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성조 Nov 11. 2021

선생님 되면 좋은 거 있어요?(2)

꽤 멋진 직업

누구든 내 일이 제일 힘들다더니 쓰다보니 불평하고 싶은 마음을 참느라 혼났다.

편한 직업이다 생각할 혹자들에게 해명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다.

하지만 이 글에서 만큼은 좋은 점만 쓰겠다 다시 한번 다짐한다.

https://brunch.co.kr/@2fb074f8c005465/18





4. 오래 다닐 수 있다..?

 미혼인 나는 솔직히 아직 피부로 와닿지는 않지만, 자주 들었던 이야기다. 그렇다고 한다.


 학교는 1년 단위로 운영된다. 학교에서는 매년 담임이 바뀐다. 즉, 내가 1 동안 쉬었다 다시 학교에 와도, 나를 위한 자리를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다.


  남자든 여자든, 육아 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 출산 및 육아로 인한 퇴사는 거의 없다. 물론 본격적으로 육아행 롤러코스터에 탑승하며 자연스럽게 승진을 포기하고, 일단 다닐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주변의 능력자 선생님들을 볼 때마다 조금은 슬프기도 하다. 아직.. 현실을 모르거나 철이 덜 들었나 보다.


 그래도 결혼과 육아를 시작하며 자연스레 직장을 관두는 주변 지인들을 보며,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자녀, 특히 딸에게 '선생님 한번 해볼래?'라고 한 번씩 제안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구나 싶었다.




5. 시간이 잘 간다.

 이 장점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아이들을 그래도 꽤 좋아해야 한다.


 학교는 항상 바쁘고, 초등학생들은 매번  기대 이상이다. 20명 내외의 아이들은 매일 시끄럽고, 매일 싸우고, 똑같은 것을 계속 묻고, 틈틈이 사고도 치며 선생님 말은 진짜 죽어도 안 듣는다.


 회사에서 두 시간 동안 일을 한 줄 알았더니 2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우스갯소리를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나는 이 말에 도무지 공감할 수가 없었다.


 아 물론, 학교만 바쁜 거라고 투덜대는 게 아니다. 안 바쁜 회사가 어딨겠냐만은 학교는 조금 다르다. 학교는 모든 것이 동시에 진행되는 RPG 게임 같다.


 나는 매일 전쟁을 치르는 장수의 마음가짐으로 출근한다.

 

 여기  발령받은지 딱 두 달차인 신규 교사가 있다. 물론 신규에게 강화 아이템 및 화려한 의상은 사치다. 당신은 어쩌면 현장체험학습을 가게 될지도 모른다. 희뿌연 먼지와 각설이의 쩔걱거리는 엿가위 소리가 가득한 도떼기시장에 던져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일단, 시뻘겋게 달아오른 주전자보다 뜨겁게 흥분한 약 20명의(어쩌면 최대 30명 이상의) 아이들을 진정부터 시켜야 할 것이다. 끝이 아니다. 간신히 진정된 아이들에게 안전한 체험 학습을 위해 장터에서 절대 하면 안 될 일 top 10 리스트를 지겹지 않게 교육시켜야 한다. 이럴 수가! 점심 전까지 처리해야 할 긴급 자료집계가 있다며 교감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20분 안에, 혹시 몰라 챙겨 온 개인 노트북으로 업무처리를 해 보도록 하자. 아직 안 끝났다. 한창 공문을 쓰는 와중에 현장체험학습을 대체 왜 도떼기시장으로 갔냐는 학부모님의 푸념 섞인 전화에 미소로 답도 해 보도록 하자.


이쯤에서 다시 한번 말하겠다.

모든 일은 동시에 일어난다.

  미션을 모두 완료했나? 정말 축하한다. 당신은 웬만한 층간 소음에도 온화한 웃음을 발사하는 무감각 부처의 를 얻게 되었다.


 앗 잠깐만, 미안하지만 무감각 부처의 귀는 돌려줘야겠다. 미션 실패다. 저것 좀 봐라! 당신  최고 까불이가 장난치다 넘어져서 울고 있지 않은가... 와우.... 우는 와중에 당신에게 다가오고 있다.  발짝...  발짝...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오버해서 재미로 한 번 써봤다. 하여간에, 내가 느꼈던 교실은 이만큼 정신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더불어 정신없는 내 모습을 아이들에게 들켜도 곤란하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었고, 초등학생은 대체로 작은 일에 잘 웃고, 동시에 환장하게 웃기는 생명체다. 그래서  놈의 학교에서는 도무지 지겨울 새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까지 가는 건 물론 죽여주게 싫지만 일단 학교에 도착만 한다면 일하기 싫다... 지겹다... 재미없다... 나는 왜 살까... 따위의 부정적인 생각을  틈도 애초에 없다. 정신없는 아이들의 활기는 운동 직후의 기진맥진함과 꽤나 비슷해서 상쾌함과 뿌듯함도 함께 가져다 준다.


 학교에서 출근을 하고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급식시간이다. 또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애들이 없다. 그리고 난, 매일 웃으며 장렬히 전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꼭 언급하고픈 학교의 정말 큰 장점이 있다.

바로, 급식.

아 물론 급식지도 와중에 틈틈히 사고를 쳐주는

아이들 덕분(?)에, 실질적인 점심시간은 채 10분이 되지 않아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밥이다.

그래도, 매 끼니마다 메뉴 고민 없이 양질의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챙겨주는 곳은 정말 드물다.

밥에 진심인 나에게는 천국과도 같다.

  


다 쓰고 보니 나의 일을 다시 아껴줄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니, 내일도 힘을 내서 출근을 해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