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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채환 Sep 20. 2022

3. 능력(3/3)

3.5 사회적 능력

◎사람들과 편안하고 좋은 관계를 원한다면?

◎인정받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사람, 저절로 인정받는 사람.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가까이 해야 할까?

◎그 사람의 말을 믿지 말고, 그 사람의 행동을 믿어라.

◎착한 친구만 유익한 친구인가?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깊은 관계를 맺어라.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할까?

◎고마움의 표시를 게을리 하지 마라.

◎잘못했다 생각되면 솔직히 인정하고, 반드시 사과해라.     


3.6 경제적 능력

◎인생이 정해진 경비로만 가는 여행이라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기회도 없다.

◎중요하지만 경제적인 것에만 너무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돈이 너무 많아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행복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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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사회적 능력

◎사람들과 편안하고 좋은 관계를 원한다면?

 예전에 어디선가 호랑이와 토끼가 친구가 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호랑이는 친한 친구인 토끼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서 열심히 사냥해서 연하고 맛난 사슴을 잡아다 주었다고 해. 하지만 토끼가 사슴 고기를 먹을 수는 없었겠지. 애써 사냥을 해다 준 호랑이는 서운했을 수도 있을 거야. 토끼도 미안했는지 봄에 새로 돋아난 연한 새순만 골라 뜯어다가 호랑이에게 가져다 줬지만 호랑이 역시 풀을 먹을 수는 없었을 거야. 토끼도 마음이 좋지는 않았겠지. 

 살아보니 이처럼 관계라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리 잘해보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극복할 수 없는 부분도 분명히 있는 것 같더라. 안 맞는 관계를 억지로 좋게 만들려고 애쓰다 보면 서로가 힘들고 상처가 될 수도 있을 거야. 많은 부분에서 나와 많이 다르고 관계를 유지하는데 너무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경우라면, 굳이 잘 지내보려고 너무 애쓰지 말고 마음이 오가는 것이 크게 불편하지 않은 상대를 고르는 것도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뮬란은 여자아이지만 매우 활달하고 적극적이어서 말 타고 활 쏘는 것을 좋아하는데, 사회적 풍습 때문에 거동이 불편하지만 다소곳하게 보이는 옷을 차려입고 정숙한 여자, 좋은 부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기를 강요받잖니. 자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어색한 자신의 모습을 호수 물에 비춰보며 한탄하는 장면에서 <Reflection(반사되어 비쳐진 내 모습)>이라는 삽입 음악이 흘러나와.      


Look at me.  저를 보세요.

You may think you see who I really am, but you'll never know me.  

당신은 진정한 제 모습을 보고 있다고 생각할 테지만, 그건 진정한 제 모습이 아니에요.
 Everyday It's as if I play a part.
 저는 매일 매일을 연기를 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아요.

Now I see. If I wear a mask, I can fool the world But I cannot fool my heart.  

하지만 이제 알겠어요. 내가 가면을 쓰고 연기하듯 산다고 해도 세상을 속일 수는 있을지언정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는 걸 말이에요.     


 관계를 맺는 두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이 희생을 해서 실제 나의 모습과는 다르지만, 다른 사람이 원하는 모습으로 꾸며 행동한다면, 이 영화의 ‘뮬란’과 같이 자신의 본 모습이 아닌 상대방의 바람과 기대에 맞춘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과연 그 사람은 그런 행동을 계속 할 수 있고, 그 관계는 계속 원만하게 유지 될 수 있을까?  

 영화 <보디가드>에서는 유명 여가수가 그녀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은 남자 경호원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 나와. 둘은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와서 서로 잘 맞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지. 여기에  삽입된 <I Have Nothing(당신이 내 곁에 없다면 난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어요)>이라는 곡에 이런 가사가 나와.     


Share my life. Take me for what I am.

나와 삶을 함께 해요. 날 있는 내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 줘요.

Cause I'll never change all my colors for you 

왜냐하면 난 당신을 위해 내 모든 색깔(개성)을 바꾸지는 않을 거니까요.

Take my love. I'll never ask for too much
 내 사랑을 받아주세요. 난 많은 걸 원하지 않을 거예요.

Just all that you are and everything that you do
 오직 당신 그대로의 모습과 당신이 하는 모든 것들만 있으면 돼요.     


 왜 여자는 자신의 개성을 바꾸지 않겠다고 했을까? 남자에게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면 된다고 했을까? 자신의 현재의 모습이라는 게 오랜 세월동안 쌓인 경험과 생각과 생활습관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인데 그게 과연 바꾸려고 노력한다고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일까? 바뀌기 힘들다는 걸 인정하고 아마 상대의 현재 모습 중에 자신에 마음에 드는 점도 있고 들지 않는 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 정도면 괜찮겠다고 생각해서 내린 판단이 아닐까 싶어.

 자신의 본 모습을 생각하지 않고 관계에만 너무 몰입한 나머지, 그 관계에서 오는 다른 사람의 인정을 얻고자하는 욕심이 너무 지나쳐서 병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해.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질환은 백과사전에 ‘과도한 신분 상승 욕구 때문에 타인에게 거짓말을 일삼다 결국은 자신마저 속이고 환상 속에서 살게 되는 유형의 인격 장애를 일컫는 것으로, 하이스미스(Highsmith, P.)의 소설 ≪재능있는 리플리 씨≫의 주인공 이름에서 유래하였다.’고 되어 있어. 잘 보이고 싶다고 의식적으로 자신을 꾸며서 거짓으로 계속 행동하다 보면 나중에는 진짜 자기 모습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정체성이 뭔지 헷갈리게 되는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하는 용어인 것 같아.

 원래의 자기 모습이 있는데 이 모습과 너무 다른 면모를 나에게 기대하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만들기 어려울 것 같고, 또 나에게 맞는 사람이 되도록 남을 변화 시키는 것도 쉽지 않고, 나 역시 남이 원하는 모습이 되도록 바꾸기도 어려운 일일 거야. 그렇다고 원래 모습과 다른 것을 그런 척하면서 사는 것도 불가능할 것 같아. 아빠가 생각하는 무리가 없고 순조로운 관계는, ‘애써 너의 좋은 점을 골라서 보여주거나 꾸미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너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었을 때그 모습을 인정하고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과 가까이 하는 것’이야. 그럼 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도 없고 너답게 평소의 너처럼 행동하는데, 그 자체를 의미 있게 봐주는 사람과 관계를 맺으니 얼마나 자연스럽겠니.

 그렇다고 이 말이 너 하고 싶은 대로 네 멋대로 행동하며 살라는 말이 아닌 거 알지? 공동체 생활에서 공동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생활습관이나 사고방식과 일부 다르더라도 양보해야할 부분, 서로 간의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양보하고 이해해야할 부분이 또 따로 있다는 점은 하윤이가 잘 알거라고 생각해.

 있는 그대로의 너를 솔직하게 보여주고 그 모습을 인정하고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과 가까이 해라. 같은 이유로 너와의 관계가 어떤 유익한 면(우정이든, 사랑이든, 경제적 이익이든)이 있다고 생각하여 호의적인 모습을 연출하여 가까이 하려고 하는 사람과 굳이 오래 깊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결국 감출 수 없게 되는 시점에 다다라 드러나게 될 서로의 본 모습에 실망하게 될 때까지 시간만 낭비하게 될 수 있어.


◎인정받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사람, 저절로 인정받는 사람.

 핸디 워홀이라는 팝아트 예술가가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열렬히 박수쳐 줄 것이다.

  (Be famous, and they will give you tremendous applause when you are actually pooping.)”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해. 설마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텐데, 아빠 생각에는 요즘 TV에 나오는 몇몇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이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 이름난 영화배우, 개그맨, 가수 등 다양한 사람이 나와서 (그 사람의 본업이 아닌 다른 분야이고 그 사람이 거기에 특출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가끔 있기도 하지만) 지극히 일상적이고 때로는 별로 의미 있어 보이지 않는 행동을 하는 걸 잘 편집해서 내보내는데 사람들이 나름 재밌게 시청하고 그 프로그램이 인기도 높은 것 같더라고. 아빠 생각에는 ‘이걸 그냥 보통사람이 했어도 사람들이 재밌어 하며 시청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내용들도 더러 있더라. 아마도 위에 핸디워홀이 말한 것처럼 유명한 사람이 하면 뭘 해도 다분히 긍정적으로 보려는 시각 때문이 아닌가 싶어.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어떤 이야기 욕심 있는 교장선생님이 아침 조회시간에 앤디 워홀이 한 말을 인용하려다가 헷갈려서  학생들에게 “일단 똥을 싸라. 그럼 유명해질 것이다.”라고 하셔서 웃음바다가 된 적이 있대. ㅋㅋ

 하윤이도 『어린왕자』 책 읽어 봤지. 책에서 어린왕자는 B612라는 소행성에 살고 있는데 그 사실을 터키의 한 천문학자가 커다란 천체망원경을 이용해서 발견했다고 나오잖아. 그런데 이 사실을 발견한 천문학자가 그냥 평소에 입던 광대 같은 옷을 아무렇게나 입고 발표하니까 아무도 그 사실을 믿지 않았다가, 나중에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고 다시 발표하니 모두들 그 사실을 믿어줬다는 내용이 나오잖니. 평론가들은 이 내용이 겉모습을 중요시하는 어른들의 세계를 비꼬아 풍자한 내용이라고 해. 우리는 어떠니? 허름한 옷차림에 꾀죄죄해 보이는 사람이 하는 말을 굳이 가까이 다가가서 무슨 얘기인지 들어보려고 하지 않지만, 준수한 외모에 말쑥하게 차려입은 사람이 하는 말은 왠지 그럴싸해 보이고, 사실일거 같고, 뭔가 더 논리적인 거 같은 느낌을 받은 적 있지 않니?       

   

[『어린왕자』, 생택쥐페리 저, 삽입 삽화]

 식당이나 상점 같은 곳에 가보면 종업원들한테 반말까지 섞어가며 굉장히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들이 있어.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심부름을 시키고 자신이 실수로 물을 엎지르거나 컵을 깨서 종업원이 와서 그것들을 대신 치워주는 데도 자신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하인의 시중을 받는 귀족처럼 일행과 자신들이 하던 얘기만 계속 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고. 한편 TV 뉴스에서 정치인이 선거철에 지역구를 돌아다니며 지역주민에게 악수를 하는 장면을 보면, 정치인이야 지지를 호소하는 입장이라 당연히 밝은 표정이겠지만 그 악수를 받는 일반 시민들도 원래 아는 사이였나 싶을 정도로 매우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사람들은 흔히 자기보다 경제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이 자신에게 베푸는 친절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반대로 학식도 많고 경제사회적 지위도 높으며 부자인 사람이 베푸는 친절에 대해서는 실제로 받은 것보다 더 크게 고마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들은 적인 있어. 이걸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볼 수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것 같아.

 고정관념이라는 말이 있어. 사전에는 ‘고정관념 (固定觀念, stereotype)은 특정 집단의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지나치게 일반화 또는 부정확하게 일반화된 신념이다.’ 라고 나와 있어. 어느 한 부분을 보고 전체적으로 그럴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하는 것이 일반화인데 심지어 그것이 지나치거나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면 맞는 생각이 아닐 가능성이 높겠지.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니 무시할 수 없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인 셈이라고 봐야겠어.

 위의 얘기를 정리해보면, 그러니까 사람들은 유명한 사람들의 행동을 대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준수한 외모에 번듯한 차림을 한 사람의 말을 신뢰하고, 자기보다 경제사회적 지위가 높고 학식이 많은 사람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려는 고정관념이 있다고 보아야겠어. 3.4 어려움에 대처하는 능력에서 ‘온실의 유리’가 깨끗해야 그 안을 들여다보기 쉬우니 굳이 유리를 지저분하게 내버려 둘 이유가 없다고 했지. 마찬가지 이유로 하윤이가 꼭 그 일을 해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사람들의 머릿속에 긍정적이지 않은 고정관념이 형성되어 있는 직업이나, 옷차림·행동양식, 경제사회적 지위를 택해서 사람과의 관계를 굳이 힘들게 풀어갈 이유는 없을 것 같아. 돌아가는 길이 아니고 하윤이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라면 사람들이 고정관념으로 두루 인정하는 것을 택하면 그들과의 관계도 보다 수월하게 맺어 갈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반대로 하윤이가 다른 사람을 볼 때는 이런 것에 현혹되어서는 안 돼. 직업이 좋으니까, 학력수준이 높으니까, 유명한 사람이니까 등의 이유로 보통사람들보다 더 인격적이거나, 도덕적일 거라고 미루어 짐작할 이유는 없어. 고정관념의 정의에서 살펴봤어지. ‘지나치게 일반화된 또는 부정확하게 일반화된 신념’이라고. 알겠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남의 일에 관심이 많지 않아서 지저분한 유리창을 손수 닦아 그 안에 예쁜 꽃이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려 들지 않는단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온실도 구석진 곳이 아닌 잘 보이는 곳에 짓고, 유리창도 늘 깨끗이 닦고, 보기 좋게 단장해두면 두면 사람들이 보다 쉽게 그 안에 있는 꽃들의 아름다움을 알아 볼 수 있어.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가까이 해야 할까?
  “그 애 어때? 그 사람 어때?” 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하게도 될 거야. “걔 웃겨. 걔 노래를 엄청 잘 해. 걔가 엄청 예뻐·잘 생겼어. 걔가 운동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하지.” 등등 다양한 표현들이 있지. 그런 답이 나오면 으레 그 다음에는 “아니 그런 거 말고 걔 성격은 어때? 인간성은 어때?” 등의 질문들이 따라 나와. 외모에 관한 것과 가지고 있는 신체적 기능 등을 제외하고, 소위 그 사람의 ‘성격’또는 ‘인간성’이라고 말하여지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는 걸까? 

 A라는 사람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사소한 교통규칙도 잘 지키고 정기적으로 기부도 하는 사람이지만 굉장히 자기중심적이어서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감정을 잘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마찰을 빚을 때가 많고 상처를 줄 때도 많은 사람이야. B는 성격도 소탈해서 남 배려도 잘 하고 모든 사람과 허물없이 잘 지내고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없는데 뭔가를 배우고 익히는데 소질이 없어서 교육도 많이 받지 못했고 굉장히 기본적인 단어도 틀리게 사용할 때가 많은 사람이야. C는 아주 성격도 좋고 똑똑하고 일도 잘 해서 집에서는 사랑받는 자식이고 회사에서는 사람 좋고 능력 있는 촉망받는 사람인데 회사 돈을 이용해서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야. 이 경우 셋 중에 어떤 사람이 제일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각자 어떤 점이 문제인 걸까? 

 누군가의 인간성에 대해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을 텐데, 아빠가 [한방신경정신과] 과목 시간에 배운 ‘인격’이라는 개념으로 한 번 얘기해 볼게. ‘인격’은 사전에서는 간단하게 ‘사람의 됨됨이’라고 나오고 ‘도덕적 행위의 주체로서, 진위·선악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자율적 의지 등을 지닌 존재. 인격은 성격에 지적이며 도덕적인 요소를 추가한 개념이다.[다음백과]’라고 나와 있어. 이걸 조금 풀어서 설명하자면 '훌륭한 인격'이란 성향으로 볼 때 남들과 원만하게 잘 지내는 조화로운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지능으로 볼 때 높은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고, 의식수준으로 볼 때 높은 도덕심을 가진 것을 말한다고 해. 이 관점으로 본다면 위의 A는 조화로운 성격을 가지 못해서 사람들과 마찰을 빚는 유형이고, B는 흔히 말하는 ‘인간성 하나는 짱’인 사람이지만 세상을 이해하고 과제를 수행할 지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고, C의 경우는 도덕성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어. A는 ‘까칠한’ 사람이어서 지내다보면 작은 다툼을 일으킬 수도 있고 종종 기분을 상하게 할 수는 있어도 크게 해를 끼칠 사람은 아닐 거야. B는 눈치가 없어서 뭔가 팀을 짜서 과제를 수행할 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고 경우에 맞는 처신을 못할 수도 있지만 그 사람으로부터 뭔가 적극적으로 이득을 보려는 마음만 없다면 좋은 관계로 지내는 데 별 문제가 없을 거야. 하지만 C와 같은 경우는 매우 조심해야 할 사람이야. 평상시에는 아주 친절하고, 재치도 번득여서 많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겠지만, 도덕적인 문제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면 남에게 피해가 가는 행동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속마음을 터놓고 네 속내를 다 보여준다거나 깊은 관계를 맺고 의지하지는 않는 게 좋겠어. 단적인 예를 들다 보니 충분히 설명이 되지 못했을 수 있지만, 중요한 점은 단지 현재 지내는 데 문제가 없고 성격이나 지적으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도덕적이지 않은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야. 조화로운 성격, 우수한 지적능력, 도덕심을 두루 갖춘 사람을 만나면 좋겠지만 쉽지 않으니 사람들을 사귈 때 이 잣대로 한번 가늠해보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近墨者黑 近朱者赤 居必擇鄰 就必有德  (근묵자흑 근주자적 거필택린 취필유덕)

 먹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검어지고 주사(朱砂-수은과 황의 화합으로 만들어진 붉은색 광물 가루, 간단히 붉은 가루)를 가까이하는 사람은 붉게 되니, 거처할 때엔 반드시 이웃을 가리고 나아갈 때엔 반드시 덕 있는 사람에게 가라.                                                                                                                 [사자소학]

 A man is known by the company he keeps. 

 사람은 사귀는 친구를 보면 알 수 있다     


◎그 사람의 말을 믿지 말고, 그 사람의 행동을 믿어라.

 아빠가 굉장히 재밌게 봤던 <추적자>라는 드라마가 있었어. 주인공은 대통령선거후보로 나선 야심찬 정치인이었는데, 적대관계인 상대측에서 일하던 변호사가 찾아와서 앞으로는 주인공 편에 서서 일하겠다며 충성을 맹세하자, “저는 그 사람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저는 그 사람의 행동을 믿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말 대신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면 믿겠다고 하는 장면이 있었어. 엄마는 아빠가 주로 인용하는 깨달음의 원천이 주로 드라마나 영화라고 핀잔을 줄 때가 많지만 나름 쓸 만한 것들도 많이 있는데 말이다. 쩝.. ^^;

 아빠가 대학 다닐 때 어떤 교수님이 계셨어. 교재에 나오는 이론은 가르치지 않고 논문으로는 도저히 발표될 수도 없는 자기만의 특이한 생각이나 경험을 주로 얘기하셨는데, 그 내용이 너무 주관적이고 비합리적이어서 밖에 나가서 이런 내용을 수업시간에 배웠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차마 얘기할 수가 없는 그런 수준의 것들이었어. 덕분에 정작 교재에서 배워야 할 내용은 20% 정도밖에 진도를 못 나갔고, 교재 내용 말고 교수님의 수업시간에 말씀하신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과 의견도 시험문제로 나온다고 해서 그걸 도서관에 앉아서 읽고 외우는데 정말 굉장한 자괴감을 느꼈었어. 그런데 이 교수님이 정작 본업인 수업은 그렇게 하시면서도 가끔 더운 날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도 사 주시고 너희들이 잘 돼야 되는데 하며 늘 걱정하신다는 ‘말’씀도 자주 하셨어. 이 교수님이 정말 맘속으로는 학생들을 위하는 분이었을까?

 어느 여자에게 남자친구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이 남자친구가 친구들을 만난다고 가면 늘 전화 통화가 안 되고, 얘기한 거나 약속한 걸 맨날 잊어버리고, 대화할 때 집중하지 않고 핸드폰만 들여다보면서 건성으로 듣는 거야. 그래서 여자가 참다 참다 화를 내면 ‘사실 내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내 몸이 따라 주지 않아 그런 거라고. 맘속으로는 정말 너를 위하고 사랑한다.’고 ‘말’은 한다면, 이 남자는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고 볼 수 있을까?  

 마음은 정말 굴뚝같은데 표현을 못해서 그렇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될 거야. 말은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부끄러워서 또는 표현력이 부족해서 그럴 수 있다고 일부 이해할 수도 있겠어.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말’을 하면서 ‘행동’으로는 말과 반대되게 한다면, 그 ‘말’을 진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마음은 나를 위한다면서 행동은 나를 속상하게 한다면 그 마음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까? 아마도 마음이 진심이 아니거나, 진심이기는 하나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능력과 의지가 없다고 보는 편이 맞을 거 같아. 행동할 능력과 의지도 없이 단지 미약한 마음만 조금 가지고 있는 것을 진심·진정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왜 진심은 그게 아니라고 말하는 걸까? 감언이설(甘言利說, 남의 비위에 맞도록 꾸민 달콤한 말과 이로운 조건을 붙여 꾀는 말)이라는 말처럼 말은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듣기 좋게 꾸밀 수 있으니까, 자기의 진심은 그런 게 아니라고 믿게 해서 지금의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데서 오는 이익을 자기가 계속 누리려고 하는 의도가 아닐까 싶어. 상대편을 이용해 먹으면서 사실은 친구라고 생각하게 한다거나,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면서도 여자 친구는 있었으면 좋겠는 이기적인 마음일이랄까. 하지만 행동은 달라. 스스로 평소에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같지 않거나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고 하면, 우선 실제로 실행에 옮겨야 하고, 또 그러려면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오랫동안 거짓으로 행하기가 쉽지 않단다. 혹여 거짓 행동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라면 네 앞에서는 그런 척 할 수 있더라도 네가 없는 곳에서의 행동을 잘 살펴보면 본심을 숨기지 못하고 네 앞에서와 다르게 행동한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야.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왠지 ‘뭔가 이건 아닌데, 뭔가 내 기분이 께름칙하고 좋지 않은 듯하고, 왠지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은’ 미묘한 기분이 든다면, 차분히 앉아서 평소에 그 사람이 했던 말과 행동을 죽 늘어놓고 찬찬히 한번 비교해봐. 우선 ‘그 사람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한다고 말했어. 나는 자신에게 어떤 존재라고 말했어.’와 같이 그 사람의 ‘말’을 생각해보고, ‘그런데 그 사람은 이렇게 행동했어.’와 같이 그 사람이 했던 일련의 ‘행동’들을 떠올려 봐. 만약 두 가지가 서로 일치하지 않고 서로 어긋나거나 정 반대가 된다면 그 사람의 ‘행동’을 보고 판단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거라고 아빠는 생각해.

 ‘거짓말은 할 수 있어도 거짓행동은 못 한다.’는 말이 있단다. 우리 동네에 국회의원 후보가 두 명 나왔는데 한 명은 앞으로 하겠다는 아주 솔깃한 공약들을 많이 내걸었고, 한 명은 실제로 주민들을 위해 몸으로 뛰며 여러 사업을 해왔다면 어느 후보를 선택하는 게 더 나을까?     

 

◎착한 친구만 유익한 친구인가?

 아빠가 회사 다닐 때 어떤 선배 형이 있었어. 이 형은 평소에도 늘 싱글싱글하고 굉장히 재밌는 형이구나 하고 생각했었어. 어느 날 회사원들끼리 회사일도 집중적으로 토론하고 단합도 다지는 행사(보통 이런 걸 워크숍이라고 불러)에 그 형과 같이 간 적이 있어. 거기서 모둠 별로 활동을 했는데 이상하게 그 형이 속한 모둠은 토론을 할 때도 진지하면서도 활기가 있고, 체육활동을 하면 구성원 한명 한명이 너무나 즐겁게 참여하는 거야. 팀끼리 서로 시합하는 경기가 있었는데, 그 팀은 심지어 경기에 졌는데도 1등 팀보다 다들 너무 즐거워하는 거야. 왜 그런가 봤더니 그 형이 너무 적극적이고 즐겁게 하니까 그 형의 활력이 다른 조원들에게 전파되는 느낌이더라고. 나도 저런 모습을 배우고 싶다 생각해서 그 뒤로 아빠도 더 활기차게 생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군대에서는 김상병이라는 후임이 있었어. 면회 때 부대 밖으로 나갔다가 미복귀(면회를 마치고 정해진 시간까지 부대로 돌아오지 않는 것)를 수차례 해서 군기교육대도 몇 번 다녀오고 기분도 늘 침울하고 감정상태도 불안해 보이는 박이병이 있었는데, 부대에서 이 박이병을 좀 밀착 관리하라고 김상병을 붙여줬어. 김상병은 박이병을 반갑게 맞이하더니 “박이병 우리 오늘 훈련 한번 신나게 한번 받아 볼까? 파이팅!!” 난데없는 파이팅에 박이병은 @.@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웬 파이팅’ 하는 거 같았는데 “박이병 이제 우리 이제 밥 먹으러 갈까? 맛있겠지? 파이팅!!”하면서 뭘 할 때마다 파이팅을 외치면서 따라 하라고 하는 거야. 처음에는 어색해 하던 박이병도 계속 파이팅을 외치자고 하자 어느덧 따라서 파이팅을 외치더니 나중에는 배구선수들처럼 파이팅을 외친 후에 오!오!오!를 외치며 빙글빙글 돌기도 하는 거야. 늘 어둡던 박이병이 피식피식 웃기도 하더라구. 김상병 덕분에 박이병은 훨씬 밝아져서 그 이후로는 탈영할 생각은 접고 군대 생활도 잘 하게 되었던 걸로 기억해. 아빠가 매일 하는 파이팅은 이 김상병 아저씨한테 배운 거야. 매일 아침마다 그리고 또 무슨 운동이나 게임할 때 등등 하윤이랑 자주 하잖아. 파이팅! 파이팅! 오! 오! ㅋㅋ

 회사 다닐 때 알던 A부장님은 회사에서 굉장히 인정받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었는데, 지식도 많아서 늘 화려한 말솜씨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매우 적극적이며 일처리가 빠른 사람이었어. 그런데 자기가 너무 뛰어나다고 생각해서인지 후배들을 매우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어. 같은 토론 테이블에 앉아서도 후배들이 의견 내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해서인지 말을 해도 아예 듣지도 않았고, 후배들이 묻는 말에는 대답도 안했고, 심지어 뭘 시킬 때만 후배들을 찾았는데 이름도 외우질 못해서 누구야하는 식으로 부르곤 했어. 당연히 아빠도 이 부장님이 못마땅했겠지. 그래서 ‘나는 나중에 선배가 되어도 후배를 무시하지 않고 존중해야지.’하는 결심을 하게 되었어.

  공자님이 말씀 중에 ‘세 사람이 길을 갈 때에는 반드시 내 스승이 있으니, 그중에 좋은 점을 가려서는 따르고, 좋지 못한 점을 가려서는 자신 속의 그런 잘못을 고쳐야 한다.(三人行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라는 말이 있단다. 살면서 원하든 원치 안든 부득이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될 것이고 그 중에 좋은 사람도 있고 싫은 사람도 있게 마련일 거야. 어차피 같이 생활해야 하는데 공자님 말씀처럼 좋은 점은 좋은 점대로 나쁜 점은 나쁜 점대로 배울 것이 있다 생각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 배울 점이 많은 사람에게는 좋은 감정이 나쁜 점이 많은 사람에게는 미운 감정이 들기 쉬울 거야. 두 감정 모두 힘들게 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아래 글 읽어 보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생활해.

 不當趣所愛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지 말라. 

 亦莫有不愛  미워하는 사람도 가지지 말라. 

 愛之不見憂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不愛見亦憂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 

                                                                                  [법구경 16장 愛好品(애호품)]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깊은 관계를 맺어라.

 아래 시들은 고등학교까지 학교를 계속 다니다 보면 한번 쯤 만나게 될 시들이야. 왼쪽 것이 원래 김춘수님이 먼저 쓰신 시이고, 오른쪽 것이 후에 장정일님이 1988년 당시 세태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고쳐서 지은 작품이야. 두 작품 모두 ‘이름을 불러 주는’ 행위와 ‘단추를 눌러 주는’ 행위를 통해 ‘하나의 몸짓’, ‘하나의 라디오’처럼 큰 의미가 있지 않은 일반적인 것이 ‘꽃’과 ‘전파’와 같은 특별한 존재로 거듭나게 되는 것으로 설정되었어. 하지만 ‘꽃’은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처럼 상대에게 오랫동안 관계를 맺고 간직하고 싶은 존재인 반면, ‘전파’는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은 때 켜는’라디오를 통해서만 나오는 일회적인 관계에 불과한 차이가 있는 것 같아. 평론가들은 장정일님의 시를 ‘사랑의 의미를 그저 편하고 가볍게만 받아들이고 사랑 자체를 일회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현대 사회의 사랑의 세태를 비판하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한다고도 해. 한국형 SNS의 시초인 싸이월드가 서비스를 시작한 게 1999년인데 그것이 나오기 11년 전의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이런 시선을 가졌던 장정일 작가님이 현대의 사람간의 관계를 보신다면 뭐라고 하셨을까 궁금하다.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 사람과, 혹은 얼굴도 모르거나, 어떤 생각을 가진지도 모르는 사람과 온라인 친구를 맺고 그 사람이 올린 글이나 사진에 좋아요를 눌러주거나 글을 남기는 방식으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방식으로만) 그 관계를 길게 지속한다고 해서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 지는 의문스럽구나. 아빠가 너무 구식이라서 그럴까?


 예전 중국책인 『열자(列子)』 <탕문(湯問)>에 아래와 같은 백아와 종자기라는 친구의 얘기가 나온단다.      

 백아는 거문고를 잘 연주했고 종자기(鍾子期)는 백아의 연주를 잘 감상했다. 백아가 거문고를 탈 때 그 뜻이 높은 산에 있으면 종자기는 “훌륭하다. 우뚝 솟은 그 느낌이 태산 같구나.”라고 했고, 그 뜻이 흐르는 물에 있으면 종자기는 “멋있다. 넘칠 듯이 흘러가는 그 느낌은 마치 강과 같군.”이라고 했다. 백아가 뜻하는 바를 종자기는 다 알아맞혔다.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더 이상 세상에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지음, 知音)이 없다고 말하고 거문고를 부수고 줄을 끊고(백아절현, 伯牙絶絃) 종신토록 연주하지 않았다. 

                                                                                                                 [고사성어대사전]

      

 요즘 많은 사람들이 SNS를 하며 살잖니. 그걸 하는 사람들은 그 세계 안에서의 자신의 위치와 이미지, 친구를 맺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안부도 계속 글과 사진으로 올리고 또 친구들의 사진과 글을 확인하고 의견을 표현하기 위해 일정 시간을 매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여. 현대를 살아가면서 이런 활동을 전혀 안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핸드폰 화면 한가득 혹은 여러 번 밀어 올려야 다 읽을 수 있는 길이 보다 훨씬 더 길고, 다양한 대화와 토론과 공감이 오랜 기간 쌓이고, 다양한 현상과 사건을 함께 체험하면서 그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욕망에 대해 함께 대화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아빠는 생각해. 

 마음에 맞는 친구를 잘 골라서 많은 시간을 들여 서로 깊이 알아가도록 해라. 우정과 신의를 쌓는 일에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위에서 말했지 행동하지 않는 마음은 진심이 아니라고. 넓고 얕은 관계도 일정 부분 필요한 점이 있겠지만 거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말아라. 아빠 나이 정도 되면 남는 친구는 그리 많지 않거든.

 어느 신문 칼럼에서 ‘주변에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만 있다면 그 모임이 배타적이지는 않은지 의심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어.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지만 생각이 다른 친구의 의견을 항상 깨어있는 시각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지금 친구와 나누는 생각이 나의 생각과 맞고 마음이 편하지만 그게 다른 사람이 보아도 타당할지 한 번씩 생각해 보아야 해. 새로운 친구가 다가올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가끔 돌아볼 일이야.

 네 진심을 알아주는 친구를 찾아 많은 시간을 들여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우정과 신의를 쌓는 일을 정성들여 해라. 인생에 크고 든든한 재산이 될 거야. 하지만 늘 새로운 친구도 사귈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둬야 해. 아직 만나보지 못한 좋은 친구들이 세상에 많이 있을 테니까.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할까?

 「자공(子貢, 공자의 제자)이 공자에게 물었다. “제가 평생 동안 실천할 만한 한 마디의 말이 있습니까?” “그것은 바로 서(恕)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바를 다른 사람에게도 베풀지 말아야 한다.”(子貢問曰, 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曰, 其恕乎. 己所不欲勿施於人.)」라는 말이 있어. 

 영어 속담에는 “Treat as you want to be treated!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해라.)”는 말이 있지. 한마디로 내가 싫은 것은 남도 싫을 것이고, 내가 좋은 것은 남도 좋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남을 대하면 된다는 말일 거야.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너무 좋은 사람, 착한 사람으로 살려고 하면 힘들어. 위에서 말한 것처럼 깊은 관계가 아닌 사람들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 되는 거야.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한다기보다, 차별을 두지 않고 대우한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아.

 사람을 대할 때, 다른 사람도 내 맘과 같다고 생각하고 대하면 되는 거야.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어. 힘도 많이 들고 그리 되지도 않아. 


◎고마움의 표시를 게을리 하지 마라.

 經夜無怨 歷日無恩(경야무원 력일무은)이라는 한자속담이 있어. ‘하루 밤을 지난 원수 없고 하루 날을 지난 은혜가 없다.’는 말로 다른 사람에게 얻은 신세나 은혜, 혹은 원한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잊게 된다는 의미의 속담이야. 

 어떤 사람을 도와줬는데 그 사람이 고맙다는 말을 하긴 한 정도 또는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헤어졌다면 대개 사람들이 경황이 없어서 그랬으려니 하고 생각하다가 시간이 지나도 그 사람으로부터 별 말이 없다면 ‘이 사람이 진짜로 고맙게 생각하기는 한 거야?’하고 의심할 수도 있고 ‘괜히 도와줬네.’하고 자신의 행동을 후회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마음속에 있는 고마움을 겉으로 꺼내서 표현하지 않으면 자신의 마음에 대해 진정성을 의심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에게 도움을 베풀어준 고마운 사람으로부터 오히려 미움을 살 수도 있어. 그러니까 고마운 일들은 늘 기억했다가 다시 연락을 해서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되 가급적이면 문자메시지 보다 말로, 가능하다면 직접 얼굴을 보고 만나서 하는 편이 좋겠어. 그리고 선물도 하고 싶다면 하윤이가 받았다고 생각되는 고마움의 크기보다 좀 더 크게 하는 편이 좋겠어.

 그리고 살면서 일상적인 것에 대해서도 늘 고마움의 표시와 감사하는 마음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급자족 시대였으면 우리가 밥도 다 해먹고 일터까지 걸어가서 필요한 물품도 다 만들어서 썼어야 했을 텐데, 식당에 가면 따뜻한 밥을 맛있게 차려 주시고, 여름에 카페에 가면 주문하고 조금 수다 떨고 있으면 달고 시원한 음료를 뚝딱 만들어 주시고, 먼 길을 편히 앉아 쉬면서 갈 수 있게 쾌적한 버스로 태워주시니 말이야. 이런 일상적인 서비스를 내 돈 내고 내가 이용하는 것이니 서비스를 받는 것은 당연한 자신의 권리라고 생각하고 제공되는 서비스와 그 과정의 부족한 점에 대해 불만을 표시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불평을 늘어놓으며 기초적인 서비스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미숙한 얼간이들 사이에서 사는 것보다, 나를 대신해서 여러 가지 수고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 사이에서 감사하며 사는 편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고마웠던 일은 반드시 잊지 말고 기억해 두었다가 마음을 담아 사례를 해라. 

 그리고 범사에 감사하라.     


◎잘못했다 생각되면 솔직히 인정하고, 반드시 사과해라.

1. swift and sincere (빠르게 그리고 진정성 있게)     

 1982년 9월 시카고에서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이 생산하던 진통제 타이레놀을 복용한 후 8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결과 누군가 의도적으로 소매 단계에서 존슨앤존슨이 제조, 판매하던 캡슐형 타이레놀 일부에 독극물인 청산가리를 몰래 투입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식품의약국은 사망자가 발생한 시카고 지역에 배포된 타이레놀 제품만 거둬들일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존슨앤존슨은 자사의 과실이 아님이 밝혀져 직접적인 책임에서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 대한 책임과 안전이라는 기업 윤리에 입각한 조치를 내렸다. 타이레놀의 생산과 광고를 전면 중단하고, 당시 미국 전역에서 시판되고 있던 타이레놀 3100만 병(소매가 1억 달러 상당)을 즉각 수거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혹시 모를 추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이미 시판된 타이레놀 캡슐을 정제(알약)로 교환해 주는 내용의 광고를 지속적으로 내보냈고, 이와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담은 약 50만 통이 넘는 전보를 의사, 병원, 유통 업체 등에 보냈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거나 왜곡, 부인하기보다는 솔직하고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써 대중과 언론에게 믿음과 신뢰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신뢰만이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 결과 오늘날 ‘존슨앤존슨’이라는 이름 자체가 곧 윤리적이고 모범적인 기업을 뜻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간혹 TV에서 보게 되는 일부 유명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사과와 극적으로 대비되는 것 같아서 한번 골라 봤어. 그런 사람들의 경우 우선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사실관계를 짚어서 해명하지 않고, 일부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 끌고 와서 잘 공감이 되지 않는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아 초기에 ‘빠르게’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곤 하지. 그리고 난 후에 더 화가 난 사람들이 이런 저런 증거를 더 찾아내서 온 세상 사람들이 해당 유명인의 잘못이라는 걸 알게 된 후에야 울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고(그것도 대개는 명쾌하게 모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고백하는 방식을 선택해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아무도 그 ‘진정성’을 믿는 사람이 없게 되는 결과를 낳는 것 같아. 우리가 살면서 실수나 잘못을 안 하고 살면 좋겠지만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인격체라서 그렇게만 되지는 않잖니. 잘못한 일이 생겼을 때 존슨앤존슨 회사처럼 회피하지 않고 ‘빠르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있는 사과를 한다면 이 회사처럼 잘못을 저지를 위기가 빠르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통해 신뢰를 회복해서 관계를 더 굳건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2. better late than never. (늦더라도 하는 게 안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사과를 하긴 해야겠는데 하지 못하고 주저할 때를 생각해 보면, 자꾸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이유를 찾게 되는 것 같아. ‘겉으로 봐선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데 혹시 괜찮은 거 아닐까?’, ‘별로 기분 나쁘게 느끼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식으로 자신의 잘못을 대수롭지 않았던 것으로 치부하고 지나가고 싶을 수도 있고, ‘상대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공연히 사과했다가 괜히 나만 민망해지는 거 아니야?’ 혹은 ‘좋은 마음으로 먼저 사과를 했는데 오히려 화를 내면서 날 더 비난하면 어떡하지?’등과 같이 관계 개선을 위한 자신의 선의에 반하는 결과를 우려하기도 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아빠 경험으론 대개 실제로 상대는 기분이 상했고, 사과할 상황이 맞았는데, 이런 이유들은 모두 곤란한 상황을 어떻게든 회피해보고 싶은 마음에서 만들어냈던 핑계였던 것 같아. 기분이 상했던 상대도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하고 싶은데 마땅한 방법을 모르겠어서 주저하느라고 가만히 있었던 것이지, 절대 기분이 상한 감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또 대개는 시간이 아무리 지났어도 가슴속 한 구석에 그것을 밀어 넣어 두었던 것뿐이지 잊고 있었던 건 아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는 건 없어. 늘 서로의 가슴 한구석에 껄끄러움이 남아 있는 거지. 이제 와서 한참 지난 일에 대해 사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핑계로 다시 한 번 더 피하고 싶어질 테지만 이때 결단을 해야 해. 지금이라도 사과를 하고 이후 시간은 마음의 짐을 덜어놓고 홀가분하게 사느냐, 아니면 여태까지와 같이 찜찜한 느낌을 마음 한구석에 둔 채로 답답하게 계속 사느냐 중에서 말이야. 사과를 받아들이고 화해를 할지 말지는 상대의 몫이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늦었더라도 용기를 내서 먼저 사과를 하는 것이야.    

 지금 누군가에게 사과하기를 거절한다면, 이 순간은 언젠가 당신이 용서를 구해야 할 때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 토바 베타-

 훌륭한 사과는 세 부분으로 이뤄진다. ①미안해 ②내 잘못이야 ③바로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은 세 번째를 잊는다. -작자 미상-    

 

3.6 경제적 능력

◎인생이 정해진 경비로만 가는 여행이라면.

 우리의 인생이 어떤 정해진 목적지까지 일정하게 정해진 경비(돈의 규모) 내에서 지출을 하면서 가는 여행이라고 한번 생각해보자. 생각하기 쉽게 제주도라고 할까. 예능 프로그램처럼 사전 게임을 잘 해서 한 사람은(A라고 할께) 추가로 한 사람 이상을 더 데리고 가도 될 정도로 넉넉한 규모의 돈을 가진 상태이고, 다른 한 사람은(B라고 할께) 빠듯한 규모의 돈을 가진 상태로 출발한다고 하자. 이해를 돕기 위해 아빠가 살면서 느껴본 기준으로 그 차이점을 나눠봤는데 MECE하지는 않은 것 같구나.      

※참고 ‘MECE’
  [맥킨지]라는 컨설팅 회사에서 활용하는 분류의 방법으로 ‘상호 중복이 없고 전체적으로 누락이 없는(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것을 말하는 거야. 뭔가를 나눌 때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 항목들을 모두 합치면 빠진 것 없이 전체를 포괄하도록 분류를 잘 했느냐 뜻이야. 예를 들어 계절을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누면 MECE하지만, 사람을 남자-군인-학생으로 나눈다면 남자와 군인, 남자와 학생 사이에는 중복이 생기면서 여자는 누락되어서 전체를 포괄하지도 못하니까 MECE하다고 할 수 없겠지.     


①여행에 임하는 마음가짐

 A는 두둑한 지갑을 만져보면서 ‘한편 든든하면서 한편 설레는 마음’이 들 것 같아. 여행하면서 기념품도 사고, 음식도 먹고, 교통비도 내고 돈 쓸 일이 많겠지만 돈이 넉넉하게 있으니까 각종 지출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보다는 재미있는 소비행위로 생각되고 여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이나 사건이 벌어져도 크게 놀라지 않고 전체적으로 여행에서 겪게 될 경험이 기대가 되어서 설레는 마음이 들 것 같아. 혹 실수로 돈을 조금 잃어버리더라도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까 잠깐 속상하다가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니?

 반면 B는 뭔가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 경비가 빠듯한데 행여 돈을 잃어버리면 큰일 나니까 수시로 돈주머니가 잘 있나 손으로 만져봐야 할 것이고 물건 값을 치를 때도 혹 더 내는 건 아닌가 몇 번이고 세면서 돈을 지불해야 할 거야. 가다가 계획에 없던 일이 생기면 혹시 추가로 비용이 더 들지는 않을까 걱정부터 앞설 수도 있고, 행여 돈주머니를 잃어버리는 날에는 목적지까지 도착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눈물이 터지면서 주저앉고 싶은 생각이 들 것 같아. 그래서 여행을 시작하면서 새로이 펼쳐질 다양한 경험들을 생각하면서 설레는 마음이 들기보다 과연 내가 실수해서 이 여행을 망치는 일 없이 계획한 경로와 일정대로 차질 없이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보다는 답답한 부담감이 가슴 가득하고 그럴수록 더 정신을 가다듬어야겠다는 긴장감이 앞설 것 같아.     


②건강

 A는 경비가 두둑하니까 좀 더 편안하고 빠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차나, 기차, 배에서 이동을 위해 보내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그렇게 피곤하지 않을 거 같아. 식사 때에는 맛나 보이고 영양도 풍부한 음식을 골라 충분히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영양상태도 나쁘지 않을 테고. 하루 일정을 마친 다음에는 따뜻하고 깨끗한 숙소에서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푹 자고 나면 원래 많지도 않았던 피로가 충분히 풀려서 그 다음날이면 또 산뜻하고 가뿐한 몸으로 또 하루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을 거야. 간혹 몸에 아픈 부분이 생기더라도 그간 이동시간을 단축해서 시간적 여유도 있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기 때문에 발생 즉시 병원에서 자세히 진단을 받고 필요하다면 며칠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도 그 다음에 더 빠른 교통수단을 골라서 가면 충분히 일정을 따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치료받는데 부담이 없을 거야. 이렇게 A는 과로하지 않고, 영양상태가 양호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건강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면서 필요시 충분한 치료를 받으면서 여행을 하니 건강할 가능성이 높을 거야.

 B는 경비가 넉넉한 상태가 아니니까 조금 시간이 더 걸리거나 돌아가더라도 요금이 싼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니까 처음엔 괜찮겠지만 여행을 할수록 피로가 쌓이기 쉬울 거 같아. 식사도 긴 이동시간으로 늘 시간에 쫓기다 보니 환승 사이사이 충분치 않은 시간에 비싸지 않은 음식으로 한 끼를 때우는 식으로 넘기는 경우도 많이 있어서 음식을 골고루 먹고 균형이 잡힌 영양섭취를 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거야. 저녁에도 역시 비용이 넉넉하지 않으니 저렴하면서도 비교적 깨끗한 곳을 찾아 잠을 자게 될 것 같아. 지친 몸으로 침대에 누우면 곧 잠에 떨어질 것이고 아침에 잘 떨어지지 않는 눈을 가까스로 비벼 떠서 무거운 몸을 일으켜 하루를 시작하려면 그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을 거야. 간혹 피곤하고 지쳐서 몸의 이상증상을 느끼더라도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심하지 않으면 괜찮겠지 하고 넘기는 일이 많을 것이고 불편함이 지속될 경우에 한해서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거나 병원에서 간단한 치료를 받게 될 것 같아. 이렇게 B는 긴 이동시간으로 늘 피로가 누적되어 있는 상태이고, 영양상태가 부족하거나 균형이 잡히지 못할 수 있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서, 건강에 이상이 오지 않는 한 일정에 뒤처지지 않게 여정을 지속해야 할 테니까 상대적으로 건강을 챙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여기까지는 아빠의 추측이었지만 예방의학 (공중보건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서 지역사회 전체나 개인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나 의료 분과. 일반의학이 아픈 자와 다친 자를 치료하는 데 주목적이 있는 반면에 예방의학은 그 목적이 예방에 있다. [다음 백과사전]) 관련한 분야에서도 개인의 경제적 능력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들이 다수 있단다. 

 2018년 3월 26일자 연합뉴스 ‘어디서나 상위 20%가 건강히 오래 산다..건강불평등 심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따르면 이렇다고 해.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어디에서나 소득 상위 20% 계층이 하위 20% 계층보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나 건강불평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건강형평성학회가 '17개 광역시도 및 252개 시군구별 건강불평등 현황'을 발표한 결과입니다......     

서울을 들여다보면, 25개 자치구 가운데 기대수명이 가장 높은 지역은 강남구로 84.8세였다. 가장 낮은 지역은 금천구로 81.7세였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건강수명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초구로 74.3세, 가장 낮은 지역은 금천구로 67.3세였고...     

 2015년 8월 12일자 조선일보 “강남 3구, 기대수명도 길어”라는 제목의 기사는 이러해.

 ‘부촌(富村)’으로 분류되는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 주민들은 기대수명도 긴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서울시가 발표한 ‘2012년 기준 서울시 자치구별 출생 시 기대수명’ 통계를 보면 서초구가 83.14세로 기대수명이 가장 길고, 강남구(82.97세)와 송파구(82.55세)가 뒤를 이었다..... 건강 관련 지표가 우수한 자치구가 기대수명도 길었다. 서초구는 2013년 서울시 설문조사에서 ‘건강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답한 사람 비율이 8.3%로 가장 낮았고, 2012년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도 17.3명으로 가장 적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고 나라별로도 비슷하게 나타난단다. 인당 GDP가 높은 국가의 사람일수록 기대수명이 길게 나타난다고 해.     

[「Factfulness」한스로슬링 저]

 A가 B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할 것 같아.     


③행복

 A는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좋은 경치가 있으면 잠깐 내려서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특산품도 구경하고 내린 김에 그 고장에 이름난 음식점에 가서 토속음식을 맛보면서 재미있게 여행을 할 수 있을 거야. 이번 여행이 참 여유롭고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야.

 B는 비용에 여유가 없기 때문에 매 순간 생각이 많을 거야. 잠깐 내려서 구경을 할까 하다가 ‘시간이 늦어지지는 않을까? 저녁차를 타면 비용이 더 나올 텐데.’, 기념품 하나를 고르면서도 ‘이게 꼭 필요한 물건인가? 너무 비싼 건 아닐까?’, ‘경치 구경도 다 했는데 꼭 토속음식까지 먹어야 하나? 보통의 메뉴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굳이 전복에 새우까지 든 특선세트를 시켜야 되나?’하고 말이야.
  A가 매번 행복할 것이라고 단정해서 말할 수는 없겠지만, B는 뭔가 매번 지출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마다 마음이 편치는 않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옛말에 ‘가난하지만 행복하다.’라는 말은 있어도 ‘가난해서 행복하다.’는 말을 못 들어본 것 같아. 가난한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가난 자체가 행복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않을 테니까 말이야.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하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연구들도 있어. 전체적으로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매우 높은데, 1인당 소득이 1만 3천 달러를 넘어서는 순간 그 상관관계가 희미해진다고 해. 소득이 어느 정도 이상을 넘어서게 되면 소득이 증가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더 행복해진다고 볼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매우 소득이 낮은 절대빈곤 상태에서는 경제적 문제로 사람들이 불행할 수 있다는 말일 거야.   

 A가 B보다 더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경제적 문제 때문에 불행할 가능성은 더 낮다고 봐야 할 것 같아.

[『행복과 경제학』, 프라이·슈트처 공저]


④제한적 선택 vs 다양한 선택
  A는 비용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교통수단을 선택할 때 버스, 기차, 배, 비행기 등을 놓고 지금 빨리 가는 게 더 중요한 문제인지, 편안히 가는 게 더 중요한지, 경치를 감상하는데 어느 것이 더 유리한지를 두고 고를 수 있을 거야. 음식을 주문할 때도 그 순간의 기호와 배가 고픈 정도 혹은 ‘오늘은 이게 당기는데!’ 하면서 뭔가를 선택을 할 수 있겠지.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무엇을 살지, 가족선물만 살지 친구들 것도 살지 ‘여러 가지 선택 가능한 대안들 중에 자신이 원하는 조건과 기준에 따라 '선택’할 수 있을 거야.

 B는 항상 비용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선택기준을 중에 대개의 경우 가격이 가장 우선적인 선택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주머니사정이 아주 어려울 때에는  택시를 타면 5000원에 10분이면 갈 거리를 비용 절약을 위해 버스를 선택해서 15분을 기다려서 30분을 타고 가서 4000원을 절약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거야. 꼭 필요한 것, 없어서는 안 될 것만 사는 ‘비용의 관점에서 많지 않은 대안 중에서 골라야만 하는 제한된 선택’을 하게 될 거 같아.

 문제는 A가 더 비싼 것을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니라 필요와 상황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반면, B는 경제적인 사정에 의해 제한된 선택 중에 골라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쉽다는 거야. 배가 고픈데 레스토랑, 한정식집, 푸드코트 어디라도 갈 수 있지만 오늘은 집에서 그냥 라면을 한번 맛있게 끓여먹어 볼까 해서 먹는 라면과, 주머니 사정상 지금 먹을 수 있는 게 라면밖에 없어서 먹는 라면의 느낌이 같을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겠지. 

 A가 B보다 여행 중에 생기는 다양한 상황에서 필요에 따라 더 다양한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⑤실수했을 때는 회복성

 여행을 하다보면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실수가 생기게 마련이잖니. 넋을 빼놓고 길거리 공연을 구경하다가 차를 놓칠 수도 있고, 기차 안에서 잠이 들어서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칠 수도 있고,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옷가방을 놓고 나올 수도 있고, 아주 낭패이려면 지갑을 잃어버릴 수도 있겠지.

 A는 차를 놓쳐 시간이 뒤처지면 다음 버스 대신 기차를 타거나 고속철을 탈 수 있을 거야. 몸이 아파서 며칠 입원치료를 받느라고 너무 많이 늦었다 싶으면 비행기를 타서 뒤처진 시간을 보충하고 남을 만큼 앞질러 갈 수도 있겠지. 대중교통이 다 끊겼다면 택시로 아예 장거리를 갈 수도 있고, 이도저도 다 안 되면 아예 차를 한 대 빌리거나 구입해서 밤을 새워 운전해서 뒤쳐진 시간을 따라잡을 수도 있겠지. 잃어버린 옷가지들이야 새로 사면 될 것이고, 자기가 가진 돈 전부를 모두 현금으로 찾아서 한 지갑 안에 몽땅 다 넣어서 들고 다니는 바보짓을 하지 않는 다음에야 지갑을 잃어버려도 속이 조금 상하고 번거롭게 품을 팔아 카드들을 새로 발급받고 현금을 더 찾아서 새 지갑에 채워 넣는 수고만 좀 한다면 ‘원래 계획했던 일정대로 무리 없이 되돌아가거나, 아예 새로운 계획으로 시작’해서 별 문제없이 계속 여행을 할 수 있을 거야.

 B의 경우는 비용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아주 많이 다를 거야. 실수가 생기면 그것이 항상 계획에 없던 추가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긴장한 상태로 여행을 하고 있겠지만 피로가 쌓이고 시간에 쫒기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실수가 생길 수밖에 없을 거야. 그래서 버스를 놓치게 되면 돈을 더 쓰지 않고 따라잡기 위해 환승할 때 쉬는 시간을 줄이거나 잠을 줄여야 할 거야. 그래도 안 되면 할 수 없이 돈을 더 주고라도 고속버스를 타야 할 텐데 그러고 나면 또 그 돈을 보충하기 위해 식비를 줄이거나 잠자는 곳을 좀 더 불편한 곳으로 옮겨야 할 거야. 겨울에 잠바라도 잃어버리면 봄이 올 때까지 추위를 참으며 버텨야 할 수도 있을 거고. 이렇게 힘들게 생활하다가 병이라도 생겨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서 병원비로 큰돈을 지불하게 되면 더 이상 여행을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야 될지도 모를 거야. 자나 깨나 잘 있는지 애지중지 보관해 오던 지갑이라도 잃어버리게 되면 ‘쉽사리 원래 계획했던 일정으로 되돌아가기 어려운’ 결과가 될 수도 있을 거야.   

 A가 B보다 여행 중에 생기는 크고 작은 각종 실수, 사고, 질병, 역경으로부터 생기는 차질을 더 빨리 회복해서 기존 여정이나 새로운 여정으로 쉽게 돌아오기에 더 유리할 것 같아.      


⑥시간적 여유

 지금까지의 설명으로 이동하는데 쓰는 시간(이게 아마도 실제 인생에서는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에 해당 되겠지)이 적기 때문에 A가 B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다고 볼 수 있겠어. 게다가 A는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할 경우 오전은 자유 시간으로 쓰고 오후에 좀 빨리 이동하는 방식으로 탄력성 있게 시간을 사용할 수도 있을 거야. 반면 B는 늘 시간에 쫒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휴식시간의 총량도 많지 않을 것이고 그것도 어쩌다 우연히 시간이 남게 되면 쓰게 되는 것이지 자기가 전체적인 일정을 조정해서 시간을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그럼 시간적 여유가 있는 A는 그 시간에 뭘 더 할 수 있을까? 우선은 제일 처음에 여행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을 돌아볼 수 있을 거 같아. 언제 뭘 했던 일은 잘 한 것 같고 어떤 일은 안하는 편이 나았던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야. 추억도 하고 평가도 해서 앞으로 여행할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참고로 삼을 만한 것들을 잘 갈무리해 놓을 수도 있겠어. 다음에는 앞으로 펼쳐질 여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는 길인지, 아니면 더 좋은 길이 있을지. 닥쳐 올 위험은 없는지 아예 목적지를 제주도가 아닌 울릉도나 하와이로 하는 건 어떨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거야. 시간 나는 대로 자식에게 전화를 걸어 요즘을 무얼 공부하고 있는지, 고민은 없는지,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친구와 가까이 지내는지에 대해서도 자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야. 하고자 한다면 시간이 없는 사람보다 더 많이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많을 대화를 나눌 수 있겠지. 길을 다니면서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살펴보고 사람들이 요즘 관심을 갖는 건 무엇인지 사회는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살펴 볼 수 있을 거야. 시간이 있다고 모든 사람이 이런 일을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마음먹는다면 그런 일들을 할 여유는 더 있다는 말이야.

 B도 비슷한 것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늘 마음속에 있을 거야. 하지만 늘 피로가 쌓인 상태로 시간에 쫒기고 긴장하면서 살아가다가 잠깐 짬이 나면 우선 혼자 좀 조용히 쉬고 싶을 것 같아.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속담이 있어. 내 집 창고에 곡식과 보물이 가득해서 내가 쓰고도 충분히 남을 정도가 되고 나면 비로소 누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선뜻 베풀 마음이 생기듯이, 자기 스스로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친 상태인데 자식이 무얼 하는지, 친지들이 무얼 하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먼저 챙겨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만약 아빠가 너무 일이 많고 피곤한 일상을 보내다가 하루 저녁 일찍 퇴근해서 좀 시간이 난다면 조용한 부엌에서 아무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맛있고 뜨끈한 음식에 술 한 잔 마시고, 푸근한 이불 속에서 허리가 아플 때까지 늘어지게 자고 싶을 것 같아. ‘나도 죽겠다. 나부터 좀 살고 보자.’ 그런 마음이 드는 상황에서 누군가를 돌아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A가 B보다 아무래도 자신의 인생과 사람과 사회와 자연을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더 많을 것 같아. 그런 시간적 여유에서 오는 정신적 여유도 더 많을 거라고 보아야 하겠지.     


⑦해야만 하는 일 vs 하고 싶은 일 / 살아내야하는 삶 vs 즐기는 삶

 B의 하루 24시간이 어떤 시간들로 구성되어 있을까 한번 생각해보자. 저렴한 비용으로 먼 거리를 이동하려면 아마 각종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이동하는 데 드는 시간이 제일 많을 거야. 그 다음으로는 일상생활을 지속하려면 어쩔 수 없이 매일 해야 하는 유지 활동들이 있을 거야. 즉 잠자고, 밥 먹고, 씻고, 화장실 가고 하는 일들 말이야. 그 사이 사이 조금씩 짬나는 시간이 있으면 잠깐 구경을 할 수도 있고, 뭘 살 수도 있고, 좀 쉴 수도 있겠지. B의 하루는 오늘 열심히 이동하지 못해서 전체적인 시간계획이 뒤처지거나, 꼭 필요한 양의 잠을 자지 못하거나 제때 음식을 섭취하지 못해 몸이 정상상태가 아니어서 전날처럼 여행을 할 수 없게 되는 일처럼, 내일 활동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오늘 ‘해야만 하는 일’들을 문제없이 잘 ‘살아내야’하는 일과들이 많을 것 같아.

 A는 위에서 살펴본 대로 이동수단에 대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동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거야. 유지 활동이 어떤 면에서는 B보다 길수는 있을 거야. 숙소에 들어가서 얼른 씻고 바로 잠자리에 드는 것이 아니라 뜨끈한 목욕물을 받아서 목욕을 하느라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을 것이고, 잠도 꼭 필요한 만큼(피로는 푸는데 최소로 필요한 일정 시간이 있다고 가정한다면)보다 더 잘 수도 있을 것이고, 식사시간도 좀 더 여유롭게 천천히 다양한 음식을 먹느라고 오래 걸릴 수 있을 거야. 성격상으로는 유지활동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고 싶어서 하는 여가활동도 그 안에 많이 포함된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아. 나머지 진짜 여가 시간에는 B보다 더 적극적인 여가 활동을 할 수 있겠지. 이동 경로에서 좀 떨어진 곳이라고 해도 유명한 곳이라면 한 번 들러 볼 수도 있겠고. 민속장터도 들러서 기념품도 사고 말이야. B에 비해 내일 일정을 위해 오늘 시간의 일부를 예비하거나 재충전 하는데 쓰는 일은 많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즐기는’ 부분이 많이 있을 거야.

 A는 B보다 해야 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며 하는 시간이 더 많을 것 같아.     


⑧동반 or 사랑?

 혼자서 하는 여행이 제 맛이라는 사람들도 있던데 아빠는 혼자 여행을 해 본 적도 없고 혼자 밥 먹는 것도 별로 재미가 없더구나. 아빠 같은 사람들은 여행을 하다가 목적지가 비슷하고 마음도 잘 맞는 사람을 만나면 같이 가자고 해서 같이 다닐 수도 있을 거야. 긴 이동시간 동안 말동무도 하고,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에 짐을 맡아달라고 부탁할 수 있고, 한 사람이 차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한 사람은 얼른 매점으로 달려가서 핫도그를 사다가 같이 먹을 수도 있겠지.

 여자 C가 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남자 A을 만났는데 말도 잘 통하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해서 며칠 같이 다녔다고 해보자. A가 널 만난 건 정말 자기 인생 최대의 행운이었다면서 너와 함께 다니고 얘기 하는 것만으로도 자기는 너무 행복하다며 C에게 늘 같이 다니고 싶다고 하는 거야. 나는 너만 있으면 되니까 돈쓰는 거 같은 사소한 일은 신경 쓰지도 말라며 교통비, 여행비, 숙박비도 전부 내주고 사고 싶은 기념품이며 옷가지 까지 다 사주는 거지. 그래서 C는 A랑 같이 다니기로 했고, A가 돈 내는 거 같은 일은 다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까, C에게 네가 가진 돈은 너 쓰고 싶은 곳에 쓰라고 한 거지. C는 A랑 같이 있는 것도 역시 좋고 A의 여행 경비 규모에 비하면 자기가 가지 경비는 큰돈이 아니고 해서 같이 다니다가 중간 중간 쓰고 싶을 때 쓰면서 다녔어. 그런데 처음에는 몰랐는데 한참을 같이 다니다 보니 A가 약간 독선적이고 자기주장대로만 뭘 하려고 하고 C에 대한 배려는 점점 줄어드는 거지. 그래서 왜 예전 같지 않느냐고 물으니 미안하다고 했지만 다시 또 그런 행동이 반복되어서 안 되겠다 그냥 헤어지고 처음처럼 그냥 혼자 여행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거야. 그런데 그간 A랑 다니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따뜻한 곳에서 잠도 자고 편하게 이동도 하고 좋았는데 다시 혼자 다니면서 예전처럼 빠듯한 생활로 돌아갈 걸 생각해보니 막막한 거야. 심지어 그간 한푼 두푼 별 생각 없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썼었는데 어느새 이미 돈이 다 바닥나 버리고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여서 당장 어디 가서 일을 해서 돈을 구하지 않으면 여행을 계속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된 거야. 이 상황에서 C는 A와 헤어질 수 있을까? 헤어지지 않고 A와 계속 다닌다면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이번엔 여자 B가 주머니 사정이 비슷한 남자 D와 만났다고 생각해보자. 서로 비슷하게 빠듯한 형편에서 여행을 하는 어려움을 얘기 나누나 보니 상대의 어려움도 정말 내 일같이 잘 이해가 되고 너무 척하면 척하고 말이 잘 통하고 생각도 비슷해서 역시 여행을 같이 하기로 한 거야. 비슷한 경제 사정에 둘이 다닌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었는데 막상 다녀보니 긴 거리는 아니더라도 짧은 거리는 둘이 돈을 합쳐서 가끔씩 택시도 탈 수 있고, 역시 두 사람 식사비에 조금 얹으니 그리 비싸지 않은 세트메뉴도 시켜먹을 수 있게 되고, 숙소도 1인실로 구할 때보다 제법 그럴싸한 곳에서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된 거지. 한동안 서로 잘 지냈는데 이들도 오래 지내다 보니 서로의 차이점을 조금씩 알게 되고 그게 쌓여서 결국을 같이 계속 다니기에는 서로 너무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른 거지. 하지만 현실을 생각해 보니 혼자 다닐 때에 비하면 지금 생활이 버리기에는 나름 꽤 편리하고 이득이 되는 점이 많이 있는 거지. 이 상황에서 B는 D와 쉽사리 헤어질 수 있을까? 헤어지지 않고 D와 계속 다닌다면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면 원치 않는 관계를 어쩔 수 없이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을 거 같아. 심지어는 잘 맞지 않는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 생각을 애써 가슴 깊이 묻어 두고, 그럭저럭 잘 맞는다고(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싶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A, B를 두고 너무 극단적으로 상황을 설정해서 비교한 경향이 없지 않은 것 같아. 또 각자의 상황에 임하는 당사자의 자세나 의지, 희망, 교감에서 오는 정신적인 행복감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부분이고. 전체적으로 경제적인 문제가(이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또 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과 인생에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얘기 해주고 싶었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기회도 없다.

 경제적 능력이 이렇게 중요한데 어떻게 하면 이 능력을 잘 기를 수 있을까? 사실 아빠도 잘 하지 못하는, 잘 모르는 분야들 중에 하나야. 잘 알지 못하는 분야를 길게 말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여긴 짧게 할게.

 사업을 해서 성공을 할 수도 있고, 예체능을 아주 잘 해서 이름난 연주자, 화가, 운동선수가 될 수도 있겠지. 이건 아빠가 그런 길들을 가보지 못한 사람으로서의 선입견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빠 생각에는 본인이 어느 정도 적성에 맞는 점이 있다면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많이 개선되었다고들 하지만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대학들을 졸업한 사람들이 높은 연봉의 직업을 갖게 되는 것이 현실인 것을 감안하면, 짧은 시기에 아주 큰 수입을 얻는 것이 목적이 아닌 경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입’을 얻는 데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비교적 확률이 높은 길이 아닐까 싶어. 공부가 정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붙들고 있지 말고 당연히 얼른 다른 길을 찾아 나서야 되겠지만 말이야.  

 나중에 하윤이가 다니게 될 회사의 사장님이 들으면 싫어하실 내용이겠지만, 예전에 아빠 회사선배 한 분이 해 주신 말이 있어. “자기가 가진 능력의 한 70%만 회사에서 쓰고, 나머지 30%는 어떤 투자를 해서 돈을 벌까 궁리하는데 써야 한다.”고 말이야. 몇 %가 적당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100%를 다 써서 회사를 열심히 다니고 받은 월급을 최대한 아껴 쓴다고 해도 대개는 별 뾰족한 수가 나지 않는 거 같아. 항상 경제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깨어 있어서, 어떤 것들이 이슈가 되고 있고 사람들은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지 알려고 노력하려고 해야 해. 그리고 분명히 가까운 지인들 중에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지식과 경험을 가진 분들이 있을 거야. 이런 분들과 정기적으로 얘기를 나누면서 항상 관심과 정보가 끊이지 않도록 하고. 기회가 온다고 해서 그걸 다 알아차리고 잡을 수도 없겠지만, 관심을 가지 않으면 그나마 기회조차 없다는 것은 분명히 명심하고 있어야 해. 

 늘 경제와 투자에 관심을 가지되 아래 내용은 늘 마음에 담고 있어. 어떻게 잘 투자하면 쉽게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아빠가 잘 안다면 족집게처럼 골라서 알려주고 싶다만 그러질 못해서 어떻게 하면 크게 잃지 않을까 중심으로 생각해 봤어.

 *충분한 경험과 지식 없이 너무 과감한 시도를 하지 마라.
 *실패할 경우 전체 재정상태가 휘청할 정도의 큰 투자를 하지 마라.
 *굳이 고수익을 얻기 위해 고위험 투자를 하지 마라. (High Risk, High Return)

 *한 가지에 몽땅 투자하지 마라. (Don`t put all your eggs in one basket.)

 *‘확실한 고수익 보장!!’ 이런 거는 가짜일 가능성이 높아. 진짜 보장 된다면 가족도 아닌 너에게 무슨 

  이유로 아무 대가 없이 알려주겠니.     


◎중요하지만 경제적인 것에만 너무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위에 ③행복에 들어간 그래프에서 소득수준이 13,000달러까지 증가할 때 까지는 사람들이 그 만큼 더 행복하게 느낀다고 했는데 그 위 구간에서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했지. 이걸 ‘이스털린 역설’이라고 부른대.      


 이스털린의 역설이란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이 정체되는 현상으로, 소득이 어느 정도 높아지면 행복도가 높아지지만 일정 시점을 지나면 행복도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1973년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 교수가 그의 논문에서 처음 제기하였으며, 이스털린은 그 근거로 바누아투·방글라데시와 같은 가난한 나라에서 국민의 행복지수는 오히려 높고, 미국·프랑스·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행복지수가 낮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다음 백과사전]


 한편 영국 런던정경대(LSE) 리차드 레이어드 교수는 이처럼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난 까닭은 부의 습관화(Habituation)와 부를 향한 경쟁(Rivalry)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해. 옛날 같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된 사람들은 거기에 만족하기보다 오히려 금세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고 갈수록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된다고 말이야. 또 다른 이들보다 더 잘살고 싶은 열망을 품고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지위에 오르려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더 일에 매달리게 되고, 그 경쟁 속에서 치열한 대립과 갈등을 불러일으키게 되는데 이러한 대립과 갈등은 결국 행복 지수를  떨어트리게 된다고 이 이론은 설명하고 있다고 해.

 경제적인 우위가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고 길게 설명했고, 소득이 아주 낮은 상태에서는 심지어 더 행복하게 해주긴 하지만, 어느 선을 넘어가면 더 이상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고, 더 과하면 오히려 평생 돈만 쫓고 남의 경제력과 자신의 것을 비교하면서 더 불행해 질 수 있다고 봐야 해. 중요하지만 거기에 매몰되어서는 안 돼. 하윤아 알겠지? 


◎돈이 너무 많아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행복해질까?

 글쎄 이건 사람의 생각마다 다 다를 텐데, 글쎄 아빠는 정말 그럴지 잘 모르겠어. 

 한자(漢字)는 만들어진 원리에 따라 상형문자, 지사문자, 회의문자, 형성문자, 전주문자, 가차문자 6개로 나뉜다고 해. 그 중 회의문자는 모을 회(會), 뜻 의(意) 자를 써서 이미 있는 한자의 뜻을 합쳐서 새로이 만들어진 글자를 말해. 예를 들어 쉴 휴(休) 자는, 사람 人(인)=亻 자와 나무 木(목) 자를 합쳐서 ‘사람이 나무그늘 아래서 쉰다.’는 의미에서 ‘쉰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글자야. 같은 회의문자 중에 한가로울 한(閑)이라는 글자가 있어. 문 문(門)자 사이에 나무 목(木)가 있는 모양인데 방안에서 창문으로 나무를 바라보는 기분이 한가롭다는 뜻이라고 해. 무더운 여름날 다른 사람들이 따가운 태양 볕 아래서 땀 흘려 일할 때, 바람이 선선하게 잘 통하는 방에 대자리를 깔고 목침을 베고 드러누워서 창문 밖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를 무심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 마음이 한가롭지 않을까? 맞아 한가로울 것 같아. 평소 같으면 자신도 열심히 일할 시간이고 지금 남들은 힘들게 일하고 있을 시간인데 난 방안에 누워있구나 생각하면 이렇게 일 안하고 쉬는 것만도 너무×1000000 만큼 좋다고 생각이 들 거야. 그러다가 잠이 들어 낮잠도 한숨 자고 나면 더없이 기분이 좋으면서 출근하는 날 아침의 천근만근한 몸과 찌푸린 표정과 달리 빙긋이 미소를 지으면서 저절로 잠에서 깰 거야. 그런데 그걸 그 이후로도 2시간을 더 하면 어떨까? 며칠을 더하면 어떨까? 지루하겠지. 그럼 방을 나서서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바쁠 때 잘 못 보던 장독대도 보고, 뒷마당도 보고, 텃밭도 살펴보고 하면 흥미로울 거야. 그것도 며칠 하다 지겨우면 동네 산책을 다닐 거야. 그것도 지겨우면 뒷산도 가보고 동네 장거리에서 구경도 할 거야. 주막에 가서 국밥도 사먹고 막걸리도 한잔 사먹을 거야. 며칠 더 다니다 보면 그 시간대에 자신처럼 일하지 않고 다니는 친구들도 사귀게 될 거야. 새로운 친구들과 주막에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면서 술도 거나하게 마시면 정말 신날거야. 그렇게 수차례 주막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보면, 우리가 이럴게 아니라 더 많은 친구들을 모아서 잔치를 벌이면 어떨까 해서 마당이 넓은 친구의 집에서 잔치를 벌일 수도 있겠지. 갖은 음식을 차려놓고 풍물패를 불러 공연도 하고. 나중에는 더 흥을 돋우기 위해 잔치를 야외에서 혹은 뱃놀이를 하면서도 할 수 있겠지. 더 많은 인원을 부르고, 더 많은 음식을 준비하고, 더 화려하고, 더 성대하게 말이야. 이렇게 잔치를 계속한다고 해서 계속 재밌을지 잘 모르겠어. 이렇게 놀기만 하는 생활이 어제보다 오늘이 확실히 더 재미있을까? 과연 만족이란 게 있을까?

 형성문자는 뜻을 나타내는 형부(形符)와 음을 이루는 성부(聲符)로 이루어진 한자를 말해. 問자와 聞자는 모두 성부인 문 문(門)자가 들어 있어서 문이라는 같은 음이 나지만, 형부를 보면 앞 글자는 입 구(口)자가 있어서 입으로 묻는다는 뜻이 되고 뒤 글자는 귀 이(耳)자가 있어서 귀로 듣는다는 뜻이 되지. 이런 글자 중에 바쁠 망(忙)자가 있어. 망할 망(亡)자가 있어서 망으로 소리 나지만 마음 심(心=忄)자가 있어서 '마음이 황망하게 바쁘다'는 뜻이 되지. 아까 배운 한가할 한자와 합쳐서 만들어진 망중한(忙中閑)이라는 말이 있어. 바쁜 가운데 찾아온 한가로움이랄까. 왜 그런 거 있잖니. 하윤이라면 일주일 내내 학교랑 학원 다니고 숙제하느라 바쁘게 살다가 주말에 학원수업이 예고 없이 취소되면서 동시에 숙제도 없어지는 바람에 생긴 갑작스러운 여유 같은 거. 학생이라면 일주일 내내 시험 보느라고 잘 자지도 먹지도 못하고 지내다가 시험이 끝났을 때의 홀가분함. 직장인이라면 한 달 간 야근해서 작성한 사업계획서 보고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의 후련함, 목욕탕에서 느끼는 더위와 답답함과 갈증을 물기를 닦고 옷을 다 입을 때까지 꾹 참았다가 냉장고에서 시원한 요구르트를 막 꺼내 빨대로 입 안 가득 쭈~~욱 빨아들였을 때의 청량감. 이런 것들이 더 시원한 이유는 앞에 그 앞에 힘들고,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는데 적어도 아빠의 경우에는 의지가 약해서 그런지, 크든 작든 뭔가 일을 하지 않고 계속 쉬게 된다면(나중에 은퇴하는 거는 빼고) 건전하고 보람되게 하루를 보낼 자신이 별로 없어. 그래서 옛말에 ‘노느니 이 잡는다.’는 말이 있나봐. 하윤이는 어떻게 생각하니?      



3. 능력 을 마무리 하며

 아빠가 나열한 각종 능력들을 손바닥에 적어 놓고 매 생활을 할 때마다 한 번씩 펴보고 난 이 활동에서 이 능력을 키워야지라고 생각하며 살 수 도 없고, 그리 할 필요도 없어. 우리가 공부할 때도 잘하는 과목은 쉽게 느껴지니까 더 자주 더 오래 공부하고, 자신이 없는 과목은 좀 덜하게 되고 그렇지 않니. 아주 가끔씩 한번 돌아봐봐. 차분히 시간을 가지고 내가 어느 부분은 좀 많이 쌓았고 어느 부분은 좀 부족하구나 생각되면 그 부분은 또 좀 더해서 보태고 그렇게 해. 

 훌륭한 요리사라면 좋은 음식 재료가 한 가지만 있다고 하더라도 기막힌 요리를 하나 뚝딱 만들어 내겠지만, 질 좋은 여러 가지 재료가 넉넉히 있다면 상황과 필요에 따라서 다양한 요리를 마음대로 만들어 낼 수 있지 않겠니. 하윤이 인생이 식탁이라면 다양한 능력을 갖추어서 그것들을 재료삼아 여러 가지 스타일로 한 상 푸짐하게 차려 낼 수 있을 거야. 큰 욕심 부리지 말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다 보면 돼지 저금통에 동전 쌓이듯 착착 쌓여 갈 테니까, 조바심 낼 필요도 서두를 필요도 없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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