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수업 후에 이 이야기를 동학년 선생님들께 했더니, 선생님들이 갑자기 웃으시는 게 아닌가?
"어머, 자기야 나는 2반 선생님이 더 귀엽다."
"선생님도 아기야~ 하하하하하하"
"좋을 때구만~ 즐겨요 즐겨!"
후... 저요?
경력 15~20년 차 선생님들 앞에서 졸지에 아기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다시 집에서 엄마께 했더니, 엄마가 또 웃으신다.
"너희 학년 선생님들 나이가 어떻게 되셔?"
"아마 40대 초 중반~?"
"좋을 때지~ 좋을 때야~ 50 꺾여 봐라~ 몸이 달라져. 뼈가 삭는다니깐? 가만히 있어도 그냥 힘들다고."
"40대나 50대나 엇비슷한 거 아니야?"
"완전히 다르지. 내가 지금 40대 초반이었어봐. 날아다니지."
이렇게 말하시는 엄마는 4남매 중에 막내다.
이모와 외삼촌들은 아직도 우리 엄마를 부러워한다.
"어이구 젊어서 좋겠다!"
"50대! 제일 좋을 때구만! 이제 애들 결혼 시작해봐~ 사위랑 며느리 들어오지? 아이고. 피곤해지는 거야~"
"인생의 황금기 구만 황금기!"
이렇게 한 마디씩 돌아가며 잔소리를 하시고 나면...
89살의 외할머니는 그냥... 말없이 미소를 짓고 계신다.
그래서, 과장을 조금 보태 대충 80살까지는 청춘인 걸로 결론지었다.
그렇다고 진짜 꼬마처럼 행동했다가는 뒷감당이 조금 힘들걸 알기에- 사회의(?) 톱니바퀴에 나를 욱여넣고, 까불고 싶은 자아는 간신히 숨긴다.
아직도 내가 직장을 다니고 있긴 한 건가? 실감이 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분명히, 나는 교실 책상에 앉아서 선생님을 올려다보며 '다 커버린 10대들이 자유를 억압받는 것'이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며 분노했었는데.
어쩌다.. 나는 44개의 눈동자를 책임져야 하는 교실에서 돈을 벌고 있는 것인가?
나이를 핑계로 웃어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적어지는 게 슬슬 무섭고, 식당에서 자연스럽게 "주차권 드릴까요?"라고 묻는 것도 적응이 안되고, '아직 핏덩이구만!'라는 소리를 들으면 더 이상 씩씩대지 않고 기분이 좋아지는- 뭐 그런 것 말이다.
내가 살면서 가장 황당한 것은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결혼하고, 직업을 갖고, 애를 낳아 키우면서도, 옛날 보았던 어른들처럼 내가 우람하지도 단단하지도 못하고 늘 허약할 뿐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늙어버렸다. 준비만 하다가. - 황현산 문학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