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성조 Aug 20. 2021

근데 아성조가 뭐야?

_나름 적어보는 프롤로그 

 교실에서 아이들이 가끔 이런 말을 할 때면 굉장히 재밌다.


"아~ 선생님~~ 트와이스는요~~~ 저 어렸을 때! 되게 옛날에! 인기 있었어요!"


"되게 옛날? 네가 어렸을 때 언제?"


"1학년 때요! 그때는 인기가 많았는데 지금은 이러쿵저러쿵.."


"?????? 너 지금 12살 이잖아!"


"네! 그니깐 되게 옛날이죠! 8살 때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아 그렇구나! 대답해주면서도 웃음이 비죽비죽 흘러나올까 봐 혼났다. 

8살 때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지금은 다 안다는 건가?



 

그래서 수업 후에 이 이야기를 동학년 선생님들께 했더니, 선생님들이 갑자기 웃으시는 게 아닌가?


"어머, 자기야 나는 2반 선생님이 더 귀엽다."


"선생님도 아기야~ 하하하하하하"


"좋을 때구만~ 즐겨요 즐겨!"


후... 저요?

경력 15~20년 차 선생님들 앞에서 졸지에 아기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다시 집에서 엄마께 했더니, 엄마가 또 웃으신다.


"너희 학년 선생님들 나이가 어떻게 되셔?"


"아마 40대 초 중반~?"


"좋을 때지~ 좋을 때야~ 50 꺾여 봐라~ 몸이 달라져. 뼈가 삭는다니깐? 가만히 있어도 그냥 힘들다고."


"40대나 50대나 엇비슷한 거 아니야?"


"완전히 다르지. 내가 지금 40대 초반이었어봐. 날아다니지."




이렇게 말하시는 엄마는 4남매 중에 막내다. 

이모와 외삼촌들은 아직도 우리 엄마를 부러워한다.


"어이구 젊어서 좋겠다!"

 

"50대! 제일 좋을 때구만! 이제 애들 결혼 시작해봐~ 사위랑 며느리 들어오지? 아이고. 피곤해지는 거야~"


"인생의 황금기 구만 황금기!"


이렇게 한 마디씩 돌아가며 잔소리를 하시고 나면...


89살의 외할머니는 그냥... 말없이 미소를 짓고 계신다.

그래서, 과장을 조금 보태 대충 80살까지는 청춘인 걸로 결론지었다.


 

 그렇다고 진짜 꼬마처럼 행동했다가는 뒷감당이 조금 힘들걸 알기에- 사회의(?) 톱니바퀴에 나를 욱여넣고, 까불고 싶은 자아는 간신히 숨긴다.


 아직도 내가 직장을 다니고 있긴 한 건가? 실감이 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분명히, 나는 교실 책상에 앉아서 선생님을 올려다보며  '다 커버린 10대들이 자유를 억압받는 것'이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며 분노했었는데.


어쩌다.. 나는 44개의 눈동자를 책임져야 하는 교실에서 돈을 벌고 있는 것인가?


 나이를 핑계로 웃어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적어지는 게 슬슬 무섭고, 식당에서 자연스럽게 "주차권 드릴까요?"라고 묻는 것도 적응이 안되고, '아직 핏덩이구만!'라는 소리를 들으면 더 이상 씩씩대지 않고 기분이 좋아지는- 뭐 그런 것 말이다.   



 내가 살면서 가장 황당한 것은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결혼하고, 직업을 갖고, 애를 낳아 키우면서도, 옛날 보았던 어른들처럼 내가 우람하지도 단단하지도 못하고 늘 허약할 뿐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늙어버렸다. 준비만 하다가.
- 황현산 문학 평론가


아성조. 

병아리도 닭도 아닌 어중간한 무언가-

병아리라고 하기엔 징그러운 것 같고,

그렇다고 닭이라고 하기엔 심하게 어설픈!

성인이 되어버린지는 분명 한참이지만, 

아직 어른은 아닌 것 같은 이 애매한 기분. 


한 평생 아이처럼 떼를 쓰고 싶다가도,

어떤 날은 세상의 이치를 다 아는 공자 맹자가 되고 싶다.

진짜 선생님이 되었다는 느낌은 대체 언제쯤 드는걸까?

그런 순간이 정말 오기는 하냐고 절박하게 외치고 싶다!


웃기게도 그와 동시에 나는 잊고 싶지가 않다.

10대 때의 흔들림과 상처들을 몸과 마음에 새겨 기억하고 싶다. 

그 시절 너희들의 고통을 함부로 가볍게 여기지 않고,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