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자본주의 -하이먼 민스키-
불안정성은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경제보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경제에서의 의사결정이 더 힘들다. 증가된 불확실성은 그것 자체로 경제 활동, 특히 장기 투자에 찬물을 끼얹는 요소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특히 자본주의 하에서의 불안정성이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의사결정자들은 조기 경보 신호를 찾기 시작하고, 경제의 단기 변화 지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결과 중 하나로 투자자들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경제 성장과 발전을 촉진하는 투자로부터 얻을 수 있는 보다 지속적이고 안전한(하지만 더 적을 수 있는) 이득보다 경제의 흐름에 정확히 편승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대규모의 즉각적 금융 이득을 보다 선호하게 되었다.
-하이먼 민스키-
불안정한 경제에서는 투기가 기업을 지배한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
중앙은행의 역할은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물가 안정과 낮은 실업률이다. 물가가 너무 높아서도 낮아서도 안 된다. 가장 적절한 시점을 찾아서 유지해야 한다. 물가가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상태에서 실업률이 낮다면 중앙은행의 역할을 다 한 것이다. 이를 “골디락스”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대부분의 날들은 골디락스 상태와 거리가 멀다. 물가가 높거나 낮고, 물가가 안정된다면 실업률이 높다. 물가와 실업률 그리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정부의 재정정책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큰 정부의 첫번째 역할은 고용과 소득뿐 아니라 기업의 현금 흐름(수익)을 안정시키고, 그 결과 자산 가치를 안정시킨다는 점이다. 두 번째 측면은 연준이 다른 정부기관 및 민간 금융 기관들과 협력하여 최종 대부자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이는 금융 혼란 및 소득 감소에 직면하여, 정부와 중앙은행의 결합된 조치가 심각한 불황을 방지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심각하고 가속화된 인플레이션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주장을 촉발할 수 있다. 현행 제도와 관습은 균형 파괴력이 작동하는 것을 예방하지 못했다. 실제로는 경기 순환의 양상이 바뀌어, 인플레이션이 깊고 넓은 불황의 골을 대체하게 되었다.
-하이먼 민스키-
정부와 중앙은행은 디플레이션, 즉 경기침체를 극도로 꺼린다. 그렇기 때문에 물가가 높아도 쉽게 금리를 인상하지 못한다. 어느정도의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면서 경기침체를 막는다. 높은 물가는 종종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지만 대체로 정부에게 유리하다. 정부의 부채를 국민에게 일정부부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종종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의 시장이론을 정부나 중앙은행의 무개입으로 오해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애덤 스미스도 필요하다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정경제학파와 케인즈학파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지만 사실 경제학 이론과 학파를 딱 잘라서 나눌 수 없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불확실과 불안정성을 띈다. 이를 적절한 제도와 정책으로 불안정성을 어느정도 억제할 수 있다.
“복잡하고, 정교하며, 스스로 진화하는 금융 구조를 가진 자본주의 경제 동학은 급진적 인플레이션이나 깊은 불황과 같은 비정합적 상황으로 쉽게 이행할 수 있는 조건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모순적 상황이 전적으로 온전히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제도와 정책으로 불안정성으로 가는 추력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불안정성을 안정화할 수 있다.”
-하이먼 민스키-
중요한 것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어떤 기준을 두고 시장에 개입하느냐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정부의 개입과 정책이 단기적인 지표를 참고해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금리 인상과 인하 결정의 많은 부분을 CPI를 참고해서 결정한다. 하지만 CPI는 결국 지난 데이터며, 특히 이를 참고할 때 외부의 영향을 제외하는 변수를 둔다. 예를 들어 전쟁이나 공급망 쇼크와 같은 외부 사건은 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맞지만, 외부 사건이기에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평가하는 식이다.
“사실, 지금의 경제는 취약한 금융 구조를 가진 자본주의 경제와 큰 정부가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케인즈 이론의 방식대로 나아가고 있다. 오류는 케인즈의 연구를 심각하게 잘못 이해한 오늘날의 경제이론에 있다. 발생 가능한 상황을 부정하고, 불운한 사건의 원인을 경제 메커니즘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오일 위기와 같은)사악한 외부의 동력으로 돌리는 이론은 적이나 희생양을 찾고자 하는 정치인들을 만족시킬 수는 있겠지만 문제 해결에는 어떠한 지침도 제공하지 못한다.”
-하이먼 민스키-
중앙은행과 정부가 이렇게 단기 지표를 참고해 정책을 수시로 바꾸는 바람에 투자자 역시 장기적인 투자보다 단기 지표에 의존한 투기성 매매를 하게 된다. 장기투자가 꼭 정답은 아니지만 전세계 투자자의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이를 중앙은행과 정부가 부추기는 모양세다.
모든 탓을 외부로 돌릴 수 없지만 이런 시장 경제적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아야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앞서 살펴본 내용은 현대 금융 자본주의의 전체적인 모습과 중앙은행과 정부의 역할과 정책, 그리고 그러한 정책들이 불러오는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투자조각에서는 이러한 경제상황에 맞추는 투자 이야기가 아닌 조금 다른 주제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
투자자의 주식 평균 보유기간은 2020년이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국내 투자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투자자의 보유기간이 3개월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문제의 배경에 중앙은행과 정부의 지분이 있다는 것에는 어느정도 동의한다.
인간의 행동에는 반드시 동기가 있다. 그 동기는 거의 대부분 자신이 원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돕는 행동의 동기에도 자신이 타인을 돕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타인을 도움으로써 얻어지는 이익(경제적 이익이 아니더라도)이 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
육아를 하는 부모도 마찬가지다. 자식이 컸을 때 많은 부모들이 자식에게 느끼는 일종의 배신감은 부모 자신의 희생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있다. 하지만 자식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모든 행동의 동기는 결국 부모가 원하기 때문이다. 양육이 의무라고 하지만 밤을 새워가며 자식을 돌보는 육아는 분명 부모가 원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연준이 장기적 데이터로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을 수립해서 투자자들이 장기투자하기 좋은 시장을 만들어 주면 투자자도 장기투자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투자자가 행동하는 동기는 자신이 원하기 때문이다. 단기투자나 장기투자는 모두 투자자 자신이 원한 행동이라는 말이다.
이번 주제가 정부나 연준의 탓을 하지 말자는 아니지만 어떤 시기가 와도 거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투자자 자신의 몫이라는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었다.
본론으로 들어가보겠다.
투자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중과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격언이나 조언이 많다. 이를 잘못 해석하면 무조건 대중의 반대로 행동해야 옳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대중의 반대로만 행동하는 사람은 비판적인 태도가 아닌 냉소적인 태도를 가진 것이다. 냉소는 투자에 도움되지 않는다.
대중의 선택이 옳은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왜 많은 훌륭한 투자자들이 대중과 반대로 행동하라고 이야기했을까?
대중과 반대로 가라는 말을 그대로 암기하지 말고 어떤 부분에서 유리한지 추론해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것은 필연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아무리 좋은 회사의 주식을 매수한다고 해도 가격이 비싸다면 좋은 투자로 이어지기 어렵다.
반대로 대중의 외면을 받는 주식들은 가격이 낮을 수밖에 없다. 가격이 싸다고 모두 좋은 주식은 아니다. 좋은 회사의 주식이 낮을 경우 좋은 것이다.
정리해보면 대중의 선택을 받은 회사는 좋은 회사라고 해도 좋은 주식이 될 수 없다. 좋은 회사 중에 대중의 선택을 받지 않은 회사는 가격이 싸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좋은 주식을 가능성이 높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세이버 매트릭스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세이버 매트릭스는 야구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이다. 세이버 매트릭스가 처음 각광받은 이유는 야구를 단순하게 나타냈던 지표들을 좀더 승리에 높게 기여하는 지표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타율은 안타와 홈런을 같은 점수로 카운트한다. 하지만 안타는 한 베이스 진루이고, 홈런은 네 베이스 진루이기 때문에 차이를 둬야 하는 것이 옳다. 현대 야구는 세이버 매트릭스 지표를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문제에 봉착한다. 세이버 매트릭스가 초창기 주목을 받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팀 승리에 기여도가 높은 선수들이 잘못된 지표로만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상태로 남아있었다. 이 선수들의 몸값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팀 승리 기여도는 높았다. 이 선수들로 팀을 구성해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하자 이제 많은 팀들이 같은 지표를 참고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좋은 지표이고, 선수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더 이상 팀 승리 기여도가 높은 선수들을 낮은 연봉으로 영입할 수 없어졌다. 세이버 매트릭스를 참고해 팀을 만드는 것은 더 이상 가성비의 선택이 아니게 된 것이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대중과 무조건 반대로 가라는 것이 아니다. 대중들이 선택한 주식은 비싸기 때문에 대중의 선택을 받지 않은 주식 중에서 골라야 한다는 의미다.
하이먼 민스키의 분석에 따르면 앞으로 자본주의가 계속된다면 정부나 연준의 정책은 점점 더 단기 지표에 주목할 것이고, 많은 투자자들은 단기 투자에 뛰어들 것이다. 그럼 이제 기회가 생긴다. 단기 투자 상품이 주목받는다는 것은 장기 투자 대상이 주목받지 못해 상대적으로 낮은 주가라는 의미다.
기회는 언제나 싼 곳에 있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곳,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해 저렴한 투자처를 찾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로 나아가는 하나의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민스키의 금융과 자본주의
-하이먼 민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