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폴리래티스 Nov 09. 2024

5. 격자틀 정신 모형

가난한 찰리의 연감 -찰리 멍거-

독서 조각


찰리 멍거의 투자를 설명하자면 근본적인 투자원칙이라는 기본기를 갖추고, 다양한 학문의 상호 연결성을 이해하고 이를 격자틀 모형으로 구축해서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격자틀 모형


먼저 찰리 멍거의 투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투자 원칙과 격자틀 모형을 이해해야 한다. 


찰리 멍거는 근본적 투자원칙, 즉 어떤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원칙으로 준비성, 인내심, 절제력, 객관성을 꼽는다. 


준비성 - 성공하려는 의지보다 준비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여긴 찰리 멍거는 탐독을 통해 평생에 걸친 학습을 강조했다. 


인내심 – 불필요하게 복리를 중단시키지 말라고 말했다. 불필요한 거래세와 마찰 비용, 그리고 장기투자를 멈추는 행동을 경계해야 한다.


절제력 - 불필요한 행동을 위한 행동을 경계했는데, 행동하려는 인간적 편향에 저항하고 절제하라고 조언했다


객관성 – 상황을 단순하게 유지하고 처음에 무엇을 목표로 삼았는지 기억해야 한다. 사소한 문제에 매몰되어 명백한 사실을 간과하거나, 불필요한 정보나 잡동사니를 세심하게 배제하라고 조언했다.


네가지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원칙하에 찰리 멍거는 거대한 학문과 사상들을 활용했다. 특히 그는 문제를 거꾸로 생각하고 답을 찾는 것으로 유명했다. 즉 성공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하면 실패할지 먼저 고민했다.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면 안 되는지 먼저 고민했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체크리스트다. 체크리스트를 이용해 소거법으로 안되는 것들을 하나씩 지우는 것이 그의 투자 방식이었다. 


찰리 멍거 투자의 핵심인 격자틀 모형은 다양한 학문의 집합체여야 한다. 한 두가지의 복수 모형만 활용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속성은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기 때문에 복수의 모형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확증편향에 빠질 수 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투자의 세계를 자연과 동일시했다는 점이다. 투자의 세계는 하나의 유기체와 같다. 이를 이해하려면 자연의 상호 연결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제로 리스크에 도전한다. 투자를 수학처럼 정답의 영역으로 바라본다. 많은 경제학자나 투자자가 투자의 세계와 경제학을 물리학 방식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투자는 오히려 경제학 보다 사회과학에 가깝다. 인간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찰리 멍거는 투자에서 물리학 선망을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우리가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학습하거나 행동하는 어떤 방식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저는 단지 다른 사람들보다 실수를 적게 저지르는 방법, 그리고 실수를 저질렀을 때 더 빨리 바로잡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하는 겁니다.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살아가는 왕도 따윈 없습니다. 여러분이 배워야 할 것은 실수에 대처하고 승률을 바꾸는 방법입니다. 삶은 부분적으로 포커와 비슷합니다. 포커를 잘 치려면 좋은 패를 들고 있어도 때로는 접을 줄 알아야 합니다.
-찰리 멍거-




투자 조각


나는 투자를 책으로 독학했다. 그래서 내게는 세계 최고의 지식이ㄷ들이 멘토로 있다. 뉴턴처럼 나도 거인의 어깨 위에서 투자를 배운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나의 투자 원칙에 큰 기여를 한 세 명의 멘토가 있다.


칼 포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그리고 찰리 멍거다. 물론 너무나도 훌륭한 구루와 책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지만 이 세명의 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연재중에 아마 수없이 언급될 인물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적어두었던 글들이 많아서,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은 뒤쪽에 연재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최근에 발간된 찰리 멍거의 신간을 읽고 바로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을 이기지 못했다. 그만큼 좋은 책이라는 방증이다. 


찰리 멍거와 관련된 다른 책들을 읽다 보면 “가난한 찰리의 연감”이 자주 언급된다. 진즉부터 읽고 싶었지만 한국에 출간되지 않아 참 아쉬웠던 책이다. 워런 버핏이나 찰리 멍거의 경우 책을 직접 쓰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엮은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 가난한 찰리의 연감은 유일하게 직접 쓴 책으로 그 가치가 있다. 


이 책은 강연했던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으로 그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그럼 나는 찰리 멍거의 철학을 어떻게 나의 투자 원칙으로 소화했는지 적어보겠다. 


나는 그가 종목을 발굴하는 방법을 똑같이 따라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못한다고 할 수도 있다. 멍거와 내가 처한 환경이나 자본금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인간은 자신의 경험이나 기억을 통해 세상을 왜곡해서 바라보기 때문에 주식 종목 보유와 같이 장기간 영향을 끼치는 행동을 타인의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를 존경하고 닮기를 원하지만 종목 발굴은 오롯이 내가 직접 해야만 하는 것이다.


대신 나는 그의 철학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가 말하는 격자틀 정신모형에 내가 얼마나 다가갔는지 알 수 없다. 그의 깊이와 나의 깊이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정신 모형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복수의 모형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그의 철학처럼 복수의 모형을 가지고 있다. 투자의 기술적인 부분도 그렇고, 인지 편향적 부분, 그리고 다양한 학문에서 받는 영향들도 그렇다. 


아래 그림은 내가 가진 격자틀 모형의 일부 모습이다.


내가 가진 격자형 정신모형


도대체 투자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들이 나의 정신 모형을 구성하고 있다. 앞으로 이 모형들은 하나하나 포스팅할 예정이다. 가볍게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다.


나의 투자 철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과학적 사고다. 정확하게는 칼 포퍼가 제시한 과학적 사고다. 칼 포퍼는 현재 알려진 모든 사실은 아직 반증되지 않은 가설이라고 말한다. 즉 과학적 사고란 비판적 사고를 말한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이론을 가지고 살아간다. 자신의 경험에 의해 차곡차곡 쌓여가고 결국 하나의 거대한 생각이 되고 이론이 된다. 


이 이론이라는 것에 매몰되면 안 된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결국 가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이론이 반증 당하는 것을 피해서는 안 된다.


미움 받을 용기보다 반증 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이것이 과학적 사고다.


칼 포퍼는 과학적 진보는 기본적으로 새 학설이 기존 학설을 대체하면서 이뤄진다고 말한다. 나는 이 부분을 나의 투자 철학으로 삼는다. 


투자의 세계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어느 한 이론에 매몰된다면 살아남기 어렵다. 세계 최대 투자회사였던 롱텀 캐피탈도 같은 이유로 파산을 피하지 못했다.   


사실이 바뀌면 나의 생각도 바꾼다. 이것이 나의 정신적 모형중 하나다.


결론은 이렇다. 정신적 모형은 옆에 펼쳐놓고 매수할 종목을 고를 때 하나하나 체크하는 리스트가 아니다. 이미 나의 머릿속에 있는 것이다. 정신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지식이며, 이는 종목을 발굴하기 전에 이미 머릿속에서 고려된 준비 단계인 것이다. 


우리가 마트에 들어가서 돈을 훔치거나, 물건을 훔치지 않는 것은 어떤 고민이나 토론에 의해서 나오는 행위가 아니다. 머릿속에 이미 있는 도덕적 정신 모형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찰리 멍거는 학문의 수는 많지만 원대한 사상의 수는 적다고 말했다. 나도 그가 했던 것처럼 기본적인 학문에 깃든, 많은 이론들을 아우르는 본질적인 사상들을 배우고 습득하며 투자에 적용하고자 한다.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이 모든 학문에서 나온 최고의 주요 사상만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건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찰리 멍거-


가난한 찰리의 연감 -찰리 멍거-

이전 04화 4. 옐로스톤 효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