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학습할 수 있는 능력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라.
◎스스로 학습을 통해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는 습관을 길러라.
◎Reset은 안되지만, Restart는 할 수 있다.
3.4 어려움에 대처하는 능력
◎고난, 어려움이라는 것은 도대체 왜 있는가?
◎고난을 어떻게 할 것인가(①지나가기 or ②버티기 or ③넘어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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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학습할 수 있는 능력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라.
『탈무드』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단다.
어느 배에 학자가 타고 있었다. 같은 배를 탄 상인들이 학자에게 물었다. "당신은 무슨 상품을 가지고 있습니까?" 학자는 대답했다. "나의 상품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것입니다."
상인들은 학자가 잠을 자는 동안 그 학자의 짐을 뒤져보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나오지가 않았다. 상인들은 그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빈정거리며 웃었다. 긴 항해를 계속하던 중에 배가 난파되었다. 모든 짐을 버리고 사람만 간신히 해안에 도착했다. 상인들은 자신의 물건을 모두 버려 가진 것이 없었다. 학자는 그 마을의 시너고그(유대교에서 집회와 예배의 장소로 쓰는 회당)에 가서 이야기를 했다. 그는 그 마을의 어느 학자보다도 훌륭했다. 그리하여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이것을 본 상인들은 감탄을 했다. "우리는 상품을 잃었지만 당신의 상품은 당신이 살아있는 한 잃는 일이 없겠군요. 당신의 상품은 정말로 훌륭합니다."
또, 유태인의 격언 중에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 주면 하루를 살 수 있지만,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면 일생동안 먹고 살 수 있다.”는 말도 있단다.
하윤이를 낳고 키우면서 우리 아이에게 뭘 물려줘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어. 아빠도 그렇지만 특히 엄마는 회사를 오래 다니셔서 회사생활이 너무나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시기 때문에 하윤이가 회사원이 안 되도록 키우고 싶어 하셨어. 아빠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처음에는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모아서 그것을 물려주면 회사 가서 시달리지 않고 인생을 좀 편안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어. 그런데 돈이 많이 있다면 그걸 하윤이가 잘 관리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더라. 돈은 잘 못 투자해서 크게 잃을 수도 있고, 사기를 당할 수도 있고, 아주 드문 일일 수도 있지만 누가 훔쳐갈 수도 있는데 그럼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또 물려주는 형태는 돈이 가장 좋을까? 아파트나 땅과 같은 부동산이 좋을까? 주식이 좋을까? 만약 부동산이 좋다면 그게 미래에도 지금처럼 그대로 가치가 있을까? 그걸 알려면 경제가 어떻게 바뀔지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를 멀리 내다봐야 하는데 엄마아빠가 그렇게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잖니.
재산이 좀 있으면 경제적으로 좀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만 되면 하윤이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우리가 돈이 많은 사람을 부러워할 수는 있지만 존경하는 문제는 또 다른 것이 아닌가?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그 가치가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무엇을 가지고 있으면 사람들이 하윤이를 인정해주고 존중해줄까? 매우 가치 있는 것이지만 그것은 오로지 하윤이만 사용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훔쳐가 봐야 아무 쓸모가 없는 무엇일까?
유태인의 격언 중에 “사람이 살아 있는 한 그에게서 빼앗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지식이다."라는 말이 있대. 엄마아빠는 위 탈무드 얘기처럼 그게 바로 ‘지식’이 아닐까 생각했어. 어부 부모가 아무리 많은 고기를 잡아서 준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상할 수도 있고 먹다가 보면 언젠가 바닥이 날 테지만, 내가 고기를 잡을 줄 안다면 언제든 바다에 나가서 잡으면 되는 일이니까 말이야. 누가 네 지식을 훔쳐갈 수도 없고, 풍부한 지식과 훌륭한 인품을 가지면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기존에 가지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상에 대해 공부하면 남들보다 더 빨리 수월하게 익힐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이런 귀중한 지식이 저절로 쌓이는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잘 알고 있잖니. 지금 하윤이도 구슬땀을 흘려 수학도 하고, 영어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하고 있지. 힘들지 하윤아? 아빠도 엄마도 이모도 모두 학생 때 공부하기 싫어하고 힘들어하고 그랬어. 그래도 꾹 참고 하면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값진 재산이 내 머리와 가슴에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니 힘들지만 하면 할수록 나에게 보탬이 되는 일 아니겠니? 힘내서 한번 해보자. 너무 지겨울 때면 말해. 다 던져버리고 엄마아빠랑 훌쩍 여행이라도 다녀오지 뭐. 히히
지식은 가장 든든하고, 변치 않고, 남이 훔쳐갈 수 있는 재산인데 그것은 바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쌓아갈 수 있어.
◎스스로 학습을 통해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는 습관을 길러라.
하윤이는 뭔가 해보는 걸 좋아하잖니. 개도 키워보고, 수박, 참외, 토마토도 심어서 키워보고, 카드게임을 배워보는 것도 좋아하고. 이번에 날이 추워졌는데 하윤이가 호박씨를 가져다 심으려고 하니까 이모할머니가 “가을에 심으면 날이 추워져서 열매도 맺히지 않고 수확을 할 수가 없어.”라고 하셨지. 그래도 하윤이가 씨앗을 심어서 지금이 12월인데 베란다에 호박 넝쿨이 자라나가고 있고 호박꽃도 2송이 피었지. 이모할머니가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으면 아마 하윤이는 언제 열매가 맺히나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면서 몇 달이고 기다리다가 아마 크게 실망했을지도 모르겠어. 스케이트보드 타는 법을 익히는 건 어떻겠니. 무작정 스케이트보드를 사서, 넓고 평평한 곳을 찾아서, 하루에 2시간씩 2개월간 빠지지 않고 연습하면 어느 정도 타게 될 수도 있겠지. 이런 건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되는 방식으로 한번 해보는 거지. 안 되지는 않겠지만 많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시간을 들이고 나서야 기본적인 사실을 깨우치게 될 것 같아.
그렇다면 이걸 그냥 무작정 시작하지 말고 배워서 해본다면 어떨까? 요즘은 배울수 있는 방법이 굉장히 많잖아. 주변에 잘한다는 사람에게 물어보기, 인터넷 검색, 블로그 검색, x튜브로 전문가 특강 검색, 관련 책을 사서 읽어보기 등 방법이 셀 수 없이 많을 것 같아. 그럼 여기서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할까. 아래 기준에 따라 다를 것 같아.
[나의 기준]
-얼마나 중요한 일이냐?
예)집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는 방법 vs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방법
-얼마나 시간을 투자할 것인가?
예)지금 바로 알고 싶다 vs 시간이 많이 들더라도 정확히 자세히 알고 싶다.
-얼마나 정확하고 자세히 알아야 되는 일인가?
예)조금 틀려도 별 상관없다 vs 틀리면 큰 손해가 생긴다.
[정보의 기준]
-정보의 양 : 근처 중국집 위치 vs 안내견 훈련법
-정보원의 신뢰도 : 개인 vs 전문가
-정보의 신뢰도 : 알 수 없음 vs 널리 알려져 검증된 내용
-수록된 매체 : 누군가 한 말/개인 블로그 vs TV, 신문, 책
라면을 끓이는 정도의 간단한 일이라면 인터넷을 검색해서 누군가가 올린 방법을 시도했다가 맛이 없으면 ‘에잇 젠장!’을 외친 후 다음번에 다른 방법으로 다시 끓이면 될 테지만, 집을 얻었는데 천장에선 쥐가 운동회를 하고 싱크대 수채구멍에서는 바퀴벌레가 기어 나온다면 어떻겠니? 중요한 일일수록 믿을 수 있고, 내용도 풍부하고, 검증된 내용을 담은 것, 예를 들어 그 분야 전문가가 쓴 책과 같은 것을 참고해서 먼저 ‘학습’을 한 후에 시도해 보면 보다 ‘정확하고 풍부한 지식’을 얻어서 시행착오도 줄이고 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뭔가를 배우고 이해하려고 할 때 어떤 타인의 정보를 이용한 ‘학습’을 시작하기 전에, 한번 스스로 그 방법과 이치에 대해 헤아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내 생각에는 늦가을에 호박을 심어도 될 것 같아. 밖은 춥지만 집 안은 따뜻하고, 꽃가루를 날라줄 벌과 나비대신 내가 붓으로 수분을 시켜주면 되니까.’처럼 말이야. 나름대로 생각을 해보고 난 다음,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보고 실행을 해본 후에 처음에 예상했던 것 중에 어떤 부분들은 맞았고 어떤 부분은 틀렸는데 내가 뭘 몰랐구나 하고 깨닫게 되면, 그 다음번에 다른 일을 헤아려 볼 때 도움이 될 것 같고, 이런 일을 반복하다 보면 일일이 다 찾아볼 수 없이 자신의 추측만으로 판단을 해야할 때 도움이 될 거라고 아빠는 생각해. 그리고 ‘학습’을 통해서 새로운 방법이나 생각을 접하게 되거든 그것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 ‘꼭 이런 방법이 최선일까? 꼭 이런 방향으로만 생각해야 되는 것일까?’하고 하윤이 스스로의 대안을 한번 생각해봐. 나만의 생각을 만들어 내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공자님의 말씀을 수록한 『논어』라는 책에 보면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子曰,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고 이르셨는데,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여 자기 것으로 소화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고, 생각만 하고 보편적인 학문을 배우지 않으면 독단에 빠져 위태로워지기 쉽다.’라는 말씀이란다. 특히 어떤 사상이나, 의견에 대해 공부할 때는 이 말씀을 꼭 참고하면 좋겠어.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할 때 ‘어떤 것일까 한번 헤아려 보고’ ☞ ‘학습하고’ ☞ '실행해 보고' ☞ ‘내 방식대로 소화해서 다시 한번 정리해보고’를 반복해서 하다 보면 뭔가를 배우는 데 두려움이 없어질 것 같아. 우리가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주저하는 이유는 뭘까? 써핑보드라고 한다면 ‘과연 내가 과연 그걸 할 수 있을까?’, 협심증 치료를 위한 관상동맥우회술이라는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면 ‘과연 내가 그걸 찾아낼 수 있을까? 찾아낸다면 읽고 이해할 수 있을까?’ 물론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쉽고 간단한 것부터 하나씩 하나씩 스스로 찾아서 학습하고 익히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뭔가 새로운 것을 새로 접해도 정보를 찾아내서, 공부하고, 익히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질 것이고, 찾아내고 배우는 절차를 보다 쉽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결국 현재 내가 접해 본 적이 없고 몰라서 그렇지 알려고 하면 뭐든 배우고 익힐 수 있겠구나 하고 믿게 된다면 살아가면서 아주 큰 도움이 될 것 같구나.
알고 싶은 것에 대해 헤아려 보고 ☞ 학습하고 ☞ 내 방식대로 소화해서 다시 한번 정리해보는 것을 반복해 보는 거야. 그럼 맘먹은 것이라면 뭐든 배우고 익힐 수 있을 거야.
◎Reset은 안되지만, Restart는 할 수 있다.
컴퓨터를 하다가 갑자기 뭐가 문제인지 속도가 느려질 때가 있지? 어떤 때는 아무 버튼도 마우스도 먹지 않는 소위 말해 먹통상태가 되면 하는 수 없이 Reset 버튼을 누르게 되지. 그러면 컴퓨터가 다시 부팅되면서 막혔던 상태는 풀리고 감쪽같이 마치 처음 컴퓨터를 켠 것처럼 다시 말끔하게 새로운 상태로 시작할 수 있잖니.
사람들이 자신의 삶이 너무나 만족스럽지 않고 해결되지 않은 여러 문제가 얽혀서 엉킨 실타래처럼 도저히 하나하나 일일이 풀어낼 수가 없을 것처럼 보일 때, 차라리 가능하기만 하다면 ‘아! 내 인생을 reset하고 싶다.’고 말할 때가 있단다. 엉킨 문제들이 너무 많고 복잡해서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과연 풀리기는 할지 알 수가 없어서 그것들을 풀어내는 것보다 차라리 그런 것들이 다 없는 깨끗한 상태에서 새로 인생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서 하는 말이겠지. 안타깝지만 우리 인생에는 ’Reset‘ 버튼이 없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잖니.
‘제 2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말이 있어.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회사원으로 50대 후반까지 사무를 보는 일만 했는데 정년퇴임 후 식물에 대해 공부해서 화초를 키우고 판매하는 일을 한다거나, 운동선수로 일생을 살아왔는데 은퇴 후 음식점을 열어서 사람들에게 요리를 판매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처럼, 사회에 처음 발을 들여놓을 때와 다른 일을 인생의 어느 시점에 다시 시작하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지. 사람이 대개 나이를 먹으면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두려워하게 된다고 해. 계속 해오던 일이 익숙하고 경험도 많고 지식도 많은데,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점을 다 버리고 전혀 모르는 분야에 대한 지식을 처음부터 새로 배우고 익혀야 하니까 두려운 거지. 심지어 그걸 20대가 아닌 40~50대에 한다면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겠지.
전에 알아본 것처럼 그렇게 새로운 일을 다시 하려면, 간단히는 누군가에게 물어서 배우는 식일 수도 있고, x튜브를 보고 공부하는 식일 수도 있고, 책을 찾아 공부하는 방법일 수도 있겠어. 좀 더 학습량이 많은 경우는 학원을 다닌다거나, 늦은 나이에 대학에 다시 들어가거나, 자격시험에 도전해서 어떤 전문 자격증을 따는 것일 수도 있겠지. 이런 일들은 분명히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경우이지만, 아빠가 관찰하기에는 나이를 먹었더라도 평소에 배우고 익히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자주 해왔던 사람의 경우, 다시 시작할 때 남보다 더 두려움이 적어지고 해가는 과정에서도 좀 더 짧은 기간에 해낼 수 있고 원하는 학습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좀 높은 것같아 보여.
우리가 인생을 ‘Reset’ 할 수는 없지만,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나이를 먹어서도 계속 가지고 있을 수만 있다면, 인생에 전환이 필요할 때 남보다 더 적은 두려움으로 의욕 있게 인생을 ‘Restart’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하윤아.
어릴 때 세상을 하나하나 배워갔던 것처럼, 인생의 어느 순간에라도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의지와 능력만 있다면 세상이 변하거나, 하윤이의 상황에 변화가 있더라도 네가 원하는 쪽으로 인생의 방향을 바꿔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거야.
3.4 어려움에 대처하는 능력
◎고난, 어려움이라는 것은 도대체 왜 있는가?
<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하윤이에게는 뭐가 가장 큰 시련이었을까? 애기 때는 예방주사를 맞는 일이 가장 공포스러운 일이었을 수도 있고, 좀 커서는 건강검진 때 피를 뽑는 일이었을 수도 있고,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불화였을 수도 있겠지. 사람마다 얼마나 많이, 얼마나 강한 스트레스를 받는지 맞비교할 수가 없고, 또 같은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도 사람마다 그것을 견뎌내는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누가 더 힘든 상황이라고 단정하기 힘들 거 같아. 그래서 모두가 ‘자신에게 있어서는 가장 힘든 일’을 몇 개씩 가지고 살아가는 때도 있단다.
아빠가 이 부분에서 생각하는 제일 중요한 점은, 살아간다는 게 항상 행복하고 달콤한 일들로만 채워지지 않는다는 거야. 차라리 반대로 일정 부분은 괴롭고 고통스러운 일들이 늘 우리와 함께한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맞을 거 같아. 그래야만 한다는 게 아니라, 아빠가 살아보니 이 일만 해결되면 살겠다 생각했는데 그 일이 해결되면 또 다른 일이 생겨나고, 그 일만 지나가면 숨 좀 쉬겠다 싶으면 또 다른 골칫거리가 생겨나고 하더라고.
인간이 만들어 놓은 온실처럼 늘 애정을 가진 농부가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주고 해충을 쫒아줘서 너무나 따뜻하고 안락한 환경에서 자라는 꽃들은, 자신의 꽃을 피울 때 까지 한 번도 힘든 일이 없이 꽃을 피울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자연에서 자라는 꽃들은 어떠니? 아직 충분히 자라지도 않았는데 초식동물들의 먹이가 될 수도 있고,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무심한 발길에 채여 가지가 꺾일 수도 있지. 겨우겨우 잘 살아남아 예쁜 꽃을 피웠는데 억수같은 비가 와서 하루 만에 꽃이 질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온실에서 살지 못하는 식물들은 다 불행한 걸까? 인간이 온실이란 걸 만들기 전까지 그 긴 시간동안 이 세상을 살아온 모든 식물들은 다 불행했던 걸까? 먹이 사슬의 최고 꼭대기에 있는 최상위포식자를 제외한 모든 동물들 또한 언제 잡아먹힐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불행한 존재일까? 고민과 스트레스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인간이나, 식물들이나, 많은 동물들이나 다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해. 일정한 정도의 고난이 늘 우리 곁에 함께 있는 것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 그냥 살아가는 자연스런 삶의 모습이 아닌가 싶어.
그렇다면 우리 삶에서 이런 고통과 고난은 우리를 꼭 불행하게 만들고 속상하게 만드는 나쁜 것이기만 할까? 사계절 따뜻하고 아늑한 온실 속의 화초들은 평소에는 밖에 사는 식물들보다 좋겠지만 유리창이 깨지거나, 누가 부주의하게 문을 잘 닫지 않고 나가버리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찬바람에 맥없이 죽고 말잖니. 그런데 자연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떠니? 강풍에 가지가 꺾인 나무, 번개를 맞아 한쪽 큰 가지가 불타버린 나무들이 꼭 곧 죽게 되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워 보이지만, 몇 년 후에 보면 일부는 죽고 일부는 불타버린 모습이지만 그 상태로도 꿋꿋하게 새 가지를 뻗고 잎사귀를 내어서 씩씩하게 살아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잖니. 다치지 않은 보통 나무들도 가을이 되면 잎을 다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마치 생명이 멈춰버린 모습처럼 보이지만, 잘려진 나무둥치의 나이테를 들여다보면 날씨가 좋고 따뜻한 계절에는 무럭무럭 자라고 추운 계절에는 잠시 멈춘 모습이 서로 색깔이 다른 고리로 한 켜 한 켜씩 쌓여서 결국 수십 년짜리 큰 아름드리나무로 자라난 것 아니겠니. 아빠가 개업할 때 해피트리라는 나무 화분을 2개 받았는데 실내에 공간이 부족해서 하나는 안에, 하나는 어쩔 수 없이 외부로 창이 나있고 난방이 되지 않는 복도에 두었어. 그런데 그 다음해 겨울이 엄청 추웠단다. 업무시간만이라도 난방이 되는 실내에 있던 화분들조차도 시들시들 했는데 밖에 복도에 있던 화분은 강추위에 나뭇잎이 말라서 타들어가고 가지도 말라서 힘이 하나도 없이 곧 죽을 것처럼 가까스로 겨울을 났어. 다행히 봄이 되자 새 잎사귀도 몇 개 나긴 했는데 다른 화분들이 활기를 되찾은 여름에도 별로 생기가 없이 축 늘어진 모습이어서 작년 겨울에 너무 추워서 결국 추워지면 죽게 될 모양인가보다 생각했어. 그런데 가을을 지나 겨울에 들어서서 다른 나무들이 다 잎이 시들어지고 잔뜩 웅크린 채로 겨울채비에 들어가는 것처럼 보일 때 갑자기 잎사귀에 윤기가 나면서 어린 새 가지들이 막 돋는 거야. 더구나 해를 거듭할수록 겨울철에 더 잘 적응하고 더 잘 자라는 것 같더라고. 그 화분을 볼 때마다 남들이 겪지 못한 혹독한 고난을 한번 견뎌내고 나면, 그 다음에 시련이 다가 와서 남들이 괴로워하고 신음할 때 비틀거리지 않고 꼿꼿하게 서서 비교적 수월하게 그것을 견뎌낼 수 있는 건가보다 하고 생각하게 되었어.
내 인생은 늘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 걸까 하고 생각하면 스스로의 인생이 불행해지지만, 원래 늘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인데 이번에 비교적 약한 것이 온 거라고 받아들이면 그렇게 나쁘게 생각할 일만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물며 그게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말이야. 우리를 더 단단하게 하고 시련을 잘 견뎌내게 하는 예방주사가 있어서 그걸 매해 한 번씩 맞아야만 하는데, 올해 주사를 맞아보니 별로 안 아팠다면 “이놈의 주사는 도대체 왜 매해 맞아야 하는 거야. 젠장!”이 아니라 “대박. 생각보다 괜찮은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흔들리며 피는 꽃처럼, 살다보면 힘든 일도 반드시 잊게 마련이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야 해. 그걸 한 번 두 번 잘 버티고 이겨내면, 다음번엔 넘어져도 울지 않고 혼자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야.
◎고난을 어떻게 할 것인가(①지나가기 or ②버티기 or ③넘어서기)
지금까지 살아간다는 것은 늘 행복한 일들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정도 늘 괴로움과 고난이 따르게 되는데, 그것은 꼭 부정적인 것만이 아니라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어서 다른 시련이 다가 왔을 때 더 의연하게 대처해서 잘 버텨내게 해주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 얘기했어.
그렇다면 살면서 겪게 되는 힘든 일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더 다양하게 나눌 수도 있겠지만 아빠가 해주고 싶은 얘기 기준으로, 내 마음의 문제인지 나랑 관계없이 외부에서 발생한 문제인지, 내가 해결 할 수 있는 문제인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지로만 나눠서 얘기해 볼까 해.
①지나가기
하윤이가 수영대회에 나가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구역질이 날 때가 있어요.”라고 했지. 너무 긴장해서 그런 거겠지. 왜 긴장했을까? 평소에 수영을 해보니 별로 수영에 소질도 없는 것 같고 수영장에서 다른 아이들과 기록을 측정하고 예비테스트를 해볼 때도 성적이 별로였는데 대회에 나가서 입상할거라고 기대하면서 긴장하게 될까? 혹시 운이 따르면 하고 기대해 볼 수도 있겠지만 아마 빨리 끝내고 집에나 가고 싶다 하면서 코를 파고 있기 십상일거야. 하지만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를 해오던 사람이라면 이번에 잘하면 상을 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잘하고 싶은 의욕이 긴장감을 마구 만들어 낼 거야. 하윤이는 2학년 때 처음 대회에 나가서 수상권과는 거리가 먼 성적을 받고 돌아 오늘 길에 엉엉 울었잖니. 엄마아빠는 괜히 대회를 내보냈나 후회도 했는데 다행히 하윤이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연습해서 그 다음해에는 수상권에 근접한 성적을 냈고, 그 다음해부터는 메달을 따기 시작했지. 아주 훌륭한 자세였다고 생각하고 늘 그 일을 생각하면 다시 칭찬해 주고 싶어. 하지만 꼭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사실은 ‘노력한다고 반드시 다 결과가 좋게 나오는 건 아니다.’라는 거야. 5학년 땐가 자유영 경기에 나와서 우승한 6학년 언니 있었지. 키도 성인만큼 크고 근력도 엄청나서 2위를 한 하윤이 하고도 꽤 차이가 났었지. 미안한 말이지만 하윤이가 그때부터 20년 동안 모든 일을 다 제쳐 두고 죽기 살기로 아무리 연습해도 그 언니보다 잘 할 것 같지는 않더라. 그럴 수 있는 거야. 어떤 부분은 아무리 열심히 연습해도 남보다 잘 할 수 없는 부분도 있는 거야. ‘내가 모든 부분에서 남보다 재능이 뛰어나고 연습도 더 열심히 해서 다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어야 해. 내가 무엇이든 마음먹고 노력하면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욕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늘 남보다 ‘더 잘’혹은 ‘가장 잘’ 해야만 한다거나 할 수 있다는 강박은 버려야 돼.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실제로 ‘잘 할 수 없는 부분’에서 포기하지 못하고 인생을 낭비하면서 마음은 늘 괴로운 상태로 살게 될 수도 있는 거야. 그리고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남보다 더 인정받고, 남보다 더 예쁘고, 남보다 더 인기가 많은 사람’과 같은 생각처럼 누군가와 비교하려고 하지 말아야 해. 살아가면서 잘해보고 싶어서 어떤 일을 충분히 노력해 봤는데 잘 안되면 좌절을 선택하는 대신에 ‘아 내가 이건 잘 안되는구나. 이건 아닌가 보다.’ 하고 깨끗하게 인정하고 ‘지나가는’ 것도 행복하게 삶을 살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지혜 중에 하나야. 비슷한 이치로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고,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생기는 문제들의 경우에는 그냥 그 마음을 내려놓고 ‘지나가기’를 선택하면 좀 편안해 질 수 있을 거야.
②버티기
반면 하윤이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 아닌 외부에서 생긴 문제인데 하윤이가 해결 할 수 없는 문제들도 있을 수 있을 거야. 나라가 경제위기에 빠져서 회사에 다니던 아빠가 갑자기 실직을 하게 되면, 집안 분위기도 무겁고 아이도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거야. 무슨 사정이 생겨서 이사를 가게 되면 정든 친구들을 모두 두고 떠나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새로운 학교에 가서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까지 일정 시간동안은 약간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어. 그런 일이 안 생기면 좋겠지만 살다보면 전혀 생기지 않을 수는 없는데, 이렇게 마땅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는 없고 그냥 견뎌내야만 하는 수밖에 없다면 아래 2가지를 생각해보도록 해.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말이 있단다. ‘냉혹한 현실을 냉철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앞으로 잘 될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이겨내는 합리적 낙관주의’를 일컫는 말인데, 베트남 전쟁 당시 포로로 잡혀 있다가 살아남은 미군 장교 제임스 스톡데일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해. 전쟁 중에 많은 사람이 포로로 잡혔는데, 포로로 갇혀있는 이 상황이 절대로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고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한 사람들은 자살을 하거나 탈옥하려다가 총에 맞아서 죽었고, 반대로 수개월 내에 미국이 전쟁에서 이겨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한 사람들은 일이 그렇게 되지 않자 오히려 더 심한 비관에 빠졌다는 거야. 반면 이 스톡데일이라는 사람은 이 상황이 매우 심각하고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하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반드시 고국으로 돌아가게 될 거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긴 포로 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거라고 해. 지금은 상황이 녹록치 않고 힘들지만 ‘시간이 좀 걸릴지라도 언젠가 반드시 좋아질 것이다’라는 다소 역설적일 수도 있는 생각으로 상황에 임한다면 역시 버티는 일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또 한 가지 소개하고 싶은 것은 2002년에 발표된 가요 곡인데, 최근에 운전 중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걸 들었는데 가사가 참 말이 된다 싶어서 말이야.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점이야. 하윤이도 이 점을 꼭 기억하면 역시 버티기가 좀 수월해질 거야.
<달리기>
-S.E.S-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 설 순 없으니
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또 참고로 이런 일화도 있단다.
[다윗 왕의 반지]
어느 날 다윗 왕이 궁중의 세공인을 불러 명했습니다.
“날 위해 반지를 하나 만들되, 반지 안쪽에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어 환호할 때도 결코 교만하지 않게 하고, 큰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도 결코 좌절하지 않으며 스스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어라.”
이에 궁중세공인은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 봐도 반지에 새길 글귀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는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습니다. 세공인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생각에 빠진 솔로몬은 이렇게 적으라고 일러주었답니다.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입니다.
[유대경전 주석서 『미드라쉬』의 ‘다윗왕의 반지’ 중에서]
해결할 수 없는 고난도, 언젠가는 다 시간과 함께 지나가니까 조금만 참고 ‘버티기’를 해보는 거야.
③넘어서기
절친이었던 친구와 오해가 생겨 서먹해졌는데 어떻게 화해해야 할 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정말로 잘못된 선택인거 같아서 그만둬야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여러 사례로 봐서 지금 남친은 정말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딱히 지금 당장 헤어질 명분은 없을 때. 해결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자니 골머리가 아프고 지금 해결하지 않는다고 당장 큰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닌 그런 일이 생길 때도 있을 거야.
‘괜히 먼저 사과를 했다가 친구가 화답하지 않고 냉담하면 나만 망신당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 때문에 절친과의 작은 오해를 묵혀둔 채로 시간이 자꾸 흘러가면 어떻게 되겠니? 작은 오해가 불신으로 깊어져서 소중한 친구 한명을 잃게 될 지도 모를 거야. ‘당장 나가서 좋은 회사를 구할 수 있을지?’, ‘구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구해서 옮기면 아는 사람도 없는 회사에 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하는 막연한 걱정 때문에, 이 회사는 아니라고 마음속으로 이미 결정내린 회사를 그냥 계속 다니고 있다면, 그 회사 생활이 잘 될 턱이 없고 아마 이도저도 해결되지 않고 몇 년의 세월이 흘러갈 거야. ‘엊그제 한 행동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잘해줄 때는 또 잘 해 주잖아.’, ‘말을 이쁘게 하지 않고 내 마음을 잘 몰라줄 때도 많지만, 노래도 잘하고 재밌고 잘 생겼잖아.’ 하는 이도저도 아닌 생각으로 만나게 되면 결국 ‘만나는 것도, 헤어진 것도 아닌’ 관계가 되지는 않을까?
그럼 왜 우리는 이렇게 고민거리가 생길 때 결단을 해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주저하게 될까? 아빠 생각에는 아마 마음의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서 그런 것 같아. 그럼 왜 마음의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울까? 마음의 결정을 내리려면, 고민스러운 문제의 핵심적인 내용이 뭔지를 ‘끈질기게’그리고 ‘깊숙이’ 파고들어서 그 핵심인 본질에 도달해야 하는데 말 그대로 이 고민거리, 골칫거리라는 것은 생각을 하면 할수록 골치가 아픈 거야. 그러니까 좀 생각을 하다가 ‘에이 모르겠다. 다음에 생각하자.’하고 옆으로 밀어 놓는 거야. 그렇게 잊고 살다가 불편한 관계인 친구랑 다시 마주치거나, 회사에서 다시 못마땅한 일이 생기거나, 남친이 다시 실망스러운 행동을 하면 그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올라와서 우리의 신경을 다시 거슬리게 하겠지. 그럼 다시 어떻게 해야 하나 며칠간 지난번에 했던 것과 같은 고민을 해. 그러다가 다시 ‘몰라 몰라 어떻게 되겠지’ 하고 또 어딘가에 밀어 놓는 거야. 이걸 그림으로 그리면 이렇게 될 거 같아.
늘 고민의 가장 바깥쪽 표면에 해당되는 얕은 부분에서만 단편적으로 생각했다가, 밀어 놓았다가, 시간이 좀 지나서 똑같은 고민을 처음부터 다시하기 때문에 아무리 여러 차례 같은 것을 고민해도 생각에 발전이 없고 쳇바퀴 돌 듯 고민이 그 수면 부근에서 왔다 갔다만 할 뿐인 거야. 하윤이도 알겠지만 이렇게 해서는 아무리 긴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겠지. 중요한 문제이고, 까다롭지만 해결책이 있고,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면 우선 그 문제를 직시해야 해. 사전에 ‘직시[直視] : 사물의 진실한 모습을 정확히 봄’이라고 되어 있어. 이게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왜 나의 신경을 계속 쓰이게 하는지, 나는 무엇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주저하고 있는 것인지, 난 뭐가 두려워서 결정을 못하고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 계속해서 집중적으로 생각하는 거야. 아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면 종이에 체계적으로 정리를 하면 더 문제점이 무엇인지가 정확하고 깔끔하게 정리가 된단다. 골치 아픈 문제를 계속 마주하는 게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골치가 아파도 피하지 말고, 미뤄두지도 말고, 그 핵심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고 쓰면서 정리해보는 거야. 점점 더 깊이, 더 깊이, 참고 계속 하다보면 핵심과 본질에 도달할 수 있을 거야.
맞아 이건 아주 아주 힘든 일이야. 그래도 여기까지 오면 문제해결은 반 이상 끝난 거라고 볼 수 있어.
‘소중한 친구인데 사소한 오해로 헤어지는 건 말이 안 되니, 친구가 먼저 화해를 청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겠다.’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해보자. 그럼 이제 이것을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의 문제가 남겠지. 다른 친구에게 화해를 주선해 달라고 할 수도 있고, 말을 전해달라고 할 수도 있고, 내가 문자를 보내거나, 이메일을 보낼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아빠 생각에는 하윤이가 직접 그 친구를 찾아가서 너의 진심을 너의 말로 전달하는 게 가장 좋을 거 같아. 그럼 그 친구도 하윤이의 말뿐 아니라 몸짓과 눈빛까지 보면서 너의 진심을 온전히 이해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 상황에 따라 누군가를 통하거나 다른 전달 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때가 분명히 있을 거야. 아빠가 하고 싶은 말은 문제 해결을 위한 실행의 단계에서도 가장 좋은 방법이 있는데도 회피하거나 돌아가는 선택을 하지 말고 문제를 ‘정면 돌파’ 했으면 하는 바람이야. 물론 이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고 아빠도 잘 해왔기 때문에 하는 말은 아니지만 돌아보니 그게 결과적으로 제일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해주는 말이야.
골치 아픈 문제이지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회피하려고 하지 말고 문제의 핵심에 도달할 때까지 치열하게 고민해서 결정을 내리고, 결정을 내리면 가급적 정면 돌파 하는 방법으로 임한다면 어떤 복잡한 고난도 ‘넘어서기’할 수 있을 것 같아.
편의상 아빠가 다양한 고난을 세가로만 나누어서 설명했는데, 사실은 더 다양한 경우가 많을 테고 그것을 칼로 벤 듯이 명확하게 구분하기도 힘들 거야. 하윤이의 모든 고민을 엄마아빠도 함께 힘써 고민할 테니까, 그때 또 함께 상의하자꾸나.
하윤아 언제든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지면 손을 내밀어. 그럼 아빠가 손잡아서 일으켜 줄게. 그렇지만 너도 한 번씩은 왜 넘어졌는지 잘 살펴보고 무릎을 단단히 집고 다리에 힘을 줘서 일어서봐. 자꾸 하다보면 다리에 힘이 생길 것이고 그러면 갈수록 더 덜 넘어지고 더 잘 일어설 수 있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