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과 패턴 -마크뷰캐넌-
거대한 평화의 땅인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도 무시무시한 산불이 가끔씩 일어난 다. 공원 내에는 번개로 인한 산불이 매년 수백 건이나 일어난다. 산불이 나면 대개 숲이 1에이커(약 4.046제곱미터)쯤 타거나 기껏해야 몇 에이커가 타다 말지만, 어쩌다 한 번씩 수백 에이커가 타기도 하고, 드물기는 하지만 수천 에이커가 타버린 일도 있다. 가장 큰 산불로 기록된 1886년의 산불도 피해 면적은 2만 5,000에이커에 불과했다. 그래서 1988 년 6월 말 옐로스톤 남쪽 가장자리 부근에서 여름 번갯불로 인해 작은 산불이 났을 때 아무도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1988년에 일어난 산불은 무려 150만 에이커를 태웠다.
코넬대학교 연구진들은 미국과 호주에서 일어난 모든 산불의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들은 산불의 규모와 피해에 특별한 규칙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들의 연구결과 특별한 점을 찾았는데, 산불이 일어나는 빈도가 적을수록 모든 것을 태우는 대참사급 화재가 일어난다는 사실이었다.
미국 토지관리사무소는 1890년부터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작은 산불조차도 용납하지 않으려고 했다. 산불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하자 숲이 노령화되기 시작했다. 죽은 나무, 풀, 잔가지, 나무껍질, 나뭇잎들이 축적되었고 그 어느 때보다 잘 타는 물질이 쌓이게 됐다. 그리고 1988년 번갯불에 의해서 불이 나자 걷잡을 수 없이 산불이 퍼져서 대참사로 이어졌다. 연구진을 이를 두고 옐로스톤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미국토지관리사무소의 잘못된 판단은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미국에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매우 익숙한 연준의 행보와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1992년 미국의 경제는 골디락스존에 돌입했다. 물가와 실업률이 모두 낮은 이상적인 경제상황이었다. 1994년 당시 연준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골디락스 상황이 지속될 수 없고, 인플레이션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예상치 못한 다섯번의 금리인상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채권 시장이 붕괴했고, 금리인상으로 달러강세가 찾아오자 외환부채가 많았던 멕시코 경제가 붕괴됐다. 문제는 있었지만 앨런 그린스펀의 선제적인 조치 덕분에 더 큰 사고 없이 연착륙에 성공했다. 만약 그린스펀이 좋은 경제 상황을 유지하려고만 했다면 시장에 더 큰 충격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예측은 단순한 우려가 아니었음을 곧 모두가 알게 됐다.
1996년 비슷한 상황에서 앨런 그린스펀은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 당시 그는 자산 가격을 보고 “비이성적인 과열”이라는 유명한 발언까지 했지만 금리인상은 하지 않았다. 1997년에 와서야 금리인상을 했지만, 곧 터진 아시아 외환위기, 러시아 모라토리움, 롱텀 캐피탈 파산, 99년에는 밀레니엄버그를 우려해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려고 금리 인상을 미뤘다.
결국 자산가격의 버블은 어느때보다 심해졌다. 결국 2000년 초 연준은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주가는 역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폭락했다. 나스닥은 고점대비 -74.40% S&P500 지수는 고점대비 -50.50%가 하락했다.
시장의 작은 충격도 주지 않기 위한 완화적 정책이 역대 가장 큰 충격으로 이어진 것이다. 옐로스톤 대화재의 과정과 상당히 유사하다.
옐로스톤 대화재에서 얻은 교훈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을 통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현명한 투자자에서 말한 미스터 마켓은 시장의 변덕과 무작위성, 그리고 불확실성을 말한다. 시장은 통제하려 할수록 통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속성을 지녔다.
그런데 정작 투자자들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집중한다. 물가와 실업률과 같은 거시경제, 엔론 사태나 최근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 회사와 같은 회계 부정, 오스템 임플란트 직원의 횡령사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정치적 리스크, 루나 코인과 버나 메이도프 사건과 같은 폰지사기, 서브 프라임를 유발한 도덕적 해이,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 허리케인, 태풍을 비롯한 수많은 자연재해와 같은 일들이 우리의 자산을 위협하기에 많은 투자자들이 이런 것들에 집중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철저하게 통제해서 자산을 지키겠다는 마음은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옐로스톤 효과를 만들 뿐이다.
시장에서 상황을 통제하고자 하는 생각은 손실회피편향에서 비롯된다. 사람은 수익보다 손실에 더 큰 고통을 느낀다. 그래서 손실을 극도로 꺼리는 편향이 있다. 옐로스톤 효과도 손실회피편향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손실을 고통스럽게 여기기에 조금만 수익이 나도 안정적으로 주식을 매도하는 경향이 짙다. 또 손실중인 종목은 확정 손실을 피하기 위해 장기 보유한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테런스 오딘 교수와 주닝 교수는 투자자의 행동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들은 10년간 주식 투자자 매매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손실 회피편향으로 수익중인 종목은 팔고, 손실중인 종목은 보유했을 경우 수익률을 분석했다.
예상대로 수익중인 종목은 보유했을 때, 손실중인 종목은 정리했을 때 가장 좋은 수익률을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는 반대로 행동한다. 적은 손실도 보기 싫어 더 큰 손실을 방치하거나 큰 수익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통제할 수 없는 시장을 통제하려고 노력하기 보다, 통제가 가능한 자신의 투자에 더 집중해야 한다.
스토아 학파의 에픽테토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생에서 우리의 첫 번째 임무는 만사를 두 가지 범주로 나누고 구별하는 것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과 내가 통제하고 내릴 수 있는 결정들이 그것이다.”
“행복에 이르는 길은 딱 하나뿐이다. 당신의 손에 달리지 않은 일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투자자가 되도록 노력하자.
우발과 패턴
-마크 뷰캐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