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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사쓰는 육아대디 Apr 03. 2024

내 아이도 이렇게 크겠지?

내 아이의 미래 엿보기

아내가 작은 강의 하나를 제안받았다. 아내는 디저트를 만들고 판매하는 가게를 운영 중인데, 아는 지인을 통해 시에서 운영하는 기관에서 강의 빈자리를 채워달라고 했다. 대상은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 강의 경험이 있긴 하지만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다보니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나는 아내와 함께 준비 과정부터 필요한 재료 계량, 강의 내용까지 같이 준비했다.


대망의 강의 당일. 아내를 도와주기 위한 보조로 참여한 나는 근처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을 조리시설이 갖춰진 강의실에서 만났다. 어떻게 통제하고 알려줘야하나 싶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과 뭐든 적극적으로 해보려는 자세 덕분이다. 설명을 듣고 내가 먼저 해보겠다는 아이들, 이건 어떻게 해야하냐고 적극적으로 물어보는 아이들, 한가지 시범을 보여주면 엄청난 리엑션을 보여주는 아이들, 오늘 처음 만났지만 그렇지 않은 것처럼 다가와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을 보면서 어린이집에 가있는 내 아이가 문뜩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다.


아직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내 아이도 크면 저렇게 물어보고 대답하고 참여하겠구나. 아이들은 이것을 배워가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면서 체험하고 느끼고 좋은 기억을 가져가는 것이 더 중요하겠구나. 이런 생각이 스치자 마치 내 아이를 알려주듯 나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아이가 부르는 곳에 달려가서 도와주고 필요한 것을 요구하면 가져다주고. 속도가 좀 늦는 것 같은 조에 가서는 같이 참여하면서 속도를 맞춰주기도 했다. 그렇게 2시간을 달리고 걷고 몇 번을 반복하다보니 내 워치에서 측정된 걸음수는 5천보가 넘었다.


정신없는 2시간이 지난 뒤 아이들을 저마다 직접 만든 디저트를 챙겨서 집에 갔다. 재미있었냐는 질문에 강의실이 떠나갈 정도로 '네!'라고 대답해주자 너무 뿌듯했다. 대부분의 작업은 아내가 했고 나는 그저 도와주러 참여했는데도 그 감정은 잊을 수가 없었다. 아 이런 느낌 때문에 전국에 많은 선생님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시는구나 싶었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과 함께 보낸 짧은 시간이지만 마치 내 아이의 미래를 살짝 엿보고 온듯했다. 내 아이도 크면 저렇게 배우러, 체험하러 다니겠구나. 그때마다 그 순간들이 좋은 기억을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내가 취재를 다니면서 무작위로 가족 단위의 인터뷰를 해야할 때 늘상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 아이에게 좋은 추억 하나 선물해주신다는 생각으로 한말씀 부탁드린다는 멘트다. 이렇게 말씀드리면서 10명 중 8명은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주신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 왜 8분이 인터뷰에 응해주셨는지 이젠 정확하게 알 것 같다.


세상 모든 것이 처음이 내 아이가 경험하는 것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내가 앞으로 아이들을 상대로 어떤 일이나 교육을 해줄 일이 있다면 그것이 아이들에게 그저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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