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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채환 Sep 20. 2022

4. 사랑(2/2)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고, 더 행복하기 위해 사랑을 해라.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거든, 예쁜 여자가 되기 전에 먼저 괜찮은 사람이 되어라.

◎선택받지 말고 선택해라.

◎그렇다면 어떤 남자를 선택할까?

◎잘한 선택인지 어떻게 검증할까?

◎이런 놈은 미친놈

◎이건 아니다(잘 못된 선택이었다)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헤어지고 미련이 남을 때.

◎남자의 성욕 (영화 [이클립스]의 별장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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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고, 더 행복하기 위해 사랑을 해라.

 우리가 산골에서 태어나서 그 근방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의 정상까지 오르는 것이 우리 인생의 목표라고 한번 가정해보자. 오늘도 오르고 내일도 오르고, 다음 달에도 다음 해에도 올라야 하는 아주 높은 산이라고 해 보자. 오르다 숲도 지나야 하고 동굴도 지나야 하고 폭우로 사납게 불어난 계곡물도 통과해야 하겠지. 여름에는 안 그래도 오르막이라 한걸음 한걸음이 힘든데 더위 때문에 땀이 너무 나고 배낭이 등에 배겨서 지치고 괴로울 때도 있을 거야. 겨울에는 산장이 있긴 해도 매서운 추위를 다 막아주지는 못해서 밤마다 덜덜 떨면서 매일 밤을 보낼 때도 있을 거야. 하지만 그래도 어차피 올라야 할 산이고 산골에 태어나 이 산을 오르는 일이 내 삶이니 그 속에서 재미와 보람을 찾기로 하자면 그리 나쁜 점만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거야. 봄에는 진달래가 피고 새들이 지저귀고 나비도 날아 다녀서 어디로 눈을 돌려도 모두 그림 같은 풍경들이 펼쳐지고, 여름에 쉬어가는 길에 잠시 발을 담가 본 계곡물은 정말 땀이 쏙 들어가도록 시원하고 절에서 맛본 약수는 도시에서 맛본 청량음료 3병을 연거푸 마신다 해도 그렇게 속을 뻥 뚫어줄 수는 없겠다 싶을 정도로 시원하게 느껴질 거야. 다람쥐, 노루 같은 녀석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과 마주할 때도 있을 테고, 운이 좋으면 

가끔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을 만나 며칠간 말동무도 하면서 더 재미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거야. 혼자 가는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며칠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서 가는 길이 달라 갈림길에 다다르면 아쉽지만 미련 없이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다시 원래 여정으로 되돌아와 다시 걸으며 생각해 보면 힘들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목표한 바를 향해 하루하루 한걸음씩 다가가는 자신의 인생에 잔잔한 즐거움과 보람을 느낄 수도 있을 거야.

 불행히도 이 여정에 큰 재미를 못 느끼는 사람이 한명 있다고 해보자. 재미는 없지만 가기는 가야하니 하루하루 별 의미 없이 터벅터벅 산을 오르고 있는데, 오랜만에 정말 인상도 좋고 유쾌한 동행자를 만났다고 해보자. 이 사람은 몸속 어디엔가 이야기 주머니가 있는지 날마다 어떻게 그런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줄 수가 있는지 듣고만 있어도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고, 나무나 풀, 산짐승들에 대해 모르는 게 없어서 여태 무심코 걷던 산길이 완전히 새롭게 느껴지고, 다리를 다쳤을 때는 이름 모를 풀을 꺾어다가 돌에 찧어서 발라주고, 해가 질 무렵이면 바위 위 먼지를 후후 불어 날려 보낸 후 걸터앉게 한 다음 따뜻하고 향이 좋은 커피도 한잔 내려주고 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 사람을 만나기 전과 똑같은 산길을 걷고 있지만 전혀 다른 느낌이 들 것 같아. 그렇게 얼마간을 행복하게 지내다가 갈림길에서 헤어지게 되면 그 사람을 쉽사리 보낼 수 있을까? 헤어지고 난 뒤에 다시 걷게 되는 산길의 기분은 또 어떨까? 예전과 똑같을까 오히려 그보다 못할까?   

 아빠는 이성과의 사랑이 우리 인생에서 너무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대한 일이고, 불처럼 강렬하고, 행복한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면 우리 인생은 얼마나 위태로울까 하는 걱정이 들어. 물론 중요하지만 사랑이 없이는 불행하다면 우리는 늘 그걸 찾아 해매야 하고, 가지고 있을 때는 손에서 빠져나갈까봐 노심초사(勞心焦思, 마음속으로 애를 쓰며 속을 태움)해야 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동화 속 여주인공처럼 왕자님이 나타나서 자기의 인생을 송두리째 황금빛으로 바꿔 줄 운명이라면, 만약에 그 왕자님이 안 오면 어떡하나? 왔다가 2~3년 나와 잘 지내다가 날 떠나 버리면 또 그 때는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들어.     

 미국 헐리우드 영화배우 리즈 위더스푼 이라는 배우가 말했대. “Never drink to feel better, only drink to feel even better.(단순히 기분이 좀 나아지게하기 위해 술을 마시지 마라. 기분을 더 좋게 하기 위해 필요할 때만 술을 마셔라)” 늘 기분이 좋지 않고 우울감이 있는 사람이 억지로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해 술을 마실 경우 술에 의존하게 될 수 있을 거라는 경고의 말일 것 같아. 살아가다가 축하하거나 기념할 일과 같이 좋은 일이 있을 때 그 기쁨을 한층 돋우게 하기 위해 마시는 술은 괜찮고 말이야. 사랑도 우리 삶에 있어서 그런 존재일 때 우리의 행복이 더 안정적인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야.  

 아빠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 “Never love to be happy, only love to be happier.” 행복하지 않은 삶이 행복하게 바뀔 거라는 기대로 사랑을 하지 말고, 네 삶 자체를 행복하게 가꾸는 데 더 힘쓰며 살아가는 중에 사랑까지 하게 되면 좀 더 행복해 질 거라고 기대해라. 사랑이 절대 너의 빈 가슴을 채워주지 못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거든, 예쁜 여자가 되기보다 먼저 괜찮은 사람이 되어라.

 살면서 보면 누군가의 외모가 매우 뛰어날 경우 대개 많은 사람들의 주목과 관심을 받게 되지 않니. 어느 커피가게에 알바가 새로 들어왔는데 엄청 예쁘다, 엄청 잘 생겼다며 삽시간에 동네에 소문이 쫙 퍼지고, 아마 얼굴 한번 보려고 오는 사람 혹은 그 사람에게 말이라도 한번 붙여서 한번 만나보려고 모여드는 사람도 많을 것 같아. 외모를 보고 모여드는 데는 어떤 조건이나 자격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겠고, 알바생 입장에서 봤을 때 몰려오는 사람들 중에는 괜찮다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자기가 굳이 한번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섞여 있을 거야. 그럼 왜 이렇게 쓸 만한 사람이 별로 없을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아빠가 남자라서 여자들이 ‘아름다움’에 관해 받는 사회적 압박이 얼마나 큰지 잘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예쁜 여자가 되기 위해 여자들이 남자에 비해 더 쓰고 있는 시간이 적지 않다는 점은 함께 생각해 볼 부분인 것 같아. 매일 화장하는 시간, 입고 나갈 옷 고르는 시간, 옷 사는 시간, 머리하는 시간, 머리 스타일링하는 시간, 네일, 피부 관리.... 또 거기에 쓰는 돈. 러네이 엥겔른의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라는 책에 보면 


 “...많은 여성들이 외모를 꾸미는 일부 행위를 즐기고 거기서 힘을 얻는다. 그러나 어떤 행위는 의무처럼 느낀다. ...이 시간과 돈으로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그 선택이 원치 않는 문화적 기대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라는 문장이 나와. 여자들이 외모를 가꾸는 시간에 남자들은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내용도 있고. 이 책의 속표지에 수록된 시완 클라크의 ‘겨드랑이의 노래’라는 노래의 가사를 소개할게.     


  나는 세상을 호령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곤 한다.

  이런, 그 전에

  눈썹 좀 다듬고

  아, 다리 면도도 좀 하고

  모공도 깨끗이, 얼굴색 좀 보정하고

  그리고 가슴에 뽕도 좀 넣고, 머리도 빗고....     


 요즘은 남자 아이돌들도 좀 하긴 하던데 많은 여자 아이돌들이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애교스런 행동을 하지. 애교[愛嬌]는 사전에 ‘남에게 귀엽게 보이려는 태도’라고 나와. 잘 생각해 보면 누군가에게 일부러 잘 보이려 하거나 귀엽게 보이려는 것은 대등한 관계에서 나오는 행동이라기보다 한 쪽이 더 우월적 지위나 주도권을 가지고 있을 때 그 상대에게 좋은 평가나 선택을 받기위한 행동이 아닐까 싶어. 예쁘게 보이기 위해 철저한 다이어트로 몸을 날씬하게 하고 공들여 화장도 했는데 애교까지 장착하려면 굉장히 많은 노력이 들겠다 싶어. 어려운 얘기긴 하지만 예쁘게 보이는 여자가 되기 위해 우리가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아.

 사자성어 유유상종(類類相從)은 같거나 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야. 영어 속담에도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같은 깃털을 가진 새끼리 서로 모인다)’와 같이 비슷한 말이 있지. 사람마다 생각과 기준이 달라서 어떤 사람을 더 나은 사람으로 생각할 지는 다 다를 것 같아. 자기 관점에서 더 나은 사람을 연애나 결혼상대로 맞이하기 위해 그 사람에게 예쁘게 보이고 호감을 얻어 선택을 받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고, 시간과 노력도 많이 투자해야 해서 그러느라 잃는 것도 많을 것 같다고 했잖니. 그 대신 자신을 예전 보다 조금씩 조금씩 더 인격적으로, 지적으로, 사회적으로 보다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발전시키는 선택을 한다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돌아보았을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주변에 전보다 더 성숙된 사람들이 많아져 있을 것 같아. 스스로를 갉고 닦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이 보다 발전하게 된다면 그 자체가 매우 기쁜 일이고, 적어도 손해날 일이 없으면서, 주변에 좋은 사람들도 많이 늘어난다니 얼마나 기쁜 일이겠니. 그러면 이전의 자신에 비해 더 탁월하게 매력적인 외모를 만들기 위해 애쓰지 않더라도 모인 사람들 중에 한번 만나볼까 싶은 생각이 드는 사람의 비율이 훨씬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어. (그것과 그 사람들이 널 만나보고 싶어 할 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엄마가 말씀하실 수도 있겠다. 그 점은 엄마랑 상의해 보렴.)

 네 주변에 괜찮은 사람이 별로 없다면 그 사실을 탓하거나 괜찮은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 애쓰는 대신, 너 자신의 내면을 갈고 닦는데 좀 더 힘써 보는 선택을 하는 건 어떻겠니. 아마 너도 모르는 사이에 네 주변에 괜찮은 사람들이 많아져 있을 거야.      


◎선택받지 말고 선택해라.

 A는 주식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한번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마음을 먹고 인터넷으로 관련 내용을 검색해 보고, 책도 사서 읽어 보고, X튜브 유명투자가의 동영상 해설도 들어보고 해서 조금 알겠다 싶어서 주식계좌를 개설한 거야. 그래서 조금씩 투자를 해보다가 자신감이 좀 붙어서 많진 않지만 그간 공부해온 이론과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다소 큰 금액을 과감하게 투자했다가 예상이 빗나가서 크게 손실을 보았다고 해보자.

 B는 A와 투자경력은 비슷한데 자기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이 복잡한 주식시장을 한 개인이 스스로 이해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되어서 내가 결정하기보다 잘 한다는 사람들에게 귀동냥으로 들은 소식을 바탕으로 조금씩 투자를 해서 나름 쏠쏠하게 재미를 보아오던 상황이었는데, 이번에 투자의 귀재라고 소문난 같은 회사 재무팀 김과장이 XX바이오라는 회사가 내놓을 신약이 대박을 칠거라며 무조건 들어가야 된다는 첩보를 듣고 다소 큰 금액을 과감히 투자했다가 소문과 달리 시장반응이 형편없이 나오는 바람에 크게 손실을 보았다고 해보자.

 둘의 재산정도도 비슷하고 비슷한 규모의 손해를 봤다고 할 때 A와 B중 누가 더 속이 상할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뭘까?  

 “그때 내가 그 말을 믿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말을 믿은 내가 바보지. 내가 미쳤지.” 결혼하신 부인 분들에게서 혹은 부부간의 불화를 다룬 드라마에 나오는 아내역할을 하는 배우들에게서 심심찮게 들어볼 수 있는 대사야. 대개 내용은 이런 식이야. 처음에 여자는 남자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어. 별로 잘 나지도 않고, 내세울 것도 없고, 외모가 출중한 것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전혀 좋아하는 마음이 없었는데,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서 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고, 밤낮으로 전화해서 사랑한다고 하고, 자기랑 결혼만 해주면 뼈가 부서지도록 일해서 절대 고생시키지 않겠다고 죽자 살자 매달리니까 처음에는 꼭 닫혀있던 마음이 어느 새 조금씩 열리다가 급기야는 ‘이 정도로 날 사랑해줄 사람이 이사람 말고 또 있을까’ 싶어서 그 남자의 마음을 받아주기로 하고 결혼을 하게 되지. 하지만 말했다시피 초능력은 금방 사라지고 결혼생활도 남자의 의지와 소망대로, 여자의 소박한 기대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았던 거지. 그랬을 때 여자가 뒤늦은 후회를 하며 하게 되는 말이 이런 식이야.   

 아빠는 내가 선택해서 투자했다가 실패하는 편이, 친구 따라서 투자했다 손해를 본 것보다 훨씬 덜 후회될 것 같아. 나 때문이라면 내가 어떤 걸 빠뜨리고 지나쳤을까, 실제로는 이런 것인데 저런 것일 거라고 뭘 잘못 이해했을까 하면서 배우는 것이라도 있을 거야. 하지만 남의 말을 들었다가 실패했을 경우에는 “왜 그 사람은 나한테 그런 잘못된 정보를 줬을까?”, “난 또 왜 바보같이 그 말을 믿었을까?”하면서 수도 없이 내 탓 남 탓 하느라 한참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고, 무엇보다 선택은 내가 하지 않았는데 결과와 피해는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점,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내가 주체가 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남이 해준 결정에 따르는 입장이 된다는 자체에서 오는 후회가 말할 수 없이 클 것 같아.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나서 내민 손을, 못이기는 척 입을 가리고 고개를 돌리면서 부끄러운 듯 웃지만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덥석 잡는 바람에, 다짜고짜 그의 말 잔등 위로 끌어올려져 타고 가본 그의 왕국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별로라면 그땐 어쩌면 좋겠니. 그걸 되돌리는데 굉장히 수고롭고 골치 아픈 과정이 필요할 텐데 말이야. 그보다 왕자가 손을 내민 그 순간에 하다못해 손을 들고 “잠깐”을 외친 후 의자를 끌어다 앉으면서, “어이 왕자양반! 어디 어떻게 해 주겠다는 건지 거 얘기나 한번 들어봅시다.” 하고 찬찬히 얘기를 들어본 후 “쭉 들어보니 뭐 이렇게 이렇게 하시겠다는 말씀 같은데, 저러저런 통계들과 이런이런 제약들로 봤을 때 전체적으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적어도 물어라도 보든가 아니면, “그러니까 무슨 말인지 내가 알겠는데, 그래도 이 양반아 나도 여기서 맡은 일이 있고 하는 일이 있는데 그렇게 무작정 가자고 그러시면 곤란하지. 그러지 말고 우리 좋게 국경 근처에서 우선 당신은 당신이 원래 하던 거 나는 원래 나 하던 거를 일단 함께 같이 한번 해봅시다. 어때요?” 라고 내 입장도 좀 얘기를 하면서 그 사람과, 그 사람이 제시한 제안의 현실성도 평가하고 그 사람에 대해서도 더 알아가면서 앞으로 전개될 삶을 좀 전망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를 예쁘게 보아준 잘생긴 남자에게 선택받지 말고, 네가 고르고 평가해서 좋은 사람이라고 판단된 사람을 스스로 선택하는 편이 그 결정에 책임을 져야할 사람의 입장에서 더 바람직하고 후회가 적은 방법이 아닐까 아빠는 생각해.

 <주의>이 선택의 범위는 날 좋아하거나 적어도 나에게 호감이 있어서 연애의 과정에서 날 사랑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남자들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거지, 굳이 너를 좋다고 한 적이 없는 남자에게 먼저 찾아가서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좋다고 쫓아다니고 매달려서 그 마음을 돌리는 방식을 권장하는 것은 아니야. 자세한 내용은 엄마와 상담하기 바란다. ㅋㅋ

 프랭크 시나트라 라는 가수가 부른 [My Way]라는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나와. 

   I planned each charted course    

   나는 내 길을 빠짐없이 계획했고

   Each careful step along the by way  

   그 길을 따라 신중하게 한걸음씩 걸어왔어요.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하지만 그보다 더, 이 사실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I did it my way.                   

   난 그것을 내 방식대로 했다는 거예요.

 하윤아 네 스스로의 방식대로 계획하고 평가해보고 선택해. 그래야 후회가 적어.     


◎그렇다면 어떤 남자를 선택할까?
  어른들이 보기에 혹은 언니 오빠들이 보기에 여러모로 부족함이 없고 정말 괜찮은 남자다 싶어서 소개를 해주었는데, 막상 만나보고 온 당사자는 “그 사람은 어떤 느낌이 없어.”, “어떤 feel이 오지 않아.” 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있어. 사전을 찾아보면 ‘느낌 : 어떤 대상이나 상태, 생각 등에 대한 반응이나 지각으로 마음속에 일어나는 기분이나 감정. ① feeling ② sense ③ sensation ④ impression’ 이라고 나오네. 미안하지만 위에서 말한 핸드폰 구매로 다시 올라가 볼까? 전체 구매의사결정 과정에서 보자면 최신성, 기능, 내구성, 예산, 브랜드, 디자인 등의 항목으로 나누어서 심도 깊게 고민을 할 거야. 그 중 이 '느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브랜드와 디자인 정도의 항목에 국한되기도 하고 느낌에 의한 판단을 중심으로 핸드폰을 구입하지는 않잖니. 하물며 사람을 선택하는 일이라면 어떻겠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앞서 어떻게 선택하느냐를 생각할 때 ‘느낌을 앞세우면 폭망한다!’는 점을 명심해. 가장 중요한 것은 느낌, 감정, 기분에 너무 치우치지 않도록 이성적 판단이 중심을 잡도록 노력해야 된다는 거야. (이게 쉽지 않아. 아빠도 20~30대 때 그렇게 하지 못한 게 후회되어서 지금 하윤이한테 얘기하는 거야.) 

 두 번째는 위에서 아침밥을 예로 들어 설명했었지. 부모와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아서 자기 가슴속에 사랑이 충만한 사람인가 하는 점이야. 같이 밥을 먹는데 배가 고픈 사람은 제 배를 채우기 급급해서 옆 사람이 아침을 먹고 나왔는지 지금 밥을 먹고 있는지 숟가락은 있는지를 살필 여유가 없기 십상이지만, 배가 충분히 차 있어서 배가 고프지 않은 사람이라면 옆에 있는 사람이 배가 고픈지 어떤지를 살필 수 있고, 이 사람에게 뭐가 부족한지 뭐가 필요한지를 살펴서 물이든 반찬이든 그 사람에게 필요하다 싶은 것을 식탁 먼 쪽에서 끌어다 그 사람 앞에 밀어 줄 수도 있고, 물도 한 모금 마셔가면서 천천히 먹으라고 일러줄 수도 있을 거야. 간혹 여자 중에 굶주린 상대를 만나 밥을 사 먹이고 더운밥을 지어 먹이면서 모성애를 느끼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야.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은 그걸 평생 기꺼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엄마나 아빠이지 부인이 아니라는 점이야.

“약은 약사에게! 결혼은 의사에게!” 아빠가 아는 어느 선생님이 지인한테 들었다고 해준 얘기야. 학교에서 선생님이 표어를 지어오라고 숙제를 내셨는데 어느 아이가 이렇게 지어 왔더라는 거야. 그래서 왜 그렇게 했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통화하시는 걸 들을 때가 많은데 결혼 얘기가 나오면 자주 “어머머 그 얘기 들었어? 이번에 누구네집 딸이 결혼하는데 의사랑 결혼하잖아.”라고 말씀하시는 걸 몇 번 들어서 결혼은 의사랑 해야 잘하는 건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는 거야. 위험하고 힘들며, 근로시간이 긴 일을 하는 직업보다 나은 점이 많이 있을 것이고, 직업 전체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많은 소득을 올릴 가능성도 매우 높아 이 배우자를 얻었을 때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을 살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겠지. 하지만 경계할 점은 인품을 가지고 의사, 판사, 변호사를 뽑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야. 그 직업을 얻기 위해 그 사람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주어진 과정을 성실하게 수행한 점은 분명한 점이지만 그렇다고 그 과정에서 인격과 도덕성이 그만큼 수양되었다고 단정하기는 힘들 것 같아. 상대를 선택할 때 직업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직업을 기준으로 그 사람의 전체적인 인격적 평가를 미루어 판단할 이유는 없다는 점을 기억해. 경제적인 이유, 사회적으로 선망 받는 직업이라는 점을 넘어선 인격에 대한 충분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해. 구약성서 신명기 8장 3절에 “....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것임을 가르쳐 주시려는 것이었다.”는 구절이 있잖니. 기독교인에게 경제적인 이유를 넘어서 신앙심이 필요하듯 우리에게도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선 보다 종합적인 판단에 의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해.

 선택한다면 나의 어떤 점이 좋다고 하는 사람을 택해야 할까? 내가 부유한 집의 딸이어서가 이유라면 우리집이 망하거나 더 부자인 사람이 나타나면, 젊고 아름다워서가 이유라면 더 예쁜 사람이 나타나거나 내가 나이가 든다면, 너무 안 돼 보여서 말도 걸고 친절하게 한번 대해 준건데 나를 원래 친절하고 붙임성이 좋은 사람으로 생각해서 나를 좋아한다면 그러면 나중에는 달라지는 건가? 위에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에 “네 미모나 젊음을 너무 자랑하지 마라. 그건 네가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니고 아무리 노력해도 간직할 수가 없는 거란다.” 라는 말이 나오기도 해. 

 자신의 모습을 여러 기준으로 나눌 수 있을 텐데 타고난 것 vs 노력해서 이룬 것, 시간이 지나면 변하는 것 vs 변치 않는 것 , 가끔 노력해서 그렇게 하는 것 vs 원래 그렇게 하는 것으로 우리의 현재 모습을 나눌 수 있다면 노력해서 이룬 것,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것, 노력해서 그런 것이 아닌 원래 그러한 내 모습들을 좋게 봐주는 사람을 선택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어. 이 점도 한번 찬찬히 생각해 볼 문제야.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볼까?


①좋은 남자이기 전에, 좋은 사람.

 이게 무슨 말일까? 차로 치면 풀 옵션(full option)이 장착되어 기가 막히게 멋진 차량이 아니라 옵션을 다 걷어낸 기본 사양이 자체가 잘 나온 차량 같을 걸 말하는 거야. 잘 달리고, 승차감 좋고, 짐도 싣기 편리하고, 냉난방 잘되고 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 잘 되는 차량처럼, 초기 초능력 기간에 사랑하는 감정에 의해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은 유효기간이 있는 옵션으로 생각하는 편이 맞으니까 그걸 모두 걷어내고 난 후에도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신의를 지키고,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기본기가 튼튼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야. 빵빵한 옵션에 속아서 차량을 구입했는데 옵션을 다 빼고 보니 볼품없는 차였다면 차라리 옵션이 없는 기본기능이 좋은 차를 구매하지 않았을까? 어떤 사람이 그럴 가능성이 높을까? 

*사랑의 감정 없이 오래 지켜보았을 때 괜찮은 사람

 : 사랑하는 감정의 콩깍지가 눈에 씌워졌을 때는 비합리적인 점수 산정이 이루어진다고 했잖니. 주변에서 오래 지켜봤는데 ‘저 친구는 참 사람이 괜찮다’는 생각이 나도 들고 남도 그렇게 인정하는 사람, 내가 아무 감정 없이 객관적으로 살펴볼 때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고, 사람들에게 할 도리를 잘 지키고,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친절한 사람이 좋은 사람이야. 사귈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전~혀 호감이 가지 않는 유형만 아니라면 이런 사람이랑 사귀어보는 게 좋다고 봐. 그렇다고 당장 내일 뽀뽀를 하라는 말은 아니고 그런 사람이라면 좀 더 자주 만나고 시간을 가지고 알아가 보라는 말이야. ㅋㅋㅋ. 느낌이 없단 말을 하면서 만나보기도 싫다고 손사래 치지만 말고.  

*부모님의 사이가 좋은 사람

 :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걸 부모님과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배우고 그걸 따라하게 된단다. 그래서 상식이라는 것도 가정마다 굉장히 다르다는 걸 알게 돼. 부부 사이의 관계도 부모님을 따라 하기 쉬워서 상대의 부모님이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는 사이면 그 자식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해. 물론 반대도 마찬가지고. 상대방의 부모님이 서로 맺고 있는 관계의 형태가 너의 남자친구가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남녀의 관계, 부부의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면 맞을 거야.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애정이 있는 사람

 : 사회적 약자, 늙고 병든 사람, 부모 없는 아이 등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그냥 한번 스치고 다시 안 볼 사람, 길가다 길을 묻는 사람처럼 아무 이익관계가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서 대하는지, 그 최소한이라는 게 내 가슴에 따뜻하게 느껴지면 괜찮을 사람일거야.

*자기 인생을 성실하게 사는 사람

 :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자신이 하는 일에 애정을 가지고 있고, 크든 작든 삶의 목표가 있으며, 남의 도움이나 배경에 의지하려 하지 않고 제 힘으로 뭔가 해보려고 하고, 일확천금을 꿈꾸기보다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을 거 같아.   

*불필요한 자만심이나 열등감이 없는 사람

 : 자존감 부분에서도 한번 다뤘던 얘기인데 스스로의 자존감이 충만한 사람은 필요 없이 남위에 군림하려 하거나 남을 업신여길 이유도 없고, 칭찬에 인색할 이유도 없고,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쓸 이유도 없는 사람이야. 이런 사람이라면 공동체 생활이나 연애, 결혼을 통해 원하지 않았으나 어쩔 수 없이 맺게 되는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일단 두드러지게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적다고 볼 수 있을 거야.

*약자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 사람

 : 식당 종업원, 매장의 점원, 편의점 알바생과 같이 서비스업에 종사하거나, 경비원, 미화업무를 담당하는 용역근로자와 같이 사회적 약자인 사람들의 경우, 보통 사람들처럼 부당함에 대항하기 어려운 입장에 있는 사람들인데 이런 사람들에게 그런 약점을 이용해 함부로 대하는지 오히려 존중하는지 살펴봐야 해.
 *생명을 존중하는 사람

 : 이유 없이 곤충이나 식물을 죽이고, 먹을 것도 아니면서 재미로 잡은 동물을 놓아주지 않거나 죽이는지, 애완동물을 학대하는지 아니면 작은 생명이라도 이유 없이 혹은 실수로라도 해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지 살펴봐야 해.


②이미 좋은 사람이고, 좋은 남자가 되려는 사람

*여자의 심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말한 것과 같이 남녀가 서로 출신지가 달라서 그냥 가만히 있으면 서로를 이해하기 힘든데 그 차이를 “난 내 여친(부인)이 도대체 왜 그러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돼.” 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그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지, 아니면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여러 가지 대화와 시도를 하는지 살펴봐야 해. 

*가사, 육아에 대해 어떠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 연애를 넘어 결혼까지 생각해볼 만한 상대라면 이 점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야. 예전에 외모를 유독 따지는 젊은이에게 어른들이 “바보 같은 녀석. 돼지 얼굴보고 잡아 먹냐? 쯔쯔”라고 하셨대. 가사, 육아의 일을 함께 하는데 그 일 중에 얼굴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잖니. 그 분야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역할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해.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남자들의 경우는 결혼 후 자신의 생활이 어떻게 변화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많을 거야. 그래서 극단적인 경우에는 아마도 엄마아빠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 한쪽 편에 앞으로 내 부인도 서 있는 것이겠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생각의 흐름일 수도 있어. 이것을 좀 더 가부장적인 관점에서 심각하게 생각해 보자면 이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아. 가족을 공통된 상식, 의식주 생활양식, 사고방식 등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문화공동체’라고 볼 때, 결혼을 남자의 입장에서 이미 짜여져 있는 기존 질서 속으로 다른 문화공동체로부터 온 부인이라는 이질적인 존재가 ‘편입’되어 ‘동화’되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싶어. 아빠가 생각하는 결혼은 서로 다른 문화공동체에서 살아온 남녀가 각자의 공동체로부터 독립해서 각자가 가진 문화적 특성을 잘 계승하고 그것을 융합하고 발전시켜서 둘만의 고유한 또 하나의 독립된 문화공동체를 창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해. 

 남자 스스로 이런 점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을 수도 있겠지만, 결혼에 대한 관점을 얘기 나눌 때 이런 점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도 꼭 살펴봐야 할 점 중에 하나 일거야.

 느낌을 앞세우면 안 되고 침착하게 이성적으로, 사랑이 충만해서 가슴이 따뜻한 사람인지, 좋은 남자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면서 좋은 남자가 되려고 노력까지 하는 사람인지 살펴봐야 해.      


◎잘한 선택인지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TV에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 많이 있잖니. 참가자들이 한명씩 나와서 노래를 하면 가수 심사위원이 점수를 매기고 합격/불합격 여부를 판정 내리는 그런 방식. 아빠가 언제 본 인상적인 장면이 있어. 그만그만한 실력을 가진 참가자들의 별 특색 없는 무대가 이어지자 심사위원들이 다소 지루해하던 상황이었는데, 다음 참가자가 들어올 것이라는 안내와 함께 심사위원들의 얼굴이 카메라에 잡히는데 좀 전의 지친 모습과 달리 갑자기 얼굴에 화색이 돌며 세 명 모두 더없이 환하게 웃고 있는데, 그 중 한 심사위원이 느닷없이 “합격 드리겠습니다.”하는 거야. 그러자 그 다음 심사위원도 덩달아 “저도 합격 드리겠습니다.”를 외치고 마지막 위원은 당연하다면서 오는데 힘들지 않았는지까지 물었던 것 같아. 카메라가 참가자를 비추자 역시 출중한 미모의 젊은 여자 참가자가 등장해 있는 거지. 농담으로 한 얘기일테지만 노래를 부르기도 전에 외모만 보고 합격을 시켜주겠다고 한 거지. 우리도 상대를 미처 잘 살펴보기도 전에 첫 눈에 반해 이런 방식으로 순식간에 합격여부를 판가름 해 놓고, 이미 충분한 심사를 마쳤으니 어서 사랑에 빠져야겠다고 서두르고 있지는 않은지 항상 경계해야 해. 

*나의 말, 나와의 약속, 내 의사를 존중하는 지.

 : 두고두고 제일 중요한 요소일 거야. 데이트 초반에는 남자가 리드를 한다고 여러 가지 제안들을 할 텐데, 그 역시 나의 의견을 존중한 내용인지 일방적으로 너는 이걸 좋아할 것이 틀림없을 거라는 스스로의 판단에 의한 것인지 봐야겠지. 내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듣고, 나와 한 약속을 귀중하게 생각하는지 사소하게 생각하는지 눈여겨 봐야해. 자기 친구, 지인, 가족 등등에게 너를 소개할 때 등 다양한 상황 속에서 너의 감정 상태를 살펴볼 여유와 관심이 있는지도 말이야.

*말을 믿지 말고, 행동을 보아라.

 : 위에서 한번 얘기 했었지. 말로는 사랑한다고 하는데 행동을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백번 양보해서 너를 사랑한다는 그 마음만은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걸 행동으로 옮길 능력과 의지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부모님 만나보기, 그 댁에 가보기.

 : 부모님의 관계가 너희 두 사람의 관계가 된다고 말했지. 목표는 가장 경계심이 없을 때의 그 부모님의 모습을 관찰하는 거야. 처음에는 밖에서 한번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수도 있을 거야. 처음이고 밖이니 격식을 차리고 교양 있는 언행이 연출되는 자리가 되겠지. 그 다음에는 집을 방문해봐. 아무래도 평소에 생활하는 공간이라 평소 행동이 더 많이 나오게 될 거야. 하지만 이것도 예고된 방문이면 준비된 모습이 섞여 있을 거야. 어느 날은 부모님과도 많이 익숙해져 있을 때 예고 없이 그냥 한번 가봐. 그 때 보는 모습이 아마 제일 부모님의 진짜 모습에 가까울 거야. 그때 부모님, 형제와 너의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잘 살펴봐. 집에서는 이 남자를 어떤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지 말이야. 남자친구와 어머니 간의 애착관계 정도가 어떠한지, 스스로 의사결정을 독립적으로 잘 할 수 있는 지도 중요한 점이라고 볼 수 있어.

*스킨십의 형태 살펴보기.

 : 길거리를 걸으면서 다정하게 손을 잡거나, 애정 어린 눈빛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이걸 가볍게 위에서 아래로 쓰다듬어야지 공들여 다듬고 나온 머릿결을 밑에서 위로 쓸어 올려 헝클어트리면 반대로 눈빛 레이저를 맞을 수가 있다고 하더라. ㅋㅋㅋ), 추운 날 따스하게 어깨를 끌어안아 주거나 하는 애정이 담긴 스킨십을 자연스럽게 주로 하는지 살펴봐야 해. 이걸 어른들의 용어로는 ‘섹스를 전제하지 않은 일상적인 가벼운 스킨십’이라고 불러. 반대로 이런 행동에는 인색하거나 점점 줄어가고 자신의 성적 충동,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목적일 때에만 스킨십을 하려고 하는지를 살펴봐야 해. 너의 소중한 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니까.

*초능력 전후 비교하기

 : 이게 거의 최종 확정단계라고 볼 수 있어. 초능력 기간이 얼마나 가느냐는 개인의 성향, 연애를 얼마나 장기간 동안 못하고 있던 상태였나, 얼마나 강렬하게 빠져 들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국엔 초능력이 사라지고 이런 것이 권태기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시기가 올 거야. 처음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시기에 보여주게 되는 ‘옵션을 모두 걷어낸 기본사양’에 해당되는 모습만으로도 나쁘지 않다, 괜찮다, 이 정도로만 평생 갈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겠다고 생각되면 괜찮은 사람일 거야. 그런데 처음이랑 달라도 너무 다르다, 변해도 너무 변했다, 원래는 이런 애였나 싶으면 아닌 거지 뭐. 

 주저리주저리 여러 얘기를 했다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기준이나 방법의 문제는 아니야. 첫눈에 반한 심사 위원처럼 순식간에 합격을 외치며 달려 나가고 싶은 뛰는 가슴이 문제지.      


◎이런 놈은 미친놈.

 경연 프로그램으로 치자면 예선탈락 혹은 중도탈락에 해당되는 사람이야. 긴 말이 필요 없고-이유를 설명해서 수긍을 할 사람이었다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테니 굳이 힘들여 이유를 설명할 필요 없고 해봤자 네가 듣게 될 얘기들은 거의 변명이라고 보면 맞을 테니까 말이야- 그냥 그 순간, 그 자리에서 관계를 끝내면 돼.

*여자관계가 복잡하거나 양다리 걸치는 놈

 : 이런 행동자체가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일이냐 여부를 따지기 전에 이런 놈의 마음을 믿어도 되는지, 믿을 수 있는지가 더 의문이라서 하는 말이야. 간혹 신문 연예란에 그런 기사가 날 때가 있어. 남자연예인 누가 오래 함께 살아오던 부인과 이혼하자마자 최근 일을 같이 한 여자연예인 누구와 결혼했다고 말이야. 그들의 인생이고 그들의 선택이니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다만 아빠는 내가 그 새 부인이었다면 그 남자의 마음을 믿을 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을 거 같아. ‘나와의 사랑은 진정한 것이기 때문에 설마 나를 버리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낙천적인 건 아닐까.

*힘, 폭력을 쓰려는 놈 (너에게는 물론이고, 남에게도)

 : 영화에서는 추근거리는 양아치를 통쾌하게 혼내주는 장면이 더러 나오지만 현실에서는 우리 생각에는 정당하다 싶은 방어적 폭력도 법원에서 잘 인정해주지 않는 편이라고 해. 하물며 방어적인 목적이 아닌 일에 폭력을 쓰는 놈은 긴 말이 필요 없을 거 같다. 적극적인 폭력은 말 할 것도 없고, 싫다는 의사표시를 분명히 했는데도 너의 손목을 강제로 잡아끄는 행위조차도 사사로이 넘겨서는 안 돼. 상대의 의사를 무시하고 힘으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려는 종류의 행동이니까 말이야.

*남에게 보여줄 수 없는 사진/동영상을 찍자는 놈
  : 그냥 미친놈이야.

*자꾸 부모님께는 비밀로 하자거나 부모를 속이자는 놈

 : 자원봉사 가는 일, 독거노인 도우러 가는 일을 비밀로 하자고 하진 않을 거다. 너를 이롭게 하기 위해 부모님을 속이자고 하진 않을 거고. 아마 ‘속이려는 게 아니라 괜히 별일 도 아닌데 부모님께 말씀드려서 걱정하시게 할 거 뭐 있냐.’라는 그럴듯한 핑계를 덧붙일지도 모르겠어. 엄마아빠한테 그냥 얘기해주면 될 일을 돌아갈 이유가 없지.

*친구들이 이상한 놈

 : 위에서 유유상종이라는 말 얘기했지. 비슷한 의미로 ‘A man is known by the company he keeps.(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속담도 있어. 잘 만나지 않는 먼 친구라면 모를까 가까이 하는 친구 중에 좋지 않은 친구가 섞여 있다면 콩깍지 때문에 네가 못 봐서 그렇지 그 사람과 그 친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는 게 맞을 거야.
 *술을 절제하지 못하는 놈

 : 굉장히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봐야 해. 스스로는 몸을 가누지 못해 다치거나 후회되는 말과 행동을 할 수 있고, 남에게는 작게는 말과 행동으로 언짢은 심리적 경험을 하게 하거나 크게는 폭력으로 육체적 고통을 안겨주거나 사고를 내거나 하는 이런 일체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는 거지. 술을 많이 마시면 이성의 끈이 살짝 풀어지니 평소와 달리 실수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다는 경계심이 없이, 술에서 나오는 객기를 우러나오는 대로 내버려 두는 사람이라면 나중에 골치깨나 아프게 할 거다.

*약자에게 함부로 하는 놈

 : 위에서 한번 얘기 했지. 일단 좋은 사람일 수 없어. 너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동안은 너를 강자라고 생각하고 자신을 약자라고 느낄 테니 잘 보이려고 애쓸 거야. 하지만 너의 마음을 얻었다고 확신하는 순간, 네가 생각보다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너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추락했다고 판단하는 순간 등의 상황이 되면 돌변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가까이 하지 마. 
 *‘한 겨울에 밀짚모자 꼬마 눈사람’을 부수는 놈-미친놈일지 고민해봐야 할 놈

 : 글쎄. 어른들 시각에서는 어찌 보면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하윤이를 비롯한 어린이들은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야. 어른들이 눈사람 만들 일은 별로 없을 거 같고 대부분의 눈사람은 아이랑 부모가 만들었거나 아이들이 만들었을 텐데, 그래서 내일이면 다시 찾아와서 내 눈사람 잘 있나 살펴보러 올 텐데. 물론 미혼이라 그런 사정을 헤아릴 줄 모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왜 굳이 그걸 부숴야 할까. 부수면서 스트레스 해소가 돼서 그러나. 그 속마음은 알 수가 없지만 왜 굳이...     


◎이건 아니다(잘못된 선택이었다)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충분히 잘못 선택할 수 있다.

 옷가게 100개가 입점해 있는 10층짜리 쇼핑몰이 있다고 해보자. 그 곳에 들어가서 1층 첫 번째 매장에서 고른 옷이, 그 쇼핑몰 전체를 다 둘러보고 골랐을 때도 역시 제일 맘에 드는 옷이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리 높다고 보기 힘들겠지. 첫사랑과 결혼하는 로맨스를 꿈꾸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확률적으로만 얘기하자면 첫사랑이 최고의 배우자일 가능성도 역시 높다고 보긴 힘들 것 같아. 같은 이유로 2번째, 3번째 만나는 남자들도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더욱이 젊을 때에는 찬찬히 살펴보려는 침착함보다 어서 사랑에 풍덩 빠지고 싶은 뛰는 가슴이 항상 앞서서 상대를 미쳐 충분히 알아가기도 전에 ‘빠져들기’ 때문에, 이 남자다 싶어서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에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충분히 있을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평소에 미리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도록 하고, 실제로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판단이 서게 되었을 때, 너무 당황하거나 자책하지 말고 그 상황을 우선 인정하면 좋을 것 같아. 그런 후에 무엇 때문에, 무엇을 빠뜨려서 그런 선택이 이루어졌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면 더욱 좋고 발전이 있겠지. 안 그러면 같은 행동을 수차례 되풀이하면서도 왜 그럴까 막연히 생각만 할 수도 있어.

*모두 춘향이, ‘착한 딸’이 되어야만 하는가? 

 춘향이는 사또의 회유에도 넘어가지 않고 권세를 이용한 협박으로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으로 옥에 갇힌 신세가 되었어도 이몽룡과의 사랑의 맹세를 끝까지 저버리지 않았지. 한양으로 떠났던 이몽룡이 거지꼴이 되어 돌아와 춘향이 어머니의 구박을 받을 때에도 그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았는데, 감췄던 신분을 드러내 암행어사로 금의환향한 이몽룡이 사또를 벌하고 춘향이를 구해내면서 사랑의 결실을 이루게 되지. 아마도 춘향이는 남들이 아니라고 해도 이몽룡이 보여준 사람 됨됨이와 사랑에 대해 강한 믿음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사람됨과 사랑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어도 이처럼 사랑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데, ‘아 내가 잘못 봤구나. 이건 아닌 것 같다.’싶은 관계 및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사랑하기로 이미 약속을 했으니까’ 혹은 ‘헤어지자고 하면 사랑에 대한 배신이 되니까’ 혹은 ‘먼저 사랑을 깨는 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서’ 때문에 지고지순한 춘향이처럼 변치 않고 기다리는 선택을 할 이유는 없다고 봐. 그래서 ‘억지춘향 : 원치 않는 일을 어쩔 수 없이 함을 이르는 말’이라는 단어도 생겨난 모양이야.

 이미 결혼한 후라고 생각해 보자. 그런 일이 만에 하나라도 하윤이에게는 제발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다만 아무리 거듭 생각해 보아도 이 사람과 결혼 생활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섰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을 걱정시켜드리고 싶지 않아서 그 괴로운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산다면, 부모가 그 딸을 자신들에게 걱정 끼치지 않고 잘 살아 주는‘착한 딸’이라고 생각할까? 엄마아빠를 위해서 참고 살라고 그래야 착한 딸이라고 말할까? 엄마아빠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남들에게 내보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네 겉모습이 아니라 진정한 네 마음의 행복’이야.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기거든 잘 생각해 본 후에 엄마아빠와 상의를 하자꾸나.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착한 여자’가 되어야만 한다는 콤플렉스를 가질 이유도 없듯이 소위 말하는‘착한 딸’로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도 없다는 거야. 

*다소 부족하지만 사랑으로 감화시키면 변화되지 않을까?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라는 책에 이런 얘기가 나와. ‘기업을 하나의 버스로 보자면 그 성패를 결정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거기에 어떤 사람을 태울 것인가의 문제다.’라는 얘기로부터 책이 시작되었던 것 같아. 아무리 전략과 비전이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실제로 수행해낼 구성원이 그에 부합하는 인재가 아니라면 이루어질 수 없다는 말일 거야. 그러면서 원래 나무를 잘 타는 표범에게 더 높고 어려운 나무를 타는 방법을 훈련시켜야지 원래 나무를 타는 재주가 없는 개를 데려다가 100년을 가르친다한들 어떻게 좀 흉내야 낼 수 있겠지만 표범을 가르치고 훈련시키는 것과 같겠느냐는 비유를 들어서 한 설명도 있었어.

 평강공주의 자발적이고 정성스런 ‘가르침’으로 온달은 바보에서 장군이 되었지만, 현실에서는 “저는 아들 셋을 키우고 있어요. 8살, 10살 그리고 45살 한명.”이라고 푸념하는 부인을 만날 때도 있어. 45살 된 남편이 너무 철없이 굴어서 아들 셋을 키우는 심정이라고 하니 그 속은 어떻겠니. 아이들 키우는데 온 힘을 다 써도 모자랄 판에 철없는 남편 뒷수발 들어주는 일을 ‘자발적으로’ ‘장기간’ 할 수 있는 사람도, 하고 싶은 사람도  흔치 않지만 그런 뒷바라지를 열성으로 한다고 해도 온달처럼 극적으로 변화될 수 있는 사람도 흔치 않단다. 연애기간에는 많은 극적 변화를 보았다고? 그랬겠지. 하지만 그건 초능력이 해낸 거라고 했잖니. 사랑으로 감화시켜 새사람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굳이 그러지 마라. 그 사람 부모가 평생을 해도 안됐던 일을 네가 해보겠다는 셈이야. 굳이 개를 데려다 훈련시키느라 애쓰지 말고, 괜찮은 표범을 고르는데 힘을 쏟는 편이 훨씬 낫지 않겠니.

*미친놈이지만 잘 타이르면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위에서 설명한 미친놈의 유형에 해당하는 행동을 했거나 그런 자질이 있다고 판단되어서 크게 다투고 헤어질 위기에 처하면 이런 놈들도 크게 회개하고 개과천선할 것 같은 강한 의지를 보이게 돼. 그러면 헤어지려던 여자의 마음이 좀 누그러지기도 하고 어쩐지 이전과는 행동도 달라진 것 같아서 다시 관계가 좋아지기도 하지. 대개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실제로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저 두 사람은 왜 다시 만나는 걸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들기도 하지. 하지만 그 사람이 과연 달라질게 될까? 잊지 마. ‘미친놈은 절대 사람이 되지 않는다.’ 당장 헤어져.

 예전에 전영록이라는 가수가 부른 ‘ 사랑을 쓸려거든 연필로 쓰세요.’라는 노래가 있었어. 아니다 싶으면 이런 거 저런 거 따지지 말고 깨끗이 지우고 다시 시작하는 거지 뭐.

 꿈으로 가득차 설레이는 이 가슴에

 사랑을 쓸려거든 연필로 쓰세요

 사랑을 쓰다가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야 하니까

 처음부터 너무 진한 잉크로 사랑을 쓴다면

 지우기가 너무너무 어렵잖아요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헤어지고 미련이 남을 때

*왜 미련이 남을까

 왜 헤어지게 되었을까? 함께 사귀며 지내오다가 서로 맞지 않는 점이 발견되었는데 그 점이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대한(중요도가 높은) 요소인데, 그것이 있는 그대로는 내가 감수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데, 반복된 요구에도 상대가 개선의 의사나 의지가 없기 때문 일거야. 이런 점들이 누적되어 헤어지기로 결심을 했는데 막상 헤어지고 나면 헤어지기까지 계속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불편한 점들은 이별로서 해소가 되는 바람에 쉽게 기억 한쪽 구석으로 밀려난 반면, 긴 시간을 함께 해온 습관들은 금방 사라지지 않기 때문일 거야. 늘 함께 했던 일상속의 순간순간들을 혼자하려고 보니 허전함과 상실감이 막 느껴지는 거지. 그 사람과 함께 걷던 거리, 함께 들으며 따라 부르던 음악, 최근까지 얘기꽃을 피우던 드라마, 함께 먹던 음식 같은 그런 일상의 습관과 흔적들 말이야. 그래서 나쁜 기억은 지워지고, 그 사람과 함께 하느라고 가득 채워졌다가 갑자기 텅 비어버렸지만 새로 채울 컨텐츠가 미쳐 준비되지 않은 바람에 빈 상태로 남겨져 있는 일상의 시간 틈으로 오히려 그 사람과의 좋았던 기억들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거지. ‘무엇 때문에 헤어졌는지?’에 대한 정리된 생각을 단단히 손에 쥐고 자꾸 펴보지 않으면서, 이런 감상에 사로잡혀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면 계속 미련이 남게 되는 거 같아. 다시 만나볼까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생겨날 수도 있고.

*다시 만나면 잘 될까?

 [연애의 온도]라는 한국 영화가 있어. 아빠가 본 것 중에서는 이 영화가 이 문제를 제일 잘 표현한 것 같아. 직장 내 커플로 달달한 연애를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권태로운 관계를 이어가다가 못 참겠다고 싸우고 헤어졌는데 그 후로도 미련이 남았는지 헤어지고도 서로의 행동에 대해 참견하고 싸우고 하다가 극적으로 화해하고 다시 만나게 돼. 하지만 마치 처음 만날 때보다 더 설레는 것처럼 착각되는 다시 한 번의 새로운 연애 초반의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다시 헤어지게 돼. 둘은 다시 만나게 된 초반에 “지난번에 왜 헤어졌는지 기억이 안나.”라는 말을 하다가 다시 헤어지게 되는 순간에 “왜 헤어졌는지 기억이 났어.”라는 대사를 했던 것 같아. 서로 헤어지는 이유는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데 있어서 ‘중대하지만 해결될 수 없는 다수의 문제들’때문이었는데 그걸 기억해내지 못한 채 다시 만난다고 해도 언젠가는 또 다시 그 문제가 둘 앞에 나타나게 되는 거지. 그래서 똑같은 이유로 다시 헤어지게 되는 거라고 봐야 할 거야. 영화는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서, 다시 만남을 시작할 듯한 여운을 남기면서 끝나지만, 글쎄 해결되지 않은 ‘그 문제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예쁜 바구니에 맛있는 과일을 가득 담아 두고 긴 시간동안 맛있게 그 맛을 음미하며 지내왔는데 어느 날 보니 다 먹어 버려서 더 이상 과일이 없는 거야. 이제 더 이상 과일이 없는 거구나 단념하고 나서도 빈 바구니를 보면 자꾸자꾸만 그 과일들이 생각나잖니. 지금은 비어 있지만 그게 원래 오랫동안 과일 바구니였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오늘부터 그 바구니에 털실을 넣어 두고 뜨개질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그 다음날에 자고 일어나면 ‘아 어제부터 털실을 넣어 뒀었지. 어제 어깨까지 떴으니 오늘은 팔과 소매를 뜨면 되겠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 같아. 왜냐하면 이제부터는 털실 바구니니까. 

 비워두면 저절로 그전 생각이 나게 마련인 것 같아. 지난 기억을 잊겠다고 애먼 운동이네, 요가네, 영어학원이네 안하던 거, 할 생각도 없던 거 해봐야 집중도 되지 않으니, 쓸데  없는 데 힘 빼지 말고 평소에 남친이 있는 관계로 어쩌지 못했던 ‘사랑의 감정 없이 오래 지켜봐왔던 표범스러운 녀석’이랑 밥이라도 한 끼 먹어보는 건 어떻겠니.  

 ‘미련 (未練) : 깨끗이 잊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 있는 마음. 품었던 감정이나 생각을 딱 끊지 못함.’ 사전에는 이렇게 나오네. ‘무엇 때문에 헤어졌는지?’를 잊지 않으면서, 바구니에 새로운 걸 채워보려고 노력하면 미련 때문에 흘려보내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거야.     


◎참고 : 남자의 성욕 

 남자의 성욕이 본능이어서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거나 이해해줘야 한다는 식의 옹호하는 의견을 내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야. 오히려 성적 활동의 상대자가 되는 여자가 이런 남자의 성적 특성을 충분히 이해할 때에야 비로소 진정으로 자기가 원하는 성적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알려주고 싶어서야. 이걸 ‘성적 자기 결정권’이라고 불러.          

*암컷과 수컷의 유전적 목적

 이 부분은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섹스의 진화』와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한번 읽어보면 더 넓고 깊은 이해에 도움이 될 거야. 아빠 머릿속에도 두 내용이 섞여 있어서 그냥 요점만 합쳐서 이야기 할게. 동물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고자 하는 유전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수컷 입장에서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암컷과 교미를 하는 것이 유리하고, 임신과 출산에 있어서 스스로 투자한 것이 적기 때문에 태어날 새끼를 버리고 간다면 누가 더 아쉬울까 하는 담력 게임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암컷보다 더 쉽게 또 다른 상대를 찾아 나서 교미를 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거야. 반면 암컷은 일단 수정이 되면 일정기간의 임신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이 기간은 먹이를 구하거나 포식자들의 공격에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되고, 오랜 기간 새끼를 뱃속에 품고 직접 출산을 했기 때문에 친자라는 확신이 수컷에 비해 더 높고 신체적으로도 투자한 것이 많기 때문에 쉽사리 새끼를 버리고 떠나기가 더 어렵다는 거야. 이렇게 자신의 유전자를 더 널리 퍼뜨리겠다는 유전적 목적만 보면 수컷은 더 많은 암컷과 교미하는 것이 유리하고, 암컷은 기본적으로 다수의 수컷과 교미하는데 아무런 이점이 없다고 봐야겠지.      

*왜 남자들만 야동을 즐길까

 그렇다면 암컷은 어떤 수컷을 얻는 게 유리할 까. 임신-출산 과정의 취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수컷, 즉 임신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태아를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도록 ➀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먹이를 공급해 줄 수 있으면서 ➁공격에 취약한 상태인 암컷을 출산 때까지 보호해 줄 수 있는 수컷이면 좋겠지. ➂좀 더 나아가서 태어난 새끼가 최소한의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옆에서 지켜주면 더욱 좋겠고. 인간 여성의 경우는 더욱 취약한 점이 많다고 봐야겠어. 망아지는 태어난 지 1시간이면 휘청휘청 걷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뛰기도 하는데, 인간 신생아는 매우 절대적인 보호와 보살핌이 필요한 극도로 무기력한 상태(다른 동물들에 비할 때)로 태어나서 스스로 먹이를 먹을 수 있을 때 까지만도 수년이 걸리고 독자적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니(30년이라고 봐야하나?). 그러니 사람의 경우 출산 후 육아 기간에서도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수컷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라고 봐야겠어. 부인을 사랑하고 자식에게 헌신적인 남편을 골랐을 때에만 이런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될 거야. 그런데 만약 남자가 애정(성관계후 임신, 출산, 육아의 모든 활동까지 함께 하겠다는 의사표시에 준하는) 없이 성관계만 하고 임신을 시켜놓고 떠난다면 여자는 어떻게 될까. 여자 입장에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매우 막막한 상황이 되겠지.

 야동은 기본적으로 이 ‘애정이 배제된 순전히 육체적 쾌락으로서만의 성관계의 표현’이라고 봐야 할 거야. 여자 입장에서는 매우 원치 않고, 불리하고, 불쾌한 성관계인 거지. 임신이 될 경우에 여자가 짊어져야 할 일체의 책임과 부담에 대한 표현은 없이, 지극히 남성 위주의 욕구 충족 관점에서만 표현된 성관계이기 때문에 여성들에게는 거부감이 드는 것이 아닐까 싶어. 하지만 대부분의 남성의 경우 그런 복잡한 과정과 맥락을 생각할 이유가 없어서인지 큰 거부감이 없어 보여.       

*애정 없이 성관계를 할 수도 있는 존재

 위에서 얘기한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고 싶은 유전적 본능에다, 자신이 스스로 10개월간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양육에 대한 책임감을 더 가지게 되는 부담이 없어서 인지, 남자는 애정이 없이도 성관계를 할 수도 있는 존재라고 보는 편이 맞을 거 같아. 반면에 여성은 애정 없는 성관계가 여러모로 불리한 존재라고 봐야겠지.  

*충동을 억누르려고 하는 자 vs 충동에 따르는 자.

 뱀파이어 이야기를 다룬 [이클립스]라는 영화가 있어. 사람을 먹잇감으로 생각하는 악당 뱀파이어들과 사람을 동료로 생각하고 더 이상 사람의 피를 빨지 않고 사는 착한 뱀파이어들이 등장해. 주인공인 착한 남자 뱀파이어 에드워드가 여자 사람 벨라와 사랑하게 되어 착한 뱀파이어들을 소개해주고 사이좋게 어울리다가 어느 날 다함께 산장으로 놀러가게 돼. 인상부터 무서운 악당 뱀파이어들과 달리 착한 뱀파이어들은 눈 색깔과 창백한 피부를 빼고는 차분한 외모와 감정 상태를 보여. 그런데 여자 사람 벨라가 실수로 손을 다쳐서 피를 뚝뚝 흘리자, 피를 끊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뱀파이어 하나가 갑자기 눈을 희번덕이고 으르렁대며 송곳니를 날카롭게 세우고 달려드는 걸 다른 뱀파이어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가까스로 제지시키고 진정시키는 장면이 나와. 아빠는 이 장면을 보고 이것이 남자의 성욕과 매우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어.

 남자들이 성적욕구를 조절함에 있어서도 이와 비슷한 세 부류가 있는 것 같아. 기본적으로는 다 욕구가 있으나 크게 보아서 ‘관리하려고 하는 사람-억누르려고 하는 사람’과 ‘관리할 마음이 없는 사람-충동에 따르는 사람’ 두 종류가 있고, ‘관리하려고 하는 사람’ 중에 평상시에는 잘 관리가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특정 자극이 가해졌을 때 급격히 관리능력을 상실하는 사람이 있는 거지. 억제하려고 한다고 해서 그게 모두 다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야 해.

 같은 공간에서 같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한 사람에게는 그것이 사랑의 육체적 표현인데, 또 다른 사람에게는 그냥 본능적인 행위가 될 수도 있는 거지. 이 부분은 엄마에게도 한번 자세히 여쭤봐. 부끄러워 할 것 없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자세하고 정확히 잘 알고 있어야 해.     


4. 사랑 을 마치며

 “하윤이 결혼하기 힘들겠네.” 아빠가 하윤이 친구 부모님들과 얘기 나눌 때 이런 놈은 이래서 안 되고, 저런 놈은 저래서 안 되고 얘기를 하면 그 분들이 웃으면서 그렇게 얘기 하시더라. 소개팅을 받고 싶은 사람이 “난 키는 180cm에 정도면 되고, 착하고, 능력 있고, 운동도 잘 하는데, 자상하고, 요리를 좋아하고, 가정적이고, 지적인데, 재치도 있고,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한 그 정도만 되는 사람이면 돼.”라고 하면 소개를 해주려던 사람이 하는 말이 “그런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니? 있으면 내가 사귀겠다.”라고 하곤 해. 아빠가 써놓은 걸 다 갖춘 사람을 찾을 수도 없을 것이고, 진짜로 이렇게 다 따져보려면 사람을 사귀어보기도 전에 지치고 머리가 아파서 할 수도 없을 거야. 

 너무 낭만적으로만 생각하고 너무 운명적으로만 생각해서 침착하게 잘 살펴보려고 하지 않는 경향을 경계하려고 쓴 내용들이니까 찬찬히 읽어보고 적당히 참고해. 여자의 일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주제니까 말이야. 침착하게 헤아려보면 잘 할 수 있을 거야. 남친 생겨도 아빠랑도 놀아주는 거다.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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