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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성조 Nov 01. 2021

선생님 되면 좋은거 있어요?(1)

애들이 묻길래 시작된 고민

 

요즘은 너무 바빠 힘이 든다. 

그래서 선생님의 장점을 쥐어짜는 글을 써 본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장래희망이 교사인 친구들이 꽤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확실히 선생님을 꿈꾸는 학생들이 적어진 느낌이다. 스승의 은혜니 인생의 은사님이니 하는 시대는 한참 지난 지 오래고, 점점 커지는 사교육 시장에 이리저리 눈치 보고, 인터넷에서 욕먹고, 심지어 맞는 교사까지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니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경험해 본 교사는 그래도 꽤 할 만하고 때때로 아주 괜찮은 직업이었다. 천사 같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보람과 성취를 느끼는..으로 시작하는 다소 뻔한 말은 잠시 옆에 두고... 업무 환경적으로 내가 느낀 현실적인 장점을 한번 써보고자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이며 교사마다 느끼는 바는 모두 다르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1. 방학이 있다.

 맞다. 방학 때도 분명히 일이 있다. 그리고 꽤 많은 날 출근도 해야 하고, 학부모님과 학생들에게 개인적인 연락이 오며 연수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난 솔직히! 진짜 솔직하게, 자유롭게 연가를 쓰며 방학이 없는 삶보다는, 학기중에 하루도 연가를 쓰지 못하고(연가 보상비가 없다는 것에 불평 한마디 하지 못하며- 너무 화가난다.), 업무와 연수가 가득하고, 개인적인 시간을 꽤 자주 방해받으며 출근도 종종 해야 하지만, 그래도 방학이 있는 삶이 조금 더 좋다.


 뭐, 때때로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방학이 없다면 감정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매년 많은 교사들이 정신 병원에 실려가거나 사표를 던지게 될 거라고...(진짜로 선생님들이  미치기 직전 방학을 한다.) 

 혹은, 방학이 없다면 어쩌면 그 누구도,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속된 말로 '방학도 있는데 뭐가 힘드냐. 차암 편해서 좋겠네' 하는 누군가의 비아냥이 들려올 때, 속상하다. 

그래도 방학이 있어, 숨통이 트인다. 


2. 교실에서 일한다.

 만약 당신이 담임이라면, 교실에서 일을 한다. 이 별거 아닌 문장은, 장담컨대 방학 이상으로 좋은 혜택이다. 일반 회사로 치자면,  같은 신삥에게 최소 경력 20 이상의 임원진과 동일한 면적의 집무실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교장실과 일반 교실 크기는 대개 비슷하며, 교실이 더 큰 경우도 왕왕 있으니 말이다.


 학생들이 하교한 뒤에는, 업무를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슬쩍 틀어 놓을 수도 있고, 수업 준비를 하면서 독백을 하는 배우 마냥 1시간 동안 중얼거려도 (들키지만 않는다면) 정신 나간 사람 취급받지 않는다.

 

 혹여나 동료와 갈등이 생기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8시간 동안 함께 숨결을 공유하며 열 받지 않아도 된다. 상사가 뒤에서 말없이 다가와 나의 모니터 화면을 빤히 쳐다보는 일도 당연히 없다(애초에 다른 직군보다 수평적인 교직문화도 한 몫한다).


 이건 진심인데, 방학이 있는 대신 모든 교사들이 매일 함께 모인 곳에서 일하기 vs 방학 없는 대신 개인 교실 갖기 밸런스 게임을 해야 한다면 나는 지체 없이 후자를 택할 것이다.


3. 퇴근이 편하다...?

  2번 장점과 관련된다. 개인 교실이 있으므로, 퇴근할 때 눈치 보는 일이 적은 것 같다. 보통 '교사는 퇴근시간이 빠르다' 오해하는데, 약간 다르다. 물론 4시 30분이라는 황홀하게 아름다운 퇴근 시각이 존재하지만, 교사들은 출근도 일찍 한다는 사실을 부디 기억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웃기고 있네'라고 생각할 거 진짜 아는데, 칼퇴 못하는 교사도 생각보다 ! 퇴근시간은 4시 반이지만, 6시, 8시.. 심할 때는 10시까지 야근하시는 선생님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담당업무가 끔찍하리만큼 잡무가 많아서, 수업 준비가 덜 되어서, 연구 대회에 나가서, 아이들과 학부모 상담 때문에, 수많은 공문 처리들 때문에.. 야근의 이유는 제각각 다양했다. 나도 요즘은 영재 강의를 급하게 뛰게 되어 퇴근 시간이 굉장히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퇴근이 비교적 자유롭다고 느낀다. 뭐랄까. 야근을 해도 화가  난다고나 할까?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타의에 의한 야근이 적어서   같다. 수업 준비도, 업무도, 강의도 어쨌든 내 일이었고 나의 책임이다.


 몇 달간 야근하며 힘들게 준비한 프로젝트에 정작 내 이름은 없어 울고 싶다거나, 퇴근 시간은 한참 지났고 업무도 마쳤지만 상사가 퇴근을 못해서 눈치를 보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 눈치 보다 어물쩍 늦게 퇴근하는 일이 없다는 건, 자기 일만 빨리 처리하면 당연히 퇴근할 수 있다는 것을 말했다. 이게 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일반 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처음 알았다.


 내가 뵌 선배 선생님들은 효율의 고수다. 빠른 퇴근을 위해서 동시에 3~4가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순식간에 처리해버린다. 나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나를 감시하진 않지만, 단 한 번도 개인 컴퓨터로 딴짓을 한 적은 없다. 그 시간에 빨리 일 처리하고 퇴근해버리는 게 훨씬 이득이다.


(2)편에서 계속... 

https://brunch.co.kr/@2fb074f8c00546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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