무 가까이(동일시)해서, 사회적 지위가 추락할 때 너의 자아도 함께 무너지지 않도록 해라.


◎남과 비교하고, 남에게 인정받으려고 할 때 인생은 불행해진다. 

“엄마 오늘 수학 시험 봤어요.”
 “응 잘 봤니?”

“네 95점 맞았어요?”

“그래? 음... 영희는 몇 점 맞았니? 철수는?”

 엄마, 아빠가 물으시든 네가 스스로 궁금해 확인해 보든 아빠 생각에는 이 지점이 불행의 시작인 것 같아. 80점을 맞았는데도 반에서 1등을 하면 잘 한 거고, 100점을 맞았는데도 100점이 다섯 명 더 있으면 못한 걸까? 열심히 공부했고, 공부한 만큼 시험도 봤다면 잘 본 거라고 생각하고 만족하면 되지 않을까. 시험의 난이도 확인과 상대적인 위치 평가를 위해서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만, 남과의 비교보다 내가 공부한 것에 비해 어떤 결과를 얻었는가 하는 자기 평가와 그에 대한 만족이 더 중요하고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야.

 한의대에 가보니 서울대에 가고 싶어서 여러 해 시험을 봤지만 합격하지 못해서 원래 한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 없이 입학한 친구들이 있었어. 많지는 않았지만 별로 만족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다니는 아이들도 있었고. 반대로 평소 성적이 충분치는 못했는데 수능을 운 좋게 잘 봐서, 혹은 내신 성적 반영 비율이 높은 입학전형 덕분에 들어와서 즐겁게 생활하고 만족하며 다니던 친구들도 있었어. 객관적으로 공부는 누가 더 잘 했는데, 자기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어떠하며, 앞으로 누가 더 행복하게 만족하며 살아갈지 한번 생각해보게 되더라.

 우리 가끔 그런 얘기 하지. ‘묻지도 않은 얘기를 막 하는 사람’ 얘기. “내가 또 영어를 엄청 잘하잖아, 우리 남편은 의사라서 병원 출근할 때 애들을 차로 등교시켜줘, 우리 집은 엄청 부자라서 어디에 별장이 있어, 내가 근데 xx대학을 나왔잖아.” 하는 식으로 하고 있던 얘기 흐름과 아무 관계도 없고 묻지도 않았는데 난데없이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내가 뭘 잘 하는 것을, 남편이 의사라는 것을, 부자라는 것을 인정해 달라고 얘기 하는 거 같아. 사실은 수학과 국어는 못했거나, 남편이 의사이지 자기는 공부를 못했거나, 부모가 부자이지 자기는 그렇지 않거나, 명문대를 나왔지만 지금은 직업이 없는 식으로(모두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대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어떤 점을 약점이라 생각하고 열등감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이 무시할까봐 오히려 먼저 자랑거리를 내세워 자기의 약점을 가리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사람이 모든 걸 잘 할 수 없으니까 못하는 게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걸 부끄럽게 생각하면 약점이 되겠지만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굳이 가릴 이유가 없을 거야. 자기 스스로의 모습을 그대로 자기가 인정하면 열등감을 가질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필요 없는 자랑거리를 늘어놓으며 남의 인정을 구할 필요도 없고. 내가 나를 인정하면 되는데, 굳이 힘들게 남의 인정을 받을 이유가 없는 거지. 

 남에게 인정받으려고 하는 사람은 불행해 지는 거야. 스스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삶에 만족해하는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거라 아가.


3.2 마음먹은 일을 실천해낼 수 있는 능력

◎해야 할 일을 미루지 마라.

 아빠가 회사에 다닐 때 금요일 밤이라 얼른 퇴근해서 친구들이랑 ‘불금’을 하고 싶은데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이 쌓여있고 하면, 어떡하지 하고 한참 고민을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내일 아침 일찍 와서 2시간만 바짝 하면 되겠지 뭐.’ 하면서 쿨하게 가방을 집어 들고 퇴근하곤 했어. 그리고 나가서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얘기도 하면서 신나게 불금을 즐기고 집에 돌아가 잠자리에 들면 일단 아침에 일찍 눈이 잘 떠지지가 않아. 10시쯤 지끈한 머리를 감싸 쥐고 일단 시계를 봐. 일단 좀 더 누워서 뜸을 좀 들이자. 일단 점심 먹고 생각해 보자. 점심 먹었으니 일단 좀 쉬어야지. 쉬는 동안 티비도 좀 봐야지. 어 벌써 저녁이네. 저녁때 나가기는 좀 그런데. 그냥 내일 일찍 가지 뭐. 어쩌구 저쩌구 해서 계속 미루다가 결국에는 마지못해 울면서 일요일 밤 늦게나 월요일 새벽에 나가서 미루어 둔 일을 하곤 했어. ‘에이 이럴 거면 금요일 날 조금만 더 참고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할 걸.’하고 후회하면서 말이야. 아빠가 그렇게 보낸 주말은 쉰 거였을까, 일은 안했지만 그래도 계속 일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일을 한 것이었을까? 이도 저도 아닌 시간이라고 봐야지. 돌아보면 이런 ‘이도 저도 아닌 시간’들이 가장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 편히 노는 것도 아니고 일하는 것도 아닌 시간,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노는 것도 아닌 시간, 사귀는 것도 아니고 헤어진 것도 아닌 시간. 이런 시간들은 모두 인생에서 낭비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 지금 해야 할 일을 지금 하지 않고 미루면, 다시 그 일을 하기 위해 자리를 잡고 앉아서 시작하기 전까지의 사이 시간은 인생에서 낭비되는 시간이 될 수 있어.  

 지금하기 싫다고 미루면 정말로 쉬는 것도 아니고 마음만 불편한 채로 낭비하는 시간을 보내게 돼. 미루지 않고 지금 끝내면 아주 홀가분하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어. 불편함, 홀가분함 그 두 가지 기분 모두 잊지 말고 꼭 기억해.       


◎마음먹은 일이 있다면, 지금 바로 시작해라.

 해마다 1월이 되면 ‘직장인 새해 결심’이라는 기사가 나온단다. 운동, 건강, 금연, 이직 등 다양한데 영어공부와 다이어트도 빠지지 않고 나왔던 거 같아. 영어공부는 정말 아빠도 많이 생각했고 주변에서도 하겠다는 사람도 많이 봤어. 그럼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나 생각을 하겠지. 발음을 생각하면 원어민에게 과외를 받아야 하나? 그건 너무 비쌀 거 같아. 학원을 가야하나? 무슨 학원을 가야하지? 토익학원, 토플학원, 회화학원? 승진을 생각하면 회화보다는 점수인가? 그럼 학원은 어디 학원을 가야하지? 유명학원은 시내인데 아침에 들렀다가 출근하려면 먼데, 저녁은 회식 있고 하면 못가는 날이 많을 텐데. 그럼 차라리 자습서를 사서 공부하고 평소에 회화 mp3파일을 들으면서 다닐까?... 등등의 체계적이지 못한 고민을 두서없이 하다가 ‘아 몰라 몰라 골치 아파 다음에 생각하자.’ 하고 그냥 넘겨버리게 됐던 거 같아. 그 비슷한 일을 매해 반복하다가 결국 10년이 지나도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한번 못해보고 마는 거지. 아빠도 그랬어.
  처음 마음먹었을 때 그냥 회사 근처나 집근처에 있는 학원에 무작정 찾아가서 1달치 수강신청을 해서 몇 번을 빠졌건 간에 무조건 한 달을 들었으면 그 뒤에 어떻게 되었을까? 내 실력이나 시간 사정 들을 감안하면 이 학원보다 저 학원이 좋다거나, 주중엔 자습하고 주말 아침반에 학원 수업을 듣는 게 좋겠다거나 당장 영어공부를 많이 하게 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공부를 해 나가면 되겠다는 방향성이라도 깨닫게 되었을 것 같아. 하지만 시작하지 않는다면 머릿속에서 똑같은 질문만 반복되다가 시간만 흘러가겠지.

 외국으로 휴가 가서 하윤이가 수영 수업을 들을 때, 선생님이 배운 적도 없는 하윤이에게 출발대에서 뛰어내려 출발해 보라고 하신 적 있었지? 하윤이가 깜짝 놀라서 “선생님 저는 그렇게 하는 법을 아직 배워보지도 못했는데요.” 했더니 선생님이, “That`s why we are practicing now. Just do it!(그래서 지금 우리가 연습하고 있는 거 아니니. 그냥 뛰어!)”라고 하셔서 무작정 계속 뛰어 내리다 보니 하게 되었잖니. 만약 하윤이가 그 때 선생님 말씀대로 바로 하지 않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배운 후에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언제 출발대가 있는 어린이 수영장을 검색해서, 찾아가서, 시간대를 확인하고 해서 했겠니. 덕분에 아빠도 Just do it!이란 말을 이렇게 쓰는 거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되었지 뭐니. ㅎㅎ

 우리가 자주 하는 ‘잘 알아보고 하겠다.’, ‘더 알아보고 하겠다.’, ‘좀 더 생각해보고 하겠다.’는 말을 할 때 혹시 당장 시작하는 번거로움, 수고로움을 피하려고 하는 핑계는 아닐지 스스로 되물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일단 미뤄놓고 ‘해야 되는데, 해야 되는데’속으로 생각만 하면서 세월은 흘러가고 이루어지는 일은 없고 시간만 지나가면 후회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우리 속담에‘시작이 반이다.’는 말이 있어. 영어속담에도 “A good beginning is as good as half over.”라고 있더구나. 뭔가를 시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힘들면 이런 말들이 있겠니. 바로 시작한다는 것이 정말 중요한 거야.

 하윤아 마음먹은 일이 있으면 망설이고, 주저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말고 지금 당장, 바로,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일단 시작해 봐. JUST DO IT! NOW!      


◎시작했으면 빼먹지 말고, 꾸준히 하면 반드시 마칠 수 있다.     

 

     <태산이 높다하되>

                                      -양사언-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하더라.

  *태산(泰山) : 중국의 다섯 명산인 오악 가운데 하나로 산둥성에서 가장 높은 산 

  *뫼 : 산의 옛말     


 300쪽 짜리 책을 10일 만에 읽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첫날 밤새워 다 읽을 수도 있고, 마지막 날 다 읽는 방법도 있겠지. 아빠가 추천하는 방법은 매일 30쪽씩 읽는 거야. 300쪽 짜리 책을 다 읽을 생각을 하면 막막하고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엄두가 안 날 수도 있겠지만, 하루에 30쪽 읽는 것쯤이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니? 그렇게 해 놓고 보면 나의 목표는 하루에 30쪽 책을 읽는 보다 손쉬운 것으로 바뀌어 있는 셈이지. 하지만 꼭 지켜야 할 점은 빼먹으면 안 된다는 거야. 빼먹으면 제 날짜에 끝낼 수 없고, 하루 읽고 이틀을 빼먹으면 그 다음날에 90쪽을 읽으려고 하면 읽기 싫어지기 일쑤거든. 그럼 중간에 포기하게 돼. 그러니까 절대 빼먹지 않고 매일 꾸준히 읽기만 하면 두꺼운 책도 반드시 읽을 수 있는 거지. 시조에 나오는 태산도 마찬가지로 매일매일 오르고 또 오르면 언젠가를 정상에 다다를 수 있을 텐데, 저 높은 산을 내가 어떻게 오르겠나, 언제 오르겠나 이런 생각으로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고 시도하지 않음을 탓하는 말인 것 같아. 

 하윤이가 150쪽 짜리 새로운 문제집을 샀다고 치자. 언제 저걸 다 풀지 하고 생각하면 못 푸는 거야. 그냥 하루에 5쪽씩만 풀자고 결심하는 거야. 그런 다음 우리는 바로 시작하기로 했으니까 오늘부터 5쪽을 푸는 거야. 다 풀고 탁상달력 오늘 날짜에 ○표시를 하는 거야. 그 다음 날도 풀고 표시하고. 또 그 다음날도 하고.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빠지는 날도 있지 그럼 그 날을 표시를 하지 말고 비워뒀다가 나음 날부터 1쪽씩 더 풀고서 5일 만에 따라 잡으면 다시 돌아가서 그 날짜에 ○표시를 하는 방법도 있어. 며칠 빠지는 날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이달 달력 전체에 표시된 걸 보면서 빠진 날은 거의 없고 내가 거의 매일 해왔다는 걸 보면서 힘을 내서 계속 이어가는 거야. 그럼 며칠만 늦어지지 절대 포기하게 되지는 않을 거야. 다이어트해서 10kg을 빼기로 결심했다고 하자. 그것도 마찬가지야. 결심한 후부터 우리 지켜야 할 목표는 10kg을 빼는 게 아니야. 매일 학교에, 회사에 다녀와서 윗몸 일으키기 50개, 팔굽혀펴기 20개, 자전거 30분 타기를 하는 게 목표인거야. 그것에만 끈질기게 집착하고 반드시 실천하는 거야. 하윤이 어릴 때부터 아빠가 책상 뒤 유리창에 표시하는 달력을 만들어서 붙여주곤 했지? 이런 습관을 키워주고 싶어서 그랬던 거야. 

 그럼 매일매일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하려면 어떤 습관이 필요할까? 학교 다녀왔으니까 좀 쉬었다가, 간식 좀 먹고, 더우니까 세수도 좀 하고, 옷도 갈아입고... 등등 하고 나서 하면 하기 어려워져. 그날 시간이 날 때 제일 먼저 이것부터 하는 거야. 반드시 해야 하는 게 여러 가지이면 사이사이에 짧게 휴식시간을 넣어서 하는 건 좋지만 하나 하고 TV를 켜거나, 침대에 눕고 하면 하려고 마음먹은 걸 다하기 힘들 거야. 해야 할 일 사이사이에 다른 걸 집어넣으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하루 종일 놀지도 못하고 공부한 것도 아닌 하루를 보내게 될 거야. 

 아빠가 살면서 여러 사람을 관찰해 보니까 이게 체질의 문제인지 습관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좀 뭔가 꾸준히 하는 것을 쉬워하는 사람이 있고 좀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 하윤이는 아직 어리고 아빠가 보기엔 꾸준한 면이 많이 보여. 좋은 습관을 한번 잘 길러가 보자.
  아무리 오래 걸리는 일도 매일매일 꾸준히 하면 반드시 할 수 있고, 오늘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은  휴식보다 먼저, 그날 해야 할 일 중에 제일 먼저 하면 반드시 할 수 있어. 하지만 ‘해야 할 일’ 사이에 ‘하고 싶은 일’을 자꾸 끼워 넣으면 하기 어려워져. 알겠지?     


◎잘하고 싶으면 ‘겸손한 자세’로 ‘계속’ 열심히 해야 한다.

 -잘한다는 것은 ‘능력’의 표현이 아니라 ‘상태’의 표현이다.-

 아빠는 늦게 수영을 배웠어. 30대 초반에 회사 앞에 있는 문화센터 수영장에 강습신청을 해서 일주일에 아침 3번 수업을 받았었어. 야근하고, 회식하고, 술 마시고. 운동이라고는 하나도 하지 않다가 수영을 배우니 초반에는 수영장 가쪽에 상체를 올려놓고 하는 발차기, 벽 잡고 발차기, 킥판 잡고 발차기만 하고 출근을 해도 다리가 후들거려서 오전 내내 개다리 춤을 추는 사람처럼 우스꽝스럽게 걸어 다녔어. 그래도 뭔가 운동을 하고 배운다는 뿌듯함이 있어서 좋았지. 시간이 좀 지나니 같이 배우는 동료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아빠가 속한 초급반은 한 12~13명 정도 됐었는데 발차기를 좀 배운 후에 선생님이 한쪽 끝에서 발차기로 갈 수 있는 만큼 가보라고 하셨는데 놀랍게도(아빠에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을 넘겨 지나가고 반도 못간 사람은 아빠와 시청에서 일하는 어떤 공무원아저씨랑 둘뿐이었던 거야. 아빠도 참 못했지만 이 아저씨는 도무지 전진은 안 되고 제자리에서 발차기로 2미터 높이의 분수 기둥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능력을 소유하신 분이셨어. 강습이 거듭되면서 팔 돌리기, 숨쉬기 등을 배웠는데 역시 사람들은 너무 잘 따라가고 그 아저씨와 아빠만 묵묵하고 치열하게 꼴찌 다툼을 하고 있었어. 수업이 끝나고 그 아저씨와 둘이 수영장 가장자리에서 풀이 죽은 모습으로 지친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다가와서, “회원님들. 우리가 이 나이에 수영 배워서 뭐 올림픽 나갈 것도 아니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그냥 건강하려고 하는 거다 생각하세요. 하지만 좀 더 잘 하고 싶으시다면 강습만 받지 마시고 강습 없는 날 자유수영 하면서 연습을 좀 더 하세요.”라고 얘기를 해주셨어. 그렇지! 남들보다 재능이 떨어지니까 연습을 좀 더 해야겠구나. 그 뒤로 많이 하는 날은 아침에 강습 받고 저녁에 자유수영도 하고 해서 많게는 일주일에 7~8번을 수영을 했어. 재능이 부족하니까 양으로라도 채우자는 마음으로 막 계속 했어. 그러자 배영을 배우고 자유형을 지나 평영을 배울 때 쯤 되니까 선생님이 “평영은 xxx 회원님이 제일 잘 하시니까 앞으로 나와서 한번 시범을 보여 주세요.” 하면서 아빠를 지목하는 거야. 꼴찌 탈출이 인생의 목표였던 아빠에게는 올림픽 수영에서 금메달을 따면 이런 기분일까 싶을 정도로 뛸 듯이 기쁘더라고. 그 이후로 한동안은 아빠가 1번으로 수영장을 돌았어. (하윤이는 배워 봐서 잘 알지? 대개 원활한 교통흐름을 위해 잘 하는 순으로 순번을 정해서 레인을 돌잖니.) 인생의 목표였던 꼴찌탈출을 넘어 1번 자리까지 꿰차고 나니 마음에 여유가 좀 생기더구나. 곧 승급하게 되면 사용하게 될 오리발을 미리 알아봐 둬야 하나 하는 겉멋도 좀 들고, 수영하느라 소홀해서 못 만났던 사람들도 좀 만나고, 술도 좀 마시고 했더니 자유수영에 나가는 횟수가 하나씩 줄어들더니 급기야는 전날 늦게까지 놀다가 뒷날 아침 강습에 빠지는 일도 생겼어. 잘 해보고 싶은 마음에 하루에 두 번씩 수영하던 집념은 온데간데없고 그 빈자리를 게으름이 메우면서 순번도 계속 밀려나다가, 결국 몇 달 후 윗반으로 다른 사람들이 올라갈 때 아빠는 못 올라가게 되었어. 속상해서 강습을 더 게을리 받다가 결국 수영을 그만두게 되었어. (이게 아빠가 지금처럼 엉성한 자세로 수영을 하게 된 사연이야. ㅋㅋ) 

 그때는 그냥 다시 운동을 하지 않는 게으르고 기름진 생활로 돌아가서 다 잊고 살았는데 시간이 지나고서 그 일을 문득 생각해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들더라. 뭔가를 매우 잘 한다는 것은 한번 얻으면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그것을 위해 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상태’를 설명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동안에는 1등 혹은 잘 하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만, 자만하고 게을러지는 순간 순식간에 없어지고 마는 그런 거 말이야.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는 속담이 있어. 열심히 이리저리 구르는 동안에는 이끼가 끼지 않지만 제자리에 멈춰 서서 가만히 있으면 몸 여기저기에 이끼가 달라붙어서 돌인지 뭔지도 알 수 없는 녹색 덩어리가 되고 말지.  
 ‘비육지탄(髀肉之嘆)’(장수가 전쟁에 나가지 못하여 넓적다리에 살이 찌는 것을 한탄한다는 뜻.)이라는 말도 있어. 전쟁터에서의 장수는 생사를 오가는 순간을 누비면서 심장은 터질 듯 뛰고 근육위로는 핏줄이 터질 듯 솟아있어 몸이 날래고 가볍지만, 전쟁이 없는 시기에 훈련마저 열심히 하지 않으면 허벅지에 살이 붙고 몸도 둔해져서 일개 병사로나 쓰일법한 평범한 아저씨가 되고 마는 거지. 사자 무리의 우두머리는 그저 편안하기만 한 자리일까? 사자왕도 살이 붙어 몸이 둔해지는 순간 경쟁자와의 싸움에서 져 그 자리를 잃게 되고 무리에서 쫓겨나 굶어죽게 되기도 한다고 해. 그러니 우두머리라고 살이 디룩디룩 찔 정도로 배불리 먹고 놀기만 할 수 없고, 끊임없이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자기관리를 해야 하는 거지. 오랜 기간 정상에 있는 운동선수, 긴 세월동안 사랑받는 가수, 몇연패를 달성한 바둑기사, 이런 사람들도 다르지 않을 거야.

 만약에 무언가를 잘 하고 싶다고 마음먹었으면 꾸준히 계속 하는 거야. 그럼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무조건 잘하게 되어 있어. 남들보다 시작이 늦었다는 것을 염려하지 말고, 꾸준함을 발목 잡는 게으름을 경계해야 해. 그럼 남들보다 늦게 도달할 수는 있겠지만 도달하지 못하는 일은 결코 없을 거야.
  모든 걸 다 잘 해야 되는 건 절대 아니야. 하지만 하윤이가 혹시 뭔가를 계속 잘하는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면, 스스로 ‘겸손한 자세’로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것만은 잘 알고 있어야 해.         


◎정해진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능력. 시간관리 능력

 약속시간에 꼭 몇 분씩 늦게 나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늘 미리 나와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지. 요즘 문간방 테이블 위에는 하윤이 마스크 비닐포장 봉투가 2~3개씩 쌓여있지. 그럼 아빠가 “이놈아! 뜯으면 바로 버리라고 했잖아 이놈아!” 하고 버리려고 들고 나오면 하윤이가 “저도 그래야 되는지 아는데, 매번 헐레벌떡 달려 나가느라고 시간이 없어서 그랬어요. ㅠㅠ”라고 말하지. 시간에 쫒기는 사람의 3대 특징인 헐레벌떡, 허둥지둥, 우왕좌왕을 평생 하면서 살고 싶니, 좀 여유 있게 제 시간에 가는 사람으로 살고 싶니? 

 시간을 잘 관리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①시계를 중간 중간 봐야 한다.

 “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언제 이렇게 시간이 갔지?” 이 말을 자주 한다면 아마 시계를 자주 보지 않는 편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날이면 상관없지만 시간에 맞춰 뭔가 해야 하는 날이라면 맘속으로 언제부터는 준비를 시작하고, 언제쯤엔 나서야겠다고 계획을 세워두고 중간 중간 시간을 보다가 때가 되면 준비를 시작하고 계획한 시간 내에 필요한 준비들을 해나가야 해.      


②초반에 서두르고 뒤로 갈수록 여유 있게.

 외출이든, 기간이 주어진 과제든 준비를 시작하는 초반에 서둘러서 후반으로 갈수록 여유 있게 하면 시간을 맞추지 못하거나 빠뜨리는 일이 없을 거야. 그런데 처음에 여유를 부리다가 뒤에 가서 시간에 쫓기면 애써 작성한 과제가 맞춤법이 맞는지, 받는 사람의 메일이 정확한지, 첨부문서를 첨부했는지 확인도 못 해보고 보낼 수도 있고, USB를 들고 갔는데 정작 그 안에 파일이 없을 수도 있고, 자동차로 헐레벌떡 달려갔는데 열쇠가 없어 문이 열리지 않는다거나, 늦는다고 전화하려고 봤더니 핸드폰이 없는 일이 자주 생길 거야.        


③내가 어떤 행동을 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평소에 몇 번 관심을 가지고 해보면 대략 금방 알게 되고 그다음부터는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될 거야. 씻는 시간, 옷 입는 시간, 화장하는 시간, 가방 싸는 시간, 준비물(소지품) 챙기는 시간 등이 나에게 보통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 말이야.     


④도로사정이 늘 이상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
  늘 일찍 나서면 길이 뻥 뚫려 있지만, 늦게 나가면 차도 막히는 거 알지? ‘준비하고 나서는 시간은 늦었지만 길만 잘 뚫린다면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어.’하는 바람이 들어맞는 일이 잘 일어나지 않는단다. 막히는 차도에서 분통을 터트려봐야 속만 상하지 좀체 길이 잘 뚫리는 법도 없고. 좀 여유 있게 나서서 일찍 도착하면 스마트폰을 보지 말고 세상을 구경을 좀 해봐. 이 동네에는 어떤 가게가 있는지, 동네 분위기는 어떤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⑤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서 항상 여유시간을 확보해라.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오늘까지 내야 할 숙제를 안 가져왔거나, 부모님 댁에 전을 부치러 가는데 가져가기로 한 프라이팬을 안 가져왔거나, 놀이시설에 가는데 챙겨놓은 할인쿠폰/카드를 안 가져왔거나, 준비물은 빠짐없이 챙겨왔는데 자동차에 기름이 없거나, 도로공사를 하고 있거나, 평소에 안 막히는 길인데 이유 없이 차가 막히거나 등등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언제든 생길 수 있다는 걸 우리가 많이 경험해 왔잖니? 조금 여유가 있으면 이런 일에 화를 내면서 하루를 기분 상한 채로 출발하지 않아도 될 거야. 좀 여유 있게 알겠지? 
  간단히 생각해보면 성가시고, 좀 있다가 하고 싶고, 힘든 일은 ‘해야 할 일’이고, 노력이 필요하지 않고, 쉽고, 편안하고, 재미난 일은 ‘하고 싶은 일’일 거야. 손쉽다고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는 습관을 들이면 늘 시간이 없을 테지만, 조금만 참고 ‘해야 할 일’들을 먼저 해두면 늘 홀가분하고 서두르지 않아도 되고 빼먹는 일도 없을 거야.     


◎따뜻한 가슴과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만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살다 보면 때로는 억울한 일도 생기게 되고, 내 생각에는 남에게 아무런 해도 끼친 것 같지 않은데 공연한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될 때도 있는 것 같아. 누군가에게는 다른 사람의 성취가 노력이 아닌 운으로 또는 부당하게 얻어졌다고 생각되어지는 때도 있는 것 같고. 하윤이가 더 커서 뭔가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개인적인 성취를 넘어서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일을 하려고 할 때에는 이런 시기를 넘어서 의도적인 비방과 모함의 대상이 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을 거야. 그런 일이 있을 때 그런 상대들과 모두 맞서서 싸우고 이기려고만 한다고 일이 잘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 그 사람들에게는 왜 그런 서운하고 피해를 입은 감정이 들었는지 한번 살펴주고, 너 스스로에게도 남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언행으로 상처받지 않았는지 살피고 따뜻한 위로를 주어라. 그러면서도 너의 생각과 일치되지 않는 다양한 생각에 대해서 차분히 다시 생각해 보아도 원래 가지고 있던 네 생각이 틀림이 없다고 생각된다면, 어떤 비난과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밀고 나아가려고 하는 굳은 의지가 있어야만 마음에 품은 뜻을 제대로 펼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알겠지? 이 부분은 나중에 크면 좀 더 얘기 나누자.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고, ‘하고 싶은 일’을 나중에 하면 해야만 하는 일을 꼭 할 수 있고, 제시간에 할 수 있어. 그렇게 ‘해야 할 일’을 차곡차곡 성실히 해서 능력을 쌓은 후에는 따뜻한 가슴과 강한 의지를 가지고 보다 큰 뜻을 펼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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